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72화 (171/218)

172화. 모이다.

“앤젤라!!! 레기!!!! 리사!!!”

자욱한 연기 속으로 세린은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레기!! 앤젤라!!!”

아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눈물을 꾹 참은 세린은 리사와 아이들의 행방을 발견하려 애썼다.

그러나 자욱한 연기로 인해 시야가 차단당하자 한 손을 휘둘러 마력으로 연기를 모두 날려 보냈다.

빠르게 흩어지는 연기들 사이로 존재하는 것은 깊게 움푹 파여 있는 넓은 대지였고 천천히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찰랑이는 결 좋은 분홍색의 머리카락이었다.

세린의 눈에 고인 눈물이 툭 땅으로 떨어졌다.

아름다운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넘긴 한 인영은 긴 장검을 다시 검 집에 부드럽게 집어넣으며 세린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뒤에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레기와 앤젤라, 그리고 리사의 모습이 눈에 모두 담기자 결국 세린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테오오빠아....!”

“세린.”

“오빠 어떻게 알고... 흑... 여기에...”

“이런... 울지 말고...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흑...”

지독한 안도가 밀려오자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테오는 부드럽게 세린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히 말했다.

“아이들은 무사해. 리사경도 건강해 보이는 것을 보니 시간에 맞춰 도착했나 보구나.”

“어떻게 온 거예요? 어떻게 알았어요?”

“플로리아가 황성에 워프를 했더구나. 그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너희를 아니까 무슨 일이 있겠거니 싶어 로레인과 트레일을 데리고 서둘러 워프했단다.”

“리아가요?? 그렇다면... 제이는....!!”

“지금 트레일이 그와 에드, 이엔을 찾으러 갔다.”

“그런....”

세린이 불안에 찬 눈으로 테오를 바라보다 테오는 세린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다.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이야기해주렴. 방금 그 마법은 뭐였느냐.”

“그...”

테오의 질문에 대답하려던 세린이 이내 잠시 침묵을 하다 다급히 외쳤다.

“!!! 그레고리!!”

“그레고리?”

그리곤 서둘러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예상처럼 허공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일부러 마법을 난사한 후 도망을 친 것이 분명했다.

“... 놓쳤어...”

“세린?”

“하....”

조금 지친 기색으로 세린이 제 이마를 문질렀다.

테오는 며칠 사이에 많이 야위어진 듯한 세린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를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

“그 마법사는 내가 찾아보마. 인상착의와 이목구비를 기억하고 있도록 하거라.”

“.... 네...”

“갑작스런 일에 휘말려 고생 많았어.”

“..... 오빠...”

“이제 아이들을 안아줄 차례겠구나. 가 보거라.”

“아!!”

테오의 단단한 품에서 눈물을 글썽인 세린이 테오의 말에 다급히 고개를 돌려 앤젤라와 레기를 눈에 담았다.

눈물이 글썽한 쌍둥이의 모습이 눈에 담기자마자 세린은 서둘러 아이들을 제 양팔로 감싸 안으며 품에 감췄다.

“다행이야!”

“어머니...”

“엄마!”

“많이 무서웠지? 이제 괜찮아.”

세린의 품에서 앤젤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레기는 안도한 모습으로 그저 말없이 세린을 꼭 붙잡았다.

아이들을 놓칠까 꼭 안으며 눈물을 삼킨 세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리사를 두 눈에 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아름답게 빛났다.

“리사.”

“..... 전하.”

“정말... 정말 고마워...”

아이들을 위해 망설이지 않던 그 등을 세린은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다칠 수도 있던 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을 지키려 하던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세린은 천천히 리사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리사는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는구나...”

“당연한 일입니다.”

“아니. 리사는 우리의 은인이야. 정말... 정말 고마워.”

“전하...”

세린의 다정한 말과 제 손을 붙잡아준 따스한 손의 온기에 리사의 볼이 확 붉어졌다.

‘손잡았어!! 오늘 손 안 씻고 잔다!!! 제기랄!!!!’

마음속의 비명은 당연하게도 세린의 귀에 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리사의 세린앓이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여전히 그 병적 증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보다... 에드를 찾아야겠어요... 리아는 그러면 황성에 있나요?”

“오스카와 테리에게 잠시 맡겼다. 걱정 말고 에드부터 찾자꾸나.”

“네...”

“아마 로레인이 먼저 찾기 시작했으니 에드뿐만이 아니라 제이와 이엔도 찾았을 수 도 있겠지.”

테오의 말처럼 매우 다행스럽게도 일행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로레인의 마법으로 제일 먼저 에드와 이엔을 찾을 수 있었고 곧이어 제이도 찾을 수 있던 것이었다.

“세린! 무사하십니까!”

“제이... 제이는 다친 곳 없나요?”

“전 없습니다. 세린, 잠시 실례하죠.”

“네? 꺅!!”

제이는 세린의 몸을 휙 휙 돌려 그녀의 몸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세린이 기겁을 하며 얼굴이 확 붉어졌으나 그는 세린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가 제일 중요했기에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윽고 등에서부터 찰랑이는 분홍빛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자마자 제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의 등에 난 상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엉망진창이라고 감히 말해줄 수 있었다.

제이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 다치셨군요.”

“네? 아... 별거 아니에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이게 뭐가 별게 아닙니까!!”

“에? 제이...??”

제이의 호통과도 같은 외침에 세린이 놀란 눈으로 당황했고 이내 로레인이 부드럽게 두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진정하게. 내가 치료해줄 테니.”

“......”

“세린, 이리 와보렴.”

“아.... 네.”

로레인의 푸른빛을 품은 마력이 세린의 등을 쓸었고 이내 말끔한 모습으로 치료가 되었다.

레기도 로레인의 손길에 상처가 아물었고 말이다.

작은 통증도 없어진 세린의 등과 레기의 몸을 가만히 지켜보던 제이는 입술을 꾹 다물다가 이내 로레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인사 할 필요는 없지. 가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 그래도 이곳으로 와주신 덕분에 아이들이 무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아이들과 황성으로 이동할 것인가?”

“.... 여행은 잠시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군... 그렇다면...”

로레인은 무덤덤한 얼굴을 한 제이와 조금 속이 상한 듯한 세린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다음 기회에는 내가 직접 여행이동에 좋은 워프 마도구를 만들어줄게.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에 좋은 것으로. 이번에는 힘들 것 같으니.... 이번 사건이 종결된다면 그때 사용해서 다녀오도록 해.”

“오빠...”

“그러니 지금은 아쉽겠지만 일단 돌아가자. 플로리아가 널 애타게 기다릴 거야.”

“고마워요...”

“무사해줘서 내가 더 고맙단다.”

로레인은 눈가를 휘며 다정히 웃었고 이내 멀리서 대화를 하고 있는 이엔과 리사를 눈에 담았다.

입모양을 읽어보았을 때, 다시 행군을 이어해야 하는 리사에게 안전히 잘 다녀오라 이르는 듯 했다.

둘의 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던 로레인인지라 잠시 그들에게 짧은 시간을 내주었다.

같은 시각, 황성.

플로리아는 꽃밭의 한 가운데에서 맑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녀의 꽃밭이란, 흙을 덮고 있는 아름다운 꽃이 아닌 그저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은 현재 리아의 주변에 두 명이나 자리하고 있었다.

오른쪽은 올 해 15살이 된 제국의 황태자, 테리 에릭스 레바스찬.

반짝이는 분홍색의 머리카락과 더욱 아름답게 반작이는 붉은 눈동자.

날카롭지만 수려한 미를 진득하게 풍기는 이목구비는 가시가 가득한 붉은 장미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왼쪽은 제국의 1기사단 단장이자 제국의 검이라 칭해지는 트레일의 외동아들 오스카 레바스찬 이었다.

세쌍둥이들과 동갑인 오스카는 푸른 하늘을 연상케 하는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카락과 루비 같은 붉은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백합이 생각날 정도로 하얗고 고운 얼굴 속의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조화롭게 빛났다.

오스카는 손에 쥐고 있던 쿠키를 리아의 입에 가져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리아, 아~”

“아아아!”

“옳지! 우리 리아, 잘 먹네! 맛이 어때?”

“마시써여!”

“어쩜 먹는 것도 이렇게 예쁘게 먹는지... 리아는 천사처럼 예쁘네?”

“우웅... 천사는 우리 엉니인데?”

“아, 그렇겠구나. 그러면 리아는 뭐라고 해야 할까?”

오스카는 제 턱을 쓸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테리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런 오스카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내려 플로리아를 바라보았다.

하얀 은발이 아름답게 찰랑였고 선명하고 화려한 이목구비가 몹시도 눈부셨다.

통통한 볼 위로 오른 홍조도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테리는 그런 플로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 요정이 적당할 것 같군,”

“아! 그렇겠네요. 리아는 요정처럼 예뻐.”

테리의 말에 오스카가 바로 수긍했다.

플로리아는 그들의 수긍에 푸른 눈동자를 빛냈다

“요정...!”

“그래, 요정!”

“웅! 리아 요정이야!”

두 볼을 가득 붉히며 즐거워하는 플로리아의 환한 미소에 테리의 입가에 티가 나지 않은 미소가 담겼다.

무슨 말을 하든, 뭘 하든 사랑스럽기만 한 플로리아가 테리의 눈에는 그저 귀여웠다.

오스카의 눈에서도 말이다.

두 오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플로리아는 아주아주 만족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테리 오빠 죠아! 오스카 오빠도 죠아!”

“하하하! 오빠도 리아가 너무 좋아.”

“......”

대답을 기피하는 테리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무언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플로리아의 웃음소리가 보다 맑아졌다.

‘아빠 미워!’

몰론 마음속에서는 버릇처럼 외치는 그 말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아빠 미워!! 미워! 미워!!’

어쩌면 아빠가 보고 싶기 때문에 더욱 그리 말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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