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크흠, 폐하께서 백금발의 엄청난 미남이라는 소문 말이죠? 막 신처럼 아름답고 호수 같고 하는 거?”
“맞아.”
“확실히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굉장하겠네요.”
“그러니 나랑 어울리지!”
메일은 가만히 리엘라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리엘라가 줄곧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황제의 능력도 지위도 아닌 오로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혹시?
“공주님.”
“왜?”
“아주 만약에 말이에요, 폐하께서 소문만큼 대단한 미남이 아니라면 어떠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잘생기긴 했는데 적당히 흔하게 잘생겼다면?”
“뭐? 싫어! 그럼 결혼 안 해!”
이 결혼은 무효라며 리엘라가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혼인에 대해 파투를 선언했다. 그리고 메일은 그런 리엘라를 몹시 희망적인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강대국의 통치자인데다 젊고 미혼이며 능력까지 출중하지만 오직 얼굴이 조금 딸린다는-그것도 못생긴 게 아니라 기대보다 덜 잘생겼다는-이유로 황제가 뇌 예쁜 공주님에게 차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저 황당했을 발언이지만 메일은 이 순간 그것이 마치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이거다.’
꿈속에서 리엘라가 독살이라는 미친 짓을 저지르는 까닭은 바로 사랑에 맛이 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녀가 황제에게 홀딱 빠지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리엘라가 황제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럼 그땐 얼른 자진 탈락하고 고국으로 즐겁게 귀환하면 그만이다. 이 얼마나 쉽고 간단하게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인지!
‘잘생기면 안 된다. 제발 잘생기지 마라. 신이시여, 부디 소문이 전부 거짓부렁이게 해주세요!’
메일이 마차 안에서 두 번째 기도를 올렸다. 생전 관심도 없던 신이지만 이럴 때는 왠지 선순위로 찾게 된다.
“얼른 폐하를 만나고 싶어. 궁금해!”
“저도요.”
한적한 공간 안에 두 개의 동상이몽이 생겨났다. 같은 인물에 대한 각기 다른 바람을 담은 마차가 다각거리며 열심히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