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화
고요한 밤.
나만 빼고 세상 모두가 다 잠든 것 같았다.
옆에 누운 제크론도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후우….”
보통 샴페인을 한 잔 마신 날은 잠에 잘 들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엘프윈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찬 머릿속이 무거워 졸음은 싹 다 달아난 상태였다.
졸리지도 않은데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은 없다.
책을 좀 읽다 보면 졸릴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제크론의 단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살금살금 걸어서 내 작은 서재로 향했다.
끼이익.
조심히 문을 닫고 불을 밝혔다.
조명석 덕분에 금세 책상 주위가 환해졌다.
그리고 내 손은 자연스럽게 엘프윈의 일기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의 일기는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지 오래였다.
서덜랜드에 계시는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 전엔 먼저 일기장부터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의식처럼 굳어졌기 때문이었다.
진짜 부모가 아닌 사람들에게 부모라고 부르려면 용기가 필요했고, 엘프윈의 일기는 내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었으니까.
조금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을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사실 일기 내용은 별거 없었다.
제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 제크론을 흉보는 내용이거나 자기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 혹은 필요할 때 곁에 없는 부모님을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
그때였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내용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왔다.
고향인 서덜랜드의 해변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제국의 수도라는 라하브보다 더욱 아름다운 곳은 서덜랜드의 로온 해변이다. 아… 돌아가고 싶다! 로온 해변의 경치는 라하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로온 해변을 본 적 없는 라하브의 귀족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라하브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보는 눈도 지지리도 없는 바보들! 멍청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