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그렇게 끝났다.
파비안이 얼마든지 더 머물다 가라고 했지만 조문객들은 하룻밤도 채 머무르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라졌다.
얼른 영지나 저택으로 돌아가 참모들을 불러 회의를 하려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테니까.
조문객 중에 저택에 남은 것은 단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리샤르 로랑이었고, 다른 하나는 레오니드 오를로프 후작이었다.
레오니드는 파비안을 돕겠다고 자진해서 남았다고 들었다.
파비안도 딱히 말리지 않았다고 하는 걸 보면, 그가 큰 도움이 되긴 하는 모양이다.
리샤르가 남은 이유는 듣지 못했다.
'뭐,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나나 라리사랑 마주치지만 않으면 되니까.'
워낙 큰 저택이니까 잘만 하면 전혀 마주칠 일 없이 지낼 수도 있을 거다.
'혹시나 걸리적거리면 파비안이 알아서 쫓아내겠지.'
도미닉과 발레리를 쫓아낸 것처럼.
콧수염 경관은 도미닉을 야심차게 검거해 데려갔지만, 사건은 그가 순순히 경찰 마차에 타는 데서 끝났다.
서로 데려가기도 전에 그는 석방되었던 것이다. 윗선에 누군가가 돈을 먹인 게 틀림없었다.
그게 누구인지는 물론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파비안을 해치려 한 것이 누구였는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발레리는 연행되지조차 않았다.
그녀가 저질렀던 독살 미수는 발생하기도 전에 내가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차라리 어느 정도의 미약한 피해가 생기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나았을까?
'그랬더라면 경찰에 끌려가 겁먹고 움츠러들었을지도 모르는데. '
아니, 그때도 돈으로 무마시켜 버렸으려나. 도미닉이 무혐의로 풀려났듯이.
'설마 더 대단한 암살자를 보내는 건 아니겠지.'
한창 생각에 빠져 있는데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전하께 온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