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50/65)
  •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그리고 내게는 시간이 없었다.

    “…잘 있어요.”

    나는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시온의 말대로라면 몇 시간은 이대로 죽은 듯이 자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요하네스가 자신은 독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얼른 해야 했다. 빠르게 서랍을 열어 이혼 서류를 꺼냈다.

    “그냥 그대가 원할 때 바로 이혼할 수 있는 걸로 하지. 지금 이혼 신청서에 서명해 줄 테니 이혼하고 싶으면 알아서 절차 진행해.”

    10개월 전 이 저택에서 받았던 이혼 서류에는 여전히 그의 인장이 보란 듯이 찍혀 있었다. 펜을 들어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내게 남은 시간은 이제 정말로 거의 없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완벽히 내 흔적이라도 정리하고 싶었다. 수도에 이혼 서류를 가져올 때 생각했던 것처럼, 노아비크 공작 부인 자리를 다시 비워 줘야 했다.

    오랫동안 생각했다. 만일 내가 성공하지 못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해야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내 죽음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당연히 내 장례식을 치르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다시 뒤를 돌아 죽은 듯 자고 있는 요하네스를 바라보았다. 10개월 전 이 저택에 들어와 그에게 결혼을 요구했을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 북부로 향하는 마음은 나름대로 절실했다. 내 목숨도 살리고 레오도 구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계획에 요하네스는 전혀 끼어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개월간의 시간이 모두 요하네스 노아비크인 것만 같았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허무하지도 않았다.

    그냥,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면 그렇게 그의 곁에서 지낸 그 시간들이 오히려 선물 같아서. 끝까지 나를 속인 요하네스가 원망스럽기는 했으나 미워할 만큼의 여유조차도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미래 같은 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요하네스는 다시 디에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겠지. 실패하면 또 다른 방법을 고안해 볼 것이다. 오랫동안 나를 끈질기게 추적할 만큼 근성 있는 남자니까.

    하나 걱정되는 것은 레오였다. 나는 옷장에서 그나마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빠르게 쪽지 하나를 썼다.

    그들이 레오를 해치려고 하고 있는 건 아시겠죠? 꼭 주의하세요. 생각보다 아주 집요하게 노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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