소설리스트

달려라 메일 (30)화 (30/144)

퍼억!

“욱.”

묵직한 한 방이었다. 침입자가 그대로 단검을 떨어뜨리며 축 늘어졌다. 메일이 이번에는 기어코 박수를 쳤다.

“대단하십니다.”

“이 정도야.”

“한 방에 뻗었네요.”

메일은 침입자가 품에서 단검을 꺼내면서 흘렸던 자신감을 기억했다. 어쩐지 이쪽이 다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로하이덴은 단검 두 개를 침입자의 허리춤에 꽂아 넣고는 상대의 목 뒤 옷깃을 움켜쥐었다. 그러고 끌고 갈 심산인 모양이었다.

메일은 그것을 가만 보다가 문득 어떤 사실을 자각했다. 방금 전까진 상황 자체가 급박하고 경황이 없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메일이 로하이덴의 왼쪽 허리 부근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물었다.

“선배님, 있잖아요.”

“음?”

“평소에 검 쓰시는 거 맞죠?”

로하이덴은 허리춤에 검을 매달고 있었다. 여차할 때 뽑기 편하도록 위치도 적절했다. 단순한 위협용일 수도 있지만 메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까이 앉거나 서 있을 때 몇 번 관찰한 상대의 손은 분명 검을 쓰는 사람의 손이었기 때문이다. 정석 같은 굳은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로하이덴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래.”

“그런데 왜 검을 안 뽑으신 거예요? 상대방은 단검을 두 개나 들었었는데.”

날붙이를 든 상대와 맨손으로 맞서는 건 일반적으로 몹시 위험한 짓이다. 더구나 피치 못할 상황도 아니고 제게 무기가 있으면서도 그걸 사용하지 않다니. 누가 들으면 미련하다고도 할 만한 행동이었다.

로하이덴은 그에 별것 아니라는 투로 답을 주었다.

“그랬다가 피라도 튀면 이곳이 더러워질 것 아닌가. 정원에서 피 냄새를 풍길 순 없지.”

정원을 위해서.

신성한 정원을 망치지 않기 위해 검을 들지 않고 싸웠단 소리였다. 그것도 상대는 비겁하게 특수한 무기까지 들고 있었는데.

로하이덴은 기절한 침입자를 끌고 나가며 메일에게 작별을 고했다.

“난 이놈을 처분하러 먼저 나가 봐야겠군. 식사 맛있게 하도록.”

그러나 그 말은 메일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로하이덴이 침입자와 함께 정원에서 사라진 후에도 어딘지 넋이 빠진 듯 멍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메일이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정원을 위해 무장한 적과 맨몸으로 맞섰다. 위험을 무릅쓰고 정원을 위해서. 자칫 다쳤을지도 모르는데 정원을 위하여. 자기 몸보다 정원을 더 소중히.

“……어라?”

메일은 손부채질을 했다. 왠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영문 모를 일이었다.

자랑스러운 황궁 경비대 소속 칼가 방피어는 현재 심장이 평소의 삼분지 일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첫째, 내성 바깥에서 쫓던 침입자가 별궁으로 도망칠 때까지 잡지 못했으며, 둘째, 별궁으로 도망친 침입자가 황제의 정원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여전히 잡지 못했으며, 셋째, 그 정원 안에는 하필이면 폐하께서 몸소 자리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는 황제가 침입자를 손수 조지는 것을 멀찍이서 바짝 굳은 채로 구경했다. 이미 황제가 손을 쓰기 시작한 이상 도중에 끼어들었다간 외려 더 불호령을 듣게 될 일이었다. 더구나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아는 척을 해서도 안 된다. 불문율이다.

칼가는 잠시 후 황제가 질질 끌고나와 던진 침입자를 공손하게 받아들었다.

“고문해서 어디에서 보냈는지 알아내. 단검은 위험한 게 섞여 있으니 폐기하고.”

“알겠습니다.”

“경이 받게 될 징계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거라 믿네.”

물론이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육 개월 감봉.

여부가 있겠습니까. 송구합니다. 칼가는 피눈물을 흘리며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이게 다 망할 놈의 이 침입자 때문이다. 침입자 개새끼. 침입자 나쁜 새끼. 자랑스러운 황궁 경비대 소속 칼가 방피어는 오늘만큼은 인정사정없는 냉혹한 고문 기술자로 다시 태어나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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