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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09화 (외전) (208/218)
  • 외전 1화. 아카데미에서 생긴 일

    이 일은 세린과 제이의 세쌍둥이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 3년이 지날 무렵의 일이었다.

    앤젤라는 늘 똑같이 맑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이내 제 옆에 자리한 작은 소녀를 내려 보았다.

    이제 막 10대에 진입한 듯한 작은 소녀의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신관의 수업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기도 했고 말이다.

    작은 궁금증을 떠안고 앤젤라가 소녀를 향해 다정히 웃으며 물었다.

    “안녕?”

    “끄악!!”

    “그, 그렇게 놀랄 것까지야...”

    식겁한 반응에 더 식겁한 앤젤라가 난처하게 웃자 작은 소녀의 두 볼에 짙은 홍조가 올라왔다.

    “죄, 죄송합니다... 대공녀님...”

    “어? 아...”

    초면인데 자신을 어떻게 아는 건지 궁금해지려던 찰나 자신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으로 인해 빠르게 수긍했다.

    하긴... 제국에 단 한명 뿐인 황녀였던 제 엄마와 똑 닮은 이 모습을 보고 누가 모를까.

    앤젤라는 빠른 수긍 뒤에 맑게 웃으며 소녀를 향해 물었다.

    “넌 이름이 뭐야?”

    “네? 저, 저는 죠이라고 합니다... 성은 없어요...”

    “그렇구나! 죠이는 언제 입학한 거야?”

    “어... 어제 입학했어요.”

    “그럼 13살이겠다!”

    앤젤라의 질문에 죠이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네에....”

    앤젤라의 가슴이 쿵 떨어질 정도로 귀여웠다.

    “죠이 너무 귀엽다!!”

    “네에??”

    “진짜로 정말 정말 귀여워!”

    앤젤라의 눈에 보이는 죠이는 붉은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새하얀 피부와 통통한 볼 살이 참 매력적인 아이였다.

    그러나 죠이의 눈에 비치는 앤젤라는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참 사랑스럽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죠이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대, 대공녀님께서는 아름다우세요...”

    “정말?? 아하하하!”

    저절로 밝게 웃음을 터트린 앤젤라가 죠이를 향해 더 질문을 하려할 때 그녀의 뒤에서 나직한 저음이 울렸다.

    “앤젤라.”

    “응? 아! 레기오빠!”

    그 저음의 주인공은 레기 스페라도였고 말이다.

    레기는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로 올곧게 앤젤라만을 담으며 다정히 말했다.

    “점심시간이야. 에드도 기다리고 있으니 가자.”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시간도 모르고... 수업은 잘 듣긴 한 거야?”

    “드, 들었거드은!”

    레기의 말에 발끈한 앤젤라가 투덜거리자 레기의 화사한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주변의 영애들과 여학생들이 넘어갈 만큼 눈부신 미소였다.

    큰 키에 걸 맞는 넓은 어깨와 단단한 체격은 뭇 여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했다.

    심지어 스페라도라는 대귀족의 신분에 아름다운 미모, 소문이 자자한 검술의 천재가 아니던가.

    여학생들의 눈은 잔뜩 타올랐다.

    정작 레기는 앤젤라만 바라보고 있었고 말이다.

    “일단 가자. 오늘은 학식에 케이크가 나온다고 들었어.”

    “정말??”

    너무 좋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앤젤라는 부드럽게 자신을 이끄는 레기의 손을 꼭 잡으며 죠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죠이! 있다가 봐~!”

    “ㄴ, 네에! 가, 감사합니다!”

    “하하하! 역시 귀엽다니까.”

    앤젤라는 사랑스런 미소를 흩뿌리며 죠이를 뒤돌아보다가 이내 레기를 향해 고개를 올려 물었다.

    “오빠, 죠이 귀엽지? 그치?”

    그녀가 듣고 싶은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레기는 정 반대의 대답을 하고 싶었다.

    “네가 더 귀여워.”

    “응? 아니, 나 말고 죠이 말이야!”

    “그 아이 얼굴도 몰라. 오빠 눈에는 앤젤라만 보였거든.”

    “에엥?! 그, 그게 뭐야! 또 나 놀리는 거지?”

    “밥 먹으러 가자.”

    “거봐! 또 말 돌리는 거!”

    티격태격한 듯, 또 다정한 듯 보이는 쌍둥이들이 신관부에서 멀어져갔다.

    멀어지는 쌍둥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의 눈이 선망을 담았다.

    언제 보아도 우애는 깊어 보였고 언제 보아도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레기는 앤젤라의 손을 잡아주며 부드럽게 그녀의 보폭에 맞춰 걸었다.

    앤젤라는 어느 새 제 자신보다 큰 키를 가진 레기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말이다.

    “오빠는 왜 그렇게 키가 커졌어?”

    “음?”

    “이제 곧 아빠를 따라 잡을 것 같아.”

    “뭐? 하하”

    앤젤라의 말에 레기가 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드문 레기의 맑은 웃음에 앤젤라가 환히 미소를 지었고 레기는 이내 키득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내년 안으로 아버지를 따라잡는 게 목표야.”

    “오오... 어쩌면 가능할 것 같아.”

    “너도 17살 되기 전에는 키가 더 크기를 바라.”

    “..... 레기오빠!!”

    “하하하.”

    앤젤라의 발끈한 모습에 맑게 웃은 레기가 이내 그녀를 다시 부드럽게 이끌며 말했다.

    “있다 쉬는 시간에 보러갈 테니까.”

    “또? 오빠,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음... 있다고 한다면 있지.”

    “뭔데 그래? 나랑 연관이라도 있는 거야?”

    “흠....”

    레기의 미소가 조금씩 굳어갔다.

    레기는 부드럽게 고개를 숙여 앤젤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실종되고 있어.”

    “..... 응?”

    생각했던 것 이상의 사건에 앤젤라의 눈에 지진이 일어났다.

    레기는 그런 앤젤라를 진정시키려 어깨를 감싸주며 말했다.

    “지금까지 실종된 아이들만 3명 째야. 아카데미 내부에서 생긴 일 중에서 제일 큰일이겠지.”

    “그,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야? 왜 난 모르고 있었지?”

    “교수들과 아카데미 측에서 찾고 있는 중이야. 아카데미 학생들이 혼란에 빠지고 사건이 더 커질까봐 일부러 묻혀놓은 상태지만 아마 곧 해결될 일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

    “곧...?”

    “테리형님께서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시라고 어제 이야기를 들었어.”

    “아아...”

    “그리고 너도 조금은 안심해도 되고 말이지.”

    “난 왜?”

    앤젤라의 눈이 커지자마자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종된 학생들은 모두 우리 마법과 학생들이거든.”

    “에드 오빠!”

    앤젤라의 뒤에서 나타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에드 스페라도였다.

    에드는 연두색 눈동자를 찌푸리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모두 평민이었어.”

    “평민...”

    “그렇다고 안심하고 다니지는 말고. 귀족이라고 안 잡아간 다는 법은 없으니까.”

    “무섭다...”

    “그러니까 레기 형이 쉬는 시간마다 찾아가도 놀라지 말고... 나도 있다가 찾아갈게.”

    “으응...”

    그들의 걱정이 뭔지 잘 알아챈 앤젤라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손을 마주 잡았다.

    아카데미에 그런 일이 생겼을 줄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오스카는?”

    “곧 온다고 했어. 식당으로 일단 가보자.”

    “응!”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레기는 착실히 앤젤라를 신관부 교실 안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리곤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정돈해주며 다정히 말했다.

    “있다가 보러 올게. 수업 잘 듣고.”

    “응!”

    “졸면 안 된다?”

    “칫... 안 졸아!”

    “농담이야, 졸리면 조금은 자도 괜찮아.”

    레기는 투덜거리는 앤젤라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뒤를 돌아 빠르게 교실에서 멀어졌다.

    그의 지극정성을 알게 된 앤젤라가 입술을 삐쭉이며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맨 날 내 걱정만 한다니까...”

    난 애도 아닌데...

    하지만 그 걱정과 관심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앤젤라는 결국 밝게 웃음 지었다.

    그리곤 교실 안으로 들어서며 익숙한 창가의 책상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았다.

    멀어지는 레기의 뒷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긴 다리에 큰 키, 화사한 은발.

    저절로 대공저에 있을 제 아빠가 떠오를 만큼 눈부신 자태가 아닐 수 없었다.

    “진짜 닮았다니까.”

    가족도 인정하는 똑 닮은 부자였다.

    에드 또한 레기만큼 키가 크고 단단해져서 제이를 쏙 빼닮았고 말이다.

    그러던 앤젤라의 시선에 붉은 머리카락이 눈에 스쳤다.

    “어?”

    저 작은 키며 통통한 볼은 분명 제 짝꿍이 된 죠이였다.

    앤젤라는 도도도 달려오는 작은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키득키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작은 소녀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싶은 심술이 물씬 풍긴 탓이었다.

    놀란 얼굴도 분명 귀여울 것이었다.

    ‘놀란 얼굴 보고 싶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참 귀여운 생각이기도 했다.

    앤젤라는 신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곧 올라올 죠이를 계단에서 기다렸다.

    가만히 목표물을 기다리는 앤젤라의 귀에 작은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깝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왔다...!’

    저벅저벅!

    앤젤라는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을 세기도 전에 튀어나갈 준비를 완료한 앤젤라는 이내 속으로 ‘셋!’을 외치며 계단을 껑충 뛰어내렸다.

    타닷!

    “죠이~!!!”

    두 팔을 넓게 벌려 죠이를 맞이할 준비를 마친 앤젤라는 맑은 미소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죠이는 그 귀여운 얼굴로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혼자도 아니었다.

    더 정확히 서술하면 서있지도 않았다.

    죠이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두 팔을 등 뒤로 속박당하고 있었고 그런 죠이의 양 옆으로 건장한 사내 둘이 멍하니 앤젤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엥?”

    “.... 응?”

    서로 어안이 벙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앤젤라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며 굳어 있었고 사내들은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로 앤젤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외쳤다.

    “자, 잡아!!!”

    “아....”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다는 생각이 아카데미에서 할 수 있던 마지막 생각이었다.

    “으으으으!!”

    에드가 두 팔로 제 몸을 감싸며 부르르 떨자 레기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감기라도 걸렸니.”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오한이...”

    “그게 감기가 되는 거다.”

    “에이씨 아니라니까... 앤젤라 제대로 바래다줬지?”

    “교실 안으로 들어서는 것 까지 확인했다.”

    “형이 그렇다면야... 그럼 된 거지 뭐....”

    레기의 확실한 대답에 안심한 에드가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오한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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