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도발
“너도 참 할 짓 없군. 계집애처럼 소문 떠벌리기나 좋아하고.”
“젖은 턱이나 닦고 말씀하시죠.”
연석의 지적에 성후는 정갈한 폼으로 입가와 턱을 쓱 닦아냈다. 그리고 무감한 얼굴로 말했다.
“물을 급하게 들이켜서 말이야.”
“변명이라니. 형님답지 않군요.”
저 새끼가……
“어쨌든 온다정 간호사 얘기라면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글쎄, 아니라니까.”
때마침 성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처럼 부드러워진 성후의 표정에 연석은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어, 유리야.”
마유리.
마성후의 여동생으로 그가 아끼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착 가라앉은 유리의 목소리에 성후의 눈동자가 다시 빛을 잃었다.
그는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커튼 밖 하늘에 시선을 두었다.
“그냥, 그렇지 뭐.”
-밥은…… 챙겨 먹어?
물기 젖은 동생의 목소리에 성후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먹지 그럼. 아무리 엿 같아도 배는 고프더라.”
되레 달래는 투로 대답했다.
-먹어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부모님은?”
-연락, 아직이지?
오지도, 걸지도 않았다. 동생의 말처럼 아직은.
“어.”
-걱정이 많으신데 아마 오빠 눈치 살피는 기색이셔. 그리고 오빠에 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안 나갈 거야.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까진. 그 부분에 대해선 마음 놓고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모님이 애쓰고 계시다는 게 느껴지는 성후였다.
그는 저릿해진 심장을 누르고서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통화했었는데 괜찮더라고… 전해주라.”
-그런 거짓말 못 해.
“진짜 괜찮아서 하는 말이야.”
찰나의 침묵 이후 유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 괜찮을 리가 없잖아. 피아노가 오빠한테 어떤 의민데…! 내 앞에서까지 괜찮은 척할 필요 없어. 그럼 오빠가 어떻게 숨 쉬어. 언제 숨 쉬어.
“정정할게. 괜찮아질 예정이야.”
언젠가는.
“그러니까 울지 마.”
-…으흑, 흐으윽.
“하아…….”
가족이 된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유리는 성후의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정말로 피를 나눈 남매처럼 우애가 좋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한 사람의 고통을 두 사람이 나누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나누어도 고통은 절대로 반으로 줄지 않았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오히려 배가 될 뿐이었다.
“유리야…….”
애처롭게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똑똑.
이어 며칠째 보았던 간호사가 들어왔다.
평소라면 환자가 무엇을 하고 있든, 기계적으로 자기 일을 해나갔을 부연이지만 이 방에서만큼은 방긋 웃는 얼굴로 성후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으흐흑….
성후의 눈에는 간호사의 웃는 얼굴이, 귀로는 여동생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아…….”
한숨 소리마저 섹시해, 부연은 속으로 움찔했다. 숨소리 하나에도 녹아내릴 것만 같다니. 정말 치명적인 남자다.
“유리야, 뚝.”
그 순간. 기분이 파스스 부서지는 것만 같다.
유리? 여친인가?
그렇든 아니든 냉혈한으로만 보였던 마성후가 다정한 목소리를 내다니.
누구인지 로또 당첨자보다 훨씬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간호사 선생님 들어오셨거든. 이따가 통화하자.”
-…미안해, 내가… 흐윽, 울어버려서….
“미안하긴. 추스르고 있어.”
전화를 끊자, 부연이 인사를 생략하고 물어왔다.
“애인인가 봐요.”
질문도 혼잣말도 아닌 말을 던지면서 왜 싱긋 웃는지, 성후는 부연이 이해되질 않았다. 확신하건대, 이 여자는 분명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 터다. 말과 뉘앙스와 표정까지, 이처럼 완벽하게 분리되는 모습을 벌써 한두 번 본 게 아니니 말이다.
“요즘은 병원에서… 그런 것도 묻습니까?”
까칠하게 돌아오는 반문에 부연이 아차 싶다.
VVIP 환자를 돌볼 때는 눈은 웃고 귀는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 얘기를 몇 번이고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검지로 꾹 눌린 듯 기죽은 부연에게 성후가 손을 척 내밀었다.
“…네?”
성후의 얼굴이 짜증으로 확 일그러진다. 다음으로 그의 눈이 부연의 목에 걸린 간호사증으로 향했다. ‘신부연’.
“신부연 선생님.”
“아아, 네!”
“……일하러 오신 거 아닙니까?”
“…맞는데요?”
성후는 내민 손바닥을 흔들며 날카롭게 말했다.
“약 달라고요. 약.”
“헉, 네!”
허둥대는 꼴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맹한 사람을 싫어한다. 그냥도 아니다. 아주 지독히 싫어한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해 없던 병을 얻을 것만 같기 때문이었다.
연석은 그것이 성질머리의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하아…….”
일순 냉랭한 구석이 있어도 일 처리 하나는 똑 부러졌던 다정이 급 그리워졌다.
“나가보세요.”
주춤거리며 부연이 나가는데 문밖에서 꺅꺅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성후의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온다.
“연석아.”
“네. 보낼까요?”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연석이 물어왔다. 성후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큼성큼, 연석이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허억!”
앞에 몰려 있던 몇몇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단숨에 숨을 들이켜 마신다.
“한 번만 더 이 방 앞에서 떠들시…”
연석의 냉담한 검지가 천장을 찔렀다.
“고발합니다.”
그가 가리킨 천장 위론 그녀들이 감히 올려다보기에도 두려운 병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관계자들이 머무는 층이었다.
“허헉! 죄송합니다!”
덕질로 시말서를 쓸 순 없어 순식간에 흩어지는 그녀들이다. 굳게 닫혔던 방에서 성후가 불쑥 나왔다.
“어디 가시게요?”
“목말라서.”
“사 올게요.”
“답답하기도 하고.”
“따를까요?”
연석의 물음에 성후가 그의 얼굴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눈빛이 꼭 예민한 사춘기 소년의 그것과 같았다.
“즐거운 산책 되세요.”
* * *
몸도 많이 좋아졌고 컨디션도 상쾌했다.
절로 미소를 띤 채 병원 로비를 거닐던 다정의 귓가에 웬 걸걸한 사내의 목소리가 콕 박혔다.
“요즘은 간호사도 인물로 뽑나? 꼭 승무원들 같어~.”
그녀는 별 대꾸 없이 그 앞을 슥 지나쳤다.
“그런데 싹싹한 맛은 좀 있어야지. 여자가 너무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것도 꼴 보기 싫잖아. 우리 때만 해도 여자라면 응당 고분고분한 맛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 옆에 또 다른 아저씨의 맞장구가 들려왔다.
“왜 아니야.”
“가끔 보면 간호사가 의사 같어~ 어찌나 도도한지.”
“그래도 쟤는 인물이 좋아 용서가 되네.”
턱으로 다정을 가리키며 낄낄거리는 아저씨들.
다정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환자복. 낯선 얼굴이니 정형외과 입원 환자들은 아닌 것 같고. 어디서 저런 진상들이 납셨대?
“오, 언니. 우리 쳐다본 거야?”
“오메오메! 이런 걸 요즘 말로 심쿵이라고 하나?!”
남자는 장난스레 인상을 찌푸리며 심장을 부여잡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재미있다는 듯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키득거렸다.
후…… 이너피스…….
속으로 몇 번이나 심호흡하던 다정이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에잉, 가버리네. 그런데 그거 들었어? 간호사들이 친절해 보여도 실제론……”
“실제론?”
“그러니까 실제로느은~~~”
“아 빨리 말해 봐! 뜸 들이지 말고! 60초 광고여 뭐여!”
이 아저씨들이 정말! 도저히 안 되겠다. 간호사의 성별이 대부분 여자라고는 하지만,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떤가. 간호사 이전의 사람인 것을.
한마디 따끔하게 해 줄 요량으로 그들에게 향하는 순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제론 어떻다던가요?”
응?
다정이 눈길이 단박에 목소리의 출처로 향했다.
넉넉한 환자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뇌쇄적인 비주얼. 거기에 당치도 않은 초코 우유. 뿐인가. 가느다란 빨대까지 콕 꽂혀 있었다.
“…오호, 자네도 궁금해?”
뜸 들이던 아저씨가 느끼하게 눈썹을 꿀렁인다.
“네, 궁금합니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다정이다. 무표정으로 말하는 성후를 보며, 역시는 역시라고 생각하는 다정이다.
“대체 어떤 질 나쁜 소문들을 옮기나… 해서요.”
다정이 움찔하는 순간, 아저씨가 매섭게 반문한다.
“뭐야?”
“요즘은 남자들도 하나 같이 입이 가벼워서는. 조잘조잘. 아주 남 말하지 못해 죽지 않습니까.”
그는 특히 ‘남자’라는 발음에 힘주어 강조했다.
“……지금 나보고 하는 소린가?!”
의자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성후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커다란 높이에서 아저씨를 찍어 누를 듯 내려다보는 눈에 익숙한 오만이 깃들었다.
다정은 스스로가 간사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그의 오만이 마음에 들었으니 말이다.
“아니, 당신 뭐야?!”
성후는 초코 우유를 한 번 쭉 빨아 먹은 뒤, 눈으로 다정을 가리켰다.
“저 여자 남친요.”
“어억…!”
간호사이자 동시에 여자인 다정을 감싸는 완벽한 명분에 아저씨들이 헛기침을 연발했다.
“지금 <우리 누이> 할 시간 아니야?”
아저씨들은 뻔뻔하게도,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오 그렇지! 두 사람이 남매로 밝혀진 날이었지, 아마?”
“그래, 그 여자 어미가 암 선고받고 끝났었잖아!”
“맞다! 맞다! 어서 보러 가자고!”
아침 드라마를 핑계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다정이 뚜벅뚜벅 다가와 성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다정이 어쩐지 반가운 성후였다.
꽤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별로 들키고 싶지 않은 속내다.
“딱히 당신을 위해서 한 말이 아닙니다.”
들은 적 있던 변명이지만 전보다 어쩐지 조금은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가 내뿜는 적대감이 한층 누그러졌다는 것을, 다정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러시겠죠.”
때문에 조금은 고맙게 느껴졌다.
생각처럼 바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탓인지 저도 모르게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금방 의식하고 입매를 굳혔지만 말이다.
얼핏 떠오르다 사라진 다정의 미소에, 성후의 심장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낯선 감정에 당황해, 곧바로 묵례했다.
“그럼.”
다정도 짧게 묵례를 한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등진 채, 알파벳 브이 자처럼 멀어져 갔다.
괜히 쑥스러운 누구의 발걸음은 빨리. 괜히 아쉬운 누구의 발걸음은 느리게.
* * *
수간호사 실로 올라오자, 정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다정을 쳐다보았다.
“정말 괜찮겠니?”
“안 괜찮으면, 대체 인원은 있구요?”
슬며시 웃으며 묻는 다정의 말에 미안한 표정을 짓는 정희다.
“입원해서 오랜만에 꿀 휴식 취했어요. 걱정 마세요.”
그때 수간호사 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벌컥.
“온 선생님 출근…… 하셨네요?”
“저 찾으러 왔어요?”
다정이 웃으며 묻는 사람은 레지던트 현준이었다.
의사라면 질색하는 그녀도 착하고 의리 있는 현준에게만큼은 호의적으로 대했다.
“저… 몸은 괜찮으세요?”
“인사치레는 거기까지 딱 좋겠네요. 그래서 용건은?”
“…으음, 죄송한데 1004호 환자 다시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마성후?
“심 선생이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 그렇긴 한데…… 환자분이 온 선생님이 맡아주시면 좋겠다고 하셔서…….”
정희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환자가 원하면 다 해야 합니까? 아무리 VVIP라지만…”
“갈게요, 팀장님.”
다정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무리하지 마.”
“아니, 좋아요. VVIP 담당이 수월하잖아요.”
정희의 눈이 말했다. 정신은 몇 배나 더 힘들고. 그걸 아는 네가, 더 급한 환자를 중히 여기는 네가 어째서….
정희의 눈에 드리운 의문을 눈치챘지만, 다정은 불친절해졌다. 시원한 대답 대신 묘한 웃음으로 답한다.
“편하게 일하고 오겠습니다.”
* * *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팔짱을 끼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성후에게 연석이 말을 붙였다. 걱정하는 거치곤 살가운 말투는 절대 아니었다.
“안 좋긴 누가.”
정답이다. 귀신같은 놈.
“완전 기분 좋거든?”
병실로 돌아와 내내, 다정에게 말 한번 붙여볼걸, 하고 후회하고 있던 참이었다.
사랑에 처음 눈뜬 소년처럼 당황으로 도망친 아까의 순간이 성후의 마음에 굴욕적인 순간으로 각인되었다.
“가만 보면 형님은 마음과 반대로 말씀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넌 너무 대놓고 말하는 경향이 있고.”
“모르시는군요. 요즘은 대놓고 말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속으로 끙끙 앓는 건 틀딱 취급 받는다구요.”
“틀딱…?”
낯선 언어에 눈썹을 꿈틀거리는 성후다.
그러자 연석이 손으로 입을 만들어 여닫는 시늉을 했다.
“틀니 딱딱.”
한 박자 늦게 이해한 성후의 입에서,
“이 새끼가…!”
드디어 육성으로 욕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오래도 참았다. 등 뒤로 기대고 있던 베개를 들어 연석에게 날리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인기척에 시선도 돌리지 않고서 그가 결국 베개를 던져버렸다.
“헉! 형님!”
베개를 손으로 막은 연석에게, 성후가 아쉽다는 듯 쏘아붙였다.
“베개가 아니라 총이었어야 했는데.”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시네요.”
맑고 깨끗한 목소리에 시선이 확 휩쓸렸다.
“차트 보니까 아주 좋던데요. 건강검진 결과도 별 이상 없고. 아, 대장에 용종 작은 거 두 개 제거했다고, 들으셨죠? 그리고 위내시경으로 발견된 위염은…”
베개의 비행으로 인해 먼지가 흩날리는 방안을 훑어보며 말을 잇는 다정이다.
“신경성입니다.”
“신경성?”
성후의 물음에 다정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집중되었다.
“한마디로 성질이 더러워 얻은 염증이란 뜻이죠.”
몰라서 물은 것도 아닌데 차가운 말투에 생글거리는 미소가 퍽 거슬린다. 가슴에서 이상한 반응이 일어나는 건 아무래도 자신뿐인 것 같아 몹쓸 패배감마저 따라 들었다.
곧 죽어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스타일이군. …저놈이나.
성후의 눈이 빠르게 연석을 흘겼다 다시 다정에게로 돌아왔다.
…이 여자나.
“온 선생님은 빙빙 돌려 말씀하시는 법이 없군요.”
“네, 그렇습니다.”
딱딱한 대답을 고수하는 그녀의 시선은 방울방울 떨어지는 수액에 머문 채였다. 속도가 좀 빠르네. 혈관이 붓겠어. 능숙하게 수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하며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빙빙 돌려 말하면 길게 말해야 하잖아요?”
이 정도면 됐어.
다시 성후에게 시선을 마주하며 싱긋 웃는 다정.
그런 그녀가 예쁘면서도 차가워 또 묘한 짜증이 이는 성후다. 괜히 짓궂게도 그녀의 멘탈을 건드려보고 싶어진다. 방법이야 쉽다. 연석의 말대로, 요즘 유행이라던 ‘대놓고 말하는 트렌드 세터’가 되면 될 일이니 말이다.
“아아. 유익한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 말입니다.”
툭 뱉은 성후의 말에 연석의 턱이 떡하니 벌어졌다. 저 형이 드디어 미쳤……?
“소문요?”
전혀 감을 잡지 못한 다정이 예쁜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성후가 간을 보듯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그쪽이 보기보다 내 취향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