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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51화 (150/218)
  • 151화. 두 번째 결혼식

    “뭔가 억울합니다.”

    “네?”

    “진담입니다. 지금 세린은 모르겠지만 제가 굉장히 억울하고 화도 납니다.”

    “네에에?? 제이, 무슨 말이에요?”

    용병의 사과를 받고 맛있게 식사를 하던 세린이 커진 눈동자로 되묻자 제이는 그 아름다운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며 휙 고개를 돌렸다.

    건장하고 다부진 체격을 하고 어린 아이처럼 잔뜩 토라진 얼굴을 하는 그의 모습이 웃음이 저절로 나올 만큼 귀여워서 세린이 개구지게 미소를 지었다.

    “제이~왜 그러는 건데요?? 내가 뭔가 잘못했어요?”

    “.... 잘못했다면 그 탓이지요.”

    “네?”

    “세린이 너무 예쁜 탓입니다.”

    “컥!!! 제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른 세린을 웃음기가 맺힌 눈으로 바라본 제이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세린을 힐끔 바라보는 수많은 사내들을 관찰했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바로 물어버릴 기세를 하고 말이다.

    왜 그녀는 이리 아름다워서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지...

    그런 생각과 동시에 이렇게 사랑스런 사람이 제 아내라는 것에 기쁜 마음도 들었다.

    제이는 세린의 그릇에 고기를 덜어주며 나직이 말했다.

    “얼른 먹고 밖에 나가서 놀고 오지요. 구경도 하고 아이들의 선물도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요.”

    “와아...!! 좋아요!”

    세린이 맑게 웃으며 식사를 이어 하기 시작했고 제이는 그런 세린에게 물을 따라주며 곰곰이 생각했다.

    ‘모자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이동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등의 엉뚱한 생각이었다.

    *

    이윽고 식사가 끝난 부부가 손을 꼭 마주잡고 여관을 나섰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 수많은 식당과 장사꾼들의 마차덕분에 마을은 주홍빛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노을을 연상케 하는 불빛들에 세린의 볼에 홍조가 올랐다.

    제이는 그런 세린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뭐부터 하고 싶습니까.”

    “음... 아이들 선물부터 고르고 싶어요.”

    “그럼 그렇게 하지요. 검을 파는 곳에 먼저 가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하늘은 어두웠지만 마을의 밝았다.

    소란스러운 주민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들이 너무도 즐거워 보였고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세린의 입가가 저절로 휘어질 정도로 즐거운 미소들이었다.

    “제이.”

    “음?”

    “이 마을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세린의 말에 제이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리곤 곧 세린의 말에 수긍하며 다정히 웃었다.

    “그렇군요. 다들 활기가 넘치고 즐거워 보입니다.”

    “그죠??”

    “네.”

    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는 사랑스런 부부의 아이들 선물사기는 시작되었다.

    산처럼 쌓여가기 시작하는 짐과 선물들이 난처해질 만큼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세린은 걱정스런 얼굴로 제이가 들고 있는 산더미 같은 선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많이 산걸까요...?”

    “음...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그렇지만....”

    “일단 여관에 짐을 가져다두고 다시 나오는 것이 좋겠군요. 당신 손을 잡아줄 수 없으니....”

    “네?? 아하하하 저는 아이가 아닌 데요 제이?”

    “제가 길을 잃을까봐 그럽니다.”

    억지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대답을 하며 제이가 세린을 이끌고 여관에 돌아왔다.

    방에 짐들을 다 올려놓은 제이는 이내 자유로워진 손으로 세린의 손을 감싸 잡으며 말했다.

    “피곤합니까?”

    “음... 조금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쉬는 것이 좋겠군요. 내일은 또 마차를 타야하니 미리 푹 자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럴까요? 내일이면 제이가 말해준 곳에 가야하니까...!”

    “바쁠 일정이 될지도 모릅니다.”

    “음? 서둘러야 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마을로 가면 조금 피곤해질 겁니다.”

    “???”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제이가 부드럽게 웃었고 이내 당황하는 세린을 안아 올리며 말했다.

    “오랜만에 같이 씻을까요.”

    “엑..!!!!”

    “긍정적인 대답으로 충분한 소리군요. 가시지요.”

    “제이!”

    제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세린을 안고 욕실로 향했고 세린의 얼굴은 무척이나 붉게 물들어졌다.

    민망해하는 세린의 옷을 벗겨 내리며 욕실에 도착한 제이는 결국 세린과 욕탕에 몸을 담그는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아침은 금방 밝았다.

    맨 어깨를 들어내며 깊이 잠든 세린을 유심히 바라보던 제이는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세린의 허리를 감쌌다.

    “으음...”

    “일어나셔야지요. 해가 떴습니다.”

    “우우... 제이 때문에 늦게 잠들어서 그래요....”

    “이런, 그건 미안합니다.”

    퍽 난처한 미소를 담으며 제이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세린은 울긋불긋한 자국이 가득한 제 몸을 이불로 감싸며 그를 가늘어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째려본다고 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세린, 눈이 무섭습니다.”

    “제이... 어제 나한테 피곤할지도 모르니 일찍 자라고 한 장본인은 어디 있죠?”

    “흠... 멀리 간 듯도 하고...”

    “제이!!”

    “하하하!”

    세린의 외침에 제이가 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사랑스런 아침에 마주한 더욱 사랑스런 아내의 모습은 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세린, 이제 정말 일어나야 합니다. ‘하얀 바다.’를 보러 가셔야지요.”

    “아...!! 오늘 도착할 수 있다고 했지요??”

    “네. 그러니 어서 서둘러야지요.”

    “맞아요! 얼른 씻고 올게요!!”

    제이의 말에 두 눈을 빛낸 세린은 허겁지겁 욕실로 향했다.

    그 뒷모습이 귀여워 유심히 관찰하던 제이는 이내 부드럽게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순탄한 여행길 위의 마차에 오른 세린과 제이는 금방 하얀 바다라 불리는 아름다운 꽃밭이 존재하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착한 순간부터 세린에게는 당황의 연속이었다.

    “어서 오세요. 부인은 이리로...”

    “엥...?”

    바로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을 이끌고 가는 여인의 무리 때문이었다.

    “제, 제이?? 이게 무슨...!”

    “세린, 잘 다녀오십시오.”

    “네??? 제이???!”

    그 무리들에 이끌려 질질질 걸어가는 세린을 향해 제이가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흔들었다.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입을 떡 벌린 세린은 이내 햇빛이 들어오는 의자에 앉은 순간 입술을 고이 다물었다.

    세린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여인들은 3명.

    세린의 얼굴을 화장시켜주는 여인들은 2명.

    제 옷의 사이즈를 체크하는 여인은 1명.

    총 6명의 여인들이 자신한테 붙어 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기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세린을 향해 이번에는 또 다른 7번째 여인이 다가와 하얀 드레스를 건네주었다.

    “입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리로.”

    “어어어... 네에...”

    어느 새 입혀진 아름다운 하얀 드레스는 세린의 몸에 딱 맞았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멍하니 제 드레스를 바라보는 세린을 향해 여인들은 서둘러야 한다며 그녀를 부드럽게 이끌기 시작했다.

    ‘뭐지...?’

    이 이상한 상황은...?

    그런 세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여인들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덧 제 시야에 가득 담기기 시작한 아름다운 풍경에 세린의 입술이 점점 벌어졌다.

    눈부신 하얀 꽃들이 바다를 이루듯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 광활한 꽃밭이었다.

    제이가 설명했던 ‘하얀 바다’가 이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했다.

    “....!”

    그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꽃밭의 한 가운데에 한 사내의 건장한 뒷모습이 보였다.

    흩날리는 갈색의 머리카락과 금줄이 박힌 남색의 제복을 입은 단단해 보이는 등.

    천천히 그 등이 돌려지고 이내 늘 그러하듯 아름다운 얼굴의 제이가 다정히 웃어보였다.

    “제이...?”

    “세린. 이리 오십시오.”

    부드럽게 뻗은 제이의 단단한 손을 천천히 그러쥔 세린은 이내 그에게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제이... 이게 무슨...”

    “우린 또 한 번 결혼을 한 겁니다.”

    “네?”

    “우린 또 다시 맹세를 해야 하고요.”

    제이가 천천히 세린의 손에 끼여진 마법반지를 벗겨내었다.

    스르륵 녹아내리듯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이 나타나고 싱그러운 풀잎 같은 눈동자가 그를 온전히 담았다.

    제이는 그 눈을 마주 바라보며 제 손의 마법반지도 벗겨 내었다.

    제이의 하얀 은발이 아름답게 흐트러졌다.

    고요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세린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이 반지도 지금은 필요가 없습니다.”

    “제이....?”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 것을 나 제이 스페라도가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

    “일생을 다 할 동안 당신과 우리 아이들만을 위해 살 것을 맹세합니다.”

    “제이...”

    “우리 가족을 향해 아낌없이 사랑을 하겠습니다.”

    세린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고였다.

    제이는 그런 세린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히 말했다.

    “당신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들이 제겐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늘 감사하고 늘 행복합니다.”

    “......”

    “사랑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제이...”

    “제 사랑을 부디 받아주시겠습니까.”

    제이는 세린의 손에 너무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장미다발을 쥐여 주었다.

    보기만 해도 달콤한 향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장미는 세린의 눈가에 고인 눈물이 툭 떨어지게 만들 수 있었다.

    “제이... 너무 과분한 선물이에요...”

    “부족한 선물입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아하하하.”

    세린은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맑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정말 사랑해요 제이.”

    세린의 대답에 제이의 눈이 만족스럽게 휘었다.

    기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제이는 세린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뒤에서부터 껴안았다.

    “장소가 마음에 듭니까.”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너무 아름답고 너무 행복해요.”

    “그렇다면 충분합니다.”

    제이는 세린의 볼에 입을 맞추며 다정히 말했다.

    “사랑합니다.”

    “저도요 제이.”

    “앞으로도 사랑할 것입니다.”

    “똑같은 마음이네요.”

    사랑했다.

    너무도 달콤한 사랑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이와 세린의 두 번째 결혼식은 그 어떤 때보다 아름다웠고 그 어떤 때보다 사랑스러웠다.

    함께 이기에 더욱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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