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악몽이 결과를 보여주었다면 두 번째 악몽은 원인을 알려준 느낌이었다.
“정말 가는 거냐?”
“다녀올게요.”
공작과 짧게 포옹을 나눈 메일이 이내 마차에 몸을 실었다. 짐은 챙겼으나 수행원은 따로 대동하지 않은 단신이었다.
메일 본인이 간택전의 후보가 아닌 리엘라의 수행원으로서 따라가는 입장이었으니 개인 시녀를 이쪽에서 별도로 매달고 갈 수는 없었다. 제국까지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자잘한 수발은 전부 리엘라의 하녀가 들게 될 것이다.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기별은 넣었으니 왕성에 도착하면 곧바로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일은 마차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로 조용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의례적으로 시선을 준 창밖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꿈의 내용을 떠올렸다.
나라가 불타 없어진다. 다름 아닌 리엘라 때문에.
메일은 꿈의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여 되짚었다. 우선 꿈속에서도 리엘라는 지금처럼 황후가 되기 위해 헬베른 제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제를 만난다.
꿈속의 황제는 소문이 무색하지 않게 출중한 미남이었던 모양인지 리엘라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하나 문제는 황제에게 이미 정인이 있었다는 점이다.
따로 정인을 두었으면서 왜 황후 간택전 따위를 열었는지는 지금에선 알 수가 없다.
어쨌든 황제에게 정인이 있다는 사실을 리엘라 또한 알게 되고, 그녀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그만 그 대상을 독살하고 만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로맨스 소설에서도 요새 그만한 막장은 안 나오겠네.”
메일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그 뒤로 이어지는 꿈의 내용은 그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장면의 나열뿐이었다. 정인의 죽음으로 인해 미쳐 버린 황제. 그리고 미친 황제의 검 끝에서 불에 타 사라지는 작은 왕국.
그 작은 왕국의 국민인 메일이 손을 들어 검지로 미간을 꾹 눌렀다. 꿈의 내용만 상기하면 머리가 아팠다. 기분 나쁜 통증이었다.
‘의미 없는 개꿈이길 바라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나라가 걸려 있다. 조국이 불에 타 사라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 수많은 사람 또한 잃게 된다는 뜻이다. 친구도, 가족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지 몰랐다. 혼자 생존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지옥 속에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다.
절대 그럴 순 없지.
메일이 결연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시비를 자처하여 먼 땅 제국까지 따라가는 마당이었다. 그딴 악몽이 감히 실현되게 놔둘쏘냐? 아예 여지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는 무슨, 천만분의 일이라도 용납 못 한다.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나라를 지킨다!’
다각다각.
용사를 태운 마차가 점점 왕성으로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