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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15화 (114/218)

115화. 첫날밤

하늘에 피어난 노을이 아름다운 붉은 색으로 대공저를 꾸몄다.

대공저의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선 마차에서 세린은 커다란 눈으로 제이의 품에 안겨 구경하기 시작했다.

매일 제이가 찾아오는 일이 있었지 대공저로 가본 적은 없었기에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로웠다.

짙은 남색의 지붕들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성이 제이와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제이는 신기해하는 세린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웃었다.

“신기하십니까.”

“네! 대공저로 온 건 처음이잖아요! 와아... 성이 너무 근사해요!”

“세린의 눈에 근사하다니 다행이군요. 우리가 머물 성은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구나...”

세린의 집중이 대공저로 쏠리는 것이 조금 질투가 나면서도 귀엽기도 했다.

그녀는 알까?

오늘이 자신과 그녀의 신혼 첫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그 날의 의미를 잘 모를 것 같아서 제이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생각과 하고 싶은 행동을 그녀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놀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 순수한 사람에게 오늘 어찌 해드려야 하나...

제이의 눈이 노을빛에 반짝였다.

커다란 성 앞에서 멈춘 마차가 도착을 알리고 문을 열었다.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와 시종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대공작님과 대공작 안주인님께 인사드립니다.”

세린은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익숙해져야 하는 새로운 칭호와 호칭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중 시선을 올린 그녀가 시종과 시녀의 사이에서 걸어 나온 메리와 아인을 발견하였다.

식에서도 만났지만 이 곳에서 다시 만나니 새롭게 느껴져 세린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아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하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아, 아버님...”

“!!!”

세린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나타난 새로운 단어에 아인의 푸른 눈동자가 커졌다.

아버님...!

그의 눈동자에 뿌듯함과 기쁨이 실렸고 메리가 허겁지겁 세린에게 다가갔다.

“세린 저에게도 이제 어머님이라고 부르셔도 된답니다!”

“아하하 어머님.. 잘 부탁드려요.”

“끄윽”

메리가 아인의 품으로 무너졌다.

세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지만 제이가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잡고 안으로 이끌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우리가 실례했군. 어서 가서 쉬거라.”

아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제이가 세린을 이끌고 성에 들어섰다.

이제 대공작이라는 위치에 있던 터라 제이가 머무는 본성은 굉장히 크고 웅장했다.

세린의 큰 눈동자가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우와...”

“큽...”

이 장소가 그리도 신기할까.

제이는 익숙한 대공저 성의 내부를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신기해 하니까 자신도 신기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제이와 세린에게 시녀들이 다가왔다.

제이는 푸른 눈으로 그들을 힐끔 바라 본 후 세린을 향해 다정히 말했다.

“세린. 그녀들을 따라가 목욕이라도 하고 오세요. 피곤이 쌓여 몸이 노곤했을 겁니다.”

“아... 고마워요.”

“저도 금방 끝내고 방으로 가겠습니다.”

제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시녀들의 앞이라 부끄러워진 세린이 얼굴을 붉혔으나 이내 그의 마음이 너무도 따스해서 함께 웃어버렸다.

*

시녀들은 세린의 고운 피부를 닦아주며 그녀의 목욕시중을 들었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향유를 바르는 손길과 머리를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며 감겨주는 손길이 부드러워서 세린은 저절로 잠이 오기 시작했다.

시녀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식이 길어서 많이 힘이 드셨을 것입니다. 그래도 첫날밤이시라 더 힘이 드시겠지만 조금만 감내해주세요.”

“음?”

시녀의 말에 세린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힘을 내라고?

뭘?

밤에 잠을 자는 걸?

한참 머리를 굴려본 세린이 이내 환하게 웃었다.

“아! 대공작성에 들어온 첫날이라 내가 긴장했을까봐 그런 거지? 걱정해줘서 고마워.”

“.... 네?”

“성의 분위기도 따뜻하고 좋아서 오늘 밤은 잠을 잘 잘 것 같아! 여기 사람들도 정말 섬세하게 챙겨주는구나...”

“아....”

시녀는 그때 느꼈다.

이 아름답고 사랑스런 분은 그렇고 그런 것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소리 없이 가슴으로 응원을 했다.

공작님. 힘내세요.

세린은 목욕을 마치고 부드러운 실크로 만들어진 잠옷을 입고 침실에 들어섰다.

넓은 창문 밖으로 어두워진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곱게 휘어진 초승달이 눈부시게 제 빛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는 이 풍경과 이 장소가 자신의 안식처가 될 것이었고 제이와 자신만의 공간이 될 것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가슴을 스치는 황성에 있을 가족들 생각에 세린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다들 식사는 하셨을까?’

아니, 헤일리와 클로비스가 있으니 식사는 꼬박 챙겨 드셨을 것이다.

그러한 안심을 가지며 세린이 작게 한숨을 내뱉자 허리에서부터 단단한 손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 든든한 온기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담겼다.

“제이.”

“아직 속상하십니까.”

“헤헤... 이젠 괜찮아요!”

세린은 민망하다는 듯이 웃으며 제이의 품에 등을 기대었다.

키 차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 위로 고개를 올린 제이는 그녀가 바라본 하늘을 물끄러미 관찰했다.

자주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방을 만들어 놓을까 생각했고 그러다 문득 창문에 비친 세린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수줍게 달아오른 홍조도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맑은 미소도 창문의 유리에 비춰져 눈이 부셨다.

제이는 천천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두 팔로 그녀를 공주님 마냥 안아 올렸다.

“힉! 제이??”

깜짝 놀란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세린을 향해 제이는 근사하게 웃었다.

사랑스럽기만 한 이 사람의 모든 표정이 마냥 좋았다.

눈을 아무리 굴리고 굴려도 아름답지 않은 곳 하나 없었다.

제이는 천천히 세린을 침대에 눕혀주었고 세린은 침대 위로 자신을 눕힌 제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입술을 삐죽였다.

“또 나 재우려고요?”

“큽...”

“맨날 사랑하니까 재운다더니... 또 그러려는 거죠?”

“아하하”

제이가 맑은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세린은 고개를 숙이고 웃는 제이의 잠옷 사이로 단단한 근육이 잡힌 가슴이 눈에 띄자 소리 없이 놀란 가슴으로 시선을 다급히 돌렸다.

제이는 웃음을 멈추고 약간 물기가 있는 눈으로 세린을 향해 물었다.

“자는 것이 싫으십니까?”

“시.. 싫다기보다는... 그냥 잠을 자기 아, 아쉽다고 해야 할까...”

“저도.”

“...?”

제이의 눈이 거칠게 변했다.

“저도 당신을 재우기 싫습니다.”

“...!!!”

그리고 부드러운 입술이 세린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그녀의 입술을 집어 삼킬 듯이 제이는 그녀를 탐하고 또 탐했다.

평소랑은 다른 분위기의 키스에 세린의 눈이 아찔해졌다.

제이의 한 손이 그녀의 한 볼을 감쌌고 다른 손이 스르륵 세린의 잠옷 안으로 들어왔다.

“헉!!”

허리에 닿아온 온기에 세린이 놀란 눈동자로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부드러운 눈으로 세린을 향해 다정히 말했다.

“세린. 당신이 싫다고 하신다면 하지 않겠습니다.”

“아... 으... 그.. 그게...”

세린은 당황스러움에 눈을 깜빡였다.

그러나 제이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저절로 고개를 저었다.

그를 거절하고 싶지 않았고 절대 나쁜 기분이 아니었으니까.

세린의 수긍에 제이의 눈이 곱게 휘었다.

제이는 천천히 세린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고개를 내려 세린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손길에 눈을 질끈 감은 세린은 그 깊은 입맞춤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커다란 손이 어느 새 세린의 배를 스치고 점점 올라왔다.

다른 이의 손이 닿은 적 없던 곳으로 그의 길고 고운 손가락이 침범했다.

“읏!”

순수한 반응에 제이의 눈이 소리 없이 거칠어졌다.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반면 부드럽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함께 올라왔다.

“후...”

제이는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느리게 뜬 후 세린의 잠옷을 자연스럽게 풀러 내렸고 그녀의 쇄골, 어깨, 그리고 조금 더 밑의 부근에 입을 맞췄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과 느낌에 세린의 두 눈이 질끈 감겨졌고 제이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천천히.’

그녀가 놀라지 않게.

“으으..”

제이의 손길은 부드럽기 그지없으나 그녀를 향한 눈길은 너무도 뜨겁게 타올랐다.

세린은 그의 손이 닿는 곳마다 간질 거렸고 동시에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휩싸였다.

그가 입을 맞추는 모든 곳들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정신을 온전하게 차릴 수 없었다.

“윽!”

“쉬이... 괜찮아.”

제이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질끈 감은 세린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계속 속삭였다.

“사랑해.”

“읏...”

“사랑해.”

“흐으... 저도...”

고통에 질끈 눈을 감은 세린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제이는 그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세린의 눈에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지 마요. 사랑해요, 세린.”

“나도.. 나도...”

“제가 보다 더 많이 사랑합니다.”

끝도 없는 고백은 이어졌다.

제이는 세린을 탐하고 삼키고 또 사랑을 전해가며 멈추지 않고 고백을 했다.

수 없이 고백하고 또 고백을 해나가는 제이의 속삭임을 들으며 세린은 제 숨을 죄여 올 만큼 큰 행복을 느꼈다.

제이의 단단하게 잡힌 근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린의 고통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줄어들었다.

두 사람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고 해가 뜨기 직전까지도 사랑은 끊임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시녀들과 제이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행복이 가득한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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