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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32화 (131/218)
  • 132화. 약한 아이

    리사와 이엔은 무척이나 신기한 얼굴로 세린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배를 관찰하고 있었다.

    볼록 나온 저 배 안으로 아이가 세 명이나 있다고?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신기하기만 했다.

    리사가 정말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처럼 물었다.

    “딸인지 아들인지 알 수 없는 건가요?”

    이엔은 그런 리사의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무척 궁금했던 문제였다.

    세린은 두 사람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레인 오빠의 마법으로 알 수도 있겠지만 태어날 때 보고 싶어서 꾹 참고 있어요.”

    “전하는 누가 있을 것 같습니까? 아들? 딸?”

    “음...”

    리사의 질문에 세린이 고민이 깊어졌다.

    글쎄... 아들일까? 딸일까?

    결국 너털웃음을 지으며 세린이 말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무래도 세 명이니까 이 중에 아들, 딸 둘 다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전 개인적으로 전하를 닮은 아기가 보고 싶습니다.”

    “어머! 제이도 똑같은 말을 했었어요!”

    세린이 반갑게 외치며 말하자 리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본인이 스스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을 닮은 아이를 꺼려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엔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내 세린을 향해 말했다.

    “전하를 닮았다면 분명 사랑스럽고 아름다우실 겁니다.”

    “이엔... 고마워!”

    세린의 미소가 애틋해졌다.

    천천히 커져가는 제 배를 쓰다듬으며 세린이 이엔과 리사를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니 요 근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을 많이 보았던 기억이 있다.

    트레일이 리사가 연애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제게 흘린 적도 있었는데 연회와 임신으로 인해서 물어볼 기회를 잊고 살았었다.

    혹시...?

    세린이 조금 궁금해진 얼굴로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리사경, 이엔.”

    “네.”

    “네, 전하.”

    “두 사람 연애하나요?”

    “!!!!!”

    “!!!!”

    순식간에 이엔과 리사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며 빳빳해졌다.

    눈치가 빠르지 않은 세린마저 알 수 있을 정도로 빠른 반응이었다.

    세린의 연두색 눈동자가 커지며 이내 환한 미소를 담고 물었다.

    “세상에..!!! 정말요???”

    “.......”

    “꺄악!!! 언제부터에요?? 응? 언제부터야 이엔?!”

    세린이 붉어진 홍조를 하고 반짝이는 두 눈으로 이엔을 바라보았다.

    이엔은 수려한 금색의 눈동자를 데굴 굴리다가 이내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반 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반 개월?? 혹시 내가 결혼했을 때 쯤 인거야??”

    “네.”

    “정말 몰랐어!”

    세린의 표정이 환해지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강하고 아름다운 리사와 다정하고 수려한 이엔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도 신기했고 두 사람의 인연이 언제부터 이루어졌는지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막 물어보려 입술을 열려던 세린의 뒤로 빛과 함께 나타난 로레인만 아니었다면 계속 질문과 대답을 들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세린.”

    “어? 레인 오빠?”

    “아이들을 확인해보는 시간이야. 가보자꾸나.”

    “네에??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벌써요...??”

    세린의 눈이 아쉬움으로 휘어졌다.

    로레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세린의 어깨를 잡았고 이내 세린은 입술을 삐죽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어요...”

    “다음에 꼭 들어보자꾸나. 우선은 검사를 먼저.”

    “네에.”

    세린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이엔과 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다음에 꼭 이야기해줘야 해!”

    세린이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하자마자 로레인은 세린과 함께 세린의 침실로 워프했다.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운 세린은 이내 가슴께로 두 손을 깍지 껴 얹으며 로레인을 향해 물었다.

    “이엔과 리사경이 연애를 하고 있던 거 오빠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 것 같았기는 했는데 사실이었구나.”

    “우와..! 어떻게 예상을 했어요?”

    “자주 함께 산책을 하고 손을 잡는 것을 보았거든.”

    “으아... 너무 예쁘겠다...”

    저절로 상상한 두 사람의 모습에 세린이 맑게 웃었다.

    로레인은 그런 세린을 귀엽게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배 위로 손을 올렸고 이내 마력을 움직여 그녀의 아이들을 살폈다.

    신중해지는 그의 눈을 살피며 세린이 물었다.

    “어때요?”

    “음....”

    로레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손을 거두고 말했다.

    “두 아이는 무척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 가지고 있는 마력도 안정적이고 그 마력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걸 보면 마법사든 검사든 재능이 뛰어날 아이들이야.”

    “... 한명은요?”

    “배 안에서 두 아이를 받쳐주느라 차지한 아기집의 범위가 좁아. 두 아이들보다도 작고 마력도 불안정해서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아.”

    “... 아이가 많이 위험한 거예요?”

    “음... 최대한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지만 아마 정말 작게 태어날지도 몰라.”

    세린의 눈에 걱정이 스쳤다.

    로레인은 다정히 웃으며 세린의 손을 잡아주었고 이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니 세린, 네가 잘 먹어줘야 아이도 든든하게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단다.”

    “밥 많이 먹을게요...!”

    “그래. 착하네.”

    로레인의 눈이 곱게 휘었다.

    그러나 낮잠에 든 세린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손길에선 걱정이 묻어나왔다.

    태아의 몸에 깃든 마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린다는 것은 그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신체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이었다.

    세린의 뱃속에 있는 그 작은 아이는 다른 두 아이들에 비해 많이 작고 약하게 태어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평범한 아이들보다도 더 연약할지도 몰랐다.

    로레인은 걱정스런 모습으로 동생의 부른 배를 쓰다듬어주다가 이내 나직이 속삭였다.

    “나도 노력할 테니 너도 어서 힘내서 건강해지렴.”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부드러운 태동이 그의 손을 자극했다.

    로레인의 제비꽃 색의 눈동자가 아름답게 휘어졌다.

    제 동생을 닮아 한 없이 사랑스런 세 아이들이 부디 건강하게 태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그는 부드럽게 세린의 배를 어루만졌다.

    *

    그 날 저녁, 로레인은 테오와 함께 와인을 기울이고 있었다.

    테오는 와인으로 목을 축이는 로레인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헤일리 공녀의 상태는?”

    “그녀도 건강하고 태아도 건강합니다. 마력이 없는 아이지만 앞으로의 삶에 지장은 없습니다. 트레일을 닮았다면 힘은 장사겠지요.”

    “그건 다행이군.”

    “네, 정말 다행이지요.”

    “세린은?”

    “.....”

    드물게 로레인의 말문이 막혔다.

    그의 보라색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가만히 와인을 고정하며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일단 두 아이는 건강합니다. 태아임에도 소지하고 있는 마력이 출중했고요. 크게 된다면 미래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 한 아이는.”

    “그 아이는 약해요.”

    로레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지니고 있는 마력을 받쳐주지 못할 만큼 신체가 약하고 불안정한 아이입니다.”

    로레인의 눈이 살며시 좁아졌다.

    테오의 눈도 심각해지며 그를 불안하게 직시했다.

    로레인은 제 눈가를 거칠게 쓸어내리며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보다 가지고 있는 마력은 더 많아요. 그게 그 아이의 몸을 더 약하게 만들고 있어요.”

    “!!”

    “제 형제들의 발밑에서 어찌어찌 버티고 있기는 한데... 달수를 채울 때까지 그 아이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로레인.”

    “네, 알아요. 하지만 형님... 제 마력으로도 안 될 정도로 태생적으로 약한 아이에요.”

    “......”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대비뿐이에요.”

    로레인은 의자에 등을 기대어 한숨을 쉬며 이어 말했다.

    “아마 쌍둥이들이 태어난다면 그 아이 혼자만 미숙아로 태어날 겁니다. 아주 작은 아이로요.”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작은 건가.”

    “형님, 테리가 태어났을 때와 비교하신다면 놀라실 겁니다. 형님의 손바닥만큼 작을 수도 있어요.”

    “허?”

    테오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테리가 태어났을 때에도 무척 작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보다 더 작게 태어난다고?

    로레인은 그런 테오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제 마력을 사용해서 양수와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담아둘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호흡을 내뱉고 신체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말이죠.”

    “흠...”

    “이건 정말 대비일 뿐이고 제 예상일뿐이니 듣기만 하세요.”

    “세린이 조금 더 영양가 있게 많이 먹었으면 좋겠구나.”

    “그러기로 약속도 나누었습니다. 잘 먹어주겠지요.”

    “그저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어디 누가 그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렵구나...”

    테오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른 소식은 없느냐.”

    “?”

    “너와 관련한 소식이 없느냔 이야기다.”

    “뭐가 말인가요?”

    로레인의 얼굴이 조금 난처하게 빛났다.

    “관심이 있는 여인이나 만나고 있는 여인은 없느냐.”

    “아하하...”

    테오의 질문에 로레인 나직이 웃으며 와인을 기울였다.

    그리곤 냉정히 말했다.

    “없습니다. 결혼도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왜 인지 내가 물어도 되겠느냐.”

    “가족들만 있어도 제 세상은 가득 차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요.”

    “흠...”

    테오의 의심스런 눈동자에 로레인이 난처하게 웃었다.

    결혼? 아이?

    소란스런 가족들이 있어 외롭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 에는 바쁘기도 했고 말이다.

    로레인은 부드럽게 와인을 기울이며 테오를 향해 말했다.

    “나중에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요하는 것이 아니야. 네가 스스로 잘 할 테지만 난 네 행복도 중시하고 있어.”

    “하하 우리 식구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군요.”

    서로의 행복이 제 행복이라는 가족들의 같은 마음에 로레인과 테오의 입가에 담긴 미소가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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