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끔한 것이 좋아-81화 (81/82)
  • 81. 외전 4화. 그 부부의 절륜한 사생활 (2)

    목덜미로 뜨거운 김이 닿자 다정의 몸에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더웠다. 성후의 입술이 목덜미에서부터 어깨까지 내려오면서 비키니 끈을 이로 풀었다.

    “안 돼…!”

    다정이 끈을 턱 잡았다.

    “흐응….”

    상기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 교활하게 웃는 성후다.

    “입고 할까?”

    찰나의 순간 다정은 생각했다. 참을 수 있을까, 소리.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친정에서도 불가능했던 일이 여기서 될 리가.

    “입고 해?”

    성후의 검지가 다정의 비키니 위를 빙글 돌린다.

    “아.”

    기꺼운 웃음을 흘러나왔다. 바짝 성이 나 도드라진 유두가 비키니 밖, 그러니까 성후의 검지에 툭 걸려서였다.

    “하으….”

    빙글빙글 천천히 돌리는 손길이 야릇하다. 꼭 온몸을 지배하는 버튼처럼, 가슴에서 시작된 짜릿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풍덩-!

    성후가 아예 물속으로 들어갔다. 오뚝한 콧대가 가장 먼저 둔덕에 닿더니 이내 따뜻한 감촉이 아래에 닿았다. 양손은 비키니 팬티의 끈을 완전히 풀어냈다.

    “읏…!”

    동굴에 들이닥친 뜨거운 파도를 어찌할 바 몰라 허물어지는 다정이다. 길지는 않았다.

    그녀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친 채 그대로 물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휘청이던 다정의 허리와 엉덩이를 단단히 받쳐 수영장 난간에 앉혔다.

    다정의 몸도 뒤로 기울어진 채 태양에 익은 바닥을 짚었다.

    “아직 대낮이에요.”

    “그래서 더 좋아.”

    엠 자로 벌려진 다리 사이로 쑥 손가락을 파묻는 성후다.

    “흐읏…!”

    언제 이만큼 달아올랐는지, 그녀의 성기가 애액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수영장 물과는 확연히 다른 점도였다.

    성후가 제 손가락을 삼킨 곳을 적나라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늘 봐도 경이로운 선홍빛 주름은 그 어떤 비경보다 아름다워 매번 그를 홀렸다.

    홀로 아는 비경. 다정이 성후에겐 그랬다. 비밀스러운 천국임과 동시에 온 세상이 다 아는 자신의 세계.

    보여주는 게 익숙한 다정도 온전히 힘을 풀고 남편에게 다리를 맡겼다.

    “하앙…!”

    젖어 반짝이는 하얀 피부. 뒤로 젖혀진 다정의 고개. 젖은 머리칼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 그 물을 금세 말려버리는 뜨거운 태양. 피톤치드 향을 머금은 연약한 바람. 옆집 잭이 짖는 개소리.

    “하읏….”

    “빨고 싶어.”

    “…응?”

    그 순간 성후가 다시 다정을 끌어당겼다. 다정의 부피만큼 물이 수영장 밖으로 범람했다.

    부력으로 뜨는 아내를 품에 안고 목덜미를 핥았다. 그가 느끼고 싶은 건 아내의 체취였다. 모조리 흡입하고 싶었다. 가능한 한 하나도 남김없이.

    “하아…!”

    그러다 다정의 입술을 삼켜버렸다. 조금 서늘했던 입술을 단숨에 뜨겁게 데워주었다.

    “…나도 해줘.”

    이번엔 그가 수영장 밖으로 나갔다.

    왕의 그것처럼 당당하게 앉은 성후가 나른하게 웃으며 불거진 페니스의 뿌리를 잡았다. 그리고 눈짓한다. 얼른, 이라고.

    다정이 상기된 얼굴로 그의 귀두에 키스했다.

    곧 두꺼운 기둥의 반까지 삼키며 이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조심 신중을 가했다.

    “씹어도 돼. 당신이 하는 건 뭐든 짜릿하니까.”

    농담이 아니었다.

    가끔 페니스가 어금니에 긁히거나 힘 조절에 실패해 거세게 흡입을 하더라도 좋았다. 그냥 좋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짜릿짜릿. 통증을 동반한 전율이 일었다.

    “하아…, 너무….”

    끝까지 밀어 넣기엔 버거운 크기다.

    남편이 제게 그러하듯, 다정도 성후를 만족시켜 주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반도 삼키기 힘들었다.

    “하아….”

    “읏.”

    애무를 당하는 건 자신인데 다정이 내뱉는 소리가 더 야했다.

    손을 동그란 고리로 만들어 훑는 스킬이 제법이다.

    모두 자신이 가르쳐 준 것들이었다.

    “읏.”

    질걱질걱. 야한 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올라와.”

    더는 참을 수 없어진 성후가 팔 하나로 다정의 몸을 들었다. 놀란 다정도 반동을 받아 위로 올라왔다. 그의 품에 허물어지듯 쏟아졌는데, 성후는 미동 없이 단단히 다정을 받쳤다.

    “넣는다.”

    이런 식으로 과정을 브리핑해줄 때면, 다정은 쥐구멍에 숨고 싶어졌다.

    “조금만 더 벌려 봐.”

    그러나 그의 품에 안겨버리고 나면 다정은 온순한 양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생살이 섞였을 땐 분위기가 돌변한다.

    하나의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자 자신도 모르게 허리가 움직여졌다.

    몸이 기억하는 쾌감을 찾는 몸짓은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하읏, 하앗, 하앙, 하아…!”

    눅눅한 신음이 높은 담을 타고 옆집으로 흘러가겠지만 상관없었다.

    “하앙, 하읏…!”

    성후도 다정의 골반을 잡고 속도를 맞췄다. 그녀의 속에서 분리되지 않을 정도로 빼면서 허리를 안쪽까지 쳐올렸다.

    “하앗…!”

    다정이 제 몸무게를 성후에게 실었다. 어깨를 꽉 쥐고 허리를 요염하게 퉁기자 성후가 입술을 까득 씹었다.

    아내가 좀 더 격렬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꺼이 속도를 올려주었다.

    다정의 몸이 성후에게 매달린 채로 반으로 쪼개질 듯 꿰뚫린다.

    “하응…!”

    세상 그 어떤 악기보다 매혹적인 신음을 내뱉는 입술을 삼키며 긴 다리를 쭉 뻗는 성후다. 곁에 있던 물속 계단이 발에 닿았다.

    부부의 몸이 경계 없이 섞인 채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풍덩 하는 신호음과 함께 그의 주도가 시작됐다.

    성후와 물이 동시에 다정을 껴안아 주는 것만 같았다. 철썩철썩. 퍽퍽. 두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물결도 출렁였다.

    “하앗, 하앗…!”

    “같이 느끼자.”

    성후가 다정의 몸을 빙글 돌렸다. 다정은 휘청이다 배영용 손잡이를 잡았다.

    아내의 뒤에서 그대로 안았다. 푹. 다시 구멍 속으로 파고들자 철벅이는 물소리가 울렸다.

    다정의 가슴을 쥐던 성후의 손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허벅지가 터지라 힘을 주고 아내를 몰아붙이면서 잔뜩 부푼 음핵을 비틀자 쾌락의 샘물이 터져 나왔다.

    “하읏…!”

    성후는 때를 놓치지 않고 성기를 뽑아냈다. 그리고 페니스로 아내의 대음순을 비볐다.

    “하악!”

    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넘치도록 흘렀다.

    그녀의 숨소리가 차츰 잦아들자, 그가 성기를 뿌리 끝까지 삽입했다.

    “흣!”

    자궁의 입구까지 닿는 느낌이 아찔했다. 커다란 귀두가 그곳을 살살 긁다 이내 봐주지 않고 박아 대기 시작했다.

    “하앙!”

    반복하는 행위에 그녀의 사정도 몇 번이나 계속되었다.

    환희의 시간은 때가 없었다.

    다정이 출근 전 아침을 먹다가도, 성후가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곡하던 중에도, 퇴근한 다정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거실, 욕실, 침실에서도. 역시나 대중이 없었다.

    탁구공처럼 짐작할 수 없는 게 부부의 신혼 생활이었다.

    *

    짤막한 휴가가 끝나고 다정은 다시 병원으로 출근했다. 큰 규모의 병원은 아니었지만 여러 환자를 간호하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이마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여름.

    완연한 여름이었다. 맑고 더운데 바쁘기까지. 산처럼 쌓인 차트를 보자 벗어날 수 없는 한증막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경제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스스로를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좋아서 선택한 업이었다. 그만두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이런 날이면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었다.

    담당의의 말보다 빨리 지시 사항을 이행하며 하루를 분주히 보냈다.

    동양인 신규 간호사라 튀기는 했지만, 몇몇 보호자를 제외하면 특별히 차별하는 이는 없었다. 교양있는 도시였다.

    환자나 보호자를 상대하며 영어도 무척 늘었다. 약물 투입에 따른 동의서를 받고 약물과 부작용에 관해 설명하고,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안내하는 건 이제 아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

    “하….”

    스테이션 끝에 있는 상자에 환자 번호가 적힌 서류를 올려놓으며 잠깐 숨을 돌렸다. 이곳은 여유 있는 간호사가 순서대로 서류를 집어 들고 해당 환자를 맡는 시스템이었는데 누구 하나 뺀질거리는 이가 없어 힘들지만 기운을 낼 수 있었다.

    이제는 교대 근무가 아니라서 밤이면 꼬박꼬박 퇴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그리 넓지 않은 로비를 지나고, 로비에 비하면 드넓은 잔디를 지나면 늘 성후가 다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Welcome to your house.”

    버터 발음을 자랑하며 다정을 맞아주는 성후다.

    “내 집이 참 똑똑해요? 알아서 집주인을 찾아오고.”

    다정이 차에 오르며 말했다. 성후가 다정의 손등에 살포시 키스했다.

    “충직해야 데리고 살 맛이 나지 않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과 비틀린 입꼬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설령 충직하지 않더라도 치명은 할 터라고.

    허. 당신 잘난 거 나도 알거든요?

    “배고파요.”

    대놓고 화제를 돌리는 아내의 머리칼을 쓰다듬은 뒤 운전대를 잡았다. 부드럽게 페달을 밟으며 묻는다.

    “뭐 먹을까.”

    “맨날 먹고 자고….”

    “하고?”

    그러면서 키들거리는 성후다. 다정이 그의 팔꿈치를 아프지 않게 꼬집으며 말한다.

    “자랑입니다, 마성후 씨.”

    “무슨. 내 자랑은 온다정 씨입니다만?”

    오랜만에 듣는 존댓말에 가슴이 미치게 떨렸다.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오다니. 쑥스러울 때마다 고개를 돌리는 다정의 버릇이 나오자, 성후가 다시 웃었다.

    “존댓말 계속합니까?”

    하여간 눈치는 빨라선.

    “됐어요! 노린 건 노 매력이니까 넣어두시죠!”

    “아. 큭큭큭. Okay~.”

    될 수 있으면 음식은 해 먹으려 했다. 그것이 삶의 질과 귀결된다고 믿어서였다. 건강한 식재료는 돌봐주던 어른들의 애정 표현을 넘어 영혼까지 든든히 불려주었다.

    그러나 지금 다정의 일상은 음식으로 삶의 질을 따지기엔 무리였다. 성후가 다정을 위해 몇 번이고 가정부를 고용해봤지만 모두 기름진 음식들만 내놓는 바람에 헛수고로 돌아갔다.

    ‘내가 요리 학원 다닐게.’

    매일 매 끼니 한식을 먹이고 싶어서, 어느 날 성후가 자처해 나섰다.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다정보다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단호히 거절했다.

    ‘허락 못 해요. 귀한 손에 물 묻히게 할 순 없어요.’

    흡사 근사한 남편 같은 대사를 날리며.

    그렇게 조리의 몫은 다시 다정에게로 돌아갔다. 대신 휴일 한정이었고 성후도 확실히 뒤처리를 맡았다.

    “새로 비빔밥집이 생겼다던데. 그리로 갈까?”

    “비빔밥! 고추장! 어예에에!”

    다정이 신이 난다는 듯 양팔을 흔들었다.

    “큭큭큭.”

    귀엽다. 귀여워.

    성후가 검색해서 알아낸 비빔밥집은, 다정의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서양인들을 배려해 고추장이 밍밍했기 때문이었다. 맵고 화끈한 것을 원해 혹시나 하고 주방을 힐끔 쳐다보았는데 주방장이 서양인이었다. 여긴 분명 미국인데, 속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짠.”

    그때 성후가 튜브형 고추장을 꺼냈다.

    “헉! 이 귀한 것을 어디서…!”

    황금이라도 발견한 양 다정의 눈동자가 경이로 꽉 찼다.

    “비행기에서 슬쩍 챙겼지.”

    “대박…. 내 남편 최고…!”

    성후가 차를 사줬을 때도, 집을 사줬을 때도, 이만큼 감격하진 않았을 터다. 고추장 튜브라니. 너무도 그녀다운 소박한 만족 앞에 성후가 큭큭 웃었다.

    “당신은 내가 알거지가 돼도 사랑해줄 것 같아. 이 고추장만 있으면.”

    “그런 날은 아마 오지 않겠지만, 온다면… 튜브 고추장에 밥 비벼 먹고 살아요. 돈은 내가 벌게!”

    다정의 볼에 붙은 빨간 밥풀을 떼주며 성후가 대답했다.

    “든든하군.”

    집으로 돌아오자, 차고지에 앞서 주차된 차량이 보였다. 연석의 은색 캐딜락 차량이었다.

    “어머. 연석 씨가 왔나 봐요.”

    “빨리도 왔네.”

    “비빔밥집 같이 갈 걸 그랬어요. 연석 씨는 저녁 먹었을까요?”

    혼잣말 같은 물음이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마크에게도 ‘밥은?’이라고 또 물었다. 온 동네 사람 끼니를 다 챙겨 대는 다정의 뒤를 따르며 성후가 큭큭 웃었다.

    마크가 다정에게 무어라 설명하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고서 성후를 쳐다보았다.

    “손님이 왔다는데요?”

    그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안녕?!”

    “헉…!”

    샛노란 원피스를 입은 부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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