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6화. 중상
웅성거리는 사람의 틈에서 레기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함께 이동하는 듯 보이는 것을 보니 무언가를 보기 위함인 것 같았다.
“저쪽에 뭔가 있나보군.”
“이상하네... 축제는 아닌데?”
“가보지.”
“응.”
에드는 로브를 정돈하며 레기를 따라 사람들의 사이로 스며들었다.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몇 가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대회라고?”
“그래, 제국의 대마법사님께서 마탑을 세운다나 뭐라나. 마법사 인재를 찾고 있다더군.”
“갑자기? 마탑이라면 저번의 그 끔찍한 것들밖에 기억나지를 않아서 말이지...”
“재능만 있다면 누구든 받아들인다나봐. 그런 사건을 또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 라나 뭐라나.”
“믿을 수 있는 건지 원...”
“하지만 대마법사님은 황자님이시라고?”
“흠... 그건 또 해볼 만한 듯싶고...”
그 이야기를 듣던 에드가 이내 미간을 왈칵 좁혔다.
“형 들었어?”
“응, 들었어.”
“지금 저거 무슨 소리인 것 같아?”
에드의 물음에 레기가 서늘하게 말했다.
“레인삼촌의 이름을 팔아서 제국민들을 속이는 사기행각. 뿐더러 마법에 재능이 있는 애들을 모은 다는 것은 여러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지.”
“일단 가보자. 정확히 무슨 대회인지 알아야겠어.”
에드의 말에 레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수도의 공터에 도착했다.
대기자들이 모인 부스와 출전을 요청하는 신청부스까지 있는 것을 확인한 에드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수도의 사람이 맞을까? 황성이 바로 코앞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다는 게 웃기잖아.”
“단체로 짜고 치는 것 일 수도 있겠어.”
{입장을 마친 마법사님들께서는 부스에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자리에 서둘러 앉아주세요.}
“형.”
“....?”
“나도 나가볼게.”
“뭐?”
이번에는 레기의 미간이 왈칵 일그러졌다.
레기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에드를 바라보았고 에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부접근 몰라? 선수들 사이에서 조사를 하면 알게 되겠지.”
“그래서 저 말도 안 되는 대회에 나가겠다고.”
“응.”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지. 아니면 아예 이 현장을 급습하는 것도 방법이다.”
“형, 부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법사들이야. 만약 저 사이에 공범들이 있다면 민간인들이 위험해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이 일이 어떤 사건인지 그 크기를 모르는 와중에 저 소굴로 들어가겠다는 것은 어디 방식이지?”
“형, 화내지 말고...”
“네게 위험성이 없다는 전재 하에 사건을 조사할거다.”
“아 진짜 이 고집...”
에드는 레기의 단호한 말에 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이내 투덜거리듯 말했다.
“저기서 나보다 마력이 강한 녀석은 하나도 없어.”
“작은 것을 무신경하게 넘기다가는 크게 다치는 법이다.”
“나도 황성의 마법사라고. 위험한 상황에 몇 번이고 대처하고 대비하는 걸 배워왔단 말이야. 나 못 믿어?”
“......”
레기의 눈이 가늘어졌다.
에드는 그런 레기의 고민과 망설임을 알아채고 서둘러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해보면 저 사람들 제국민 사람이 아닌 것 같아. 황성이 코앞에 있는 수도에서 레인삼촌을 사칭하는 것만 보면 분명 목표는 단순할거야.”
그 목표가 로레인 이거나, 마법사들의 재능을 가진 모든 이들이거나, 황성이거나.
레기는 자신감이 넘치는 에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그런 이들한테 다쳐서 온다면 망신인거야.”
“알고 있어!”
허락과도 같은 말에 에드는 환히 웃으며 레기의 어깨를 잡았다.
“고마워 형!”
“..... 나도 조사해볼 테니까 조심하고.”
“응.”
에드는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 마력으로 제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을 바꾼 후 신청 부스를 향해 달려갔다.
빠르게 신청을 끝낸 에드가 이내 대기실의 부스로 향했고 레기는 그 뒷모습을 끈질기게 바라보다가 이내 제 미간을 꾹 눌렀다.
앤젤라와 마찬가지로 에드도 소중한 제 동생인지라 그가 걱정된 마음이 컸다.
레기는 이내 제 미간을 쓸어내리던 손을 거두고 관람석으로 이동했다.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조금이라도 단서를 얻기 위해 귀를 활짝 열면서 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 무슨 대회란 말인가? 원래 대회라면 미리 사전공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
“그게 나도 의문이기는 하나 뭐, 큰 문제는 없지 않겠소. 무려 대마법사님의 공고였잖소.”
“그것도 의문 아닌가. 정말 대마법사님이 이런 대회를 열라 시켰을까.”
‘말도 안 되는 일이란 뜻이지.’ 어느 누가 이런 공간에서 인재를 뽑기 위해 갑작스럽게 대회를 만든단 말인가.
긴가민가한 민간인들의 마음을 확고히 붙잡은 원인은 명백히 로레인의 이름 때문이었기에 레기의 눈이 슬며시 가늘어졌다.
그런 레기의 귀로 작은 마력의 파동이 일어나더니 이내 에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형, 내 목소리 들려?]
“.... 에드.”
[다행이다. 잘 들리는구나?]
“그래.”
익숙한 에드의 목소리에 미간을 푼 레기는 이내 대회의 공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상황은?”
[지금 인원수를 파악하고 있어. 그런데 형, 여기 있는 평민들은 다 마법사의 재능이 있긴 한데....]
“한데?”
[대회를 주최했다던 저 사람... 가지고 있는 마력의 양이 생각보다 커.]
“.....”
[조금 위험한 사람 같은데...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난 아무래도 아버지나 삼촌께 알리러 가야겠어.”
[음? 형 잠깐....]
“에드?”
[.... 형.]
에드의 목소리에 섞인 묘한 분위기에 레기가 한쪽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래.”
[이 사람들 거의 다 공범인 것 같아.]
“뭐?”
[확실해. 지금 저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마법진....]
“에드?”
[공간이동 마법이야!]
“!!!!”
[이 사람들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평민들을 노려서 납치하려는 속셈이야!]
“에드!!!!”
[젠장!!!]
에드의 외침과 동시에 레기는 자리를 박차고 대기자 부스를 향해 달렸다.
어마어마한 속도를 멈춰 세우지 않고 달려 나간 레기는 이내 제 앞에서 커다랗게 휘몰아치는 폭풍에 다급히 발걸음을 멈췄다.
쿠오오오오!!
“에드!!!”
로브가 바람에 휘날려 환한 은발을 들어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레기는 에드를 찾아 다급히 소리쳤다.
“에드!!!”
“형!!!”
“!!! 에드!”
그리곤 자신을 먼 공중에서 자신을 부르는 에드의 목소리에 레기가 다급히 고개를 올렸다.
휘몰아친 폭풍은 워프 마법진을 부수기 위해 에드가 사용한 마법이었던 것이었다.
레기의 얼굴에 안도가 차올랐으나 이내 그 안도도 오래가지 못했다.
에드의 건너편에서 거대한 마력을 두 손에 가득 이고 에드를 타오르는 눈으로 바라보는 한 사내로 인해서 말이다.
로브를 깊게 눌러쓴 사내는 제 두 손에 가득 모인 마력을 움직이며 말했다.
“성공할 수 있었는데... 네가 감히!!”
“황성이 코앞인 수도에서 그딴 사기행각이 발각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디서부터 올라오는 자신감이야? 너 인지력이 더뎌?”
“뭐라고!!”
“멍청하다고 너!”
“익!!”
사내의 굳게 다물린 입 안으로 으드득 소리가 울렸다.
사내는 이내 비틀린 입매를 바로 다잡으며 두 손을 높이 들었다.
“우리가 준비한 마법은 워프뿐만이 아니다.”
“뭐?”
에드의 눈이 의문으로 왈칵 일그러지자 사내가 외쳤다.
“언제든 걸릴 각오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소리다. 만약 우리 일이 발각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느냐.”
“....!!”
“증거인멸이지!”
쿠오오오오!
사내의 두 손 위로 거대한 마력이 증폭되어 뭉쳐졌다.
에드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고 밑에 있던 레기 또한 파리해진 안색으로 그 마력구를 바라보았다.
저 마력이 땅에 내리쳐진다면 자신과 에드는 물론이거니와 여기 있는 민간인들 모두가 휩쓸릴 것이 분명했다.
레기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자마자 사람들은 다급히 관람석을 빠져나가기 위해 달려 나갔고 사내는 번쩍이는 빛과 함께 에드와 사람들을 향해 마력구를 내리쳤다.
태양만큼이나 밝은 빛이 공터를 덮쳤다.
레기는 그 눈부신 빛 가운데에 떠있는 에드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에드!!! 워프해!!!”
무사해야 했다.
“에드!!!”
빨리 저 폭동 속에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에드 스페라도!!!!”
레기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흩어져갈 무렵 밝은 마력의 빛이 그들을 휩쓸었다.
콰과과광!!!
레기는 밝은 빛으로 인해 시야를 뺏겼던 눈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윽....”
기울어진 상체의 위로 후두둑 소리를 내며 작은 돌의 조각들이 아래로 떨어져나갔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들은 레기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던 사람들은 아까전의 자신처럼 수도의 상가 아래에서 기절하듯 누워 있었다.
“..... 에드!”
이내 제 남동생을 부르며 주변을 둘러본 레기의 눈에는 에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많은 사람들과 자신을 이동시킨 주인이 누구일지 쉽게 알아낼 수 있었기에 레기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일으켜 공터를 향해 달려갔다.
“이 멍청한...!!!”
달려 나가며 미련하기 짝이 없는 제 동생을 욕하던 레기는 겨우겨우 도착한 아까 전의 공터의 모습에 걸음을 멈췄다.
호수라도 만들 듯 거대하게 파여져 있는 공터의 구멍과 잔혹하게 널브러진 돌조각들.
그리고...
그 파여진 땅의 안으로 죽은 듯이 누워있는 한 인영.
그 인영을 발견한 레기의 눈이 애처롭게 떨렸다.
“에드!!!!”
그랬다.
그 인영은 바로 에드 스페라도였다.
레기는 에드를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그를 향해 달렸다.
가까워질수록 에드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에드!!”
겨우겨우 잡아낸 동생의 손은 차가웠고 온 얼굴과 몸을 뒤덮을 정도로 피가 넘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롭기만 한 숨소리와 굳게 닫힌 눈동자는 레기의 피를 말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