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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35화 (134/218)

135화. 그렇게 살자

“에드, 레기, 앤젤라....”

“어떤가요.”

“너무 예뻐요... 이름 속에 의미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세린의 눈이 사르르 녹아내리듯 휘자 제이의 눈도 곱게 휘었다.

그리곤 세린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는 둘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닮은 밝은 은발을 가진 둘째 에드는 두 눈을 꼭 감고 잠을 자고 있었다.

“에드, 이제부터 너의 이름이란다.”

제 아빠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에드의 입술이 꼬물거렸다.

뒤에서 첫째 레기를 안고 있던 리사의 두 눈이 번쩍 빛났다.

‘입술 귀여워...!!!’

이엔도 리사의 옆에서 신기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세린을 호위하며 마주하고 있지만 신기하고 예쁜 반면에 너무도 작고 가벼워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엔은 구 안에서 꿈틀거리는 작은 앤젤라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천사 같은... 딱 맞는 이름 같아.’

장말 천사처럼 자고 있으니까.

이엔의 두 눈이 따스한 온기를 담았다.

점점 늘어나는 주변의 행복들이 그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어느 새 그의 옆으로 다가온 리사는 이엔이 들고 있는 구 안에서 자고 있는 작은 앤젤라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누구든 예쁘지 않은 아기들이 없었고 세린만큼이나 사랑스런 모습이 가득했다.

“아이들 모두 다 너무 예쁩니다.”

“아하하 다들 너무 칭찬만 해주네요! 그렇게 예뻐요?”

“제가 보았던 아가들 중에서 제일 제일 예쁩니다!”

리사의 호탕한 대답에 세린이 맑게 웃었다.

아이들 칭찬에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던가.

그러다 문득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제이를 시야에 담자 새삼스런 마음이 생겼다.

자신과 제이는 가족이자 동시에 부모가 되었다는 것.

자신은 세 아이들의 엄마로서, 그는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키우게 되었다.

이것만큼 행복한 시작이 어디 있을까.

그와 제 자신에게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아직도 기적 같았다.

감정에 젖어가는 세린의 연두색 눈동자를 바라보던 제이는 말없이 부드럽게 그녀를 제 품에 안아주었다.

든든한 가슴에 얼굴을 기대며 세린이 눈을 감고 웃었다.

너무도 행복했다.

그래, 분에 넘칠 만큼 행복했다.

로레인은 세린이 몸조리를 하며 잠을 자는 동안 세 쌍둥이들을 재우고 있었다.

말이 재우는 것이지만 의미는 아이들의 건강과 마력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에드윅은 그런 로레인의 옆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말이다.

첫째 레기의 손을 잡고 그를 살펴보는 로레인의 눈이 진중해졌다.

에드윅이 그런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떠냐. 건강한 것이냐.”

“걱정 마세요, 너무 건강해서 탈인 아이네요.”

에드윅의 얼굴에 안심이 담겼다.

그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레기를 바라보며 나직이 웃었다.

“다행이구나...”

“안고 계신 에드도 건강한 아이니까 안심하세요.”

“그래.”

에드윅은 부드럽게 웃으며 이내 잠든 에드를 침대에 눕혀준 후 마력 구 안에서 자고 있는 앤젤라를 로레인의 앞에 눕혀주었다.

로레인은 무척 조심스러운 손길로 앤젤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를 통해 느껴지는 마력과 그녀의 건강, 신체를 꼼꼼히 알아보는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에드윅은 그런 로레인을 향해 물었다.

“왜 그러느냐.”

“음...”

로레인의 얼굴에 의문이 자리했다.

에드윅은 걱정스런 얼굴로 다급히 로레인을 향해 다시 물었다.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는 것이냐.”

“앤젤라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요. 레기와 에드보다 작은데도 불구하고 가지고 태어난 마력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더 커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그러네요. 그런데... 그것 말고도 하나가 더 있는데...”

“무엇이냐.”

“마력이 조금 특이해요.”

“특이하다고.”

“네.”

로레인이 부드럽게 자고 있는 앤젤라의 손을 잡으며 나직이 말을 이었다.

“이 아이의 마력은 처음 보는 형태에요. 마력은 분명한데 보통 저희가 지니고 있는 마력과는 조금 달라요.”

“몸에 부담이라도 가는 것은 아니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마력의 양이 신체그릇에 비해 방대해서 그렇지 이 특이한 마력 때문에 위험한 것은 아니에요.”

“후... 그럼 되었다.”

로레인의 대답에 에드윅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이의 몸에 부담이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에드윅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다정히 웃었다.

무사히 태어나줬으니 이제는 무사히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뿐이었다.

그런 마음을 하는 것과 동시에 앤젤라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고민하기 시작한 에드윅이었다.

*

세린은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헤일리와 작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곧 헤일리의 아이도 태어날 테니 그녀에게 도움이라도 주고자 아이를 낳는 과정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많이 아픈가요?”

“아프기는 너무 아팠죠... 그래도 로레인 오빠 덕분에 빠르게 아이들을 낳을 수 있었어요.”

“조금 무서워지네요...”

“헤일리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트레일 오빠를 닮았다면 씩씩하게 태어나지 않을까요?”

“아하하 그렇겠네요.”

세린은 부드럽게 웃으며 헤일리의 커다란 배를 바라보았다.

“결혼식은 아이가 태어나고 할 예정인가요?”

“음... 전하께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제가 몸이 괜찮아지면 바로 식을 올리고 싶어 하세요.”

“그랬군요! 헤일리가 입을 드레스가 벌써 기대되는걸요?”

세린의 볼에 옅게 올라오는 홍조를 부드럽게 응시하며 헤일리가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전 식을 올리지 않아도 좋아요.”

“네?”

“솔직히... 지금 제가 전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걸요.”

“음... 헤일리.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요?”

세린의 질문에 헤일리의 눈에 난처함이 떠올랐다.

세린에게 어떻게 얼버무릴까 고민을 하다가 이내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는 세린의 연두색 눈동자에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저.... 제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네? 그게 무슨....”

세린의 눈에 당황이 담기자 헤일리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 제국에서 무엇일까... 내 신분, 내 이름, 내 성은 무엇일까, 나는 이 제국에서 존재해도 되는 것이 맞을까. 한 때 동북을 위협했던 제국의 황녀로서 트레일 전하를 사랑하고 그분의 아이를 낳아도 되는 것일까... 심지어 아무것도 아닌 저와 그를 축복하는 결혼식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 헤일리!”

세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헤일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제게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서... 전하께 드릴 수 있는 건 정말 제 마음 하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제가 과연 그분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지 정말 수십 번도 더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다른 이들도 이런 제가 그분의 옆에 서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고요.”

“헤일리... 왜 그런 말을 해요! 헤일리는 우리 제국의 가족이고 동시에 오빠의 하나뿐인 정인인 것을요.”

“하하 알겠어요. 진정하세요. 전하.”

헤일리는 놀란 세린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나직이 말했다.

“이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게요. 저를 가족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기뻐요.”

“헤일리. 잘 들어요.”

“.....”

세린은 올곧은 눈으로 헤일리의 손을 마주잡아주며 말했다.

“헤일리는 사랑받아도 괜찮아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아무도 그 사실을 싫어하지 않아요.”

“......”

“누가 헤일리한테 뭐라고 한다면 나한테 데려와요! 내가 아주 그냥 마법으로 괴롭혀줄 테니까!”

“풋...!”

“웃지 말고 잘 들어요! 헤일리는 다른 이의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 세린.”

“다른 사람의 눈이 뭐가 중요하고 그 사람들의 마음이 뭐가 중요해요? 진짜 중요한건 오빠랑 헤일리의 마음이잖아요.”

“.....”

헤일리의 눈가에 작은 물기가 솟아올랐다.

“헤일리도 헤일리 뱃속의 아기도 오빠도 모두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예요.”

“.... 고마워요.”

“헤일리.”

“정말... 고마워요.”

헤일리의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심스럽게 두 팔을 뻗어 세린의 품에 기댄 헤일리는 제 등을 토닥이는 작은 손길에 흐르는 눈물을 꾹 참았다.

지금처럼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그녀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도 자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까.

아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거친 외면에 비해 마음은 자식들의 사랑으로 가득 찬 다정한 사람이었으니까.

헤일리의 두 눈이 그리움을 짙게 담았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어느새 방의 문을 열고 있는 익숙한 인영에 의해 흐려져 갔다.

헤일리는 그 인영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현실에 집중해.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해.

내게는 저 사람이 있어.

내 아이를 위해, 저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거야.

사랑받아도 괜찮아.

스스로를 향해 속삭이는 헤일리를 향해 사내의 큰 손이 뻗어졌다.

따스한 그 손을 잡자 부드럽게 자신을 이끄는 그 익숙한 품과 향기에 헤일리는 취한 것처럼 웃어버렸다.

예전보다, 아니... 어제보다 오늘의 그를 더 사랑해버렸다.

헤일리의 귀로 다정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너 이 녀석, 요즘 엄마 힘들게 만드는 거 맞지? 왜 이렇게 엄마를 울려!”

“오빠는 왜 엄한 곳에 화풀이에요? 오빠가 믿음직스럽지 않으니까 헤일리가 슬픈 거지!”

“뭐? 아니, 내가 얼마나 든든하고 믿음직한데 그래?!”

“잘 났어요, 정말! 빨리 우리 헤일리랑 맛있는 거나 먹고 와요!”

“나도 그럴 생각이거든? 흥이다!”

“어머! 유치해서 정말!”

유치한 듯 보이지만 다정한 남매의 대화가 헤일리의 가슴에 온기를 품게 만들었다.

그래, 이 행복을 만끽하자.

다가오는 행복을 무섭다고 내치지 말고 꼭 붙잡고 실컷 사랑하고 행복해지자.

이제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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