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끔한 것이 좋아-77화 (77/82)

?77화. 못 말리는 VVIP 환자

“신혼여행을 못 가다니….”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끙 앓는 성후다. 다정은 성후와 똑같이 팔짱을 끼고 미간을 모았다.

“그렇다고 또 입원하다니….”

성후의 날카로운 눈이 다정에게 닿는다.

“한 시도 떨어져 있기가 싫은 걸 어떡합니까.”

다정이 주춤거리며 한 발을 뒤로 물리며 대답한다.

“너, 너무 급하게 치른 결혼식이라 근무 조정이 안 되는 걸 난들 어떡하나요.”

“흐음.”

“어서 주무세요, 마성후 환자님. 시간이 완전 늦었거든요.”

그러면서 몸을 돌리는 다정이다.

조용한 밤.

아니, 거의 새벽.

딱히 바쁜 것도 없으면서 돌아서는 다정에게 야속함을 느낀 성후는, 그녀가 떠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내가 된 다정을 능숙하게 돌려세워 따지듯 물었다.

“어째서 정복입니까.”

그 순간 다정의 머리를 감고 있던 핀이 툭 하고 터졌다. 흩날리는 꽃잎처럼 어깨를 덮는 긴 머리가 환상이다.

몇 개월간 미용실을 갈 시간이 없었더니, 머리핀이 숱을 감당하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다정은 성후에게 손목이 붙들린 채 겨우 대답했다.

“활동복은… 세탁기에…”

다정에게 다가온 성후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악마처럼 웃는다.

“말끝 흐리지 말고.”

다정은 입을 앙다물다 이내 조금 당돌하게 말했다.

“에헴. 당신은 여기서 이러지 말고.”

“살, 쪘죠?”

웃음기를 뺀 성후의 나른한 시선이 다정의 몸 위를 훑는다. 정복 단추가 터질 듯이 당기는 거로 보아- 아무래도 살이 오른 모양이었다.

“아닌데요?”

쪘다. 빠졌던 살이 원상 복구되고도 모자라 5kg 더. 결혼 준비로 엄마와 붙어 지내며 수라상 못지않은 밥상을 꼬박꼬박 받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성후가 말한다.

“쪘는데….”

눈빛으로 더듬는데 다정의 뱃속이 뭉근하게 뭉치는 느낌이 들었다. 큰일 났다. 그도 위험하고 자신도 위험하다.

“하하. 아까 수간호사 쌤이 부르셨던 걸, 깜빡했네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성후는 다정의 흐트러진 머릿결을 붙잡고 입술을 맞췄다.

눈을 지그시 감고서 멀어지지 않는 그를 보며 다정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꼭 머리칼도 살결의 일부인 것처럼 뜨겁게 타는 것만 같았다.

“성후 씨….”

이번엔 다정의 목덜미에 짧게 입을 맞춘 뒤, 바로 그곳에서 대답했다.

“이 새벽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그의 말과 함께 더운 숨결이 닿았다. 성후의 손이 다정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곁에 있는 벽을 손으로 짚었다.

“벼, 벽치기?”

그러자 환하게 웃던 성후의 얼굴이 탁, 소리와 함께 윤곽이 흐려졌다. 그가 벽에 붙어있던 스위치를 끈 것이다.

진짜 진짜 큰일이다.

“여기는… 병원이에요.”

“압니다. 그리고 우린 바로 어제 결혼했고, 신혼여행을 못 간 신혼부부죠. 결혼을 하면…”

성후가 다정을 번쩍 안아 들어 공중에 띄웠다. 한 팔로 들면서도 표정은 고요했다.

“첫날밤을 치러야죠.”

이번엔 딸깍, 소리와 함께 문고리를 잠갔다. 일반 병동에는 문을 잠그는 기능이 없지만, VVIP 병동은 가능했다.

여기는 성후가 처음 묵었던 VVIP 병동 1004호실이었다. 병실은 호텔만큼이나 쾌적하고 복도 밖은 오가는 이 없이 조용하며 비밀은 확실히 보장되는 그런 안락한 곳.

“내가 굳이 왜 이 병실을 골랐을 것 같아요?”

승강기를 못 타는 다정을 늘 배려했던 성후가 10층 병실에 입원했다니.

“…글쎄요.”

그녀로서도 모를 일이다. 성후는 안아 올린 다정을 침대에 눕히며 그녀의 허벅지를 꾹 잡아 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릴 테니까.”

“…!”

키스는 생략됐다. 허벅지 안으로 들어온 손이 스타킹을 북 찢어버렸다.

“성후 씨!”

성후는 나른하게 웃으며 다정의 입을 막았다. 그가 조용히 속삭인다.

“난 환영인데. 당신의 신음이 새어나가는 거.”

다정의 입술에서 손을 거둔 뒤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손을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모두가 알겠죠. 당신이 누구 여자인지.”

“읏…, 이렇게 안 해도 안다고요….”

조용히 치렀던 결혼식이었지만, 호텔 직원이 사진 찍어 올린 SNS로 인해 성후의 결혼 소식은 하루아침에 전 세계에 퍼졌다. 쏟아지는 기사와 지나친 관심에, 다정은 온종일 곤욕을 치렀더랬다.

성후는 다정의 실크처럼 부드러운 허벅지에 입술을 맞추며 천천히 올라갔다. 허벅지에 닿는 입술에서 그의 숨결과 말소리가 섞여 흘러나왔다.

“그래도 자랑하고 싶다고. 난.”

“하읏….”

다정이 다리를 오므리며 떨자, 성후가 못마땅하다는 듯 허벅지를 완전히 열었다.

그러자 정복 치마 옆 단이 쫙- 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다정의 심장을 거칠게 주물렀다.

“당신을 가지지 않기 위해 모든 의지력을 발휘하고 싶진 않아.”

그러면서 다정의 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숙성된 와인 향기가 나는 은밀한 성기에 얼굴을 묻는다.

성후의 오뚝한 콧날이 속옷 위로 비벼지자, 그녀가 참을 수 없다는 듯 다리를 떨었다.

멍이 든 듯 촉촉하게 젖어가는 것을 보면서 성후가 비틀리게 웃었다.

“말보다 몸이 더 솔직한데. 이럴 때는.”

성후의 손가락 하나가 질구로 푹 들어가 박혔다.

다정이 허리를 꺾으며 그의 머리칼을 흩트리자, 성후의 시선이 쾌락에 젖어가는 아내에게로 향했다.

“…하.”

잔약하게 떨리는 몸과 터져 나오는 신음을 가까스로 참는 다정의 모습은 군침이 넘어갈 만큼 야릇했다.

머리카락이 어떻게 엉망이 되었는지, 입가에 고인 꿀 같은 타액이 어떻게 흐르는지, 자각 없는 얼굴은- 성후로 하여금 견딜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붙였다.

“금방 쌀 것 같아.”

주어를 뺀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정의 몸 위로 올라왔다.

그의 손이 정확히 툭, 툭, 툭, 그녀의 정복 단추를 벗겨냈다. 확실히 살이 도톰하게 차올라 브래지어 컵 위로 가슴이 넘치고 있었다. 온종일 갑갑했던지 붉게 자국이 난 윗가슴도 더없이 야릇했다.

“하….”

“…쪘어요.”

눈썹을 팔자로 내리며 고백하는 다정을 지그시 바라보던 성후가 낮게 키들거리다 이내 속삭인다.

“훨씬 예쁜데. 마른 건 질색이라.”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팔을 엑스자로 꼬아 환자복을 위로 벗어내는 성후다. 툭. 바닥으로 벗어던지자 달빛 아래 드러난 넓은 가슴이 흥분으로 들썩였다.

“내 아내의 모든 걸 다 갖고 싶어.”

“많이… 가져 봤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의 눈은 여전히 허기가 진다고 말했다.

그녀를 갈망하는 허기는 괴로웠지만, 달콤했다.

뻐근한 통증을 동반한 욕정이 그녀의 허벅지를 뚫을 듯 찔러댔다.

다정의 이마에 살포시 내려앉은 키스완 달리, 그의 손은 다시금 다정의 젖은 속옷을 옆으로 젖히고 있었다.

스커트의 지퍼를 내리거나, 속옷을 벗길 여유가 허락되지 않아서였다.

순서를 생략하고 여린 내벽으로 파고들자 포만감과 동시에 굶주림이 느껴졌다. 작은 소용돌이처럼 기둥을 감싸는 아찔한 느낌에 그의 잇새로 신음이 터졌다.

“하….”

이성과 상냥함이 동시에 휘발되었다.

차진 소리와 함께 교접 부위가 깊어졌다. 입구까지 빼냈다가 끝까지 들락거리는 마찰이 신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아… 하읏… 읏….”

베개로 입을 겨우 틀어막자, 쾌락으로 가득 찬 성후의 음란한 손이 다정의 엉덩이를 꽉 잡고서 내리박았다. 그녀의 속에서 무언가 걸린 듯 딸깍딸깍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이게….”

뭐지?

다정은 당황스러웠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발등이 곱아 들고 전신에 짜릿함이 번졌다. 그와 맞닿은 부위는 녹아 허물어질 것만 같다.

“읏. 으읏. 하앗. 하악…!”

침대 시트가 흉측하도록 젖고 또 젖고 또 젖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새 나체로 엉켜있던 두 사람의 살이 분리되는 순간- 다정은 안도보다 더 큰 허전함이 몰려들었다.

“…젠장.”

낮게 욕을 내리깐 성후는 다정에게 제 환자복을 쑥 입혀주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땀에 젖은 나체 위로 환자복 바지만 대충 걸친 채 문으로 향했다.

다정은 경악했다.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 들통난다면 망신, 망신 이런 개망신도 없을 터다. 그게 아무리 남편과의 사랑이라고 해도 말이다.

성후가 문을 열자, 헉 소리가 들렸다.

“…옷 배달… 왔….”

연석이었다. 성후는 거칠게 종이 가방을 낚아채 다시 문을 잠갔다.

뚜벅뚜벅 다가온 그가 힘없이 툭, 종이 가방을 바닥에 내려뜨린다.

“그게… 뭐예요?”

“옷입니다.”

연석의 얼굴을 보고 돌아온 성후는 강제로 진정된 상태였다.

“네?”

다정의 머리가 재빨리 돌아간다.

그러니까… 애초에 작정하고 여길 온 게 사실이라는 거야?

자신의 옷까지 준비하다니. 참으로 용의주도하다.

“내 것으로 엉망이 된 데다- 찢겨 너덜거리는 옷을 다시 입겠다는 뜻은 아니겠죠?”

성후가 잠깐 은밀한 상상을 하다, 이내 미간을 구겼다. 다정의 그러한 모습을 타인이 본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터다.

“그런데 여긴 병원이라 유니폼만 입어야 하는데….”

“유니폼입니다.”

“유니폼?”

다정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침대에서 내렸다. 허리를 깊게 숙여 가방을 열어보자, 정말로 병원 정복이 들어가 있는 게 보였다. 유니폼 가장 안쪽 태그에는, ‘신부연’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요컨대, 지금 일어난 일은 연석을 통해 부연에게까지 벌써 들어갔다는 말이 된다. 다정이 부연의 정복을 꼭 쥐고서 울상으로 말한다.

“다 들켰잖아요.”

부스스한 머리와 하얀 망토를 두른 듯 커다란 환자복을 걸친 다정. 그 아래로 뻗은 뽀얀 다리와 가느다란 발목.

다정은 울먹이는데, 성후는 기꺼운 웃음을 흘렸다.

“할 수 없잖아요. 걸어서는 나가야 하니까. 아니면, 헬기라도 부를 걸 그랬습니다. 모두 이 병동에서 물리고 하늘로 날아가면 쉬우니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까요?”

다정이 두 눈을 깜빡이다 이내 격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라면-.

진짜로 그리 할 것 같아서였다.

“다정 씨, 나는 말입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 이내 다정을 쑥 안아 올려 침대에 앉혔다.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 넣고서 부드럽게 말했다.

“변태인가 봅니다. 틈 없이 야무진 당신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꼭 끝을 보고 싶어집니다.”

그의 말뜻을 곱씹다 다정도 희미하게 웃는다. 환자복을 펄럭이며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병원에선 좀 그렇지만… 그래서 더 좋긴 해요.”

“좀 그런 게 뭘까.”

츱- 소리를 내며 성후가 다정의 목덜미를 물었다. 창백함을 넘어 푸른 빛이 도는 그녀의 어깨에선 싱그러운 향기가 났다.

“아. 듣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다정은 떨리는 몸을 주체하느라 대답이 없었다.

“당신은 환자고… 나는 간호사다, 라고 했던.”

낮게 큭, 웃는 소리가 그녀의 귓바퀴를 훑고 지나가자 몹쓸 배덕 감이 몰려들었다.

“그건…”

“해 봐요. 어서.”

“저 정말… 간호사라서…, 하아, 나가 봐야 하거든요?”

말과는 다르게 더운 몸을 바짝 밀착해 오는 다정이다.

여전히 커다란 성기를 그녀의 속으로 밀어 넣으며 성후는 다짐했다.

평생을 제 품에 속박하겠다고.

영원히 식지 않을 관능의 물결 속에 푹 파묻혀 살겠다고.

“하읏…!”

오직 당신과.

매일매일이 닳고 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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