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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43화 (142/218)

143화. 둘만의 여행

그날 밤, 잠이 든 쌍둥이들의 옆에서 제이와 세린이 다정히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이의 앞에 앉아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대며 고민하던 세린이 제이에게 물었다.

“음... 막상 가려니까 고민이네요. 제이는 어디를 가고 싶나요?”

“저도... 그리 고민을 해본 적이 없던 부분이라 선택하기 어렵군요.”

“여행이라...”

세린의 연두색 눈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

제이는 그런 세린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생각이 난 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북쪽 중립구역의 경계를 도와주러 이동했을 때의 일입니다만... 가는 길에서 ‘하얀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명소가 있었습니다.”

“하얀 바다요??”

“네, 바다처럼 하얀색의 꽃이 계절 내내 피어나 있다는 마을이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 밑으로 마력이 담긴 물이 지나다닌다고 하더군요.”

“우와....!”

“그 꽃밭에는 아무나 출입시키지 않는다고 했지만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은 허락해준다고 합니다.”

제이의 이야기에 세린의 눈이 밝게 빛났다.

그 순수한 표정변화에 제이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올리고 물었다.

“가보고 싶습니까?”

“네!! 너무 예쁠 것 같아요!”

“그럼 거기로 가보도록 하죠.”

“하얀 바다라....!”

“세린은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테니... 그 꽃밭을 보고 바다를 보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바다를요??”

“네.”

제이는 부드럽게 세린의 배를 감싸 제 품에 꽉 껴안으며 말했다.

“둘이라는 단어는 뭔가 오랜만이군요.”

“음... 그렇네요. 뭔가 새로운 기분인데요?”

“아이들을 두고 가려니 조금 걱정도 됩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애들이 저희 보고 싶다고 울거나 그러지는 않을까요?”

세린의 눈에 곧바로 걱정이 담겼다.

제이는 그런 세린을 다정히 안아주며 말했다.

“저랑 고민이 조금 다르군요.”

“달라요? 뭐가요?”

“전 제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큰일이 날 수 도 있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네?”

“진담입니다. 우리 레기도 에드도 앤젤라도 보고 싶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습니다.”

“..... 푸핫!!!!”

세린이 황급히 터지려는 웃음을 두 손으로 막으며 어깨를 떨었다.

제이는 약간 가늘어진 눈으로 그런 세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 걱정이 즐거운 듯 보입니다.”

“푸흡...! 하, 하지만 그런 고민인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걸요... 그게 걱정이었어요?”

“네.”

단호한 대답을 하는 제이는 그 고민과 걱정이 100% 진심이었다.

애교가 많고 너무도 사랑스런 앤젤라.

다정하고 정이 많은 순수한 에드.

동생들을 잘 챙기는 의젓함을 가진 귀염둥이 레기.

이 세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여행 중에 다시 황성으로 달려 갈까봐 걱정이 된 제이였다.

세린은 그런 제이가 귀여워 키득키득 웃다가 이내 부드럽게 그의 손을 감쌌다.

“돌아올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 잔뜩 사서 와요 우리.”

“그래야지요.”

제이와 세린의 입가에 담긴 미소가 짙어졌다.

아이들이 걱정된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둘이서 함께 가는 여행이 설레기도 했다.

여행의 날은 금방 밝았다.

“엄마아아아!!!”

꺼이꺼이 애처로운 통곡이 황성에 문에 울려 퍼졌다.

세린과 제이의 얼굴에는 난처함과 걱정스런 감정이 가득했고 에드와 레기도 걱정스럽게 한 인영을 바라보았다.

그 인영은 당연스럽게도 앤젤라였다.

앤젤라는 하얀 볼이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눈물을 터트렸다.

“엄마아아아!!! 가지 마여!!”

“앤젤라...”

“아빠아!!!!!

“금방 다녀오마.”

“싫어여!!”

제이의 눈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제이는 부드럽게 앤젤라의 손을 잡아주며 나직이 이야기했다.

“앤젤라, 엄마와 금방 다녀오겠다고 약속하마. 다음에는 같이 가도록 하자.”

“앤젤라도 가고 싶어여...!”

“미안하다. 앤젤라와 오빠들은 다음에.”

단호한 제이의 말에 앤젤라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뚝 떨어졌다.

작은 입술을 달싹이며 제이를 바라보던 앤젤라는 이내 서글픈 얼굴로 외쳤다.

“아빠 나빠여!!!”

“....!!!!!”

앤젤라의 눈물 젖은 외침에 제이가 딱딱하게 굳었다.

창백한 낯이 어지간히도 크게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나쁘다고...? 내가...?’

“미워여!!!”

“!!!!”

‘미워.’ 의 충격은 두 배였다.

제이의 커다란 충격을 안타깝게 바라본 세린이 이내 부드럽게 앤젤라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앤젤라.”

“.....”

“엄마가 아빠랑 둘이 가는 것이 싫은 거니?”

“앤젤라도 같이 가고 싶어여...!”

“그럼 이렇게 하자.”

세린의 얼굴에 다정한 웃음이 담겼다.

사랑스런 미소에 앤젤라도 입술을 꾹 다물고 세린을 바라보았고 세린은 자신과 똑 닮은 연두색 눈동자를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엄마, 아빠가 갔다 오는 곳을 다음번에 우리 앤젤라와 레기, 에드도 함께 가보도록 하자.”

“......”

세린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앤젤라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엄청 예쁜 꽃밭에 가는 거란다. 그곳이 정말 예쁘면 우리 앤젤라를 데리고 또 가려고 해.”

“예쁜 꽃...?”

“황성의 정원보다 꽃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단다. 엄마가 그걸 확인하고 올게.”

“.... 정말요?”

“응! 선물도 많이 사올 거야. 약속.”

세린의 새끼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앤젤라의 표정이 점차 환해졌다.

앤젤라는 햇살처럼 웃으며 세린과 약속을 나누었다.

“약속!!”

사랑스런 앤젤라는 이내 에드윅의 품에서 조금 서글프게 손을 흔들었고 레기와 에드도 세린과 제이의 품에서 빨리 돌아오라고 칭얼거렸다.

그 칭얼거림이 너무도 귀여워 저절로 웃음이 났기에 세린은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금방 올 테니까 할아버지랑 삼촌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한다?”

“네! 어머니도 빨리 와요!”

“그래, 우리 귀염둥이들!”

세린과 제이가 마차에 오르고 그 마차가 떠나기 전까지 아이들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던 에드윅이 앤젤라를 고쳐 안고 다정히 물었다.

“엄마 아빠도 없으니 우린 우리끼리 맛있는 케이크나 먹어보는 것은 어떠냐.”

“와아... 앤젤라는 레몬 케이크!!”

“레기도 케이크 먹고 싶어여!”

“에드도! 에드도!”

“그래, 정원에서 꽃을 보며 먹자꾸나.”

작은 손주의 눈동자들이 반짝 빛났다.

식성은 모두 세린을 닮은 것인지 달콤한 케이크나 상큼한 레몬 디저트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세쌍둥이들이었다.

에드윅은 그 모습이 귀여워 부드럽게 아이들을 이끌고 정원으로 향했다.

세린과 제이는 몰론 즐거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테니 남은 아이들이라도 잘 먹이고 살이라도 찌울 생각이었다.

“제이, 괜찮아요?”

“..... 아직...”

세린의 걱정스런 물음에 고개를 들었던 제이는 이내 다시 고개를 푹 숙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

“제이...”

“나쁘다는 말이나... 밉다는 말은 앤젤라에게서 처음 들었습니다.”

“앤젤라의 진심이 아니었을 거예요. 알잖아요.”

“앤젤라가 소리치는 그 표정에서... 진심이란 것을 보았습니다.”

“아하하...”

여행 첫날부터 딸의 한 마디의 원망에 제이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세린은 그런 제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이내 부드럽게 그의 팔에 기대며 말했다.

“그래도 제이, 앤젤라가 당신을 엄청 좋아하는 거 알죠?”

“.....”

“어제는 저한테 아빠가 안아주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했어요.”

제이의 푸른 눈이 천천히 세린을 담았다.

“.... 정말입니까?”

“제가 언제 거짓말을 하던가요?”

“.......”

세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확고히 대답하자 제이의 입 꼬리가 파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담았다.

만족이 가득한 제이의 미소에 세린도 키득키득 웃으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앤젤라의 말이 그렇게 속상했어요?”

“.... 엄청 속상했습니다... 아니, 지금 다시 생각할수록 속상합니다.”

제이는 부드럽게 세린의 작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반짝이는 푸른빛과 함께 세린의 머리카락이 남색으로 물들여가졌다.

“어? 레인 오빠의 반지네요?”

“전하께서 조심하라 이르시며 주셨습니다. 여행을 즐기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겠지요.”

“오빠는 여전히 세심하다니까요.”

“그 덕분에 저희는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고요.”

제이는 부드럽게 세린의 손에 입을 맞춘 후 아름다운 눈동자로 세린을 담았다.

약간 홍조가 오른 볼로 세린이 맑게 웃자 제이의 눈도 곱게 휘었다.

“이런 눈동자와 머리카락마저도 모두 잘 어울리십니다.”

“하하하 고마워요! 제이도 얼른 껴 봐요.”

“그래야겠군요.”

제이는 제 손에도 반지를 끼웠다.

하얀 은발이 빠르게 짙은 갈색의 색으로 바뀌었다.

흙처럼 진한 갈색의 눈동자가 다시 올곧게 세린을 눈에 담았다.

세린은 맑게 웃는 얼굴로 그런 그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멋져요. 제이는 이런 머리카락 색도 참 잘 어울리네요!”

“당신에게서 들으니 더 기쁘군요.”

“또 그런 말...! 제이 매일 나 놀리는 거 재밌는 거 맞죠?”

“여전히 제 진심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시니... 제가 많이 섭섭해지는군요.”

“네에?? 아, 아니... 섭섭할 것까지야...”

당황을 품는 눈동자가 참 아름다웠다.

당신은 알까.

여전하게도 자신이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든 쉽게 이성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위태롭다는 것을.

보석처럼 빛나는 연두색 눈동자도 봄처럼 화사한 분홍빛 머리카락도 당신이 가졌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 사람을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이번 여행에서 어떤 추억을 주어야할까.

어떤 추억을 선물하던 그녀는 분명 기뻐할 것이다.

제이의 푸른 눈이 아주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 위험한 눈동자 속에서는 심술과 장난, 그리고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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