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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15화 (214/218)

외전 7화. 엄마한테 맡겨

에드는 푸른 하늘을 모두 막아버릴 정도로 커다란 마력이 응축된 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구를 피해 레기와 함께 워프한다면 분명 자신과 레기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꺄아악!!”

“도망쳐!!!!”

“아가!! 아가야!!”

혼란과 공포, 경악이 뒤섞인 민간인들은 분명하게 죽을 것이었다.

에드의 눈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본래 마력에 미리 모아둔 마력들을 모두 사용했던 건지 마력구의 크기가 커도 심각하게 컸다.

지금 순간적으로 제 마력을 사용해 방어를 한다고 해도 그 방어마저 버틸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민간인들 모두 워프시켜서 수도의 중심으로 옮기는 것은?’

제 마력을 모두 쏟아 부어야 했지만 분명 가능할 것이었다.

‘그럼 범인은?’

붙잡지 못할 것이었다.

워프된 후부터 저 인간도 분명 다른 것으로 도망칠 테니까.

생각이 잡히자 행동은 신속했다.

에드는 자신을 향해 내리쳐지는 거대한 마력을 바라보며 제 모든 마력들을 쏟아 외쳤다.

“워프!!!!”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야했다.

쿠과과광!!!

“에드!!!”

자신을 부르는 레기의 목소리를 듣고도 에드는 마법을 멈추지 않았다.

모두를 워프시키자 반사적으로 제 몸 위로 겹겹이 마력이 둘러싸여졌다.

로레인의 단추에 의한 보호마법이었다.

‘삼촌....’

거대한 마력의 폭동에도 대마법사의 방어마법은 견고했다.

그러나 수많은 인원들을 짧은 거리로 이동시킨 대가는 컸다.

에드의 안색은 단번에 창백해졌고 울컥하고 헛구역질이 하며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쿠당탕!!

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린 피 맛에 에드는 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부릅떴다.

지금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너... 그 힘은 대체....”

로브를 뒤집어 쓴 이가 에드에게로 다가왔다.

에드는 거칠게 제 입가를 쓸며 계산을 시작했다.

제가 가진 아주 소량의 마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저자를 잡을 수 있을까?

피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녀석을 찾는 것에 큰 힘이 들지 않을 것이었다.

단 찾는 이가 마법사여야만 했다.

에드는 생각을 거기까지 마무리하자 빠르게 행동으로 움직였다.

한 손을 들어 올려 제 마력을 쏘아버렸으니까.

푹!!

“으악!!!”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제 팔에 박힌 응축된 마력에 괴롭게 비명을 질렀다.

땅에는 그의 피가 흘러내렸고 말이다.

남자는 부들거리는 제 팔을 감싸며 이내 분노를 내질렀다.

“감히!!!!”

쿠오오!!

남자의 팔이 뻗어지고 밝은 빛이 쏘아진 다음부터 에드는 기억을 잃었다.

“에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흐릿했다.

하지만 눈을 뜰 수도, 입을 열 수도 없을 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에드!!!”

‘형...’ 제 하나뿐인 형의 목소리에 에드위 귀가 활짝 열렸다.

급한 발걸음 소리와 자신을 살피는 손길은 분명 레기의 것이었다.

레기는 에드가 피범벅으로 기절해있는 모습에 모든 생각을 멈췄다.

미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한 것을 탓하기 전에 그를 살려야 했다.

“젠장...!”

레기는 황급히 에드를 들어 올린 후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

세린은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제이는 그런 세린의 옆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며 물었다.

“그럼 둘째 형님께서는 북쪽으로 가신 겁니까.”

“네,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북쪽을 중심으로 조사를 나갔는데 오늘이 그 날인가 보더라고요.”

“힘들겠군요.”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니까요. 요즘 들어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져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상한 일이요.”

“네, 여러 지역에서 마법사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있어요.”

“저런...”

세린의 말에 제이의 미간이 좁아졌다.

제이의 좁아진 미간에 세린도 걱정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다가 마법사들이 사라진 후에는 항상 큰 소동이 일어나서 마을이 많이 휩쓸린다고 하...”

쿠과과광!!!!

“!!!”

세린의 말이 모두 끊길 정도로 거대한 소음이 수도의 끝자락에서 울려 퍼졌다.

세린은 창백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급히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

“.... 다녀오겠습니다.”

“가, 같이 가요!! 저건 아무리 봐도 마법에 의한 폭발이에요.”

“당신은 플로리아와 앤젤라를 찾아 진정시켜 주세요. 레기와 에드도 오늘 안 보이던데 혹시 수도에 나간 건가요.”

“설마... 제가 찾아볼게요..!!”

제이의 물음에 세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린은 서둘러 방문 밖을 나서며 아이들을 찾아 달렸고 제이도 빠르게 제 검을 챙겨 밖으로 달려 나갔다.

대공저의 입구를 열자마자 보이는 제 아들들의 모습에 금방 걸음을 멈추었지만 말이다.

에드와 레기를 발견한 제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레기도 흙먼지를 뒤집어쓴 엉망인 모습에... 그리고 그에게 안겨있는 피범벅이 된 에드의 모습에 제이는 말을 잃고 말았다.

저절로 파리해진 안색으로 제이가 외쳤다.

“에드!!”

소리를 잘 지르지 않던 제이마저 이성을 잃고 지를 정도로 에드의 상태는 심각했다.

레기는 그런 제이를 향해 다급히 말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에드부터... 어서 빨리 의원을..!”

“의원을 들여라!!! 빨리!!!”

제이가 호통을 치듯 외친 후 빠르게 에드를 받아 안아 대공저 안으로 달려갔다.

성인이 되어가는 남자를 거뜬히 옮긴 그는 에드의 방에 그를 눕혀주었고 동시에 세린이 거칠게 문을 열며 들이닥쳤다.

“에, 에드!!!!”

세린의 눈이 저절로 눈물이 고이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세린은 황급히 에드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온 몸을 살폈고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음에 터지려는 울음을 삼켰다.

“제이 나와 주세요.”

“세린.”

“빨리요, 에드를... 일단 치료해야 해요.”

“......”

세린의 울먹거림에 제이는 에드로부터 물러났다.

세린은 두 손을 제 아들의 가슴 위에 올린 후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힐을 외쳤다.

다정한 온기를 품은 연두색의 마력이 에드의 안으로 들어섰다.

휘몰아치는 고요한 생명의 바람에 에드의 환한 은발이 자잘하게 흔들렸다.

세린은 그런 에드를 애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이렇게....”

“어떤 이들이 레인삼촌의 이름을 사칭해서 마법사로 재능이 있는 평민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레기는 에드의 피가 묻은 제 손을 뒤로 감추며 계속 말했다.

“그들의 주변에 워프마법진을 그렸다고 에드가 그랬습니다. 모두를 한꺼번에 이동시킬 계획이었던 모양인데... 에드가 마법진을 파기했습니다.”

“......”

제이의 미간이 왈칵 좁혀졌다.

레기는 그런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대장인 듯 보이는 자가 마법을 쏘았습니다. 이미 모아둔 마력까지 더 불었는지 그 크기가 너무 커서....”

“그래서 에드가 저렇게 된 이유는 뭐냐.”

“저까지 포함에 민간인들 모두를 워프시켜 자세히 알 수 없었어요...”

레기의 목소리가 음침해졌다.

세린은 눈물을 꾹 참으며 말했다.

“내상이에요... 가지고 있는 마력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그래서 다친 상처에요.”

“....... 세린.”

“흑....”

세린은 차오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며 다시 에드의 상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얼만큼 무리를 한 것인지 그의 내상이 너무도 깊었다.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아들의 마음을 알았으나 정작 자신은 억장이 무너졌다.

아이들 중 그 누구도 이렇게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세린의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에드오빠!!”

방문을 열고 달려온 앤젤라가 죽은 듯이 누워있는 에드의 모습에 서글프게 소리쳤다.

다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온 앤젤라는 차오르는 눈물을 꾹 삼키며 황급히 손수건으로 그의 피를 닦아내고 또 닦아냈다.

“오빠....”

세린은 그저 에드의 상처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져가는 모습에 제이가 세린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를 불렀다.

“세린.”

“이 정도는 괜찮아요.”

에드의 상처에 비해 자신은 별것도 아니었다.

점점 돌아오는 그의 혈색에도 세린은 안심하지 않았다.

그저 제 마력을 퍼부으며 그를 살리려 애썼다.

“에드...”

사랑하는 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

에드는 안정을 되찾은 얼굴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세린은 그런 그의 옆에서 에드의 손을 꼭 잡고 그의 고운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세린은 자신을 바라보는 제이와 레기를 향해 말했다.

“오빠를 불러줘요...”

“.....!”

놀란 눈동자를 한 제이를 향해 세린이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레인 오빠를... 불러줘요.”

“세린.”

“도저히 화가 나서 안 될 것 같아요....”

세린의 눈동자 속에서 분노가 일렁거렸다.

“나도 갈 거예요. 레인 오빠를 불러줘요.”

제이는 그녀의 확고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에드의 방을 나섰다.

자신도 화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그의 걸음은 보다 단호했다.

제이가 나간 방 안에서 레기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침묵했고 곧이어 괴로운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제 탓이에요.”

“.... 레기?”

“제가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야 했어요.”

“레기.”

“지켜주지도 못했어요. 제가 형인데요.”

레기의 넓은 어깨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모습이 서글펐다.

세린은 그런 레기를 향해 다가서며 그의 손을 꾹 잡아주었고 이내 다정히 말했다.

“전혀 아니야.”

“어머니...”

“네가 빨리 대공저로 에드를 데려온 덕분에 에드가 무사할 수 있던 거야.”

“.....”

“그리고 너도 무사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레기의 푸른 눈이 제 어머니를 곧게 담았다.

세린은 그런 레기의 볼을 쓸어주며 다정히 말했다.

“고마워. 에드를 지켜줘서... 다치지 않고 무사해줘서.”

“.......”

“이젠 엄마한테 맡겨.”

그 말을 끝낸 세린은 이내 에드의 방에서 나왔다.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세린의 등이 붉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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