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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03화 (218/218)

103화. 그들에게 생긴 일

이엔이 들어선 태양궁 집무실에서는 테오와 에드윅, 그리고 스페라도 대공작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 이엔은 망설였다.

에드윅은 안으로 들어온 이엔의 괴로운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쪽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이엔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 리사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후.....”

이엔의 말이 끝나자 아인대공이 두 손으로 눈가를 쓸며 깊은 숨을 내뱉었다.

고통이 담긴 한숨 속에서 불안감이 섞였다.

에드윅은 그런 대공을 바라보가가 다시 이엔을 바라보며 물었다.

“의식은 돌아왔던 것이냐?”

“그런 것 같습니다. 의식이 돌아 오시자마자 바로 자리를 뜬 것을 볼 때...”

“남부로 향했겠지.”

“그리고... 독에 중독되신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베이신 검을 살펴보니 저주가 담겨있었습니다.”

“!!!!”

아인대공과 에드윅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테오의 미간은 왈칵 일그러졌다.

“그것이 가능한 것이더냐...?”

“저도 처음 보는 경우였으나... 그 검에는 분명하게 저주가 있습니다. 심장에 붙지 않아 마법으로 시간만 되돌린다면 나을 수 있다고 2황자 전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녀석도 검에 베인 것이냐.”

“.... 네.”

“그리고 곧바로 리사경을 찾으러 간 것이고?”

“.... 네.”

“그녀석이 괜찮다고 했다면 괜찮은 것이겠지. 알겠다.”

이엔의 고개가 점점 숙여졌다.

에드윅은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테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반란군 속에서 마탑과 연관 있는 자들이 숨어있던 모양이구나.”

“... 그런 것 같군요. 스페라도 공자도 그 자들에게 휘말린 것 같고요.”

“어찌할 것이냐.”

“반란군에 마스터가 한 명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트레일을 보내야 할 듯합니다. 1기사단을 소집하여 남부로 출격하겠습니다.”

“저도...!!”

“?”

“저도... 가고 싶습니다.”

테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엔이 다급히 외쳤다.

테오는 그런 이엔을 가만히 바라보며 제 턱을 쓸었다.

이엔까지 남부로?

검에 저주를 담을 수 있는 어둠술사가 남부에 존재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엔도 함께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마.”

*

로레인은 리사의 마력을 따라 반복 워프를 하고 있었다.

리사와 점점 좁혀져가는 거리를 예상했건만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여서 로레인의 미간이 좁아졌다.

“인간이 맞는 건가?”

공간을 이동하며 쫓는데도 거리가 벌어진다고?

그녀의 상처를 아직 완벽히 치료하지 않았고, 저주가 남아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런 몸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로레인은 혀를 내둘렀다.

하긴, 스페라도 대공의 자식이 평범할 리가 있나.

로레인은 다시 리사의 마력을 향해 워프를 외쳤다.

리사가 이동하는 경로를 살펴보며 리사를 쫓던 로레인은 워프하려 모아놓은 마력을 풀고 생각에 잠겼다.

리사가 가는 길은 외진 숲길이었으나 남부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의식이 깨어나자마자 남부로 가고 있다고?

어쩌면 예상했던 불길한 예감이 로레인의 가슴을 스쳤다.

로레인은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워프를 외쳤다.

이번에는 리사의 마력을 향해서가 아닌... 남부제국을 향해서였다.

리사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

불과 하루가 지나기 전의 일이었다.

리사는 제이와 함께 남부제국의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오라버니. 여기가 마지막 지역이었죠?”

“그래.”

“그럼 곧 돌아가겠네요??”

“그렇겠구나.”

리사는 제이의 긍정에 두 눈을 반짝였다.

줄곧 이 날만 기다려왔던 리사는 허겁지겁 손에 들고 있던 귀족명부를 살피며 싱글벙글 웃었다.

곧 있으면 그리웠던 이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렘이 리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제이는 그런 리사를 바라보며 귀엽다는 듯이 웃었고 이내 그녀가 들고 있던 귀족 명부를 가져갔다.

“오라버니?”

“그간 네가 고생을 많이 했으니 여기 마무리는 내가 하마. 넌 쉬면서 돌아갈 채비라도 하도록 해.”

“하지만....”

“괜찮아. 이 정도는 금방 끝나.”

네가 나서면 더 늦게 끝나고 말이지...

제이는 마지막 문장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게 싱긋 웃었다.

리사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끄덕였다.

“알겠어요!”

“착하네.”

제이가 리사의 부드러운 은발을 흐트러트리며 웃자 리사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어린애 취급 하지마세요!!”

“하하”

제이는 눈가를 곱게 휘어 웃으며 리사를 바라보았다.

리사의 눈가가 다시 일그러지기 전에 서둘러 시종이 제이를 불렀다.

“공자님...”

“?”

제이의 눈이 평소처럼 돌아와 아무 감정 없이 시종을 바라보았다.

그 무감정한 시선에 시종은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황제폐하께 서신이 왔습니다. 서둘러 답문을 원하시는듯하여 이리 무례를 범하였습니다.”

“.... 서신?”

“네.”

제이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며 시종을 바라보다가 이내 리사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가야겠구나. 네가 잠시 마무리를 도와주렴.”

“알겠어요.”

리사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에게서 귀족의 명부를 받았다.

제이는 불안함이 담긴 시선으로 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거나 부시지 말고.”

“내가 어린애인가요?”

“아무거나 먹지 말고.”

“내가 개인가요?”

“아무나 때리지 말고.”

“야!!!”

결국 폭발한 리사를 피해 제이는 서둘러 시종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시종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담겨 있었고 곱게 휘어진 눈매는 날카롭게 빛났다.

앞서 걸어가는 시종의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눈빛이었다.

리사는 멀어지는 제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뒤를 돌아 그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귀족의 명부를 한 번 눈으로 읽어본 리사는 나직이 말했다.

“생각보다 금방 끝나겠네...”

남부제국의 제일 밑의 지방에 있는 귀족들은 수도에 비해 인원이 매우 적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날 것 같은 인원수에 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걸음을 이동시켰다.

어서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제이는 시종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푸른 나무가 가득한 숲길은 맑은 향기가 났고 주변은 너무도 고요했다.

제이는 걸음을 멈추며 부드럽게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싱긋 웃었다.

티 없이 맑고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남부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을 줄이야.”

“.... 공자님?”

시종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시종을 푸른 눈동자에 온건히 담았다.

“네가 보아도 아름답나?”

“... 아름답습니다.”

“이런, 그건 좀 유감이군.”

“...?”

제이의 눈매가 반달모양으로 휘었다.

“네 무덤이 아름다우면 내가 불쾌할 것 같거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끔찍한 살기가 시종을 둘러쌌다.

“큭!!!!”

“쉿.”

제이는 천천히 시종에게 다가가면서 기다란 손가락을 제 입술에 대었다.

그의 눈은 무감정했으나 몸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살을 찢을 듯이 날카로웠다.

제이는 평온한 얼굴로 입술을 열었다.

“닥쳤으면 좋겠어. 목을 예쁘게 베어낼 수 없잖아.”

“헉!!!!!”

“말귀가 어둡구나.”

제이는 맑게 웃는 얼굴로 오른손을 치켜 올렸다.

올려지는 팔 동작에서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눈을 크게 뜬 시종의 목이 스르륵 땅으로 굴러갔다.

제이는 자신에게로 굴러오는 머리를 발로 툭 치며 오른손을 털었고 그의 손목에 있던 검에서부터 붉은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그리고 나른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비소를 지은 제이는 입을 열었다.

“내가 모르고 따라왔을 것이라 생각했나보지?”

“.....”

“미안하지만 너희들을 전멸시키려고 따라 온 것뿐이야.”

제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사방에서 끔찍한 살기가 풍겨 올랐다.

쐐애애액!!!

살기와 함께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음이 제이의 귀를 자극했고 동시에 끝이 벼려진 수십 개의 화살이 검은 안개에 뒤덮여 그에게 달려들었다.

제이의 푸른 눈이 날카로워졌고 화살은 그의 머리 위로 빠르게 내리쳐졌다.

콰과과광!!!

대지의 파편과 먼지들이 허공에서 휘날렸다.

*

같은 시각, 리사는 지역의 조사를 마무리하며 명부를 다시 체크하고 있었다.

함께 서 있던 부단장이 물었다.

“단장님. 공자님께서 좀 늦으시는 것 같습니다만...”

“어디 가서 돌연사할 새ㄲ... 오라버니가 아니야. 걱정 말고 우리는 우리 일이나 끝내자고.”

급하게 호칭을 바꾼 리사가 귀여워 부단장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리고 동시의 일이었다.

콰과과광!!!!

“!!!”

리사와 부단장의 뒤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리사는 반사적으로 날카로운 기세를 흩뿌리며 제 검 손잡이를 잡고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갔고 부단장은 그런 리사를 따라 달렸다.

순식간에 문제의 장소로 도착한 두 사람의 눈에는 수많은 갈래로 갈라진 땅의 위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2기사단의 기사 2명이 보였고 그 두 기사의 가운데에 올곧게 서 있는 한 사내가 보였다.

약간 그을린듯한 피부를 가진 거대한 덩치의 사내는 대검을 들고 리사의 푸른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의 검은 눈동자에 매서운 살기가 담겼다.

리사의 눈이 스르륵 내려가며 쓰러져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숨을 거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기사들의 모습에 그녀의 눈동자에도 사내만큼 날카로운 기세가 올라왔다.

차오르는 분노가 그녀를 덮쳤다.

까드득

다물린 입술 밖으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고 리사의 분홍빛 입술이 열렸다.

“야, 너 뭐야.”

“.....”

“너 뭐냐고 XX.”

“....”

사내는 대검을 고쳐 잡고 마력을 불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남부제국의 황태자님과 황녀님을 돌려받겠다.”

“!!!!”

리사의 입매가 비틀렸고 부단장은 입 안쪽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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