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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102화 (102/218)

102화. 스페라도 남매의 행방

로레인은 리사의 몸을 한 번 더 살펴본 후 부단장이 들고 온 검을 바라보았다.

저 검에 묻어있을 독을 알아내려면 자신의 연구실로 가는 것이 좋았다.

“리사경을 내가 데리고 궁으로 돌아가겠다. 공자는 어디에 있지?”

“.... 그것이...”

“?”

부단장의 얼굴에 수심이 차올랐다.

로레인의 얼굴에 의문이 뜨자마자 부단장의 무거워진 입술이 열렸다.

“단장님이 전투를 벌이기 전에... 폐하의 급한 서신을 받고 시종과 이동한 후 소식이 없습니다.”

“뭐라?”

로레인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그녀와 공자가 헤어진 후 벌써 몇 시간은 지났을 것이다.

그런데 소식이 없다고?

그리고 애초에...

로레인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알기론 요 근래 황제폐하께서는 남부로 서신을 보낸 적이 없다.”

“!!!!!”

“내가 보았을 땐... 반란군의 짓 인 것 같군...”

“그럼 공자님께서는....!!”

“너는 지금 당장 2기사단의 군대를 소집하여 대기하고 있도록. 난 리사경과 궁으로 돌아가서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린 후 그녀의 치료에 전념하겠다. 차후는 마력석으로 소식을 전할 것이니 너도 주위를 경계하며 대기하고 있도록.”

로레인은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리사를 데리고 워프했다.

*

세린은 자신의 궁 서재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읽고 있던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늘 해오던 마력훈련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리사는 무사한지, 그녀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언제 돌아오는 것인지 등 걱정되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세린은 점점 조여 오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무서웠다.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까봐 너무도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세린을 지켜보던 이엔 또한 무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불안이 섞인 한숨이 집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전하.”

벌떡!!

문 밖에서 들리는 멜의 목소리에 세린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둘러 문을 열어버린 세린은 땀을 닦으며 호흡을 고르는 멜을 바라보며 물었다.

멜은 표정을 굳히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 부디 마음을 굳게 잡으시고 들어주세요.”

“멜...?”

세린의 눈이 커진 것과 동시에 멜이 말했다.

“리사경이 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뭐...?”

세린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뒤에 서 있던 이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독...?”

“네, 전하. 지금 2황자 전하께서 리사경을 모시고 황성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어떤 독인지 파악하여 서둘러 해독제를 만들어야 하신다며... 그리고...”

“.....?”

“공자님께서도 실종되셨다고....”

털썩!!

“전하!!”

“전하..!”

멜의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린 세린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제이....!!’

세린의 커다란 눈동자가 흔들리며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리사경...!!!’

“멜!! 리사경이 어디에... 아니! 어디 궁이야? 어, 어디로 간 거야?”

“전하...”

“빨리 말해줘!! 어디야!!”

멜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방금 전, 제이와 리사의 소식을 듣고 세린에게 알리러가던 멜에게 로레인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그 아이가 어디로 이동하지 못하게 네가 말려줘.’

그래, 황녀전하를 여기서 더 힘들게 만들 수 없었다.

멜은 세린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리사경의 몸이 모두 회복이 된 후에 만날 수 있도록 돕겠다 하였으니 기다려주세요.”

“그런!!!”

세린의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으나 멜은 단호하게 말했다.

“부디 기다려주세요.”

세린은 멜에게서 더 이상 제이와 리사의 소식을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엔은 그런 세린과 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양 주먹을 꽉 쥐었다.

등골에서부터 섬뜩한 불안감이 피어올랐고 이엔의 금빛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같은 시각, 로레인은 태양궁에 들른 후 서둘러 자신의 연구실 침대에 리사를 눕히고 가지고 온 마스터의 검을 꺼내었다.

독의 정체를 빠르게 알아내서 리사를 치료해야했다.

로레인은 독을 파악하기 위해 검의 날 위로 마력을 두른 오른손을 올렸고 동시에 눈가가 왈칵 일그러졌다.

“!!!”

챙그랑!!

로레인은 검을 던지듯이 내려놓은 후 제 오른손을 붙잡았다.

일그러진 눈으로 바닥에 떨어진 검을 바라본 로레인은 제 오른손으로 눈을 돌리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검의 날이 피부에 닿자마자 느껴진 섬뜩한 기운에 놀라 반사적으로 검을 던졌고 그 상황 속에서 엄지손가락이 검의 날에 베인 듯 했다.

살짝 베여진 손가락에서 한줄기의 피가 흘렀고 작은 상처에 비한 거대한 고통이 그를 덮쳤다.

“큭...!”

로레인은 자신의 오른손목을 붙잡고 한 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제비꽃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지? 독이 이렇게 반응이 빠르다고?

아니, 애초에 손에 마력을 둘렀는데 독이 반응을 했다고...?

그 생각까지 미치자 로레인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리사의 상처를 살폈다.

상처부위는 제 본래 피부가 재생되지 않아 깊은 흉터로 자리잡혀있었다.

로레인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

로레인은 천천히 손을 거둔 후 주먹을 꽉 쥐었다.

‘독이 아니야....’

그의 제비꽃 색 눈동자가 딱딱하게 굳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그 자리에서 워프했다.

로레인이 없어진 텅 빈 연구실의 침대에서 리사는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하얀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흐트러져있었고 두 눈은 깊이 감겨있었다.

그녀의 목과 상체에 남은 상처는 출혈이 멈춘 상태였으나 여전히 깊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길고 고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이내 푸른 하늘을 닮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리사의 흐릿한 동공이 연구실의 천장을 담았다.

“......”

리사는 굳게 다물린 입술을 열어 고통이 가득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X발....”

조금 거친 단어를 말이다.

그런 리사가 깨어난 것을 모른 로레인은 이엔의 앞으로 워프했다.

세린의 침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이엔은 허공에서 나타난 로레인의 모습에 놀란 얼굴로 굳었다.

“전하??”

“잠시 따라올 수 있겠나?”

“하지만 전하께서...”

로레인은 굳게 닫혀있는 세린의 방문을 바라보다가 이엔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멜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너는 날 따라와서 알아볼 것이 있어.”

“... 리사님의 문제인가요?”

“그래”

“!!!”

이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독에 중독된 것 같다는 리사에게 자신이 알아봐야 할 것이 있다고?

그렇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이야기지 않은가.

로레인은 미간을 좁히며 이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워프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텅 비어버린 연구실과 마주했다.

“!!!”

로레인은 다급히 리사가 누워있던 침대로 달려가 흐트러진 이불 위로 손을 올렸다.

침대에 남아있는 따뜻한 온기는 리사가 사라진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그 사이에 의식이 깨어나고 사라졌다고?’

누군가의 납치 가능성은?

주변에 흐르는 마력이나 살기는 없었고 무엇보다 로레인의 연구실은 암살자들이 침입할 수 있을 만큼 보안이 흐트러져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본인이 스스로 일어나 스스로 나갔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전하?”

“.... 리사경이 사라진 것 같군.”

“!!!!”

“일단 그녀를 먼저 찾는 것이 우선이겠어. 이엔 넌 검을 조사해주었으면 해.”

로레인의 말에 이엔은 시선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장검을 바라보았다.

“저 검을 말입니까..?”

의문이 섞인 물음에 로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예상에는...”

“.....”

스륵

로레인은 내뱉던 이야기를 멈추고 소매를 올려 제 오른손을 이엔에게 보여주었다.

“전하!!!!”

“괜찮으니 목소리를 낮춰”

로레인의 엄지손가락이 보라색으로 조금씩 물들여지고 있었다.

이엔의 다급한 외침을 무시하며 로레인이 물었다.

“네가 보아도 저주 같지?”

“전하! 어서 치료를...!!”

“괜찮아. 저주가 심장에 붙지는 않았어. 마법으로 시간만 돌린다면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야.”

“..... 심장에 붙지 않았다고요...?”

“그래. 그래서 리사경의 상처도 독 때문인 줄 알았어. 저주가 상처에만 남는 다는 것은 처음 보는 군. 그리고..”

로레인의 시선이 장검으로 향했다.

“저런 무기에 저주를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보는 경우다.”

“......”

“리사경은 내가 찾아볼 테니 넌 저 검을 알아봐주도록.”

“.... 전하”

“빨리 가지 않으면 리사경이 위험해질 거야. 아직 그녀의 시간을 돌리지 않아서 저주가 상처에 남아있거든.”

“!!!!”

로레인은 말을 끝마치고 서둘러 워프했다.

이엔은 로레인이 사라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깨물며 떨어진 검으로 다가갔다.

천천히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이엔은 살며시 눈을 감고 검 속에 담긴 어둠을 관찰했다.

“......”

검에는 예상했던 그대로 저주가 가득했다.

이런 무기 속에 저주를 담는 것이 가능한가?

도대체 어떻게?

아니 애초에... 누구지?

이엔의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가 이엔에게 낯설기도 했고 동시에 익숙한 기운이기도 했다.

‘어둠술사가 아직 존재하고 있어... 그것도 남부제국의 반란군의 속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직 어둠술사만이 아니라 마탑의 마법사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다.

이엔은 서둘러 태양궁으로 향했다.

‘리사님...!!’

그의 수려한 눈동자가 지독한 고통을 담았다.

치료도 하지 않고 서둘러 사라진 리사의 마음을 유추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나오는 답은 같았다.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분이시다. 예상이기는 하나 깨어나자마자 남부로 달려가신 것 같아. 남부에 있을 누군가가 위험해지기리도 한 것일까?’

그 누군가는 역시 2기사단의 기사들과 제이공자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엔은 걱정과 불안감이 가득한 발걸음을 급히 이동시켜 태양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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