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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은 너무 많잖아요 (36)화 (36/156)

35화. 첫 임무(4)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들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대략 세 마리 정도 되는 고블린 무리가 하나같이 동굴 입구에서 내부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쭉 째지고 초점이 뚜렷한 검은색 눈동자가 나에게 온전히 꽂히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어서 빨리 운디네가 와 줘야 하는데, 잰퓨어도 밖에서 대치 중인 건지 운디네가 들어오지 않았다.

“캬하아!”

“키이약!”

그리고 그들은 양손에 창과 칼 같은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들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그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이내 나를 향해 칼을 던지기 시작했다.

“악!”

내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직였지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았기에 팔에 칼 하나를 맞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방어력이 좋은 옷 덕분에 치명상은 아니었고, 나는 팔에 꽂힌 칼을 빼내서 땅에 던져 버렸다.

“꼬마야, 잡히면 끝장이야.”

그때 샐라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치하기 어렵진 않을 테지만 한 번 포박 당하면 못 빠져나올 수도 있어.”

저벅저벅.

나는 검을 뽑아 들고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샐러맨더를 소환했다.

화르륵.

불꽃이 일며 새빨간 빛을 뿜는 샐러맨더가 동굴 안에 등장했다.

그리고, 난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불꽃 칼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샐러맨더가 칼날의 모양으로 변했고, 고블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불꽃 칼날은 고블린의 목에 금세 다가갔지만, 하늘도깨비 때와 달리 쉽게 베어 낼 수 없었다.

몸의 질감 차이였다.

하늘도깨비는 고무 같은 질감이었다면 고블린은 약하긴 하지만 가죽도 있었고, 튼튼한 뼈대도 있었다.

불꽃 칼날은 열심히 움직였지만 고블린 한 마리를 처치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고, 나머지 고블린들은 샐러맨더를 어떻게 하려는 심산으로 마구 달려들었다.

다행히 샐러맨더가 그들에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때,

캬아아아악!

동굴 너머 저 멀리서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나는 당황한 눈동자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론할 수 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동굴 안에서 붉게 피어오르는 불꽃 때문에 동굴 밖에 있던 고블린들이 외부자의 침입을 금세 눈치챈 것이다.

그로 인해 다른 부락의 고블린들까지도 몰려오고 만 것.

캬악! 캭! 캭!

점점 가까워지는 고블린의 울부짖는 소리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샐러맨더는 고블린 한 마리를 처치했고, 그다음 한 마리와 고전하고 있었다.

탕! 탕!

고블린이 들고 있는 칼과 불꽃 칼날이 부딪치며 소리가 났다.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샐러맨더가 상대하고 있다. 나머지 한 녀석을 향해 내가 칼을 겨누려고 하는데,

“이런!”

동굴 바깥에서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이 동굴 입구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들 하나같이 칼과 창을 쥐고 있었고, 동굴 안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었다.

“안 돼!”

저 녀석들이 모두 이 동굴 안으로 들어온다면 나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무리 능력치가 부족한 잡몹이라고 할지라도 저 숫자를 견딜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게다가 뒤가 막힌 좁은 동굴 안이었다.

나는 꼼짝 없이 갇힌 쥐가 된 셈이나 다름없었다.

키하아아악!

바깥의 고블린들이 동굴 입구를 향해 거의 도착하였고, 그중 한 마리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찢어진 입을 벌리며 웃는 고블린은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즐겁다는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몇 마리는 이미 동굴 안으로 입성했다.

찹찹 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는데.

쿵!

갑자기 동굴 입구 쪽에 있는 땅이 솟아오르더니 동굴 입구를 막아 버렸다.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동굴 입구를 완전히 봉쇄한 것이다.

“첸테 선배!”

분명 첸테 선배가 밖에서 땅을 솟아 올려 동굴을 막아 준 것이 분명했다.

바깥에서도 내가 지금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수는 일곱…….”

현재 나는 동굴 안에서 일곱 마리의 고블린과 함께 갇혀 있는 상황이었다.

동굴 안은 입구가 막혔기에 어두컴컴했지만, 고블린들의 움직임은 인지 가능한 수준이었다.

“어떡하지? 불꽃 칼날은 해치우는 게 너무 오래 걸려.”

나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좁아지는 동굴 때문에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었다.

그때, 나 혼자라고 생각했던 공간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꼬마야.”

샐라임이었다.

맞다, 샐라임이 있었지.

“스킬 하나 배워 볼래?”

하늘 도깨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아주 태연한 목소리였다.

선생님, 저 지금 죽게 생겼다고요.

“뭔데요!”

내가 재촉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에 제격인 스킬이 있어.”

그는 나에게 소곤소곤 스킬을 알려 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젠장할!”

와중에도 고블린이 던지는 칼을 피하면서 말이다.

“기다려라, 이 잡몹 녀석들아……. 곧 있으면 없애 줄 테니.”

이 스킬은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눈을 감고 집중을 해야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데 고블린의 공격 때문에 쉬이 할 수 없었다.

“…마나를 방출하는 느낌으로…….”

그래서, 이제야 준비가 끝났다.

내가 칼을 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검의 손잡이를 타고 올라간 푸른색 마나가 점점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샐라임, 이게 맞아요?”

“맞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더 집중해!”

마나는 검신을 부드럽게 감쌌고, 칼끝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칼끝에서 멈추지 않고 더욱 형체를 만들어 냈고, 금세 화염과도 같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형체가 완성된 검의 모양새는 붉은색 화염이 낫처럼 위쪽으로 둥글고 날카롭게 휘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붉은 낫.”

[스킬, ‘붉은 낫’을 습득했습니다.]

나는 낫의 모양이 형성되자마자 칼을 쥐고는 일곱 마리의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낫을 휘두르면 활활 타오르는 붉은색 화염이 초승달 모양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간 그 화염은 고블린의 몸에 타격을 주었다.

내가 멀리서 고블린을 향해 휘두르기만 해도 공격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붉은 낫’의 화염의 온도는 어마어마해. 그래서 화염이 닿은 곳이 녹아버리는 거야.”

그 와중에도 샐라임이 주절주절 설명해 주었다.

그에게는 내가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젠장, 그렇지만 나는 정령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칼만 한 번 잘못 맞으면 죽는단 말이야.

휘익!

나는 붉은 낫을 휘두르며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위력은 불꽃 칼날보다 훨씬 대단했다.

불꽃 칼날은 정령의 형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지만 붉은 낫은 불의 위력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소모되는 마나의 양도 컸고, 준비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었다.

“헉…헉…….”

다섯 마리의 고블린을 죽이고 두 마리의 녀석들과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쿠구궁!

동굴 입구를 막은 흙벽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밖에서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이 벽을 뚫으려 하는 것 같았다.

쾅 쾅 쾅 쾅!!

마구 주먹으로 내리치고 몸으로 박는 그들은 마치 좀비 떼 같았다.

“바깥에서 처치가 안 되는 건가.”

밖에 있는 잰퓨어와 첸테 선배가 해결하지 못했기에 저런 상황이 일어난 것일 터였다.

나는 나머지 두 마리와 싸우며 계속해서 동굴 입구를 주시했다.

덜컹, 덜컹.

벽에서 흙이 떨어지는 것이, 곧 있으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첸테 선배 또한 하급 정령술사이기에 그리 강력한 벽을 만들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남은 두 녀석 중 한 마리를 처치하고 마지막 녀석과 칼을 맞대고 있었다.

고블린은 사실상 F급 몬스터처럼 약한 상대였지만 작고 좁은 동굴이라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내 공격이 계속해서 빗겨 나가 쉽게 죽이기가 힘들었다.

드디어 내가 붉은 낫으로 마지막 녀석의 목을 베었을 때였다.

쿠쿵!

동굴 안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 동굴 안을 들여다보자 동굴 안쪽 끝부분에 구멍이 뚫린 것이 보였다.

“첸테 선배……!”

분명했다.

굴의 끝부분이 부서졌다.

그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하지만…….

“그쪽은 절벽인데……?”

나는 엉금엉금 기어 동굴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크게 뚫린 구멍이 보였고, 밖에는 절벽이었기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만 있을 뿐.

그때, 동굴 입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광!

좀비 같은 고블린들이 기어코 동굴 벽을 부순 것이다.

“!!”

그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찾았다. 그러고는 나를 발견한 고블린이 소리쳤다.

“키야약!”

그 소리와 함께, 모든 녀석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첸테 선배가 이곳을 뚫어 준 건 맞겠지?

설마 지진을 내다가 동굴 스스로 무너진 건 아니겠지?

첸테 선배와 잰퓨어를 믿어야 하는 걸까?

그 둘을 믿고 저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젠장…….”

하지만 선택지는 하나였다.

아주 좁은 동굴 내부에서 저 많은 수의 고블린들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고블린들은 이미 팔만 뻗으면 나에게 닿을 거리로 다가와 있었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여, 제발, 제발 죽지 않게 해 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절벽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바깥으로 난 구멍으로 순식간에 떨어지는 나를 보며 고블린이 짓는 표정이란 가관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며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엄청난 속도로,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었으니.

슈우욱-

거센 바람과 나를 잡아당기는 중력에 무력해진 내 몸이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높은 빌딩에서 떨어진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제발, 제발 어디에라도 걸려라!”

애원의 소리를 외쳤을 때였다.

“!!”

순간적으로 내 몸이 두둥실, 떠오르며 가까스로 땅에 처박히지 않고 무언가에 의해 보호받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나는 동그랗고 큰 물방울 안에 갇혀 있었다.

“잰퓨어!”

분명 잰퓨어였다.

구체 모양의 물방울이 나를 가두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한 것이다.

두둥실-

이게 다 첸테 선배와 잰퓨어의 작전이었어. 다 대책이 있었던 거구나.

“후우.”

나는 숨을 내쉬며 땅에 톡, 하고 발을 디뎠다.

물방울은 내가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터지며 사라졌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도저히 이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절벽 밑에 있는 숲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옆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천이 있었고 앞엔 무성한 나무와 풀만이 가득했다.

잰퓨어와 첸테 선배를 찾을 생각에,

“…어떻게 찾냐.”

나는 좋은 경치를 보면서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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