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71)
  • 그러더니 마치 스며드는 것처럼 석관 속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란히 선 부부는 그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그러다 모든 것이 잠잠해졌을 땐 성배도, 그 안의 심장도, 리시안서스 꽃다발도 사라지고 없었다.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목걸이만이 무덤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아셀라의 눈에서 툭, 투명한 구슬이 떨어졌다.

    칼릭스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쪽은 손깍지를 끼고, 다른 손으론 그녀의 뺨을 말없이 어루만졌다.

    “……두 분이 만나셨군요.”

    그녀의 말에 화답하듯 그가 옅게 미소 지었다.

    “마침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가여운 영혼들이, 마침내 긴 시간을 넘어 함께 안식에 들었다.

    * * *

    마차가 죽 뻗은 길을 힘차게 내달렸다.

    밖에서는 네 필의 말이 꽤 격렬하게 달리고 있었으나 내부는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늑했고 소음도 없었다.

    애초에 온갖 마법과 마정석이 사용된 고급 마차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아셀라가 추가로 걸어놓은 마법 덕분이었다.

    칼릭스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꼭 집무실에 있는 것 같군.”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이능인 것 같아요. 마법 말이에요.”

    아셀라가 배시시 웃으며 대꾸했다.

    마족이 소멸한 뒤, 무의 이능 역시 그녀에게서 사라졌다. 대신 숨어 있던 다른 이능이 발현되었다. 예지력과 마법. 아델과 같은 힘이었다.

    때마침 마차 밖에서 새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마법전서구가 도착했군.”

    칼릭스가 손짓하자 검은 새가 안으로 쑥 들어와 서신을 여러 장 떨어트렸다. 그가 보석이 박힌 페이퍼 나이프로 능숙하게 봉투 입구를 갈랐다.

    아셀라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편지를 읽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무슨 소식이에요?”

    “아, 라이젠의 보고야.”

    칼릭스가 성가시다는 듯 미간을 검지로 문질렀다.

    “지크가 카르마의 기강을 흐트러뜨린다는군. 건국제 때의 일을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녀 라이젠이 골머리를 앓는 모양이야.”

    아셀라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도 그다운 행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근신 처분.”

    칼릭스가 종이에 짤막하게 글을 휘갈겼다. 펜을 놓자마자 검은 새가 편지를 냉큼 물더니 마차 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한 달간 수도의 저택에서 반성하며 근신하는 것으로.”

    “괴로워할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냉정하게 평가한 칼릭스가 다른 편지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그녀에게 건넸다.

    “당신 앞으로 온 것도 있는데.”

    “그래요?”

    아셀라가 얼른 편지를 받아 들었다.

    도주하는 대공비 148화

    메리엘과 마고가 보내온 것이었다. 그녀는 동생의 편지부터 냉큼 열었다.

    메리엘이 마법을 심도 있게 배우겠다며 마탑으로 견학 간 지가 어느덧 이 주일째였다.

    처음 메리엘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셀라는 당연히 반대했다. 어린 동생을 혼자 먼 곳에 보낸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 난 나중에 마탑주가 될 거란 말이야!’

    그러나 록트린 가문의 후계자는 야망이 대단했고, 아셀라는 끝내 동생을 이기지 못했다.

    [언니, 곧 전하와 여행 간다는 소식 들었어. 나는 굉장히 잘 지내. 알렌도 그렇고 원로님들도 친절하게 대해주셔. 아 참! 얼마 전에는 성녀님, 로샨 님이랑 함께 샤르투스 저택에도 다녀왔어. 그리고…….]

    무려 세 장짜리 편지에는 아침 식사 메뉴가 맛있었다는 둥, 어제 마탑에서 발견한 토끼의 털 색깔이 분홍색이었다는 둥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가득했다.

    아셀라가 쿡쿡 웃으며 편지를 갈무리해 넣었다.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다행이에요.”

    동생이 씩씩하게 자랐으면 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다.

    “언젠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어야겠지요?”

    “영애도 선대 후작 부부에 대해 알 자격이 있으니까.”

    아직 메리엘은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지금은 기다릴래요. 메리엘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질 때까지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시간은 많아.”

    메리엘의 성년까지는 앞으로도 몇 년의 시간이 남았다.

    아셀라는 그동안 동생의 성장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다른 편지는 확인 안 해도 되나?”

    “아, 맞다!”

    그녀가 서둘러 마고의 편지를 열었다.

    [그간 너무 정신없이 바빴던 터라 연락이 늦었습니다. 비전하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블레어 가문의 승계 절차가 거의 막바지입니다. 조만간 두 분 전하를 뵐 수 있기를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다 읽은 아셀라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 된 모양이에요.”

    “껍데기뿐인 가문을 쥐고 있느니 돈이 낫다고 판단했겠지.”

    마고의 오라비가 마침내 가문과 작위를 포기했다.

    대가는 평생 넉넉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황제의 압박이 있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마고는 그토록 바랐던 백작위를 물려받고 블레어 가문의 가주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공국의 국경선을 지키던 리처드 로메인 백작은 아내를 위해 귀환을 청했고, 칼릭스는 이를 승인했다.

    마고 혼자서 로메인 가문과 블레어 가문, 그리고 대공비의 보좌관 역할까지 수행하기엔 무리가 따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당분간은 로메인 부인이 여러모로 바쁘겠어요.”

    “리처드가 곁에서 그녀를 도울 거야.”

    마고의 남편 이야기에 아셀라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였다.

    “로메인 백작은 어떤 사람이에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궁금해서요. 들리는 말로는 되게 좋은 사람이라던데…….”

    칼릭스는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리 가신이라지만 남자였다. 아내가 다른 사내를 칭찬하는 걸 듣고 있자니 속이 쓰렸다. 어쩐지 대답이 내키지 않았다.

    한편 남편의 꿍해진 속내를 알 리 없는 아셀라는 들뜬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략혼이지만 금슬도 좋다고 들었어요. 부인한테 굉장히 다정하게 잘 대해준대요. 겉모습은 무서운데 실은 소문난 애처가라고…….”

    “그래서, 부러워?”

    목소리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칼릭스?”

    그제야 아셀라는 뭔가 달라진 분위기를 눈치챘다. 남편의 얼굴이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내가 당신한테 뭘 잘못하기라도 했어? 그래서 이러는 거야?”

    “그런 거 아녜요.”

    섭섭한 기색이 역력한 말에 그녀가 냉큼 그의 품에 안겼다.

    “이런다고 쉽게 넘어가지 않아.”

    칼릭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끌어안으면서도 부러 툴툴거렸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당신, 남자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몰라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아셀라가 고개를 저었다.

    “제 여자가 다른 사내에게 눈길만 줘도…….”

    칼릭스가 말을 멈추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 눈이 돌 것 같았다.

    그는 있지도 않은 상상 속의 존재를 향해 소리 없이 이를 갈았다.

    “눈길을 주면요?”

    도중에 말이 끊기자 그녀가 그의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들며 물었다. 파란 눈동자가 무구하게 반짝거렸다.

    그 모습에 그만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칼릭스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자 그녀가 재촉했다.

    “네? 어떻게 되는데요?”

    “가만두면 안 되지.”

    “저를요?”

    “아니, 그 자식.”

    아내의 앞이라 뒷말을 아꼈다. 대신 무릎에 걸터앉은 그녀를 제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러니까 딴 놈한테 한눈팔면 안 돼.”

    “절대 안 그래요.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내 남편인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해요?”

    “말이나 못 하면.”

    그러나 어느새 표정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그는 아내의 칭찬에 약했다. 거의 속수무책일 정도로.

    아셀라가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어 예쁘게 웃었다.

    “당신도요. 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잘해주면 미워할 거예요.”

    “괜한 걱정을 하는군. 난 안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혹시?”

    칼릭스의 입매가 묘하게 휘어졌다. 순간 불길한 예감에 아셀라가 급히 몸을 뒤로 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내 사랑이 부족했나 봐?”

    “그런 게 아니라…… 앗!”

    아셀라가 안쪽으로 파고들려 하는 칼릭스의 손을 다급히 붙잡았다. 그가 태연하게 물었다.

    “왜 그러지? 당신이 내 마음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아 제대로 알려주려는데.”

    “노, 농담이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먼저……!”

    “발칙하게도 남편의 사랑을 의심했으니, 달게 벌을 받아야지.”

    무어라 변명할 틈도 없었다. 잠깐 장난치려는 것뿐이었는데! 아셀라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다급해진 그녀가 창밖으로 눈길을 던졌다. 아무리 안이 보이지 않는다지만 아직도 밖은 훤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핑계를 만들어냈다.

    “아직 해도 안 졌고…….”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식사는 했잖나.”

    물론 칼릭스는 일부러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긴 마차 안이잖아요. 누가 듣기라도 하면…….”

    “하지만 방음 마법이 걸려 있지.”

    “마차가 흔들릴 수도 있고…….”

    “그것도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당신이 더 잘 알 테고.”

    아셀라의 떨리는 시선이 마차 문의 잠금 걸쇠로 향했다. 칼릭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마차는 밤새 달릴 테니 내일 아침까지 문이 열릴 일은 없어.”

    “칼릭스…….”

    “당신이 걱정하는 그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소리야.”

    아내의 애처로운 부름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단호한 대답과 함께 붉은 눈이 음험하게 빛났다.

    아셀라가 히끅,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이런.”

    칼릭스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도닥였다. 물론 그 핑계로 서로의 몸이 빈틈없이 맞붙도록 당겨 안았다.

    아셀라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마차에서 밤을 보내고 말 것이다. 쓸데없이 남편을 자극했으니 제 탓이었다.

    그러나 잔뜩 성난 남편이 자신을 얼마나 몰아붙일지 생각하자 덜컥 겁이 나고 말았다.

    분명 정신없이 흔들리며 밤새도록 울게 될 거였다. 아무리 애원해도 놓아주지 않고 절정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목이 쉬도록 그의 이름을 부르게 할 게 뻔했다.

    아셀라가 저도 모르게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바르작댔다.

    “어딜 가려고.”

    도망쳐 보아야 마차 안인 것을. 칼릭스가 그녀를 가둔 팔에 힘을 주며 느른하게 속삭였다.

    “아셀라, 나와 함께 있기 싫은가?”

    그녀가 멈칫하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그렇다면 나와 보내는 밤이 싫어?”

    아셀라의 얼굴이 난감함으로 물들었다.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에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다 가까스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됐어.”

    “흐읏……!”

    목에 닿는 뜨거운 숨결에 아셀라가 작게 몸을 들썩였다. 고작 입술이 스쳤을 뿐인데 눈앞이 번쩍이며 몸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칼릭스는 예민하게 반응해 오는 아내의 몸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그녀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키스를 좋아한다는 것도,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도, 어떻게 해야 그녀를 정신없이 흐트러지게 만들 수 있는지까지도.

    그러니 이건 처음부터 그녀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단단한 팔로 낭창한 허리를 휘감고 다른 손으론 살갗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입술만으로 물자, 몸이 움찔거리며 짧은 탄성을 흘렸다.

    “아…….”

    탐스러운 과실 같은 붉은 입술이 스르르 벌어졌다. 칼릭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을 맞췄다. 하윽, 터져 나오려던 그녀의 작은 음성이 밀려드는 혀에 가로막혔다.

    끓어오르는 욕망이 참기 힘들었으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거칠 거나 사납게 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아내가 기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부드럽지만 집요한 혀 놀림이 이어졌다. 칼릭스는 그녀의 입안 곳곳을 빠짐없이 훑고 문질렀다. 설탕처럼 달콤하고 따뜻한 키스에 아셀라가 몸을 파르르 떨며 그를 끌어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안은 열띤 숨소리로 가득해졌다. 치솟는 흥분이 두 사람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렇게 길고 진득했던 키스가 끝났을 땐, 거추장스러운 옷은 마차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예뻐.”

    “칼릭스…….”

    온몸에 꽃물이 든 것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아내를 바라보는 사내의 목울대가 크게 오르내렸다.

    냉정함을 잃은 붉은 눈동자엔 묘한 황홀마저 어려 있었다. 그가 뜨거운 한숨을 토했다.

    “정말 예뻐, 아셀라.”

    정염에 젖은 목소리가 지독하리만치 낮았다. 아셀라의 은빛 속눈썹이 자르르 떨렸다.

    그의 눈이 열기를 품고 그녀를 직시하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곧 그가 자신을 성난 파도처럼 덮쳐 주체하지 못할 쾌감 속을 헤매게 만들 것이다. 눈앞이 하얗게 번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찔한 황홀경에 다다르게 할 거였다.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저릿저릿해졌다. 그녀의 눈빛이 흐려지며 숨이 가빠졌다. 어느새 전신이 예민해져 있었다.

    칼릭스가 몸이 녹녹해진 그녀를 푹신한 좌석에 조심스레 눕혔다. 그러고는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속삭였다.

    “긴장돼?”

    아셀라는 자신을 옭아맬 듯 집요하게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졌다.

    “제 눈에 콩깍지가 씌었나 봐요.”

    “왜?”

    “점점 잘생겨지는 것 같아.”

    곧게 뻗은 눈썹과 모양 좋은 콧날, 윤곽이 뚜렷한 붉은 입술까지 느릿하게 더듬었다.

    그는 그녀의 손길이 닿는 대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제멋대로 구는 것 같아도 매번 이렇게 그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곤 했다.

    ‘중간에 멈춰주질 않아서 그렇지.’

    떠오른 생각에 아셀라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의 눈썹이 꿈틀댔다.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칼릭스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 반응에 다시 그녀가 웃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긴장은 다 풀린 모양이군.”

    “물어볼 필요도 없었죠.”

    아셀라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제게 끌어당겼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듯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녀가 유혹하듯 속삭였다.

    “기대돼요.”

    부부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도주하는 대공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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