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딥 섹스(Deep Sex)
아저씨는 무섭도록 낯설었다. 지금까지 아저씨를 많이 봐 왔다고 생각했지만,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저씨의 이런 얼굴은 처음이었다.
아저씨는 침착하지 못했고, 몸의 반응은 맹렬하고 즉각적이었다. 그날 밤에 미현 언니하고 섹스를 할 때도 이렇게 다급했을까. 우연은 아저씨와의 섹스는 딸기 무스케이크처럼 달고 부드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저씨. 아, 아아. 사, 살살, 아윽.”
아저씨는 셔츠와 브래지어를 벗긴 후부터 계속 젖꼭지에 매달려 있었다. 그곳을 사탕처럼 핥고 젖병처럼 빨고 건포도처럼 씹어 대고 있다. 한쪽 손으로는 다른 쪽 가슴을 터뜨릴 것처럼 주무르고, 비틀고, 잡아당긴다. 아팠다. 이로 깨물고 위로 잡아당기면 비명이 나올 정도였지만, 우연은 입술을 짓씹으며 참았다. 혀가 젖꼭지를 감싸고 끝없이 핥아 댈 때는 가랑이 사이로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처럼 오싹오싹했다.
사타구니뿐 아니었다. 아랫배, 오금, 발, 등, 목, 혹은 몸의 어딘가가 자꾸 근지럽고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다리가 자꾸 저절로 벌어지는 것 같아, 우연은 힘을 주어 허벅지를 붙이고 허리를 비틀었다.
아저씨가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쥐어뜯다시피 하다가 허리를 더듬더듬 끌어안고 몸을 바짝 붙인다. 아까보다 훨씬 커지고 딱딱해진 살덩어리가 다리에 짓눌린다. 아저씨는 그것을 허벅지에 대고는 허리를 꿈틀거렸다. 하아. 잠시 고개를 들고 길게 숨을 내쉬는 아저씨는 눈을 힘껏 감고 있었다, 가늘게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우연은 눈을 감은 채 다리에 비벼지는 아저씨의 숨겨진 몸을 상상했다. 그날 밤, 비스듬히 앉아 있는 아저씨의 뒷모습, 손에 움켜쥐고 있던, 무섭고 흉측한 어떤 것. 한편으로는 그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격하게 흥분이 된다. 두렵고 떨리면서도 만져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나같이 더러운 생각만 하는 애는 세상에 없을 거야.
우연은 크게 몸서리를 쳤다.
아저씨는 잠시 머뭇대다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물었다.
“잠깐만……. 너무 밝은가? 커……튼을 칠까?”
“아뇨. 난 밝을수록 좋아요.”
우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저씨의 가려지지 않은 몸을 밝은 빛 아래서 똑똑히 보고 싶었다. 아저씨는 지금 여전히 슈트를 입고 있었고, 자신만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저씨는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고 중얼거렸다.
“……미안, 정신이 없어서……. 나도 벗을게.”
우연은, 아저씨가 누군가의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을 정말로 어색해한다는 것을 알고 의아해졌다. 나이도 많고, 섹스 경험도 적지 않은 남자들에겐 부끄러움이나 민망함 따위는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서른넷이라는 나이의 절반만큼도 뻔뻔하지 못했다.
섹스 따위는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처럼, 아저씨는 뒤로 돌아 주춤거리며, 조금은 거북해하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슈트를 벗고, 넥타이핀과 칼라 바를 빼고, 셔츠를 벗는다.
셔츠를 벗자 바로 맨살이 드러났다. 아저씨의 어깨는 생각만큼 넓었고, 어깨에서 등과 허리로 이어지는 자잘한 근육과 굴곡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품위 있고 우아했다.
잠시 망설이던 아저씨는 양말을 벗고 벨트를 푼 후 바지도 벗었다. 이제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검고 작은 속옷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까지 벗기는 민망한지 옆으로 비스듬히 몸을 돌려 침대 끝에 걸터앉는데 오히려 그 탓에 속옷을 찢어 버릴 것처럼 부풀어 오른 길쭉한 덩어리가 뚜렷하게 보였다.
우연은 몸을 일으켜 아저씨의 뒤로 가서 목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너른 어깨 너머, 그 아래쪽으로, 다리 사이에서 부풀어 오른 그것이 크게 요동하는 것이 보였다. 아래로 손을 뻗어 가만히 그것을 만져 보았다. 아저씨의 어깨가, 살짝 벌어진 다리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크게 소스라친다. 우연이 그곳을 바로 만져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은 지금까지 이것을 두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 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2년 전의 그 강렬한 장면을 한순간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우연은 손안에 든 것을 가만히 어루만지다가 속옷 사이로 손을 가만히 넣어 보았다.
“우, 우연……, 흡.”
아저씨가 입을 틀어막고 신음을 삼킨다. 손에 그것을 쥐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그것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길고 굵었다. 돌처럼 딱딱하고, 생각보다 뜨거웠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연의 손이 그것을 쓰다듬고 어루만질 때마다, 그의 거대한 몸은 채찍이라도 맞은 것처럼 발작적으로 뒤틀렸다. 우연의 손아귀에 점점 힘이 들어가자, 그는 이를 악문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우연은 그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린 그와 시선이 닿았다. 그가 눈을 꽉 감으며 입술을 말아 넣는다. 우연은 손에 힘을 주어 그의 몸을 힘껏 움켜잡았다. 하앗!순간 짧은 비명과 함께 그의 고개가 뒤로 확 꺾인다.
“그, 그만, ……아!”
그가 순간적으로 소스라치며 손목을 잡았다가 이내 손을 떼 낸다. 그 역시 우연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을 기억한 것이다.
우연이 손을 움직이자, 그가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입가에 팽팽하게 근육이 솟는다. 특히 미끄러운 점액이 스며 나온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세게 문지를 때는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금욕적이고 담백하리라 생각하던 아저씨의 신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끈적하고 음탕했다.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것이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아저씨의 발작 같은 떨림은 더 격렬해진다. 땀이 차오른다. 무섭다. 미칠 것 같다. 낮고 굵은 신음, 눈을 꽉 감은 채 입을 벌리고 무방비하게 내뱉는 저 신음 소리.
“아, 우연, 아, 잠시만, 하……. 그만!”
그는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 숨을 헐떡대고 있었다. 우연은 잠시 손을 멈추고 그의 앞으로 가서 다리 사이에 앉았다. 보고 싶었다. 똑똑히 그곳을 보고 싶었다. 우연은 그의 치부를 가리고 있던 마지막 속옷을 천천히 끌어 내렸고, 그는 잠자코 우연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아!”
우연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곳을 멀거니 내려다보았다.
이상해. 뭔가 이상하다.
그곳은 그의 아름다운 몸 중에서 유일하게, 그야말로 유일하게 아름답지 않은 부분이었다. 희고 매끈한 상반신이나 팔다리와 달리, 그의 성기는 아주 투박하고 굵으며 몹시 길었다. 그날 밤에 얼핏 보았던 기억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
빳빳하게 위로 튕겨 나온 그것은, 기억보다는 옅은 빛을 띠고 있었으나 여전히 주변에 비해 시커멓고 탁하게 느껴졌고, 지렁이 같은 혈관도 툭툭 튀어나와 있어서 흉측해 보였다. 위로 솟아오른 붉은 머리는 기름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번들거렸고, 돌처럼 단단했으며,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저씨는 내 손목만큼이나 굵고 길이도 한 뼘 반은 될 것 같은 저런 거대한 살덩어리를 어떻게 바지 속에 티 나지 않게 숨기고 다녔을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도 모두 다 흉하고 징그러웠다. 기둥 아래 둥그렇게 매달린 고환은, 더 어둑하고 탁한 빛깔이었는데, 거친 주름이 한껏 잡힌 채 다리 사이로 축 늘어져 있었다. 매끈하고 가지런하며 단정한 아저씨의 머리카락이나 눈썹과 달리, 성기 위를 뒤덮고 있는 검은 숲은 구불구불하고 난잡하게 얽힌 데다, 한 손으로 덮이지 않을 만큼 넓고 빽빽했다.
이곳은 아저씨에게서 유일하게 아름답지 않고, 거칠고 탁한 곳이었다. 아저씨의 몸은 하느님이 직접 빚고 다듬으셨을지 몰라도 이곳만큼은 어느 추한 짐승에게서 따다 붙인 게 틀림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아저씨가 입술을 들썩인다. 잠시만, 그만, 제발. 우연은 제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아저씨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연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아저씨, 참아요.”
“……!”
그의 눈이 이채를 띤다. 그는 입술을 꽉 말아 넣고 고개를 끄덕인다. 고분고분 순종하는 노예처럼, 수치스러워하면서도 기뻐하는 듯한 이상한 얼굴로 그는 호기심 많은 폭군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긴다.
우연은 그의 거대한 성기와 음낭을 쥐고 마음껏 매만지기 시작했다. 성기는 뜨겁고, 고환은 서늘했다. 우연이 그것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만지고, 긁고, 비틀 때마다 그는 몸을 뒤틀며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하지만 그는 우연의 명령대로 손을 뿌리치지 않고 버텼다.
그날 밤, 아저씨가 했던 것처럼 손으로 움켜잡고 아래위로 움직여 보았다. 아, 흐, 읏, 윽, 아저씨의 헐떡대는 숨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는 고개를 위로 꺾고 눈을 감은 채 탁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손을 아래위로 힘껏 켤 때마다 무방비하게 벌어진 입에서는 끝내 삼키지 못한 비명 같은 신음들이 튀어 올랐다. 온통 붉어진 얼굴로 자신이 주는 쾌락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친 듯이 방망이질했다.
우연은 손에 쥐어진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붉고, 탁하고, 번질대는 머리의 한가운데, 아저씨의 안으로 연결된 가늘고 작은 구멍이 보였다. 아저씨의 속에 깊이 숨겨 둔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 같았다. 그 작은 구멍이 입술을 오물거리며 자신에게 무슨 말인가 하는 것 같다.
홀린 것처럼, 우연은 그 구멍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춰 보았다.
“……우연아!”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우연은 고개를 드는 대신 더 깊이 고개를 숙여 그것을 물었다. 아저씨의 그것은 너무 커서 머리 부분만 간신히 들어갔지만 상관없었다. 우연은 아까 아저씨가 젖꼭지를 빨아 댔던 것과 똑같이 그곳을 힘껏 빨아들였다.
“으, 우, 우연아, 자, 잠깐. 아아윽!”
명령대로 견디던 아저씨가 기겁하며 고함을 지른다. 정신이 나간 듯한 목소리였다. 우연도 이런 짓을 하는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했다. 해 보고 싶었다. 아저씨의 격렬한 반응을 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해 보고 싶었다. 아저씨의 허리가 비틀리고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높은 비명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아, 제발, 우연아, 아윽, 제발!”
제발 뭘 어떻게 할까요, 아저씨?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입에선 그만두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연은 아까 아저씨가 자신의 가슴을 짓뭉개듯 주무르고 시뻘겋게 피가 몰릴 때까지 젖꼭지를 빨아 댄 것처럼, 아저씨의 성기를 터뜨릴 듯 주무르고 피가 한껏 쏠릴 만큼 핥고 빨고 깨물어 댔다.
“……!”
우연이 잠깐 눈을 들었을 때, 아저씨는 토마토처럼 시뻘게진 얼굴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어떻게든 신음 소리를 줄여 보려고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그 노력은 큰 소용이 없어서, 아저씨는 얼마 안 가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고 그 굵은 목소리로 쇳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아저씨는 이런 쾌감을 처음 겪어 보는 것처럼, 속절없이 휩쓸리고 처참하게 무너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만두라는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우연은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의 울부짖는 듯한 신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우연은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붉고 매끄러운 머리를 한없이 매만지고, 문지르고, 핥고, 빨아 댔다. 작은 요구르트병 아래에 이로 작은 구멍을 내서 그 달콤한 것을 한 방울씩 기를 쓰며 빨아들일 때처럼 열심히, 오랫동안, 정성껏 빨았다. 그것은 감질나게 나올수록 오래 빨아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음낭은 아무리 오래 만져도 낯선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덜 익은 새알심이 살가죽 안에서 굴러다니는 것 같았는데 그것을 매만지고 잡아당기고 비틀 때마다 아저씨는 전기 고문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것마저 만류하지 않았다.
“아, 자, 잠깐…….”
아저씨가 탁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우연의 얼굴을 급하게 밀어 냈다. 우연이 뒤로 확 밀리는 순간 지금까지 빨아 대던 작은 구멍에서 뿌옇고 진득한 점액이 분수처럼 치밀었다.
“아, 하아, 아아, 으…….”
우연은 성기를 꽉 움켜쥔 채 더욱 세게 문질렀다. 아저씨는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확확 저으며 몸을 떨었다. 정액은 맥박 치듯 간헐적으로, 몇 번에 나뉘어 솟아올랐다. 아저씨의 사정은 생각보다 길었고, 쾌감에 굴복당한 표정을 전혀 숨기지 못했다.
아저씨가 쾌감에 완전히 지배당하는 모습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쾌감과 고통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 이상 정액이 나오지 않는데도, 우연은 미끄러운 점액이 뻑뻑하게 느껴질 때까지, 아저씨의 그곳이 힘없이 쭈그러들 때까지 오랫동안 두 손으로 문질렀다. 아저씨는 시뻘게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이를 악문 채 오래도록 헐떡거렸다.
추하다고 느껴져야 마땅할 그 모습이, 왜인지 지독하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원은 고개를 돌리고 미친 듯이 들뛰는 숨을 다스리려 애썼다. 도저히 우연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일까.
우연이 섹스를 말할 때, 이원은 자신이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래도, 적어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안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겹게 도망 와서 숨겨 달라고 한 아이 아닌가. 얼마나 무섭고 지쳤을까. 섹스를 하게 된다면 좀 더 회복이 된 후에, 위로하고 다독이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사랑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처음부터 처참하게 무너졌고, 혼자 쾌감에 휘둘려 가장 추한 꼴만 보여 주고 말았다. 이런 꼴을 보여 줄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서른넷이나 먹은 남자가, 서투르다 미숙하다 변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수치심과 자괴감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이원에게 섹스는 단순한 쾌락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는 몸을 나누고 아이를 낳는 행위는 사랑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신뢰와 결속의 형태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성행위는 부부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결합이 되고, 욕정만으로 이루어진 성관계는 짐승의 교합과 다를 바 없는 치욕이며 더러운 죄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의 강박적일 만큼 높은 도덕관념과 연결돼 확고한 신념으로 굳어 버렸다.
지금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인간임을 포기하고 그냥 짐승이 된 것 같았다.
다만 섹스를 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해야 하는지, 그 이유만큼은 알 것 같았다. 이런 추한 모습을 밑바닥까지 보여 주고도 부끄러워서 목매달아 죽지 않으려면, 어중간한 호감 정도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연이 정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들어 올리며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좀 씻고 싶어요.”
“어, 그, 그래. 물 받아 줄게.”
이원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 욕조의 물을 틀었다. 지금 우연을 피할 수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시간을 한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듯했다.
자박, 자박, 자박.
물이 자르르 쏟아지는 소리 사이로 우연이 맨발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물소리가 멎는다. 이원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우연은 뒤에서 남은 옷을 벗었다. 옷을 벗어서 욕실 타일에 떨어뜨리는 소리가 뿌연 수증기 사이로 사박사박 쌓였다. 이원은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보는 대신 자신이 늘 쓰는 아로마 오일을 욕조에 떨어뜨렸다. 습기에 젖은 향이 두 사람을 사르르 휘감았다.
참방. 참방.
우연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다리를 모았다. 이원이 몸을 돌려 나가려 할 때 우연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
“아저씨.”
“……응.”
“아저씨도 들어와요. 따뜻해요.”
우연은 웃고 있었다. 이원은 저렇게 태연히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우연이 미지의 생물처럼 느껴졌다.
“괜찮아?”
“뭐가요?”
우연은 고개를 들고 말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원은 붉어진 얼굴 감추는 것을 포기하고 툭 물었다.
“아까, 음, 내가 좀…… 이상하지는 않았니?”
“잘 모르겠어요. 이상한 섹스하고 안 이상한 섹스의 기준이 뭔진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이상했으면 저도 똑같이 이상했겠죠, 뭐.”
“……네가 뭐가 이상해……. 넌 안 했잖아.”
“이제부터 하면 되죠.”
“…….”
“아저씨 창피해요?”
“…….”
“아저씨?”
“……음, 조금.”
“뭐가 창피해요? 지금 똑같이 벗고 있는데요?”
이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까 너한테 아무것도 못 해 주고 끝났잖아.”
“끝나긴 뭘 끝나요. 이제 시작이죠.”
너무나 솔직한 실토에 우연이 실쭉 웃으며 덧붙였다.
“원래 그런 건 하루에 열 번, 백 번씩 하는 거 아니에요? 이제 시작인 거 아니었어요?”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이젠 창피하다기보다 당황스러웠다. 열 번? 백 번? 대체 저 아이는 성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 순간 우연이 조금 붉어진 얼굴로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인다.
아, 이런. 이원은 우연이 자신의 어색함과 부끄러움을 달래 주려 애써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난 나이를 헛먹었어.
우연이 욕조 밖으로 손을 내밀며 부스스 웃는다. 이원은 이제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잠자코 우연의 손을 잡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
더운물이 명치까지 훅 기어올라 왔다. 욕조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기엔 빠듯했다. 이원에게 가슴까지 닿는 물은 우연에게는 어깨까지 올라왔다. 물결이 찰랑거려서, 아이의 붉게 물든 팔과 오므린 다리가 일렁일렁 찌그러져 보였다. 몸은 노곤해서 늘어지고, 마음도 녹아내리는 것 같다.
다리를 구부려 붙여 몸을 가리고 있던 우연이, 몸을 틀어 이원에게 등을 기댔다. 이원은 우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과 배가 맞닿으면서 폭 쭈그러든 성기가 꼼지락대는 우연의 엉덩이에 짓눌렸다. 이원은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황급히 허리를 뒤로 움직였다.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등으로 번진다. 조건 반사처럼 그곳으로 다시 피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원은 뒤에서 우연을 안은 자세 그대로, 어깨에 입술을 대고 앞으로 손을 빙 돌려 양쪽 가슴을 가만히 쥐었다. 아까보다 훨씬 편안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었다. 왜인지 극단의 부끄러움이 지나갔다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이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저씨 할아버지예요? 왜 이렇게 물이 뜨거워.”
어깨와 목덜미까지 발그레하게 익은 우연이 앞에서 투덜거린다. 이원은 웃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며칠간의 먼지와 얼굴의 얼룩이 말끔하게 벗겨진 그녀는, 우유처럼 희고, 머루처럼 검고, 양귀비처럼 붉었다.
우연이 꼬부리고 있던 다리를 앞으로 쭉 편다. 다리 사이에 가무스름하게 모여 있는 작은 둔덕이 보인다. 이원은 천천히 손을 내려 그곳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몸이 거부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어깨에 입술을 댄 채 부드럽게 손을 놀렸다. 검은 둔덕을 손가락으로 헤치자 짧은 털들이 물결을 따라 말미잘처럼 춤을 추었다.
맞물린 작은 계곡 속으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이물감이 느껴진다. 그 안에서, 작고 아주 말랑한 무언가가 걸린다. 손가락이 그것을 매만질 때마다 입술이 닿은 동그란 어깨가 크게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원은 우연의 발갛게 달아오른 귀를 입술로 물고 속삭였다.
“보고 싶어.”
우연이 몸을 일으켜 욕조의 턱에 걸터앉는다. 꼭 오므려 붙인 다리를 이원은 손으로 가만히 쓸었다. 손은 다리 사이의 삼각지 위를 잠시 더듬다가 천천히 그 사이로 들어가 다리를 벌렸다. 감춰졌던 곳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원은 가늘게 숨을 몰아쉬며 다리 사이로 옮겨 앉은 후, 우연의 몸을 마음껏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근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보드랍고 말랑한 몸이었다. 뺨과 어깨, 목, 가슴, 허리, 다리, 그리고 다리 사이에 있는 도톰한 두 개의 살덩어리를 탐욕스럽게 보고, 만지고, 입을 맞췄다.
어느새 자신을 누르듯 죄고 있던 다리에서 힘이 빠진다. 이원은 손가락으로 가랑이 사이의 봉긋한 살을 양쪽으로 조심스럽게 벌렸다.
“…….”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숨겨진 곳은 <붉은 수국과 분홍색 딸기 무스케이크>를 덮고 있던 옅은 자줏빛, 그 새큼하고 한없이 부드러우며 달콤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손톱보다도 작은 봉오리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느새, 주변에는 새큼하고 달큰한 향이 가득했다. 아까 느꼈던 어지러움이 다시 그를 잡아챘다.
이원은 그곳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의 그곳은, 상상해 왔던 그 무엇과도 달랐다. 정말 이상했고,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어떤 형상과도 닮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그는 그곳을 자꾸 덮어 감추려 하는 음순을 양쪽으로 활짝 벌리고, 손가락으로 가만가만 오래 어루만졌다. 자신의 무작하고 야만적인 성기와 달리, 이곳은 너무 작고 섬세하며 은밀한 분위기까지 풍겼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아저씨,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처음 봐요?”
“……응.”
이원은 눈길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이제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처음 봐. 예뻐, 정말 신기하고 예뻐. 이원이 낮게 중얼대는 말에, 우연이 다시 묻는다.
“정말…… 처음 봐요?”
“그래.”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
더 이상 뭔가를 묻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아저씨, 나이가 몇인데 섹스 정말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하는 놀림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새근새근 숨소리가 살짝 거칠어진 것만 느껴졌다.
이원은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볼 수 없었다. 우연이 이원의 머리를 꽉 끌어안는다. 이원은 그녀가 다시 울기 시작했음을 알았다. 이원은 이유를 묻는 대신, 고개를 더 깊이 숙여, 눈앞에 자그마하게 솟아오른 봉오리를 입술로 덮어 버렸다.
“아, 아학!”
위에서 다급하게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이원은 우연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그곳을 있는 힘껏 빨아들였다.
우연은 다리 사이에 깊이 머리를 박고 있는 아저씨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밭게 숨을 쉬었다.
어쩌면 그럴 거라 생각했다. 아저씨라면,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성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래에 곁을 지킬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짓을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약혼녀 언니와도 섹스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아저씨의 마지막 예우였을 것이다. 맞다. 그것이야말로 결벽한 아저씨다운 행동이고, 아저씨다운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 예우를 지금 나에게 바치는 것이다. 인생 전체가 걸린 그 의미를 지금 온전히 나에게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아저씨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은 기쁘지만, 어쩐지 몹쓸 짓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아저씨와의 관계에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는데.
아저씨와의 관계에서는 현재밖에 없다. 미래 따위는 모른다. 모르는 걸 약속할 순 없다.
……나는 어떡해요, 아저씨.
머리는 점점 헝클어지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진다. 아저씨의 입술과 혀가 점령하고 있는 그곳에서 아주 낯설고 이상한 감각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빨고 있는 그곳이, 그 작은 곳이 근지럽다. 미친 듯이 간지럽고 찌릿찌릿한다. 우연은 입을 벌린 채 허리를 구부리고 아저씨의 등을 감싸 안았다.
허벅지가 가려웠다. 저렸다. 저린 것은 이제 아랫배와 가슴과 오금과 발바닥, 발가락, 뒤통수까지 퍼져 나갔다. 물결처럼 온몸을 펄펄 뛰며 돌아다닌다.
“아으, 아윽, 아저씨! 아아아!”
우연은 이원의 등을 쥐어뜯듯 긁어 대며 몸부림을 쳤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이 말도 안 되는 쾌감이 무서웠다.
아까 우연이 멈추지 않듯, 아저씨도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는 그 자세 그대로 우연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았다. 콩알만큼이나 작은 핵에서 극도로 밀도 높은 쾌감이 형성되어 전신으로 해일처럼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아주 먼 곳에서, 천천히, 아련히 다가오던 그것은, 어느 순간 바로 발끝까지 닥쳐와서는 몸을 부웅 휘감아 올렸다. 몸을 갈가리 찢어 버릴 듯한 격렬한 쾌감이 하반신을 채찍처럼 후려친다.
“아아악, 아앗, 아아! 아저씨, 흑, 아윽!”
저항할 수 없었다. 터질 것처럼 팽창한 감각이 온몸으로 쫙 퍼져 나간다. 아저씨의 혀가 클리토리스를 핥아 올릴 때마다, 그곳을 힘껏 빨아들일 때마다, 이가 그곳을 잘근거릴 때마다 고압 전류로 그곳을 지져 대는 것 같다. 통제력을 상실한 다리가 덜덜 떨린다. 이 쾌감은 지나치게 과한 자극이었다.
아악, 아아! 아저…… 하아악!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난생처음으로 절정을 맞이할 때, 우연은 그곳에서 무언가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져서 크게 소스라쳤다. 처음 겪는 오르가슴의 쾌감은 무서울 만큼 강렬했고, 우연의 몸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 채 발작처럼 경련했다. 여기서 쾌감이 더해지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은데, 제발 그만 멈췄으면 좋겠는데. 아저씨는 그 요란한 발버둥에도 그곳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하아, 아, 으으, 흐으, 하아.
우연의 그곳이 아저씨의 입에서 벗어난 것은, 우연이 눈을 뒤집고 기절하듯 늘어졌을 때였다.
욕조 턱에 다리를 헐겁게 벌린 채 사지를 늘어뜨리고 밭은 숨을 쉬었다. 아저씨가 아까 당황했던 것 이상으로 당황했다. 섹스가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내 몸에서 이런 쾌감과 자극을 느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몰랐었다. 전혀, 전혀 몰랐다.
아저씨는 축 늘어진 우연을 꼭 끌어안더니 다시 욕조 안으로 내려놓았다. 우연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아저씨 역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처음 섹스에서부터 이 지경까지 바닥을 보여 준 판에,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저씨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 깊은 갈색 눈동자는 어떤 때는 무서울 정도로 엄숙하고, 어떤 때는 다정했지만 지금처럼 야하고 짐승처럼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몹시 낯선 매력이었다.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앉는다. 페니스가 완전히 발기한 것이 또렷이 보였지만, 불같은 욕정이 한바탕 지나간 눈에는 아까와 같은 광적인 흥분은 없었다. 외려 감정을 겹겹이 두르고 있던 껍질이 폭풍에 산산이 부서져 나가고, 본래의 감정만 선명하고 뚜렷하게 드러났다.
사랑해, 우연아.
아저씨는 흐늘흐늘 늘어진 우연의 몸을 꼭 안고 따뜻하게 입을 맞추었다. 자그락, 자락. 물이 휘감기는 소리가 부드러웠다. 아저씨는 다리에 우연을 앉히고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몸이 그것을 달콤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저씨가 새로 우뚝 일어선 몸 위로 우연을 가만히 끌어다 앉힌다. 엉덩이 사이의 은밀한 살 주변으로 그의 페니스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진다. 우연은 엉덩이를 가만히 들썩였다. 뜨거운 물이 일렁이며 민감한 살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두 사람의 입에선 밭은 숨이 튕겨 나왔다.
들어가고 싶어.
욕망에 흠뻑 젖은 갈색 눈동자가 속삭인다. 들어가고 싶어, 네 속으로 깊이, 아주 깊이.
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열망했던 것. 자신의 몸으로 아저씨의 비밀스러운 곳을 받아들이고 힘껏 품어 보는 것.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전혀 두렵지 않다. 흥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저 거대한 것을 품기 위해서 내 아래가 으스러져도 좋을 것 같았다.
아저씨가 욕조의 넓은 턱에 걸터앉아 우연을 허벅지 위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엉덩이 사이로 아저씨의 거대하게 부푼 몸이 느껴진다. 아저씨는 눈썹을 약간 찡그리고 페니스의 끝을 입구에 맞추려고 애를 썼다.
“잘…… 안, 들어갈 것 같……. 아프면 말해, 우연아.”
아저씨가 미안한 듯 중얼거렸다. 우연 역시 그의 것을 받아들이는 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웠다. 발기한 페니스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었다.
찢어지고 말 거야. 몸이 두 쪽으로 쪼개지고 말 거야.
……그러면 정말 좋겠다.
생각이 굴러가는 방향은 정상적이지 않다. 우연은 그래서 아저씨와의 결합을 향한 이 미친 듯한 열망이, 사랑에 따라오는 정상적인 감정인지 광기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아저씨는 허리를 잡고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아래로 우연의 몸을 내렸다. 잘 들어가지 않아, 아저씨의 성기가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꺾여 튕겨 나간다. 꽤 아픈 듯, 아저씨의 미간이 구겨졌다. 우연은 엉덩이를 조금 더 들고 위치를 정확히 맞춰 보았다.
아아, 아저씨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쉬는 것이 보인다. 답답했다. 아저씨는 너무 조심스럽다. 확확 고개를 저었다. 싫다, 내가 상상했던 섹스는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아저씨의 그것을 품에 넣는 더러운 상상을 너무 오랫동안 해 왔다. 더는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우연은 아저씨의 어깨를 붙잡고 그의 페니스 위로 힘껏 내려앉았다.
“흡, 흐, 으윽.”
“아, 아! 아으윽……. 아악!”
동시에 튀어나온 신음은 길게, 혹은 토막토막, 다급하게 이어졌다.
우연은 입을 딱 벌린 채 그대로 몸을 굳혔다. 아팠다. 아랫배 어느 곳에선가 뜨끔, 하며 무언가 터지는 듯, 찢어지는 것 같은 격통이 일었다. 우연의 날카로운 비명에 아저씨가 급하게 우연의 몸을 추스른다. 너무 아파서 우연은 그의 목에 매달려 등을 손톱으로 긁어 대며 비명을 질렀다. 아파, 아파, 아파아! 칼로 아랫배를 깊이 찔린 것 같았다.
제기랄. 아저씨가 낮게 씹어뱉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의 허벅지로 붉은 얼룩이 뭉개진다.
“미안해, 아파? 어떡하지? 이, 이걸, 우연아, 미안해. 이럴 줄은 모, 몰랐……. 우연아.”
아저씨는 너무나 당황해 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몰랐을까. 우연은 그의 어깨를 이로 꽉 물었다. 아저씨의 몸이 순간적으로 크게 소스라쳤지만, 그는 우연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신음 없이 조용히 버텼다.
“해요. 계속해. 아파서 죽어도 좋으니 계속해요.”
아저씨의 눈이 커진다. 우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저씨는 바로 알아차렸다. 아저씨는 다시 우연과 몸을 붙이고 허리를 힘껏 위로 쳐올렸다.
“아윽, 아악! 하아앗…….”
아저씨를 품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다. 다리 사이가 두 쪽으로 쪼개질 것 같았다. 칼에 찔리는 듯한 순간적인 통증은 사라졌지만, 그의 몸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아팠다.
아저씨가 입술을 깨문 채 진땀을 흘리는 것이 보인다. 우연은 이 아픔이 왜인지 미치게 좋았다. 아저씨와의 섹스가 주는, 이 고통스러운 느낌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그리 생각하니 이 격심한 고통도 너무너무 황홀했다.
아저씨를 내 몸에 완전히 박아 놓기 위해서라면 배 속이 뭉그러지고 다리 사이가 몇 갈래로 찢어져도 무슨 상관일까. 그 뒤에 일어날 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우연은 얼굴을 있는 대로 우그린 채, 안간힘을 쓰며 몸을 들썩였다. 붉은 흔적은 아저씨의 허벅지 위에서 점점 넓게 번지며 뭉그러졌고, 아저씨는 허리를 움직이지도 못한 채 우연의 어깨를 잡았다. 아프잖아. 아프면, 하지 마, 하지 마! 우연아. 내가, 내가 좀 서툴러서, 미안해. 아프면 제발 하지 마.
아저씨는 섹스에 능숙하지 못한 것까지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했다. 듣기 싫었다. 아저씨의 세상에선 왜 미안해할 일밖에 없을까. 그것은 미안해할 일이 전혀 아닌데, 아저씨는 그것조차 몰랐다.
“아저씨, 계속해요. 괜찮아. 아저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무슨 짓을 해도 다 괜찮아.”
우연은 그의 페니스를 욕심껏 문 채 그의 이마에, 정수리에 차근차근 입을 맞췄다. 눈이 한껏 커지면서 영롱한 보석처럼 맑은 갈색 눈동자가 온전히 드러난다. 우연은 즐거웠다. 허리를 애써 들썩이며 살을 문지를수록 저 깊은 곳에서 간지럽고 찌르르한 감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좋았다. 그 감각을 주는 것이 아저씨라는 사실이 더 좋았다. 아저씨가 주는 것이라면 매를 맞아도 자지러질 것이고, 저 흉포한 몸에 아랫도리가 생으로 찢어져도 쾌감을 느낄 것이다.
우연은 그의 귀를 깨물었다. 아저씨의 몸이 크게 요동하며 아래로 훅, 밀려 들어왔다. 우연은 귓속을 혀끝으로 주르르 핥으며 속삭였다.
“이젠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간지러워요. 그러니까 아저씨, 나를 최대한 아프게 해 봐요.”
후우.
아저씨가 어깨를 부숴 버릴 듯 끌어안았다. 얽힌 몸이 물속으로 풍덩, 잠기고, 허릿짓이 격렬해지면서 첨벙대는 소리가 요란해졌다. 물의 저항을 받아 움직임이 느려지자 아저씨는 우연을 욕조 난간에 팔을 괴고 엎드리게 하더니 뒤에서 온몸을 치받듯이 하며 몸을 삽입했다. 질을 채우고 있는 살덩어리가 크고 단단하게 부푼 것이 또렷이 느껴진다. 빠듯한 것을 넘어 그곳이 찢어질 것 같다. 양쪽 젖가슴은 아저씨의 손에 잡혀 터질 것처럼 짓눌렸고, 허리와 엉덩이는 아저씨의 과격한 몸짓에 짓눌려 납작해지는 것 같다.
허으, 후우, 헉.
아저씨의 격렬한 숨소리가 숨 막히게 달다. 이렇게 격렬하고 힘 있게 나를 원할 줄은 몰랐다. 좋다. 아저씨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벽하게 나의 것이었고, 나 역시 완벽하게 아저씨의 것이었다.
깊고 은밀한 지점에서 시작된 근지러움이 앞쪽의 한껏 예민해진 봉오리로 이동하더니 그곳에 고압 전선을 꽂은 것처럼 강렬하게 지져 댄다. 아까 아저씨가 물고 빨았던 모든 장소가 터질 것처럼 저리고 가려웠다. 한껏 민감해진 젖꼭지가 꼿꼿이 팽창하며 일어서는 것이 아저씨의 격렬한 애무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목덜미, 발가락과 손가락, 오금과 허벅지, 그 모든 곳에 강한 전류가 괴어 있는 것 같다.
“아악, 아저씨, 조, 좋아, 아저씨, 악, 흐읏, 아아, 더, 더 세게.”
이제 몸이 내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꽉 오므라들었다. 질 안쪽, 아랫배 깊은 곳과 클리토리스가 연결이라도 된 걸까. 이제는 그 작은 곳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그곳을 점령한 쾌감이 온몸을 지배하는 것 같다. 숨이 도무지 참아지지 않는다. 아저씨가 몸을 박아 넣은 상태 그대로, 한껏 피가 쏠린 클리토리스를 힘껏 문지른다.
“아악! 아아악!”
우연은 비명을 내지르고 팔을 허우적거렸다. 아저씨의 손끝이 그곳을 자극할 때마다 그 지점에 벼락이 꽂히는 것 같다. 조금 전에 겪었던 그 쾌감보다 몇 배는 더 강한 느낌이었다. 아저씨의 성기가 쑤셔 대고 있는 그 안쪽에서 징처럼 울려 대는 쾌감과, 클리토리스를 후려치는 쾌감이 빠르게 한 지점으로 모여든다. 발끝, 손끝, 목덜미, 가슴, 먼 데서 은은하게 조여 오는 것처럼 시작된 오르가슴은 이제 한 지점으로 쫙 모여들었다.
펑, 꼭대기에서 뭔가가 터졌다. 눈앞에서 하얗게 별들이 쏟아져 내렸고, 한곳으로 집중된 날카로운 쾌감이 이제는 온 신경을 타고 치달리며 몸을 갈아 대기 시작했다. 우연의 몸은 쾌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발작하듯 경련하기 시작했다. 아니, 아까보다 떨림은 훨씬 심했다.
“아저씨, 아저씨, 나, 나 어떡해. 이상해.”
“우, 우연아, 우연아?”
아저씨가 다급하게 몸을 돌려 우연을 끌어안았다. 우연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울먹였다.
“나, 나, 몸이 이상해요. 난 몰라, 어떡해, 으흑, 나, 어떡해, 아저씨!”
아저씨는 우연이 극도의 오르가슴에 사로잡힌 것을 알아채자마자 허리를 빠르게 쳐올렸다. 우연은 이 절정이 영원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아저씨는 이를 악문 채 맹렬한 기세로 하반신의 성감대를 힘껏 쑤석이고 문질러 댄다. 우연이 그 극상의 쾌감을 온전히, 끝까지, 지나칠 정도로 길게 누려야 했다.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도, 몸에 남은 희열은 강렬하고 억세며 꼬리가 길었다. 우연은 아저씨의 품에서 오랫동안 몸을 떨면서 정신이 나갈 듯한 쾌감에 휘둘렸다.
떨림이 잦아들 때쯤, 아저씨의 과격한 움직임이 멈췄다. 후으, 흡, 짧고 거친 숨이 우연의 어깨 위에 쏟아진다. 아저씨는 가슴과 배를 우연에게 바짝 붙인 채 허리만 가늘게 꿈틀거렸다.
“아, 우, 우연아, 흐……윽.”
아저씨의 표정이 아득해진다. 눈이 감기고,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아, 아아아, 흐으. 고개가 천천히 뒤로 꺾이며, 몸이 크게 경련했다.
맞닿은 곳이 미끄러워졌다. 우연은 그 역시 자신과 함께 긴 쾌감의 시간을 마무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우연보다 더 긴 시간 동안 헐떡이며 그대로 몸을 붙이고 허리를 잘게 떨었고, 사정이 끝난 후에도 빠져나가고 싶지 않은 듯, 우연의 질 속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끝났나?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졌다. 툭, 전기 스위치가 꺼지듯 눈앞이 깜깜하게 변하면서 몸이 앞으로 푹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