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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59화 (158/218)

159화. 집중력

‘잘 들어 앤젤라.’

“웅??”

‘웅이 아니야! 이제부터 너랑 나도 특훈이야.’

“특훈이 뭐에요?”

‘특훈은 특별한 훈련 즉, 아주 아주 중요한 연습이라는 거야.’

“우웅...”

아리엘의 호통과 함께 기상한 앤젤라는 제 곁에서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아리엘을 멍하니 바라보며 작은 입술을 헤 벌렸다.

그 멍한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답답해서 아리엘은 앤젤라의 바로 앞에 앉으며 말했다.

‘네가 이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저번에 만난 그 못된 아저씨 있지? 네 팔을 아프게 했던.’

“헉!!”

‘그래 그 사람. 그 사람을 또 만날 수도 있어.’

앤젤라의 표정이 단번에 창백해졌다.

그때의 무서움이 다시 차올라서 앤젤라는 황급히 침대의 이불을 뒤집어쓰며 제 몸을 숨겼다.

아리엘은 그 깜찍한 모습을 관찰하며 달래듯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러니까 앤젤라. 연습을 해야 해. 그래야 네가 널 스스로 지킬 수 있지.’

“무서워요오...”

‘그래! 안 무서우려면 연습을 하고 또 해서 강해져야해.’

그래야 자신이 곁에 없더라도 앤젤라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고 그렇게 자라야만 했다.

아리엘의 꼬드김에 앤젤라가 꼬물꼬물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동그란 눈을 데굴데굴 굴라며 아리엘을 바라본 앤젤라는 이내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다.

“앤젤라가 연습 많이 하면 무서운 아저씨 안 나와요...?”

‘당연하지!!’

“웅.... 그러면 앤젤라 연습 할래요!”

‘앤젤라 요 귀여운 것!!’ 아리엘이 환하게 웃으며 앤젤라의 앞에 자리했고 바르게 앉은 앤젤라를 향해 아리엘이 말했다.

‘일단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웅?”

‘마력을 느껴보는 거야.’

“마력?”

‘그래, 이런 거지.’

아리엘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간 수거한 앤젤라의 마력을 그녀의 몸에 다시 흘러 넣었다.

시원한 바람이 몸 속을 훑는 기분에 앤젤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간지러워요. 그런데 막 여기가 시원해요!”

‘그게 마력이라는 거야. 이것들이 네 몸속에 있는 것이었고.’

“우와...”

‘이 마력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눈을 감고 네 몸속을 느껴봐야 해. 자 눈을 감아봐.’

“네!!”

아리엘의 말에 앤젤라의 동그란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아리엘은 그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히 웃었고 이내 부드럽게 그녀를 향해 설명했다.

‘내 뱃속에 있나, 내 가슴에 있나 한 번 느껴봐.’

“웅!”

‘.... 뭔가 시원한 바람 같은 게 느껴져?’

“......”

‘앤젤라?’

집중하는 듯 좁아진 미간을 한 앤젤라의 표정에 아리엘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마력을 찾는 것에 푹 빠져있는 듯 보였다.

앤젤라의 집중력은 나이에 비해 대단한 것이어서 아리엘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단한 걸...? 한 번에 이정도로 집중하기는 어려울 텐데...’

아리엘이 순수한 감탄을 하며 앤젤라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역시 집중력은 날 닮은 것도 같아. 세린도 날 닮아서 곧잘 하나에 몰두하고는 했으니까.’

홀로 흐뭇한 생각에 빠져 미소를 지을 때였다.

스르륵

무언가 옷깃에 스치는 소리와 함께 앤젤라가 침대에 무너졌다.

‘앤젤라??’

갑작스런 모습에 기겁을 한 아리엘은 황급히 앤젤라에게로 달려갔고 동시에 청량한 소리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

“도로롱....”

‘.....’

“음냐....”

‘... 너 설마 자는 거니?’ 대답은 간결하고 단호했다.

“도로롱...”

‘....... 내가 미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잠을 자는 것이었다니.

최악에 가까운 앤젤라의 집중력에 아리엘의 미간은 그 날 하루 종일 풀리지 못했다.

‘일단 날 닮은 것은 아닌 것 같아.’

아까 전의 말도 회피하면서 말이다.

*

숭고한 공기가 흐르는 대신전.

대신관 베르는 제 앞에서 곯아떨어진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며 다정히 웃었다.

그 미소 속에는 조금의 난처함도 섞여 있었다.

“정말... 어떻게 보면 이리 빨리 잠드는 것도 능력이지요. 대단한 일입니다.”

“움냠.....”

“첫 날이니만큼 피곤했을 테지요. 아니면... 제 수업이 지루했던 걸까요...”

베르의 불안정한 눈동자를 바라본 데미언은 그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아버지. 아직 수업을 시작하신지 2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루한 것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피곤해서 그런 듯하구나.”

“그렇다고 보이게는 너무 빨리 잠이 드신 것 같습니다.”

“그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는 체감시간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느냐.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가 느끼는 시간이 다르듯 그녀도 다르게 느낀 것일 테지.”

“......”

부드럽게 표현해도 결국은 집중력 부족이었다.

데미언은 잠이 들어버린 앤젤라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베르를 향해 물었다.

“어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요. 만약 버릇과도 같은 상황이라면 진도는 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흠....”

베르의 미간이 좁아졌다.

금방 잠에 빠져버리는 이 작은 공주님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곰곰이 생각에 잠긴 베르가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즐겁게 배워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겠구나.”

“즐겁게요?”

“그래, 데미언 네 도움이 필요하단다.”

“네...?”

데미언의 눈이 자잘하게 흔들렸다.

그런 그를 향해 베르가 두 눈을 휘며 다정히 웃었다.

*

“앤젤라님. 이번에 잠들지 않으시고 제 수업을 들어주신다면 데미언과 간식을 드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

“와아! 정말요?”

“네, 약속하겠습니다.”

데미언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으나 베르는 부드럽게 웃으며 앤젤라를 바라볼 뿐이었다.

앤젤라는 그런 베르를 바라보며 확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앤젤라 안 잘 게요!!”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결과는 패배였다.

몰론 앤젤라의 패배.

뒤로 뒤집어져 잠에 빠진 앤젤라를 바라보며 데미언이 조금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정도면... 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소리 말거라. 그래도 어제보다 5분을 더 버티셨단다.”

‘집에서는 5분도 되기 전에 잠이 들었는데 말이죠...’ 제 뒤에서 슬픈 얼굴로 속삭이는 아리엘의 목소리에 베르는 맑게 미소를 지었다.

“데미언과 간식을 먹기 위해서 앞으로 더 노력하실 테니... 천천히 좋아질 거란다.”

“왜 하필 저와 간식을 먹는 것으로 제안하신 겁니까. 그냥 간식을 먹는 것으로 제의를 건네주셔도 수락하셨을 텐데요.”

“앤젤라님이 널 무척 좋아하는 것 같더구나.”

“.....”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보다 더 소유하고 싶고 욕심을 내는 마음은 모든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지.”

베르는 부드럽게 앤젤라의 위로 담요를 덮어주며 나직이 말했다.

“앤젤라님의 그 마음을 자극시키면 보다 좋아질 것이란다.”

“......”

“보상심리랄까... 잘 해주실수록 네가 한 마디씩 격려하는 말이라도 해드리렴.”

“... 네.”

데미언은 조금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잠이 든 앤젤라를 두 눈에 담았다.

풍성한 분홍빛의 머리카락과 동그랗고 귀여운 눈매.

보석처럼 빛나는 연두색 눈동자와 사랑스럽게 미소 짓는 작은 얼굴.

고사리 마냥 작은 그 손을 왜 자신에게 망설임 없이 뻗는 지 도저히 그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을 모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가족도 아닌 친구도 아닌 오직 남일 뿐인 자신에게 왜 다가오는 것인가.

이 작은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러나 제 자신이 먼저 그녀에게 손을 뻗을 일은 없을 것이었다.

데미언은 그 생각을 제 목 안으로 넘기며 천천히 제 두 손을 마주잡았다.

면장갑의 촉감을 느끼며 침묵하는 그의 등이 무거워 보였다.

한참 꿀같이 잠을 잔 앤젤라는 베르와 데미언의 안내를 따라 걸어가며 대신전의 앞에 서 있는 마차로 향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잠이 든 제 스스로가 미워서 속이 상했던 그녀였던지라 입술이 오리마냥 쭉 나와 있었다.

그 모습도 귀여웠지만 말이다.

그러던 그때였다.

마차의 앞에 서 있던 가냘픈 인영이 걸어오는 앤젤라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앤젤라~!!!”

그녀의 등장에 저절로 환하게 웃음을 지은 앤젤라는 베르의 손을 놓고 허겁지겁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든든한 손으로 앤젤라를 받아 안아 올리는 그녀의 이름은 리사 도베로만.

앤젤라의 고모였다.

“고모!!”

“오구구 우리 애기!!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앤젤라 잠들었어요... 공부 못해요...”

“엥?? 사람이 잠이 들 수도 있지!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 더 오래 깨어있는 걸 목표로 하자!”

팔불출에 가까운 말에 듣고 있던 베르가 나직이 웃었다.

재미있는 가족이었다.

“아, 교주님. 리사 도베로만 백작입니다. 앤젤라의 고모이자 제국 황실의 2기사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베르 하트만 대신관입니다. 이리 유명하신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유명한가요?”

“네, 제국 최초의 여성 마스터이시자 최연소 마스터시지 않습니까.”

“과분한 칭호들뿐이네요.”

리사의 겸손에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베르는 이내 앤젤라의 귀를 막으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리사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리사는 그런 베르를 향해 아주 조심히 물었다.

“혹시 앤젤라가 집중을 못하나요.”

“아... 수업을 시작하신지 5분에 잠이 드십니다. 조금 집중하기 어려우신 듯 보입니다.”

“음....”

조금 걱정스럽게 느껴지는 듯한 침음을 내뱉으며 리사가 베르를 향해 나직이 물었다.

“저기... 이런 집중력이라던지 공부머리는 친척의 성향을 닮기도 하나요?”

“큽....”

베르는 주먹을 쥐고 황급히 웃음을 참았다.

앤젤라의 집중력이 누구를 닮았을지 본의 아니게 알게 된 베르는 주먹을 제 입가에 가져다대며 부드럽게 웃었다.

지금 이 즐거운 가족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부디 앤젤라가 고모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훌륭히 수업에 적응해 나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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