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려라 메일 (19)화 (19/144)

바일렛은 굉장히 유명한 꽃이다. 씨앗을 심으면 사흘에서 엿새 사이에 싹이 피는데,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연두색 새싹이지만 자라면서 점점 남다른 형태로 변모를 이룬다.

장성한 바일렛이 겉으로 내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잎의 색깔이었다. 꽃이 아니라 줄기의 잎. 그것이 하나는 초록색이고 하나는 밝은 노란색을 띤다. 세상 초목을 다 뒤져도 오로지 바일렛에게만 나타나는 특색이다.

바일렛의 남다름은 물론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일렛은 화려한 흰색 꽃이 지면 특이하게도 같은 자리에 열매를 맺는데, 붉은색을 띄는 그 열매는 학계에서 일명 ‘신의 열매’로 통하는 만능 과실이었다.

정식 이름은 롤란테(Rolante). 열매 주제에 지닌 효능이 만병통치약 뺨을 후려치는 수준이라 위 같은 별명이 붙었다.

잎은 특이하고 열매는 비상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바일렛이 다른 식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비범한 종이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바일렛을 이름 대신 전설이라 불리도록 만든 결정적인 특성.

바일렛은 기르기가 더럽게 어려웠다.

“이거 어떻게 심으신 거예요? 씨앗…… 혹시 사셨어요?”

묻는 메일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바일렛을 재배할 때 쉬운 과정은 씨앗에서 싹이 필 때까지가 유일하다. 그 이후로는 온통 치솟는 혈압과 좌절과 눈물의 향연이었다.

싹은 쉽게 피는데 거기서부터 봉오리를 맺기까지가 더럽게 힘들다. 봉오리에서 개화까지는 그 두 배쯤 힘들다.

개화한 꽃이 지고 열매를 맺게 하는 건 그 두 배의 두 배쯤 힘들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열매 안에 씨앗이 있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일 할쯤이었다.

과거 어느 정원사는 바일렛을 길러 열매와 씨앗을 진상하라는 왕의 명령에 이렇게 답했었다고 한다. 차라리 소신의 목을 따소서.

바일렛은 재배 난이도가 진정한 전설이었다.

“샀느냐고? 씨앗이 매매되기도 하는 종인가 보군. 난 앞서 키운 것의 열매에서 얻었지만.”

“헐.”

답을 뱉는 로하이덴의 목소리가 태연했다. 풍기는 느낌을 해석하자면 ‘그래, 이거 바일렛이고 씨앗은 열매인 롤란테에서 얻었고 내가 직접 키웠고 다했는데 딱히 별거 아니더라. 이게 왜?’ 정도 되겠다.

메일의 충격이 배로 커졌다. 커진 충격을 이기지 못해 선 자리에서 비틀거리기까지 한다. 지켜보던 로하이덴이 깜짝 놀랐다.

“왜 그러지? 어디가 안 좋은가?”

“……님.”

“뭐?”

“선배님.”

비틀거리던 메일이 균형을 바로잡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꿇은 무릎 위에 양손을 올린 경건한 자세였다. 그 순간 상황 파악에 실패한 로하이덴의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앞으로 선배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웃음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목소리가 불어온 바람을 타고 정원 안으로 울려 퍼졌다. 길게 늘어뜨린 메일의 갈색 머리카락이 분위기를 더해 주듯 펄럭거리며 나부꼈다.

제국에 도착한 지 나흘째. 정원 덕후 메일에게 선배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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