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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201화 (200/218)

201화. 생각지도 못한 소식

세린이 설명해준 카페는 정말 레몬의 빛깔처럼 화사한 노란색의 장식품들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

상큼하고 달콤한 분위기가 그 외양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제이는 플로리아를 다시 고쳐 안아주며 부드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여인들만 있는 가게에 들어가는 사내치고는 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수도의 여인들과 귀족들이 가득 앉아있던 가게의 내부는 그의 등장으로 보다 화사해졌다.

가게의 조명보다 눈부신 환한 은발과 어떤 여인들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목구비는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짙은 남색의 제복에 걸 맞는 다부진 체격과 긴 다리는 여인들의 침을 삼키지도 못하게 만들만큼 근사했다.

“저 은발은 분명....”

“푸른 눈동자를 보니 확실하네요...”

제국 유일한 대공작...!

귀족 여인들의 눈이 부담스러울 만큼 반짝였다.

그렇다면 수려한 그의 품에 안긴 작은 아이는 분명 대공부부의 막내딸이 분명했다.

여인들의 불타는 눈을 모르는 척하며 제이가 메뉴판을 빠르게 훑었다.

수많은 종류의 컵케이크와 마카롱, 디저트들은 메뉴판을 가득 채웠는데... 그 많은 종류 중에서 플로리아를 위해 뭘 주문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제이의 미간이 좁아질 무렵 이제 막 글씨를 읽기 시작한 플로리아가 천천히 메뉴판의 메뉴를 발음해보았다.

마치 글을 연습하는 모양새였다.

“레... 레몬... 케... 레몬 케이커!”

“......”

“아빠! 이건 코... 코코... 코코라! 아니, 코코아!”

“.....”

“맞죠? 히히!”

털썩!!

동그란 눈매를 화사하게 접어 글씨를 발음하는 모습이 여간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여인들도 그러했는지 여러 명이 무릎을 꿇고 깊이 심호흡을 내뱉었다.

제이는 발음연습에 열중인 플로리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직원을 향해 말했다.

“독실로 전 메뉴 모두 주문하지.”

“저... 전부 말이신가요?”

“그리고 메뉴판을 하나 가져갔으면 하는데.”

“드, 드리겠습니다!! 두 권도 가져가셔도 됩니다!”

“고맙군.”

제이의 부드러운 인사에 직원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으나 제이의 시선은 오직 플로리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굴 닮아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벌써부터 앤젤라처럼 미래가 걱정이 되었다.

*

플로리아와 제이가 앉은 테이블에 디저트들이 가득 찼다.

테이블의 다리가 휘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디저트들이 산을 이루자 플로리아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아빠! 많아요! 맛있는 거 많아요!”

“먹고 싶은 것부터 먹거라.”

“리아 다 먹을래요!! 할 수 있어!”

“체하지 않도록 조금씩 먹도록 하자꾸나. 조금 있다가 저녁도 먹어야 하니까.”

“네에!!”

제이의 부드러운 허락에 플로리아의 손이 부지런해졌다.

작은 컵케이크부터 아이스크림, 파르페, 마카롱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제이는 맛있게 디저트들을 해치워나가는 플로리아를 다정히 바라보았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그의 눈에 천천히 휘어갔다.

세린은 플로리아를 세쌍둥이들보다 더욱 어렵게 낳았었다.

출혈도 심각할 정도로 컸고 플로리아의 머리가 좀처럼 그녀의 안에서 나오지를 못하고 헤매느라 시간도 많이 지체했었다.

길어지는 출산의 시간에 세린이 지쳐갈 무렵, 아이의 머리가 기적처럼 빠르게 밖으로 나왔었다.

그 광경에 참았던 숨을 얼마나 토해냈던가.

그렇게 안게 된 작은 딸의 은발에는 붉은 피가 만개한 장미의 다발처럼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었다.

그 장면을 잔잔히 생각하던 세린과 제이는 막내딸의 이름을 플로리아(만개한 꽃)라고 지었다.

그 기억을 꺼내자마자 제이는 새삼스럽게 플로리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통통하게 오른 두 볼과 붉은 홍조.

자신을 닮아 화사한 이목구비는 리아를 보다 사랑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제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모르고 리아는 허겁지겁 컵케이크를 해치워나갔고 그 흔적을 고스란히 입가에 담았다.

“칠칠맞기는....”

자연스럽게 제 손수건을 꺼내어 플로리아의 입가를 닦아준 제이는 나직이 플로리아를 향해 물었다.

“더 하고 싶은 것은 없었느냐.”

“웅??”

“수도에 모처럼 나왔는데... 이것만 먹고 들어가기는 아쉬울 것 같아서 말이지. 어디를 가보고 싶더냐.”

“우웅....”

수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플로리아는 잘 알지 못했다.

혼자 상상의 나래에 빠지기 시작한 플로리아를 묵묵히 바라보던 제이가 나직이 물었다.

“엄마 선물이라도 같이 골라보는 것은 어...”

“좋아요!!!! 엄마 선물!!”

“......”

물음이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나타난 대답에 제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도 참 중증이다 싶을 정도의 세린 사랑에 제이도 질린 기색이었다.

“플로리아.”

“엄마! 엄마 보고 싶어여!”

“엄마는 아빠의 것이다.”

“.....”

해보자는 거냐?

라는 기색의 눈으로 플로리아가 제이를 바라보았다.

늘 지치지도 않을 만큼 똑같은 주제로 똑같이 싸우는 이 상황이 이제는 없으면 허전할 지경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직원이 가져온 코코아밀크로 인해서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말이다.

제이의 품에 온전히 안겨 집으로 돌아가는 플로리아의 품에는 어느 새 커다란 장미다발이 안겨 있었다.

제 몸보다 커 보이는 꽃다발을 의기양양하게 들고 귀가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세린은 대공성의 정문에서부터 보이는 장미다발과 아름다운 부녀의 모습에 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양 팔을 벌렸다.

“리아! 제이! 다녀왔어요?”

“엄마!!!”

“세린.”

부드럽게 세린의 앞에 선 제이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다정히 웃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제이도 참...”

“엄마! 리아도!! 리아도 보고 싶었어여!!”

“에구구 우리 리아~맛있는 거 많이 먹었니?”

“웅!! 케이크 많이 먹었어여! 막, 어, 케이크가 작아서 어, 컵에 있었어여!”

“그렇구나. 귀여운 케이크였네?”

세린이 자연스럽게 플로리아를 품에 안아 들었고 플로리아는 다급히 제 품에 있는 꽃다발을 세린에게로 넘겼다.

“엄마 선물!!”

“어머? 엄마꺼니?”

“네! 리아가 예뻐서 사왔어요!”

“정말? 너무 고마워 리아...”

세린의 눈이 감동으로 휘었다.

그 기뻐하는 눈동자에 플로리아의 입가도 씰룩였고 제이는 그런 세린의 어깨를 잡아주며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

그의 에스코트와 딸의 사랑스런 이야기에 세린의 미소가 깊어졌다.

이리도 좋아할 줄 알았다면 진즉에 제이에게 리아와의 데이트를 부탁했을 걸 그랬다.

세린이 키득키득 웃으며 물었다.

“리아, 아빠랑 가서 재미있었니?”

“..... 아빠 미워요.”

“어머나? 정말?”

세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플로리아는 머뭇머뭇 그런 세린과 피식 웃는 제이를 번갈아 보았고 이내 세린의 귀에 제 입술을 대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어엄청 재밌었어여.... 아빠한테 비밀! 쉿!”

“풉!”

이 솔직하지 못한 딸의 엉뚱한 말들과 행동들은 언제나 그녀를 즐겁게 만들었다.

세린은 참지 못한 웃음을 크게 터트리며 플로리아를 품에 꼭 안았다.

사랑스럽게 사랑스런 시간이라고... 그리 생각했다.

제이도 즐거워하는 세린과 얼굴을 붉히며 볼을 부풀리는 막내딸을 바라보았고 이내 부드러이 웃음 지었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노을의 배경에 담겨 무척이나 아름답게 빛났다.

*

어느 새 깊이 잠든 플로리아는 제 침대에서 대자로 뻗어 코를 골고 있었다.

“고로롱...”

그 나직한 코골이가 사랑스러워서 제이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귀엽기는...”

그리곤 플로리아의 이불을 바르게 정돈해주었다.

그 손길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잠이 든 리아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담겼다.

오물거리는 입술도, 통통한 볼도, 긴 속눈썹마저도 안 예쁜 구석이 없었다.

그 생각을 하는 자신이 참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린 말고는 다른 이를 사랑스럽다고 할 수 없을 줄 알았다.

오직 그녀 하나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녀와 함께, 그리고 그녀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들이 자신이 예상했던 행복의 배였다.

제이의 손이 부드럽게 플로리아의 볼을 쓸었다.

아프지 않고 앞으로도 이리 건강하게 컸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똑똑!

“....?”

작은 노크소리에 제이의 눈이 올라갔다.

플로리아의 방문을 부드럽게 두드린 이는 다름이 아닌 세린이었다.

제이는 다정히 웃는 세린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린.”

“리아는 잠들었네요.”

“피곤했나봅니다.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더군요.”

“에고... 고생 많았어요. 제이.”

“제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 세린은 황성에 잘 다녀왔습니까.”

“그럼요. 아, 실은 제이...”

“음?”

세린이 부드럽게 제이의 옷소매를 잡았다.

그녀의 눈이 조금 슬프게 빛나보여서 제이는 커진 눈동자로 세린의 두 볼을 부드럽게 감쌌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눈이...”

“아... 아니요. 그냥...”

“세린.”

“하하하... 실은 제이... 편지가 왔어요.”

제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편지요.”

“네, 편지... 아니, 통지서라고 해야 할까요?”

“??”

제이가 눈을 살짝 일그러트리자마자 세린이 쥐고 있던 종이를 제이에게 건네주었다.

고급스런 종이의 재질을 느끼며 제이가 인상을 폈고 이내 활짝 핀 종이 위로 보이는 글씨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의 눈가가 굳어갔다.

세린은 그런 제이를 바라보다가 기쁜 듯, 그리고 슬픈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겠네요.”

“......”

“벌써 이런 시기일 줄은 생각도 못했지 뭐에요?”

그렇다.

제이의 손에 쥐여진 종이는 세쌍둥이들의 아카데미 입학 통지서였다.

아직도 품에 껴안고 살아가고 싶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날아보려 하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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