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화 (95/142)
  • 95화

    “진짜… 고맙습니다!”

    꾹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내 반응에 놀랐는지 슈라더 후작 부인과 브랜차드 자작 부인이 황당한 얼굴로 나를 봤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흐흑, 우리 세르안을 가운데 놓고 싸우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이에요! 흐윽…!”

    “싸우는 건 아니었지만, 감동받았다니… 뭐라고 해야 할지….”

    슈라더 후작 부인의 따스한 손길이 내 등허리를 토닥토닥 쓰다듬어 줬다. 

    곧 브랜차드 자작 부인의 부드러운 목소리도 이어졌다. 

    “슈라더 후작 부인께서 잠깐 억지 부렸던 거지 싸우다니, 당치 않아요. 그럴 리가요!”

    순간 두 부인의 시선이 다시 날카롭게 엉켰고, 그 모습을 본 나는 푸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입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계속 이어졌다. 

    울면서 동시에 웃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슈라더 후작 부인과 브랜차드 자작 부인도 호호호 웃기 시작했다. 

    꺄아, 꺄르르, 세르안의 맑은 웃음소리까지 더해지자 응접실 안은 그야말로 웃음 천국이 됐다. 

    밖은 여전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응접실 안은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   *   *

    한참을 신나게 놀던 세르안이 다시 낮잠을 자러 돌아갔다. 

    어른들만 남은 응접실 안의 분위기는 금세 차분해졌다. 

    달그락 달그락, 찻잔을 들었다가 내려놓는 소리, 포크가 접시에 닿는 소리가 응접실 안을 채웠다. 

    크흠, 한 차례의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슈라더 후작 부인이 입을 열었다. 

    “혹시… 오늘 자 가십지 읽었어요?”

    “아니요. 요즘엔 통 못 읽고 있네요.”

    “저도 못 읽었어요. 왜요? 무슨 재미난 이야기라도 실렸나요?”

    나와 브랜차드 자작 부인이 고개를 저으며 답하자, 슈라더 후작 부인의 입에서 후우, 하고 작은 한숨이 흘러 나왔다. 

    그러고는 손가방을 열어 뭔가를 꺼냈다. 

    네모반듯하게 접힌 가십지였다. 

    “그럴 줄 알고 가져왔어요. 저도 아침에 읽고 어찌나 놀랐는지! 한번 읽어 보세요.”

    가십지를 건네받은 나와 브랜차드 자작 부인은 두 눈을 반짝이며 기사 내용을 훑었다. 

    “이, 이게….”

    “어머, 세상에….”

    가십지를 잡은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쿵쾅쿵쾅,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 

    가십지 기사 내용은 전부 나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소제목들이 가관이었다. 

    윌트슨 공작 부인, 기억을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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