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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06화 (205/218)

206화. 다녀왔습니다.

시간은 빠르고 빠르게 흘러갔다.

로레인의 연애는 수월했으며 플로리아의 성장도 원활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있을 아이들 또한 눈부신 모습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세린은 어느 날처럼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처럼 리사와 이엔이 있었고 말이다.

“전하, 오스카님께서 황태자님의 보좌관으로 승직하셨다고 합니다.”

“졸업하고 나서도 노력하더니... 여전히 잘하고 있나보구나. 정말 멋진 아이라니까?”

이엔이 전해준 소식에 세린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트레일을 닮지 않아 똑똑하고 야무진 조카가 참 사랑스러웠다.

리사는 그런 세린의 미소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번 해에는 조기졸업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 우리 아가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내 예상에는 우리 레기 일 것 같은데...”

“점수가 같은 학생이 둘이라 한 것을 보면 동시에 두 분이 조기졸업인 것 같습니다.”

“그래? 누굴까....”

세린의 눈이 걱정으로 물들여질 무렵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응?”

환한 햇빛을 받은 은발이 굵은 굴곡을 가진 채 부드럽게 휘날렸다.

선명하고 화사한 이목구비와 옅은 홍조가 참 사랑스런 소녀가 세린에게로 달려왔다.

소녀의 이름은 플로리아 스페라도. 이제 막 9살이 된 세린과 제이의 막내딸이었다.

세린은 제 품에 안기는 플로리아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리아, 연습은 잘하고 온 거니?”

“당연하죠! 곧 진검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승님이 그랬어요!”

“정말? 리아는 아무래도 리사를 닮은 것 같아! 대단해.”

세린의 칭찬에 리아의 볼도 리사의 볼도 붉어졌다.

리사는 조금 쑥스러운 얼굴로 웃으며 리아를 향해 다정히 말했다.

“나보다 더 멋지게 클 것 같은 걸? 고모를 재치고 최연소 마스터의 기준을 당장에 바꿔버리렴 리아!”

“네!! 고모!!”

“윽.... 귀여워...”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 푸른 눈에 리사는 여전히 약했다.

리사가 플로리아의 귀여움에 이기지 못하고 다리를 비틀거리자 이엔이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를 받쳐 잡았다.

“리사님! 지, 진정을...!”

“그래 리사. 홀몸도 아니면서... 넘어지면 큰일이니까 조심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

아이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플로리아는 검술에 재능을 보여 매일 검술연습을 하고 있었고 오스카는 입학한지 3년 만에 조기졸업을 해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소식은 역시 리사의 임신 소식이었다.

리사는 제 배를 쓸어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실감이 나지를 않아서...”

“아직 아기가 너무 작아서 그래. 하지만 시간은 금방 간다? 아마 리사도 배가 이만큼 커질 걸?”

“흠.... 신기한데요?”

“하하하 리사도 엄마가 되다니... 정말 멋진 일이야.”

“훈련을 하지 못해서 조금 찝찝해요.”

“아기를 낳고 몸이 안정적이게 되기 전까지는 잠시 기사일은 관두기로 했잖아. 위험해서 안 돼.”

“알고 있지만....”

“그러니까 얼른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줘.”

세린의 다정한 위로에 리사가 입술을 삐쭉이다가 이내 밝게 웃었다.

이엔 또한 그런 리사와 세린의 모습에 다정히 웃었고 말이다.

세린은 그런 두 부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리사랑 이엔은 아들이면 좋겠어, 딸이면 좋겠어?”

“음....”

“어....”

생각은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부부는 서로의 눈을 마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구든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네요. 만약 성격을 닮을 수 있다면 저를 닮았으면 좋겠고요.”

“음?? 왜??”

“이엔처럼 바보 같이 착했다가는 누구에게 잡아먹힐지 모르잖아요. 이왕이면 잡아먹는 쪽이 더 좋지 않을까요.”

뭐? 아하하하하!!”

리사의 말에 세린의 웃음이 터졌다.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지는 세린의 웃음소리에 리사의 미소도 짙어졌다.

푸른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세린을 향해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님!! 마님!!”

그녀의 전속시녀였다.

세린은 다급해 보이는 시녀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음? 무슨 소란이냐.”

“헉! 헉...! 다, 다름이 아니오라...”

“괜찮으니 진정하고 말 하거라.”

“헉헉....”

세린이 다정히 어깨를 두드려주자 시녀는 숨을 고른 뒤 상체를 세워 밝은 얼굴로 외쳤다.

“돌아오셨습니다!”

“돌아와? 누가?”

“대공자님이요!!”

“.... 뭐?”

세린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시녀는 그런 세린을 향해 확고하게 외쳤다.

“레기 공자님과 에드 공자님께서 방금 아카데미에서 조기졸업장을 받고 오셨어요!!”

“!!!!!”

세린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세린은 제 두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놀란 얼굴을 가렸다.

눈이 얼마나 떨려오는 지 흔들리는 동공도 바로잡을 시간도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이들이....!’

그녀의 다리가 멈추지 않았다.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세린의 가슴에 사랑스런 아이들이 품어졌다.

‘아이들이...!!’

휘날리는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물결쳤다.

‘돌아왔다고?!’

철컹!

대공저의 굳건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세린의 시선에 보이는 문 앞으로 큰 키의 두 남자가 짐 가방을 뒤에 두고 서 있는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서로를 꼭 닮은 하얀 은발과 사랑하는 그 이를 닮은 이목구비.

푸른 눈동자와 연두 빛 눈동자가 누구보다 따스하게 세린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세린은 너무도 멋지게 자라난 제 아이들을 향해 외쳤다.

늘 그리웠던 이름을 낭창했다.

“레기!! 에드!!”

제 부름에 사내 둘의 고개가 돌아갔다.

소년이라 불릴 수 없는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은 작았던 아이들을 이제는 사내로 만들고 있었다.

넓은 어깨 위로 꽃이 판 것 마냥 선명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더욱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어머니!”

“어머니~!!”

자신을 부르는 그 부름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세린은 달려간 속도 그대로 제 몸을 아이들을 향해 던졌다.

와락!!

건장한 아들들의 품에 안착한 세린이 눈물진 얼굴로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보고 싶었어...!”

“하하하하.”

“어머니.”

레기의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에드가 밝게 그녀를 불렀다.

“우리 방학에도 만났었잖아요.”

“그것도 벌써 몇 개월 전인지 알잖아...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저도 마찬가지이긴 해요.”

에드의 연두색 눈동자가 세린과 마주했다.

언제 키가 이리도 컸는지 자신과 시선을 맞추려면 아들들은 무릎을 잔뜩 굽혀야 했다.

레기는 세린을 안아준 팔에 힘을 주며 다정히 말했다.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네요. 이리 반갑게 맞이해주시니 빨리 달려준 마부에게 팁이라도 더 줘야겠어요.”

“레기이...”

세린의 두 손이 첫 째 아들의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고생 많았어... 많이 힘들었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어머니.”

“조기졸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빠한테 들어서 알고 있단 말이야... 에드도 정말 고생 많았어.”

“이렇게 반겨주시니 두 번이라도 아카데미 입학을 해볼 수 있겠어요.”

“그, 그런 말 하지마아...”

세린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자 레기가 안 보이게 에드를 흘겼다.

에드가 약간 찔린 눈으로 제 머리카락을 긁으며 말했다.

“저, 저도 보고 싶었어요!”

“응... 잘 했어. 그보다 앤젤라는 졸업이 힘들었나 보구나...”

“아... 앤젤라라면 정말 아까웠어요.”

“응?”

세린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자 레기가 다정히 그녀를 제 품에서 놓아주며 말했다.

“점수가 정말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거든요. 문제 하나로 졸업을 못한 것이니 아마 본인은 더 억울할 거예요.”

“그렇구나....”

“하지만 그 아이도 노력하고 있으니... 내년이면 앤젤라도 올 수 있을 거예요.”

세린이 속상하다는 듯 슬프게 눈을 휘자 레기가 급히 세린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어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응? 아직 못했어...”

“고모랑 고모부도 오셨나 봐요. 곧 아버지도 오실 시간 같으니 같이 저녁이라도 먹을 준비를 해요.”

“어머니, 리아는 어디 있어요?”

아들들의 다정한 대화와 물음에 세린의 입가에 슬픔이 조금씩 사라졌다.

레기는 자신들이 아카데미를 나오기 전, 억울한 눈으로 아카데미 입구에서 자신들을 배웅해준 앤젤라가 떠올랐다.

그녀는 무척 성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무룩한 기색을 얼굴에 가득 띄우고 있었다.

‘앤젤라...’

레기가 안타깝게 앤젤라를 부르자 앤젤라가 기운 없이 말했다.

‘점수 아까웠다고 엄마한테 꼭 전해줘... 아까웠다고 꼭 강조해줘야 해....’

‘알겠어. 그럴게.’

‘리아도 많이 안아주고... 아빠도 많이 안아주고...’

‘그래 그래.’

‘이익....!!’

앤젤라의 연두색 눈에 눈물이 고였다.

레기와 에드가 철렁할 만큼 속상한 표정이었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에에!! 졸업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에!!’

‘미, 미안해.’

‘오빠가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사과하지 마! 힝...’

서글픈 기색이었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은 앤젤라가 부드럽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년에는 내가 더 높은 점수로 졸업할 거야...’

‘알겠어 앤젤라. 어머니, 아버지께는....’

‘내년에 만나자고 전해줘!’

‘응. 그럴게.’

‘졸업 축하해 오빠들!!’

마지못해 웃으며 속으로 속상해하는 동생을 홀로 두고 가기에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혼자 남겨진 동생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기에 레기와 에드는 걸음을 꾸역꾸역 겨우 움직여 집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인 세린도 속상해하는 모습이 싫었기에 이내 앤젤라에게서 주제를 돌렸다.

부디 그녀도 빨리 대공저로 졸업하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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