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결말은 죽음뿐!
“첫 번째 남자랑 이어지면 그를 좋아했던 악녀한테 죽고, 두 번째 남자랑 이어지면 전쟁이 일어나서 죽고, 세 번째 남자랑 이어지면… 흑마법사한테 죽는다고……?”
그녀는 과거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기억하며 펜으로 써 내려갔다.
“네 번째 남자랑 이어지면 시름시름 앓다가 상사병으로 죽고, 다섯 번째 남자랑 이어지면 실…족…사로 죽어……?”
쾅!
그녀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뭐 이딴 게임이 다 있어……?”
분명 과거에는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이다.
‘가이즈 인 러브’라는 여성향 미연시 게임.
다섯 명의 남자와 썸을 타다가 그중 한 명을 집중 공략하여 연인이 된다는 해피 엔딩……
일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게임 회사는 게임이 의외로 히트를 친 탓에 게임 내용에 수정을 감행했고, 그것은 바로 여주인공의 죽음이었다.
공들여 만들어 놓은 세계관이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먹히니 그걸 버릴 수는 없고, 여자 주인공이 너무 소심한 고구마 캐릭터라 2탄에서는 주인공을 바꾸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니까, 후속작을 위해 여자 주인공을 죽이는 엔딩을 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누구랑 이어져도 죽는다는 거지……?”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놓였다는 사실에 온몸에 불안감이 찾아왔다.
어이가 없는 걸 넘어서서, 믿기지 않았다.
“이럴 거면 왜 미연시 게임에 환생시킨 거야……?”
상황이 야속했다.
‘그럼 그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은 채, 나 스스로 살아 나갈 방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내 능력을 키워서 말이지.’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지금 처한 상황도, 앞으로 일어날 일도, 그녀를 이곳으로 끌고 온 게임 시스템까지도.
“결말이 죽음뿐이라면…….”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던 머리를 멈추고는,
탁.
펜을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