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는 허가받지 않은 성력을 쓰고 다니는 ‘푸른 루비’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고… ‘에이스’의 피해자를 눈앞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노아비크의 피 속에는 책임감이 본능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가 ‘푸른 루비’를 쫓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푸른 루비’에 대한 뒷조사를 하면 할수록 인정하기 싫은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 무심코 구해 준 그 여자가 사실은 악질 범죄자인 ‘푸른 루비’였고, 그녀가 ‘에이스’를 부흥시켰다는 것….
허가받지 않은 성력과 엄청난 사냥 실력, 베일에 싸여 있는 무기,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또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마 ‘푸른 루비’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을 토대로 추측하면 아마 40대일 테니 틀림없이 간부급일 테고.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희미한 기억 속에, 그 여자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뭐, 범죄자를 어떻게 첫인상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냥 본능이 그랬다.
그 여자는 갑자기 뛰어들어 상관도 없는 자기 자신을 구해 주고 나서 되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누군가 다치는 꼴을 못 봐서 일단 뛰어들고 봤다는 얼굴.
“피가 섞여야만 가족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나중에 생길 당신의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녀의 밝은 금발이 달빛을 반사해 반짝였던 것 같기도 했다. 볼에 닿은 촉감은 분명히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했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키도 많이 클 거고, 음, 지금만큼 귀엽지는 않겠지만 아주 잘생겨질 것 같은데요. 여자들이 많이 좋아하겠어요. 영리하고 차분해서 아랫사람도 많이 따를 거고… 아, 춤도 아주 잘 출 거예요. 춤에 재능이 없는 파트너조차 정말 편안할 정도로.”
‘푸른 루비’가 그렇게 악질적인 범죄자라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토록 진심 어린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소년에게? 비록 ‘시간의 돌’을 가져갔다고 해도….
요하네스는 아주 오랜 시간 대체 왜 ‘푸른 루비’가 그때 그에게 그 ‘시간의 돌’을 요구했는지 알지 못했다. 분명히 곧 죽는다고 했는데 대체 왜….
그러나 ‘푸른 루비’를 조사하던 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언젠가 페이건이 제출한 보고서에 적혀 있던 내용이 바로 그와 관련된 것이었다.
고대 마법진을 심장에 새겨 추적을 피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이 마법진 자체가 생명을 갉아먹기 때문에 스물다섯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그러니 ‘푸른 루비’가 이 마법진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