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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12화 (211/218)
  • 외전 4화. 가족이니까

    “앤젤라!!!”

    “.....”

    테리의 눈이 슬며시 뒤를 향하자 앤젤라의 고개고 뒤로 돌려졌다.

    그리고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세 개나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명은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등 뒤로 부드럽게 묶어 놓고 제비꽃을 닮은 아름다운 눈동자를 매혹적으로 빛내고 있었다.

    “앤젤라!”

    “레, 레인 삼촌?!”

    그의 눈동자가 앤젤라를 담자마자 안도를 띄우며 환하게 변했다.

    그러나 앤젤라의 눈은 식겁할 정도로 커졌다.

    앤젤라의 경악은 로레인 뿐만으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옆에 있는 이는 약간 구불거리는 분홍색의 머리카락 밑으로 붉은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제게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 트레일 삼촌!”

    “앤젤라!!! 어떤 새끼가 우리애기를 건드렸어!!!!”

    “사, 삼촌 진정을...”

    “오빠, 진정해.”

    “하지만...!”

    앤젤라가 당황하며 트레일을 말릴 무렵 달콤한 목소리가 들소처럼 달려드는 그를 진정시켰다.

    앤젤라의 시선이 저절로 그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구불거리는 분홍빛 머리카락과 제 눈과 똑 닮은 연두색의 다정한 눈동자.

    앤젤라의 눈에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엄마아아...!”

    “앤젤라, 무사했구나!”

    세린이 환히 웃으며 두 팔을 벌리자 앤젤라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제 몸을 던졌다.

    세린은 제 품에서 눈물을 삼키는 딸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며 나직이 속삭였다.

    “많이 놀랐지? 에구 우리 딸....”

    “엄마아 무서웠어요오...!”

    “그래그래, 엄마가 삼촌들한테 꼭 혼내달라고 할게.”

    “흐엉”

    “뚝 하렴.”

    16살의 소녀를 어린아이 달래듯 보듬는 세린이 귀여워 로레인이 피식 웃었다.

    그리곤 냉정히 앞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두 눈에 브로크를 담았다.

    “할 말은?”

    베르트는 그 잔혹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난처하게 웃었다.

    “이 사건에 더 할 말은 없지만... 지금 붙잡힌 아이들은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

    로레인의 말에 브로크가 눈을 크게 떴고 이내 등 뒤의 경매장 천막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나타났다.

    저벅 저벅

    그 발소리의 주인이 두 명이라는 것에 앤젤라의 시선도 저절로 돌아갔고 그런 앤젤라를 안아주고 있던 세린의 미소도 짙어졌다.

    환한 은발이 휘날렸다.

    푸른 눈동자도, 연두색 눈동자도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앤젤라는 그런 두 사람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불렀다.

    “레기오빠! 에드오빠!!”

    “앤젤라.”

    “앤젤라아!”

    레기는 누군가를 질질 끌어 다가오며 말했다.

    “다친 곳은?”

    “응? 아! 없어...”

    앤젤라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자 테리가 나직이 말을 흘렸다.

    “손목에 멍이 들어있더군. 밧줄에 세게 묶여진 듯해.”

    “멍...?”

    “테, 테리 오빠!”

    앤젤라가 경악이 서린 얼굴로 테리를 바라보기도 전에 세린이 앤젤라의 손목을 들어올렸다.

    서둘러 다가온 로레인과 트레일, 레기와 에드는 앤젤라의 손목에 자리한 붉게 달아오른 밧줄의 자국과 푸른 멍에 낯이 창백해졌다.

    “소... 손목.... 감히....”

    트레일이 질린 낯으로 덜덜 떨며 말도 내뱉지 못하자 로레인이 부드럽게 앤젤라의 손목을 감싸며 마력을 피어 올렸다.

    푸른빛에 휩싸인 손목에서 아린 고통이 사라지자 앤젤라가 잔뜩 위축된 얼굴로 로레인을 바라보았다.

    고요하게 빛나는 제비꽃색의 눈동자가 짙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누구 하나 죽일 기세였던지라 앤젤라는 다급히 로레인의 손을 잡았다.

    “삼촌 저 괜찮아요.”

    “.... 하지만 네가 겪은 일은 괜찮은 일이 아니란다.”

    “지, 지금 전 무사하고... 아무 일도 없었고...!”

    “앤젤라.”

    로레인이 다급한 앤젤라를 나직이 부르며 그녀의 진정을 도왔다.

    앤젤라는 불안이 가득한 얼굴로 로레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술을 꾹 다물었다.

    “노예 경매를 진행하려고 했던 이들은 황성으로 데려갈 거야. 저 탑에 있는 녀석이랑 지금 레기가 잡은 애들 말이야.”

    “.....!”

    로레인의 말에 놀란 눈으로 앤젤라가 다급히 레기를 바라보았다.

    장확히는 레기의 손에 끌려오는 사내 둘을 말이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아주 피떡이 되어있기에 앤젤라는 한 번 더 식겁했다.

    브로크는 그 두 사람을 면면에 비웃음을 가득 띄우며 말했다.

    “말귀가 어두운 녀석이 왜 안 오나 했더니... 미리 얻어터지고 있었군요.”

    “아....”

    자신을 끌고 온 사내 둘과 그 마스터라 불리는 이가 차례로 앤젤라의 앞에 쓰러졌고 앤젤라는 놀란 눈으로 레기를 향해 물었다.

    “오빠! 죠이는... 아니, 학생들은??”

    에드는 그런 앤젤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무사해. 워프시켜서 아카데미로 먼저 보냈으니 진정해.”

    “다, 다행이다아....”

    짙은 안도가 몰려오자 앤젤라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린은 그런 앤젤라를 잡아주며 말했다.

    “브로크 공자는 널 도와주셨나 보구나.”

    “아... 맞아요! 절 도와주셨어요! 밧줄도 바로 풀어주시고 테리오빠한테 데려다주셨어요.”

    “그렇다는데요? 레인오빠.”

    “......”

    세린의 나직한 말에 로레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항상 소중하게 보듬어왔던 조카의 손목에 난 상처가 눈에 아른거려서 모두 다 태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앤젤라는 그런 것을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하....”

    로레인은 깊은 한숨을 내쉰 후 여전히 노발대발하는 트레일의 어깨를 잡고 그를 워프시켰다.

    “이 개...!!”

    팟!!

    한순간에 사라진 트레일의 옆에서 팔짱을 낀 로레인이 브로크를 향해 말했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만 두 번 반복된다면 용서는 없어.”

    “......”

    “한 번은 실수라고 쳐도 두 번은 고의에 가까우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브로크가 부드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로레인은 레기, 에드, 앤젤라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도 아카데미로 돌아가자.”

    “네에....”

    “무사해줘서 고맙고.”

    “...!!”

    화가 난 듯 보이던 로레인의 다정한 목소리에 앤젤라가 놀란 눈으로 로레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따스한 온기를 품은 미소를 맞이하는 순간 긴장된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고 앤젤라는 이내 로레인의 품에 뛰어들며 말했다.

    “삼초온! 걱정시켜서 죄송해요...!”

    “괜찮아. 너희만 다치지 않고 무사하다면 말이야.”

    로레인이 부드럽게 앤젤라의 등을 두드려주며 웃자 앤젤라도 결국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앤젤라으으아아아!!!!!”

    “..... 엥?”

    참으로 우렁찬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앤젤라와 세린이 그 목소리에 놀라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레기와 에드는 환해진 얼굴로 달려오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로레인과 테리는 한숨을 삼킨 얼굴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고 말이다.

    “누가 우리 천사를 건드려!!!!! 다 뒤졌어!!!!”

    앤젤라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모!!!!”

    그렇다.

    앤젤라와 가족들을 향해 무섭게 달려오는 이는 바로 리사 도베로만 백작이었다.

    리사는 환한 은발을 마구 휘날리며 근사하게 앤젤라와 세린의 앞에 섰고 이내 두 사람을 껴안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야!!! 누구냐!!! 너야?!”

    “고모, 테리 오빠잖아요~”

    “아, 황태자님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고모, 보고 싶었어요.”

    리사의 성난 목소리가 정겨워 앤젤라가 그녀의 품에 꼭 안겼다.

    리사는 코피가 줄줄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삼키며 앤젤라의 등을 감쌌고 이내 반가운 기세를 흩뿌리며 레기와 에드가 다가왔다.

    “고모!”

    “고모님.”

    “엥? 에드, 레기!! 너희도 있었구나!”

    리사가 환하게 웃으며 레기와 에드를 반기자 두 사람의 미소가 짙어졌다.

    고모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세쌍둥이들이 넘치도록 애교를 부리자 세린이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니, 세쌍둥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리사는 아끼지 않고 사랑을 모두 퍼부은 덕분에 말수가 적은 레기와 낯을 가리는 에드가 지금까지도 그녀를 이리도 좋아하고 반기고 있었다.

    자칫 냉정해 보일 수 있는 쌍둥이들도 환하게 얼굴을 피며 그녀를 반기니 세린으로서는 참 사랑스러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리사,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 훈련하다가 아카데미 실종사건에 앤젤라가 휘말렸다는 소문을 듣고 그만...”

    “또 훈련하던 거 내려놓고 달려온 거지?”

    “하하하...”

    세린의 가늘어진 눈에 리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제 머리를 긁적였다.

    세린은 그런 리사를 할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바라보았고 나직이 말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 단장이 없으면 기사단들도 훈련을 제대로 못 하는 것과 같다며.”

    “그 점에서는 저희 기사단들은 조금 요상합니다.”

    “응?”

    “제가 없으면 더 잘되는 것 같던데요.”

    그 말에 에드와 레기가 웃음을 꾹 참으며 시선을 맞췄고 로레인도 고개를 돌려 터지려는 웃음을 삼켰다.

    얼마나 리사의 앞에서 긴장을 하고 훈련을 하면... 아니, 겁을 집어먹고 훈련에 임하면 그녀가 없을 때 더 잘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단장이나 기사단들이나 참 재밌는 모습들이었다.

    키득키득 웃는 앤젤라와 에드를 함께 웃으며 바라본 레기가 이내 제 형제들을 향해 말했다.

    “돌아갈까? 우리도 수업에 더 빠진다면 힘들어져.”

    “아!! 그렇네...!”

    “응! 얼른 가자!”

    앤젤라는 환히 웃으며 그리 대답한 후 브로크를 향해 맑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브로크 공자.”

    “!!!”

    브로크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앤젤라는 그 말을 끝으로 세린과 로레인, 리사의 사이에 서며 그대로 워프를 했고 빠르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브로크는 사라진 그들의 빈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터지려는 웃음을 참았다.

    그런 브로크를 물끄러미 바라본 테리가 이내 냉정히 말했다.

    “아름다운 아이인 건 나도 알지만 네가 반하면 곤란해.”

    “.... 네?”

    “그리고 넌 안 돼.”

    “네에??”

    “기각. 경매장이나 정리하도록.”

    아직 질문도 내뱉지 못했는데 기각을 당한 브로크는 조금 억울한 표정으로 테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경매장을 정리하러 이동했다.

    그의 가슴에 봄바람이 아주 조금씩 불어왔다는 건 비밀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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