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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05화 (204/218)

205화. 달라진 것

멀쩡히 연인과 걸어가던 로레인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에게 다가가고 있던 세린이 놀라며 외쳤다.

“으앗! 오빠 없어졌어요!”

“쯧.”

테오가 낮게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눈치는 빨라가지고.”

“그러게 말이에요. 또 실패인가...”

트레일의 목소리에서 실망이 느껴졌다.

에드윅은 그런 트레일을 바라보다가 이내 세린에게 다정히 물었다.

“세린, 혹시 그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있겠느냐.”

“네?? 아...! 할 수 있어요!”

“그럼 어디 우리 한 번 해보자꾸나.”

끝까지 쫓아가보자는 기세로 그리 말하자 세린의 입가에도 장난스런 미소가 담겼다.

“네!”

그 말을 끝으로 세린이 부드럽게 로레인이 사라진 땅에 손을 올렸다.

그리곤 부드럽게 눈을 감았고 그 마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 응?”

세린의 입술 사이로 영문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다.

트레일이 동그랗게 변한 눈으로 그런 세린에게 물었다.

“세린?? 왜 그래?”

“어.... 지금 워프한 사람... 로레인 오빠가 아니네요. 마력이 달라요.”

“엥?? 그렇다면...”

“그 여성분도 마법사인가 보네요.”

“뭐어??!!”

일단 여인에 대한 정보가 하나 늘었다.

그녀는 금발에 로레인처럼 보라색 눈을 가졌다는 것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라는 것!

차근차근 정보를 밟아나가는 가족들은 이내 로레인과 그 여인을 향해 이동했다.

[파밧!]

로레인은 수도의 골목 구석 외곽에 이동한 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구석을 잘도 알고 있군...”

“그, 그야 네가 잡힌다고 하니까 제일 구석으로 왔지...!”

“아... 그 말을 들으니까 생각난 건데.... 한 가지 말 안 해준 게 있어.”

“뭐... 뭔데??”

벨의 겁을 먹은 듯한 물음에 로레인이 달콤히 웃었다.

“실은 그 스토커도 마법사야.”

“뭐어어어어??!!!”

“그러니 어서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해. 널 따라 올 거라고?”

“그런 건 미리미리 말하라고 이 바보야!!”

벨이 경악을 한 것과 동시에 허공에 연두색의 빛들이 모였다.

로레인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벌써 왔네? 나 어떡하지...”

“꺅!! 안 돼!!!”

벨이 기겁을 하며 로레인을 굳게 껴안았고 동시에 다시 워프를 외쳤다.

“워프!!!”

[파밧!]

워프를 외치기 직전 벨은 연두색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마주한 듯 했다.

헉헉 소리를 내며 로레인을 껴안고 있던 벨이 고개를 들어 올려 물었다.

“여, 여자였던 것 같은데... 나, 날 본 것 같은데...!!”

“엄청 예뻤지?”

“응! 무진장 예뻤... 가 아니라!! 그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도망쳐?! 진짜 스토커야??”

“음....”

벨의 물음에 로레인이 슬쩍 눈을 굴렸다.

그리곤 부드럽게 벨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지금은 스토커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스토커.”

“에에에????”

알 수 없는 말만 내뱉는 로레인을 이상하게 바라본 벨이 이내 그가 제 등허리에 손을 얹은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그, 그것보다 이건 좀 놔줘!”

“왜?”

“아니 왜가 아니지!!”

“내가 싫어?”

“뭐?? 아니!! 그건 아니지만...!”

벨의 대답에 로레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나타났다.

그는 개구 진 얼굴로 벨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가져가며 물었다.

“그럼 내가 좋아?”

“헉....!”

치명적인 외모에 치명적인 물음이었다.

벨은 거세게 뛰는 제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그러니까 좋... 좋기는 한데...”

“한데?”

“으윽..... 아니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거야?! 난감하게!!”

벨이 결국 삿대질로 로레인의 얼굴을 가리키며 외쳤다.

“사람을 착각하게끔 말하면 안 돼 바보야!! 사람을 자꾸 멍청이로 만들고 말이야!!”

“음? 내가?”

“그래!! 자꾸 날 좋아하는 듯 행동하잖아!!”

“.....”

로레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가 무언가 말을 꺼내기 위해 입을 열자마자 그의 위로 연두색의 마력이 빛이 모여들었다.

로레인의 눈이 커지며 이내 벨을 잡고 워프 하려던 때 벨이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고 외쳤다.

“워프!!”

[파밧!]

급한 워프라 떨어지는 곳이 엉망이었다.

철퍽!! 철푸덕!

“윽...!”

“으어!!”

수도 인근의 숲에 이동된 로레인과 벨은 작은 연못의 가운데에 툭 떨어졌다.

로레인은 제 품에 쓰러지듯 안긴 벨을 붙잡아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도 다친 곳은 없어 보였고 주변도 수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로레인은 살짝 젖은 얼굴로 벨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

“으... 괜찮아..”

토할 것 같은 것만 빼면...

연달아 시도한 워프에 속이 울렁거린 벨은 제 입가를 한 손으로 막고 눈을 찌푸렸다.

로레인은 그런 벨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이내 악마의 속삭임 마냥 달콤하게 물었다.

“아까 한 말.....”

“엥?”

“다시 해볼래?”

“..!!!”

로레인의 제비꽃 색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물에 살짝 젖어 그 아름답고 위험한 느낌은 배가 되었다.

벨은 그 숨이 막히게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이내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내가... 너를?”

“그, 그래!! 그러니까 착각하게 하지 말...!”

“착각이 아니라면?”

“....!!!!”

놀란 벨의 눈동자를 로레인이 지그시 바라보았다.

로레인은 제 손에서 마법반지를 빼내며 그녀를 올곧게 직시했다.

초록색의 머리카락에서 화사한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나타나자 더욱 외모가 빛을 발했다.

“가, 갑자기 마법반지는 왜....”

“누군가를 내 인생에서 받아드려 할 때는 진실 된 모습으로 하라고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 알려주셨어.”

“.......”

“다시 물을게.”

로레인이 부드럽게 벨의 손을 붙잡았다.

“착각이 아니라면?”

“......!!”

“내가 널 좋아한다면?”

“하, 하지만 넌 황족이고...”

“내 어머니도 평민이셨어. 신분이 우리 관계에 도대체 무슨 상관이지?”

“!!!”

“지금 중요한 것은 너와 내 차이가 아니라 너와 내 공통점이야.”

놀란 눈동자의 벨을 바라보며 로레인이 다시 물었다.

“넌 날 좋아하니 벨?”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을 까먹을 만큼 아름다운 물음이었다.

그 달콤하고 간지러운 느낌에 벨이 입술을 달싹였고 이내 그녀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좋아해....”

“......!”

“나쁜 놈! 그 말 들으려고 사람 창피하게 정말...!!”

“나도야 벨.”

“!!!”

“나도 널 좋아해.”

로레인의 미소가 아름답게 곡선을 그렸다.

로레인은 벨의 손을 부드럽게 쥐며 이내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마음이 통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깊이 감겨진 그의 속눈썹이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속눈썹에 맺힌 작은 물방울도 살짝 젖은 그의 머리카락도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도 모두 아름다웠다.

벨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고 이내 다급히 그를 붙잡으며 물었다.

“너 그 스토커는?! 마법사니까 곧 우리를 따라잡을 텐데..!!!”

“음? 아....”

로레인은 놀라는 벨을 바라보지 않고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 됐어.”

“엥?? 무슨 소리야?”

“미묘한 관계라 소개하기 어려워서 피했던 거였지만... 이제는 됐어.”

“아니, 혼자만 알아듣지 말고 나도 좀 알려줄래?”

“곧 알게 될 거야.”

“응??”

로레인의 그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연두색의 마력이 울렸다.

그 싱그러운 빛의 모습에 로레인의 두 눈이 아름답게 휘었다.

“헉! 왔다!!”

“소개할게.”

“앙???”

로레인은 부드럽게 벨의 허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하나, 둘씩 제 앞으로 착지하는 제 스토커들을 그녀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턱!

먼저 착지한 이는 테오였다.

로레인은 그런 테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형님이자 제국의 황제폐하시고.”

“.... 느헉!!”

타닥!

“아씨 위험했네!!”

두 번째 착지자는 트레일이었다.

“얘는 내 남동생이자 제국의 1기사단의 단장.”

“컼!!!”

세 번째는 에드윅의 품에 안겨 착지한 세린, 두 사람이었다.

로레인은 그 두 사람을 공손히 가리키며 말했다.

“내 아버지이자 전 황제셨지. 이쪽은 내 하나뿐인 제국에서 제일 예쁜 내 여동생. 대공부인의 자리에 있고 아이들도 4명이나 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착하고 예뻐. 어때? 네가 봐도 예쁘지?”

“형님, 뭔가 세린 쪽에만 소개가 쏠린 기분인데요?”

“착각이란다 트레일.”

대가족의 모임에 벨의 눈이 처참하게 흔들렸다.

“아, 아 그... 저....”

“반갑소. 로레인의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꺅!! 폐하! 아, 안녕하십니까!!”

에드윅의 부드러운 악수신청에 기겁한 벨이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맞잡고 상체를 깊이 숙였다.

에드윅은 그런 그녀의 거한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떴으나 그런 여인을 다정히 바라보는 로레인의 모습에 이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담았다.

“우리 레인과 어떤 관계인지 물으면 실례입니까.”

“네니요!!!”

“음??”

네니요는 실례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그녀의 대답을 파악하려 미간을 좁힌 에드윅의 앞에 선 로레인은 이내 벨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애인입니다 아버지.”

그 대답에 가족들의 반응은 열렬했고 말이다.

“호...”

“꺅! 오빠!!”

“거봐! 내 말 맞지?!”

“흠....”

로레인은 그런 가족들을 다정히 바라보다가 이내 벨의 손을 힘주어 잡은 후 말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아니었지만 이제는 관계가 달라졌거든요.”

그의 눈이 놀란 벨의 보라색 눈동자를 담았다.

벨과 자신의 관계.

이제는 같은 방향을 보며 같은 걸어갈 자신의 동행자.

동시에 마음이 닿은 연인.

그의 눈이 다정해지자 벨의 눈도 다정히 빛났다.

솔직한 진심이 닿으면 되돌아오는 감정 또한 진심이 된다.

벨은 그의 진심이 제 가슴에 스며들었음을 느끼며 진솔되게 웃었다.

좋아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그와 제가 같은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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