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누드-40화 (40/47)
  • 40. 온전한 자유

    현관문이 닫힘과 동시에 현관에서부터 격렬한 입맞춤이 시작됐다. 누가 먼저 입맞춤을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현관 앞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나동그라지며 팔다리를 단단히 얽었고, 서로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이원은 우연의 입술과 혀를 집어삼킬 듯 빨아들였다.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 두 사람의 말이 두 사람의 혀 속에서 맹렬하게 소용돌이쳤다.

    혀가 엉키고 뒤틀리고 이가 부딪쳤다. 그동안 필사적으로 버텨 주던 울타리가 산더미 같은 파도에 순식간에 휩쓸려 나간다. 온 세계가 홍수로 가득 차는 판에, 집을 둘러싼 작은 울타리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바닥에 누운 우연이 숨을 헐떡이며 이원의 넥타이를 잡아당긴다. 새까맣고 긴 천이 바로 옆에 뱀처럼 늘어진다. 가는 손가락이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나가며 와이셔츠 안의 피부를 더듬는다.

    이원도 우연의 검은 블라우스를 걷어 올렸다. 희고 얇은 브래지어 가장 위쪽으로 동그랗게 솟은 젖꼭지가 도드라져 보인다. 이원은 블라우스를 벗겨 팽개치고 브래지어 밑으로 두 손을 넣어 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예전처럼 조심스러워하거나 주춤대는 것도 없었다. 목이 졸리는 것처럼 갈급했다. 우유로 만든 젤리처럼 말랑하고 새하얀 젖가슴이 짓이겨질 듯 손안으로 쓸려 들어온다.

    하반신으로 피가 몰렸다. 페니스는 순식간에 발기해서 빳빳하게 올라가고 예민한 귀두가 포피를 뚫고 치밀어 올랐다. 이 감각은 늘 낯설다. 이원은 우연의 입속을 미친 듯이 휘저으며 손에서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젖가슴을 있는 힘껏 주물렀다. 젖꼭지를 비틀고 피가 쏠려 쑤시고 아픈 성기를, 우연의 아랫배와 샅에 대고 문질렀다.

    “아윽, 흡!”

    가슴에서 뭔가 뜯겨 나가는 듯한 격렬한 통증이 일었다. 우연이 이원의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우연은 손가락으로 그 부분만 꽉 움켜쥔 채 그곳을 가슴에서 뜯어 낼 것처럼 흔들어 댄다.

    이원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흔들며 신음했다. 우연이 자극하는 통각은 쾌감이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대도 내버려 두고 싶었다. 으윽, 다른 쪽에서도 생살이 비틀리고 찢기는 것 같은 자극이 올라온다. 손가락이, 손톱이 그곳을 짓이겨 대고 있었다.

    우연이 제공하는 아픔과 쾌감은 이제 구별 짓는 것이 무의미했다. 이원에게 유의미했던 감각은 통증 단 한 가지뿐이었고, 그것은 우연의 손에 의해 쾌감으로 전이된다. 이원은 다시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이원은 우연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자신의 하반신을 바짝 붙인 후 힘껏 비벼 댔다.

    우연은 자신의 다리 사이를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살덩어리를 인식했다. 무시하기에는 그 욕망의 덩어리가 너무 크고 뜨겁고 싱싱했다. 이렇게 아프게 하는데도 이미 쾌감에 휩쓸려 성기를 부풀리고 허리를 꿈틀대는 이 모습은 너무나도 아저씨답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은 이 모습 역시 가장 한이원다운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위장하지 않은, 위장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 모습은 그가 만들어 낸 많은 이미지보다 가장 진실하고 가장 그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우연은 바지의 지퍼를 열고 그의 거대한 페니스를 지퍼 틈으로 끄집어냈다. 우연의 손이 그것을 움켜쥐고 밖으로 끌어내는 순간, 아저씨의 고개가 아래로 확 꺾이며 헐떡대는 소리가 화살처럼 튕겨 나온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깊이 숙이고 우연의 젖꼭지를 찾아 입에 문다. 흐읍, 흐음. 으음. 신음하며, 애무하며, 그는 유두와 유륜을 입안에 가득 물고 혀와 입술로 게걸스럽게 빨았다.

    섹스할 때의 아저씨는 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정결하고 경건한 삶을 지향하며 금욕으로 자신을 다스리던 한이원과, 욕망에 시달리며 짐승처럼 여자의 몸을 탐욕하는 한이원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생각해 보면, 아저씨에게는 정반대의 이미지와 극도로 상반된 평가들이 늘 따라다녔다. 도저히 한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보는 아저씨의 이미지는 너무 단편적이며 파편처럼 잘게 흩어져 있다. 그 파편 하나하나는 모두 아저씨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 왜곡되어 있다. 그 모든 단면은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아저씨를 온전히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 툭 끊어진다. 아저씨의 한 손이 아래를 더듬기 시작한다. 배꼽 위로 꾸깃꾸깃 말려 올라간 검은 치마와 스타킹 그리고 팬티까지 한꺼번에 벗겨 내더니 손가락으로 다리 사이를 헤집는다. 아, 아앗, 아! 소름이 오싹오싹 끼친다.

    “하앗!”

    날카로운 신음이 튕겨 나간다. 아저씨의 살덩어리가 우연의 가랑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와 클리토리스 위에 힘껏 문질러진다.

    다리 사이에 숨은 그 은밀한 지점이 후끈후끈 덥다. 뾰족하게 성이 난 그곳으로만 온통 피가 쏠려 욱신대고 근질거린다. 축축하고 뜨겁고 미친 듯이 가렵다. 다리 사이로, 아랫배로, 가슴으로, 팔다리, 머리로 열이 훅훅 번진다. 하아, 하아, 입에서 달뜬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저씨, 아저씨, 아아, 아저씨. 철커덕, 달각, 벨트를 푸는 소리, 뒤늦게 옷을 벗어 던지는 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날카롭고 또렷했다.

    아저씨가 무릎으로 우연의 두 다리를 벌린다. 우연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저씨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후우. 후. 하아아.

    아저씨는 눈을 감은 채 깊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땀에 젖은 이마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고, 우연이 손톱으로 잡아 뜯은 두 개의 유두는 금방이라도 핏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시뻘겠다.

    그는 허리 아래 치솟은 자신의 욕구를 숨기는 대신, 허리를 곧추세우고 위로 바짝 올라붙은 페니스를 환한 빛에 그대로 드러냈다. 검고 윤기가 흐르는 무성한 음모 한가운데 검붉고 거대한 기둥이 단단히 틀어박혔다. 껍질이 밀려난 붉고 매끈한 머리는 이미 번질번질한 점액으로 뒤덮여 있었다.

    우연은 두 손을 내밀어 그것을 감싸 안았다. 손안의 살덩이가 크게 꿈틀거린다. 그것은 뜨겁고 단단하며 질금질금 새 나오는 투명한 액으로 미끌미끌했다. 그가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보인다. 그는 만류하지 않는다. 하아, 하아. 아아. 자신이 쾌감을 느끼고 있음도 숨기지 않는다. 끌어 내리고, 밀어 올리고고, 다시 끌어 내리고, 가는 혈관이 툭툭 튀어나온 길고 거대한 살덩이는 우연의 손안에서 아래위로 몸부림치듯 꺼덕이며 뒤틀렸다.

    대리석을 깎아서 만든 듯 깨끗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진다. 입이 점점 벌어진다. 고개가 뒤로 꺾이며 길고 격렬한 신음이 계속 터진다. 페니스를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서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욕망으로 채워진 살덩어리는 순식간에 커지고 뜨거워진다. 한가운데 뚫린 그의 작은 구멍이 움찔대며 미끈대는 점액을 조금씩 토해 낸다. 그의 고개가 뒤로 꺾이고 허리가 튕기는 것처럼 뒤틀린다. 숨이 다급해진다.

    “하앗, 하, 아, 아아. 우……연, 아아!”

    우연은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진 아저씨의 얼굴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저 아름다운 얼굴과 이 조각 같은 몸에는, 손안에 쥐어진 이 짐승 같은 욕망 덩어리가 너무 잘 어울렸다. 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밸런스가 이런 형태였는지도 모른다.

    난 왜 지금까지 이 모습을 가장 아저씨답지 않은 모습이라 생각했을까. 왜 이 모습을 이질적이라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저것이야말로 가장 아저씨다우며,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인데.

    지금까지 나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을 모습. 그 정도로 철저하게 숨겨 왔을 모습. 그래서 의지로 숨기거나 가공할 수조차 없게 된, 날것 그대로의 모습.

    “아, 잠깐, 조금…… 천천히.”

    결국 견디지 못한 아저씨가 헐떡대며 우연의 손을 빼낸다. 우연의 손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부풀어 오른 그것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아래위로 크게 허청거린다.

    그는 뒤로 몸을 물리더니, 우연의 다리를 활짝 벌리고 깊이 고개를 숙인다. 우연의 음부에 더운 날숨이 느껴진다. 한껏 더워진 다리 사이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댄 그는, 혀를 내밀어 그곳을 정성껏 핥기 시작했다. 개처럼, 늑대처럼, 혹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비루한 들짐승처럼, 우연의 배꼽과 허벅지와 성근 수풀과 그 아래 위치한 두 개의 작은 언덕, 그리고 그 사이로 깊이 파묻힌 계곡과 볼록 튀어나온 샘을 샅샅이 핥아 올린다.

    아아, 아저씨, 좋아. 아아! 좋아, 좋아.

    머리가 점점 희어진다. 우연은 입을 벌린 채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아아, 아저씨, 사랑해. 아저씨, 사랑해. 할 말은 그것 말고는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기도 했다.

    아저씨가 잠시 입술을 뗀다. 그러더니 두덩을 양쪽으로 활짝 당겨 새빨갛게 피가 몰린 클리토리스를 공기 중에 드러냈다. 숨결만 닿아도 화끈거리며 몸이 꼬일 정도로 피가 몰린 조그만 살덩어리, 그곳에 다시 아저씨의 입술이 닿는 순간 온몸이 오그라들었다. 몸의 모든 감각이 혀와 두 개의 젖꼭지, 그리고 음핵과 질로만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감각은 모조리 죽어 버린 것 같았다.

    아저씨가 그것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달게, 맛있게, 핥고 빨고 물고 입술을 비볐다. 핥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쾌감에 눈앞이 새하얗게 되는데 아저씨는 멈추지 않는다.

    “아아아아아! 흐아아앗!”

    쾌감의 끝에 다다른 우연은 온몸을 발작하듯 비틀며 손발을 벌벌 떨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이제 그 작고 은밀한 곳에서 오는 자극이 너무너무 지독해 끔찍해졌다. 쾌감을 지나쳐 못 견딜 고통이 되어 가지만, 우연은 그래도 버텼다. 아저씨가 주는 이 감각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아니 끝을 넘어서 더, 더더 멀리멀리 가 보고 싶었다.

    아저씨가 고개를 든다. 우연이 지독한 자극을 견디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치는 것을 보며 하아, 흡족하게 웃는다.

    “……예뻐.”

    푹, 아래쪽에서 거대한 충격이 일었다. 뜨겁고 거대한 욕구가 우연의 밑을 무작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작은 입구를 힘겹게 밀어젖히고, 조밀한 속살을 헤치며 안으로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온다.

    도저히 다 들어갈 것 같지 않아, 우연이 이를 악문 채 고개를 흔들었다. 다리를 아무리 활짝 벌려도, 어떻게든 더 깊은 곳까지 받아들여 보려고 기를 써도, 아저씨의 페니스는 여전히 반 이상 밖에 남아 있었다. 우격다짐으로 밀려들어 오는 살덩어리는 이제 숫제 코끼리나 공룡 다리를 끝도 없이 쑤셔 넣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아아.

    아저씨는 우연의 비명 같은 신음에 들어오는 것을 멈추고 연결된 부분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괴롭게 찌푸린 얼굴로, 하지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묻는다.

    “더 해도…… 괜찮겠어?”

    우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에게서 온 것이라면 아픔이든 쾌감이든 손톱만큼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주는 것이면 극한의 아픔이든 미친 쾌감이든 모두 의미가 있다.

    해요, 해. 더 힘껏 해요, 아저씨.

    죽을 만큼 아프게 해 주세요. 정신이 나갈 만큼 극렬한 쾌감을 주세요.

    내 몸이 반쪽으로 쪼개지고 완전히 망가져도 좋아요. 더 힘껏, 더 세게, 더 난폭하게, 더 깊이 들어오란 말이에요.

    우연의 소리 없는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땀에 젖은 얼굴로, 가만히 웃음을 머금는다.

    쿵.

    도끼로 나무를 내리찍듯이, 아저씨가 다리 사이를 내리찍는다. 두 개의 다리가 양쪽으로 쪼개지고 좁은 구멍이, 그 속살이 완전히 뭉개지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이 진입할 때의 버거움은 그의 허릿짓이 점점 과격해져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쿵, 쿵, 쿵, 쩍, 쩍. 느릿하고 힘 있게 몸을 달구던 그는 점점 빠르고 과격하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하윽, 흐읏, 흑!”

    우연의 입에서는 비명 같은 신음이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찍히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튀어나오는 신음도 밭아지고, 아래는 점점 뜨겁고 미칠 듯이 가려워졌다.

    아, 제발, 이것 좀, 어떻게 해 줘, 이것 좀.

    우연은, 눈을 감고 힘껏 허리를 치대는 아저씨의 등을 움켜잡고 매달렸다. 그의 살덩어리가 자신의 몸에 파묻힌 채 미친 듯이 펄떡대는 것이 느껴진다. 다리 사이에 숨은 은밀한 그곳이 가렵고 화끈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심지에 불이라도 붙인 것처럼 화닥화닥한다. 그 뜨겁고 근지러운 느낌이 이제 온몸으로 작신작신 퍼져 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려움이 너무 커져서 그곳을 가위로 잘라 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시 쾌감의 파도가 밀려온다. 조금 전 애무로 올라왔던 짤막한 오르가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무겁고 강렬한 자극의 파장이, 여러 층 겹친 것처럼, 한꺼번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몰려온다.

    속수무책이다. 자신의 몸인데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 속이 울렁거린다.

    “아저씨, ……사랑해. 흐으…….”

    움직임이 잠시 멎는다. 내가 이 말을 입 밖으로 냈던가, 우연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저씨가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쾌감에 잠식되어 일그러진 그의 얼굴엔 웃음기조차 전혀 없었다. 하지만 우연은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저씨, 사……랑해. 흑, 으흑, 흐…….”

    쾅, 쾅, 쾅, 콱!

    아저씨의 거대한 몸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끝까지 몸에 처박혔다. 우연은 다리 사이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과 거대한 해머로 하반신을 후려갈기는 듯한 쾌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몸을 박아 넣으면서, 활짝 만개하듯 솟아오른 음핵을 손가락으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질 속에서, 그리고 클리토리스에서 동시에 치솟는 쾌감은 몇 배나 거대한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우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아악, 아아아, 아악! 고개가 미친 듯이 흔들리며 비명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쾅 쾅 쾅, 쾅쾅쾅.

    오르가슴 후의 과민해진 하반신에 새로 가해진 자극은 끔찍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격렬하고 세찬 쾌감이 연속해서 밀려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 쾌감은 무서웠다. 하아, 아아, 하아앗! 우연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을 뒤집고 허리를 뒤틀며 몸을 달달 떨었다. 전신을 짓뭉개는 듯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을, 우연의 몸과 정신은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손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돌돌 곱아들고 발작이라도 온 것처럼 떨었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완전히 새하얗게 표백된다.

    하아. 흡.

    아저씨가 몸을 박은 채 몸을 굳힌다. 우연의 음부를 활짝 벌려 자신의 아랫배에 단단히 붙이고 허리를 발작처럼 꿈틀거린다. 눈을 꽉 감은 채, 고개를 위로 꺾고, 입을 크게 벌려 숨을 헐떡이며, 그는 오래오래 사정했다.

    “하아, 아아, 흐으…… 흣.”

    이제 그의 표정은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우연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쾌감에 완전히 잠식된 그 얼굴은, 칠정오욕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었다.

    “아저씨……. 사랑해.”

    우연은 이제 명료한 발음으로 또렷이 말했다.

    눈을 감고 토정하던 사내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는 그 상태로 한참 우연을 내려다본다. 몸속에 묻힌 그의 성기가 맥박을 따라 꿈틀꿈틀 요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리 사이, 깊은 안쪽부터 질척질척해지면서 움직임이 미끄러워진다. 아저씨의 사정은 늘 길고, 우연의 몸에 정액을 폭포처럼 쏟아 내곤 했다.

    “……흐으.”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우연은 간헐적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을 후려친 쾌감이 너무 지독해, 파도가 물러난 후에도 여전히 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의식이 깜박깜박한다.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온다. 우연은 눈을 감았고, 그의 입술이 자신의 이마에 가만히 와 닿는 것을 느꼈다. 톡, 톡, 톡, 톡. 그는 조심조심 손가락으로 두들기듯, 우연의 이마에, 뺨에, 눈에, 입술 위에, 입을 맞췄다. 우연은 그의 날숨 자락으로 그가 부드럽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연아, 너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이제 가뭄의 논처럼 쩍쩍 갈라진다.

    “이제 자유야.”

    “…….”

    “넌 이제 자유야.”

    “……아저씨.”

    “나도 널 붙잡지 않을 거야. 원하는 대로 살아.”

    우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아저씨는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을 다 해 주었다. 아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해 주었다. 아저씨는 대체 전생에 나에게 무슨 빚을 져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빌어먹을 인연일까. 감히 헤아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이 엄청난 빚을, 나는 대체 어떻게 갚으면 좋을까.

    아저씨는 우연을 안은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나도…… 이제 자유로워지고 싶어.”

    “……?”

    “검찰 진술서에 내가 했던 일 그대로 써서 냈어. 증거 자료도 다 제출했고. 조만간 출두 명령이 올 거고 그때는 가 볼 생각이야.”

    “……아.”

    “그 일로 값을 치러야 한다면 치르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야 하면 전문 경영인 세우고 물러날 거야. 그리고…….”

    자신의 몸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그의 몸이 다시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맑은 목소리로 웃는다.

    “그다음엔, 정원사를 하면서 조용히 숨어 살래. 어느 집 마당이든 정글로 만들어 줄 자신 있어. 아, 마당에 강아지도 101마리쯤 기르고.”

    “……하하.”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달마시안 떼에 우연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웃었다. 아저씨는 그 웃음이 새삼스러운 듯, 고개를 기웃하며 내려다본다.

    “심심하면 놀러 와도 돼……. 아, 부담 주려는 건 아니야. 미안.”

    우연은 그의 울퉁불퉁한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신이 포기한 일에 대해 더는 비통해하지 않는다. 아니, 비통함을 내색하지 않는다.

    우연은 눈을 꽉 감았다. 이럴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저씨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내어 준 후에,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나를 놓아주는 것이다.

    ……완벽하게 자유롭게.

    그 앞에선, 세상의 어떤 말도 감히 갖다 붙일 수 없다. 고맙다, 미안하다, 라는 말만 백만 번 되풀이한다 해도, 그가 베푼 일에 비하면 너무 하잘것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연은 더듬더듬 다른 말을 했다.

    “……심심하면 ……동물들 데리고 ……여기 놀러 오세요.”

    아저씨의 눈이 잠시 깜박거린다. 우연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의도를 살피는 듯, 갈색 홍채가 좌우로 살짝 움직인다.

    잠시 후 아저씨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맞췄다.

    “그런 말 하지 마. ……아트빌리지는 애완동물 출입 금지야. 그리고 여긴 5년밖에 못 산다고.”

    우연은 입을 비쭉했다.

    “그럼, 쫓겨나기 전에, 라면……이라도 먹으러 와요. 너구리 맛……있다고 했잖아요. 무스케이크도.”

    아저씨의 미소가 흐릿하게 뭉개진다. 애매한 대답이 귓가에 내려앉는다.

    “음. 너구리는 맵고 짜고, 딸기 무스케이크는 달더라.”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말일까. 달지 않은 케이크가 있던가. 짜지 않은 라면이 있던가. 아저씨는 별다른 설명을 하는 대신 천천히 되풀이하며 웃었다.

    “그래. 그때 그 케이크가…… 참 달았지. 그냥, 너하고 먹었던 건 다 맛있었어. 좋더라.”

    우연은 자신을 몸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는 사내를 말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그 케이크가 달다는 게 그렇게 감탄할 만한 일이었던가.

    아니, 나와 케이크를 먹던 그 순간이 그렇게나 달았을까.

    혹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나와의 기억이 그렇게나 달았을까.

    우연은 생각을 접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땀으로 젖은 아저씨의 피부, 그 축축한 맨살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심지어 땀에서도 향기가 나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두 팔을 벌려서 아저씨의 등을 찬찬히 어루만졌다. 울퉁불퉁한 흔적이 손끝에 감긴다. 화상 흉터 전문가가 치료 중이라 했지만, 아마 이 상처는 오래 남을 것이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로 무마하기에 이 흔적 역시 너무 크고 깊고 길다. 우연은 그것을 과연 메울 수 있을지, 아니, 조금이라도 메우는 게 가능하기는 한지 의심스러웠다.

    “……가려워, 우연아.”

    아저씨가 허리를 비틀며 웃는다.

    “거기, 새로 올라오는 피부, 감각이 이상해. 이상하게 예민해졌어. 아…….”

    그래도 만지지 말라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연은 바닥에 누운 채 계속 아저씨의 등을 어루만졌다.

    아저씨는 새로 돋은 살을 만질 때마다 가끔 소스라치고, 가끔 허리를 비틀고, 가끔은 신음했다. 그러고는 낯선 얼굴로 멋쩍게 웃었다. 그는 새로 발기한 것을 구태여 숨기지는 않았지만, 큰 폭풍이 잦아든 후라서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조금 더 하고 싶은데.”

    아저씨는 부드럽게 웃으며 우연의 가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괜찮아?”

    부드러운 목소리에 가슴이 뛴다. 손에 잡힌 가슴에서, 손가락으로 잡아 이리저리 비트는 젖꼭지 부근에서 저릿저릿 작열감이 올라온다. 심장이 그의 손에 폭 안겨 있는 것 같다. 아저씨가 가슴을 꼭 쥐면 심장이 함께 꼭 눌리는 것 같다.

    후우. 흠, 후우우.

    아저씨는 이번에는 천천히 들어왔다. 눈을 뜨고, 미소를 머금고, 부드럽게 애무하고, 아래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구며 들어온다. 우연의 몸속으로 연결된 긴 지하 통로를 꽉 채워 막아 놓고, 그는 움직임을 멈춘 채 조금 웃었다.

    “……이렇게 좋은데.”

    우연은 두 손으로 그 뺨을 감쌌다.

    아저씨는 느릿느릿 허리를 움직였다. 오르가슴과 사정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연결된 그 순간, 그 자체를 오롯이 누리려는 것 같았다. 우연의 몸은 느릿한 움직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래에서 애액이 넘칠 듯이 흘러나오고, 거대한 성기가 밀려들어 오고, 천천히 빠져나오고, 다시 밀려들어 오며 허리를 잘근잘근 쳐 댈 때, 하반신 전체가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찌르르 울렸다.

    아저씨는 사정할 생각조차 없는 듯, 몸이 따뜻하게 달아오른 상태 그대로 천천히 왕복 운동만 계속했다. 가늘게 몸을 떨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천천히 나갔다 들어왔다, 혹은 그 속에 성기를 파묻은 채, 가슴을 애무하거나, 젖꼭지를 번갈아 빨거나,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간질이거나 입이나 목덜미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 상태로 몸이 붙어 버렸으면 좋겠다. 내 몸조차 없어지고 네가 되었으면…….”

    아저씨는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중얼거리다가 풀썩 웃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왜 이렇게 파괴적일까.”

    머리가 징, 울리며 아저씨의 다른 목소리가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너하고 같이 있으면, 나는…… 내가 아니더라.’

    ……내가 아니더라.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하면서도, 차고 단호한 경영인으로 불려야 했던 사람. 남의 상처를 그리도 못 견디면서, 상대의 숨통을 끊는 일에 익숙해져야만 했던 사람. 그래서 강철의 울타리를 두르고 붕괴 직전의 내면을 지켜야만 했던 사람.

    그리고 나는, 그곳에 처음으로 들어간 사람이었다. 달의 뒷면이나 마리아나 해구 바닥처럼, 누구도 발을 디디지 못했던 어둡고 깊은 그의 심연에, 고작 다섯 개의 그림으로, 고작 붓 한 자루로, 나는 그 견고한 담장을 허물고 기어이 발을 디뎠다.

    그래, 맞다. 나는 지금까지 아저씨를 깨뜨리는 사람이었다.

    “너는,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모조리 부수고 내 속에 들어앉은 첫 번째 사람이었어.”

    우연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아저씨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저씨의 고백이 불현듯 두려워졌다. 그가 여전히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들로 구성된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이었다. 그것은 우연이 노력해서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연이 더듬더듬 말했다.

    “아저씨, 의사 선생님이…….”

    “응.”

    “나 아기 못 낳을지도 모른대요.”

    담백하게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목이 울컥 잠긴다.

    “의, 사 선생님이, 아빠가, 거, 걷어차서, 자, 자궁인지, 난소인지, 뭐가 잘못됐대요.”

    “……그래.”

    “아저씨도 들으셨어요?”

    “……그래.”

    우연은 의사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위로를 입에 담지 않았다. ‘의학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기를 갖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번거롭긴 하겠지만요.’ 아저씨 역시 그 말을 들었을 테지만,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그것을 핑계로 매달리지도 않는다. 우연은 눈을 감고 속삭였다.

    “잘됐어요. 엄마 아빠의 유전자는 저를 끝으로 멸종될 거예요. 유전병이 작렬했던 합스부르크 사람들, 로마노프 사람들처럼…… 윽.”

    순간 아저씨는 우연의 몸을 힘껏 파고들었다. 우연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비틀었다. 의외로 아저씨는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아니, 넌 아기를 안 낳겠다고 전부터 결정했었잖아. 그것뿐이야. 거기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

    “어차피 지금은 대멸종의 시대야. 멸종의 시대에는 최고로 번성한 종이 반드시 멸종당하게 돼 있지. 신생대 인류세 최고 지배자인 인간도 조만간 멸종할 거란 말이야.”

    아저씨는 중2병 소년처럼 시크하게 덧붙였다.

    그 ‘조만간’이 몇만 년인지, 몇십만 년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아저씨는 쓸데없이 이상한 상식을 많이 갖고 있었다. 아저씨는 성기를 장난스럽게 툭툭 밀어 넣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내 후손에게 그 재앙을 겪게 하느니 잘 먹고 잘 살다가 개인적인 멸종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 예쁜 정원, 반려동물들로 구성된 따뜻한 가정을 간절하게 꿈꾸던 아저씨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며 허리를 숙이고 누워 있는 우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래도 그림 몇 장은 남겠지. 남는 장사야.”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저씨의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 이후부터 이어진 섹스는 이상했다. 쾌감을 좇는 것도 아니고 쾌감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아저씨는 우연의 몸속에 오래오래 머물렀다. 발기는 했지만 사정은 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자체를 온전히 누리려는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다가 쉬었다가 움직이는 것을 반복했다.

    두 사람은 마루의 소파로 자리를 옮겼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가 침대로 이동했다. 몸이 깊이 결합한 상태 그대로 안겨서 움직이는 느낌은 몹시 낯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거대한 살덩어리가 움찔대며 질 속으로 치밀고 올라오는데, 그때마다 저도 모르게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은은하게 따뜻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아저씨는 눈이 마주치면 서글프거나 다정한 얼굴로 웃어 주었고, 입을 맞춰 주었고, 뺨을 어루만졌고, 눈썹을 핥았고, 가슴을 애무했다. 성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움직임 같았다.

    우연은 느릿하게, 서서히 오르가슴에 올랐고, 이원은 우연이 절정에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눈을 감은 채 함께 사정했다. 그는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받아들이는 몸도 허리와 엉덩이, 아랫배가 잘게 떨리는 것처럼 경련했다. 몸이 버터처럼 흐물흐물 녹아 버리는 것 같다. 이 오르가슴은 너무 길고 부드럽고 풍족해서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느껴졌다.

    사정이 끝나면 다정한 후희가 이어졌다. 깊이 끌어안고 더 구석구석을 핥고 달래고 애무했다. 다시 발기하면 처음부터 그 과정이 두 번, 세 번 되풀이되었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따뜻한 물속에 들어앉아 팔다리를 찰방대는 것처럼 편안하고 안온했다.

    이런 안락함을 누리고 있는 자신이 이상했다. 이런 것은 내 인생에서 허락된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없었다.

    ……너는 이제 자유야.

    아저씨가 했던 말을 가만히 되풀이해 보았다. 눈을 감고 다시 되풀이해 보았다.

    너는 이제 자유야.

    ……자유야.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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