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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34화 (133/218)

134화. 이름 짓기

“형님, 아무리 봐도 세린을 닮았으니 아들도 예쁜 것 아니겠어요?”

“네 말이 맞구나. 세린이 워낙 예쁘니 아들이어도 이리 예쁜 것이지.”

“우리 막내는 세상에 이제 막 날개를 피고 태어난 천사 같네. 으으... 어쩜 좋죠?”

“둘째 아이도 걱정이구나. 이대로 자라게 된다면 모든 여자 아이들을 울리겠어.”

“눈을 뜬 얼굴 좀 보고 싶은데...!”

“이왕이면 연두색이면 좋겠군.”

세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두 형제에게 말했다.

“예쁜 건 알지만 그만 하세요... 정말.”

“하지만 정말 너무 예쁜 걸?”

“그래, 아이들이 다 너를 닮았어.”

“음... 그런가요? 전 아직 모르겠어서...”

트레일과 테오의 말에 세린은 부드럽게 웃으며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는 첫째를 바라보았다.

제 한 팔에 쏙 들어오는 작은 아기가 무척이나 귀여워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하얀 은발을 가진 아기는 굳게 닫혀있는 눈이 뜰 시간도 없이 열심히 자고 있었다.

아직은 눈, 코, 입 모두 오밀조밀 작고 앙증맞아서 누굴 닮았는지 알 수 없지만 너무도 예쁜 아기라는 것은 자신이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느덧 헤일리가 만삭인 몸으로 다가와 세린에게 한 아름 장미꽃을 안겨주었다.

“축하해요 세린! 벌써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요.”

“헤일리이! 고마워요.”

세린이 다정히 웃으며 장미꽃을 받았고 헤일리를 향해 말했다.

“헤일리도 곧 엄마가 되겠어요! 힘내서 많이많이 먹어요!”

“네, 세린.”

헤일리가 부드럽게 웃으며 세린의 손을 잡아주었다.

부풀어진 배로 인해 안아줄 수는 없었지만 마주 잡은 손의 온기로 서로의 감정을 알려줄 수 있었다.

이윽고 이엔이 다가와 세린에게 안개꽃을 건네주었다.

“아기씨들께서 너무도 귀여우십니다. 전하를 닮았나봅니다.”

“하하하 벌써 그게 보여? 난 아직 모르겠는데.”

“첫째 아기씨는 대공님을 닮아 보입니다.”

“음! 그래 보이기도 하고?”

세린이 유심히 첫째를 바라보았다.

빛을 받은 아름다운 은발 밑으로 오밀조밀 앙증맞게 자리한 이목구비가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테오가 안고 있던 둘째를 바라보았다.

첫째처럼 반짝이는 은발과 첫째와는 조금 다른 선명해 보이는 이목구비가 눈에 띄었다.

세린의 눈이 이내 트레일의 품에 있는 작은 구 안의 막내딸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작지만 옅은 분홍머리카락을 가진 딸은 참 어여뻤다.

‘나도 고슴도치인가...? 하지만 정말 모두 예쁜걸.’

세린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담겼다.

테오와 트레일도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로 제 조카들을 바라보았다.

우선 트레일은 제 품에 안긴 셋째를 바라보며 시선에서부터 온 사랑을 모두 쏟아 부었다.

옆에 있던 헤일리마저 눈에 애정이 넘치니 말은 다 했을 것이다.

트레일은 제 손바닥만큼 작지만 구 안에서 작게 꿈틀거리는 조카가 너무 예뻐 보여도 심각하게 예뻐 보였다.

그때였다.

제 새끼손가락도 다 못 쥘 것처럼 작은 손이 한번 펼쳐졌다가 굳게 주먹을 쥐었고 트레일은 제 심장을 쥐었다.

“윽...!!!”

외삼촌의 심장을 쥐어뜯는 치명타였다.

“끄아...!”

외숙모의 가슴도 마구 두드렸고 말이다.

옆에 있던 테오도 제 품에 쏙 안긴 은발의 둘째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작은 둘째의 입이 크게 벌려지고 이내 귀여운 하품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푸아....”

“.......”

천천히 제 눈가를 쓸어내린 테오는 부들부들 떨리는 어깨를 하고 표정관리에 힘썼다.

그게 티가 났지만 말이다.

아직 태어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서 누구를 닮았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참 예쁜 아이들인 것에는 틀림이 없었다.

세린은 부드럽게 첫째의 등을 토닥여주며 이내 테오를 향해 물었다.

“아빠랑 로레인 오빠랑 클로비스 언니랑 제이는 어디를 간 거예요?”

“중요한 안건이 있어서.”

“중요한 안건이요??”

“응.”

트레일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린이 동그랗게 변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있지, 네가 아이를 낳았잖아. 그것도 세 명이나.”

“.... 그게 왜요?”

“왜긴 왜야??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야지!”

“..... 아!”

세린의 놀란 눈동자를 바라보며 트레일이 유쾌하게 웃었다.

“우리 왕자님들에게는 멋진, 우리 공주님에게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셔야지. 우리 천사는 어떤 이름을 가지게 되려나.”

“다들....”

“테리 때도 정말 다들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세 명이나 있으니 더 고민이야.”

트레일의 시선이 다시 막내에게로 향했다.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깊이 잠든 아이가 너무도 예뻐서 그의 입이 헤벌쭉 허물어졌다.

그리곤 투덜거리듯이 구를 만지며 말했다.

“아니, 이 구는 언제쯤 우리 공주님을 꺼내주는 거야?”

헤일리가 그런 트레일을 달래려 부드럽게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만큼 자라면 나올 수 있다고 했어요. 적어도 무게가 2.5가 되실 때까지 더 커야 해요.”

“지금은 몇인데요??”

“1.4 정도 되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에엑??!!”

트레일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그리곤 다급히 테오와 세린이 안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아이들은 몇인데요??”

“첫째는 2.7 이고 둘째는 2.6이에요.”

“에에에??! 아니 막내가 너무 적게 나가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 로레인 오빠의 구 안에 있는 거잖아요... 진정해요 오빠.”

“아, 아기가 빨리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해? 어디 위험한 건 아니지?”

“....”

세린이 잠깐 침묵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 이상 없다고 했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가 약하고 불안정한 마력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다고 했어요.”

“으...! 외삼촌이 지켜 줄께 막내야!!”

트레일의 우렁찬 외침에 구 안의 작은 아기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커다란 눈동자를 떴고 붉은 눈동자와 제일 먼저 시선이 닿았다.

트레일이 빳빳하게 굳었다.

“어....”

“오빠? 왜 그래요?”

“세, 세린...”

“네...”

“우리 천사 눈이...”

트레일의 경이롭다는 기색이 가득한 표정에 세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테오와 헤일리도 다급히 막내 아이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아직 태어나서 눈을 뜬 것을 본 적이 없던 상황이라 더욱 궁금했다.

아이와 시선을 맞춘 세린의 눈이 커졌고 이내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공주님! 눈도 엄마 닮았네!”

“연두색 눈동자가 역시 잘 어울려... 우리 천사는 도대체...”

“세린만큼 색이 연하고 곱군.”

“어머나... 보석처럼 예쁘게 빛나네요.”

모두의 사랑과 칭찬을 받은 셋째는 작은 주먹을 한 번 쥐었다가 피더니 올곧게 세린을 눈에 담았다.

세린의 코가 저절로 시큰해질 만큼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세린, 왜 또 울려고 그래?”

“그냥... 기특해서요...”

세린의 두 눈에 고인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몇 개월 동안 오빠들 받쳐주느라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너무 기특하네요.”

그래, 너무 기특했다.

저 작고 약한 몸으로 제 뱃속에서 열심히 버틴 딸이 참 예쁘고 기특했다.

세린은 구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딸을 향해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사랑해.”

세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기의 연두색 눈동자가 휘어졌다.

그리고 이내 세상에서 제일 작은 미소가 그들의 눈에 담겼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트레일은 이미 제 심장을 부여잡았고 헤일리도 황홀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테오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로레인의 영상구를 틀어놓고 있었다.

참 가지각색의 반응이었지만 재밌기도 했다.

“곤란하군.... 도통 마음에 드는 것들이 없어.”

“같은 심정입니다.”

“후....”

에드윅과 로레인, 클로비스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 명의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예쁜 이름을 찾기란 생각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다.

제이도 그런 세 사람과 함께 이름을 결정하려다가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고 말이다.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제이는 제 턱을 부드럽게 감싸며 깊은 생각게 잠겼다.

아들 둘에 딸 하나.

어떤 이름이 너희들에게 잘 어울릴까.

한 번 지으면 다시 바꿀 수 없는 그 이름을 누구보다 뜻 깊고 아름다운 것으로 지어주고 싶었다.

그러던 그의 눈에 아른거리는 이름 명단에서 한 줄의 단어가 눈에 띄었다.

‘앤젤라(천사와 같은)’

“.....”

천사라면 우리 아이를 일컬어 하는 말이 아닌가?

제이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며 이내 에드윅을 향해 물었다.

“여기 '앤젤라'라는 이름... 천사와 같다는 의미라는데 어떠신가요.”

“..... 그런 이름도 있었나.”

“예쁘네요, 앤젤라.”

에드윅의 눈이 커지고 클로비스의 표정도 밝아졌다.

3쌍둥이 중 막내이자 하나뿐인 딸에게 너무도 딱 맞고 예쁜 이름이었다.

로레인은 명단 종이를 바라보며 한 단어를 가리켰다.

“'에드'라는 이름도 좋네요. 이 이름의 의미가 행복을 만드는 자라고 합니다.”

“좋은 의미군.”

그러자 클로비스도 하나의 이름을 가리켰다.

“여기 '레기'라는 이름은 강한 힘, 그리고 훌륭한 통치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군요.”

“계속 고민이 드네요. 선택지의 폭이 넓을수록 고르기 어려워져요.”

로레인의 말에 에드윅은 제 눈가를 쓸어내리며 고민을 하였고 이내 제이를 향해 물었다.

“이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의견이 중요하겠지. 선택은 자네의 몫이네.”

“......”

“몰론 가져온 명단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려운 것을 알지만... 원하는 이름이 있던가.”

“지금 낭독해주신 이름들이 마음에 듭니다.”

그의 푸른 눈에는 어느 새 온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 이름들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에드윅의 입가에도 미소가 담겼다.

“그럼 그리 정하도록 하지.”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이름이 생긴 날이었다.

제이를 누구보다 쏙 빼닮은 은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첫째 아들의 이름은 ‘레기 스페라도’첫째와 똑같은 은발에 세린의 연두색 눈동자를 닮은 둘째 아들의 이름은 ‘에드 스페라도’그리고 세린과 닮은 옅은 분홍빛 머리카락에 연두색 눈을 가진 막내딸은 ‘앤젤라 스페라도’ 라는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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