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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71화 (71/218)

71화. 축제의 밤

브론과 헤일리와 함께 산책을 마친 세린은 두 사람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궁까지 다시 안내해주며 도왔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다고 인사한 그들과 헤어진 세린은 어느 사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이엔을 발견했다.

“이엔! 깜짝이야... 언제 왔어?”

“방금 왔습니다.”

“잘됐다! 나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 것이 있었어!”

“.... 무엇입니까?”

세린의 눈이 반짝였다.

“이번 연회기간동안 수도에 또 축제가 열리는지 궁금해!”

“......”

이엔은 세린의 붉어진 두 볼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수려한 외모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금빛 눈동자가 한 번 아름답게 빛나며 다정히 말했다.

“아마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궁에서 열리는 연회가 클수록 제국민들의 수도 축제도 커진다고 하더군요.”

“우와...!”

저번에 다녀왔던 축제가 여간 즐거웠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엔은 그런 세린을 향해 물었다.

“가보시려는 겁니까?”

“응! 이번에는 가족들이랑 다 같이 가고 싶어....!”

“좋은 생각이십니다. 폐하께 가시지요.”

부드럽게 그녀를 안내하는 이엔을 바라본 세린은 곱게 눈을 휘며 서둘러 그를 따라 이동했다.

황제는 속상한 눈으로 말했다.

“미안하구나... 아직 마탑의 서류들을 마무리하지 못해서...”

“정말요...? 오빠들은요??”

테오도 난감한 눈으로 인상을 썼다.

“마탑에서 보았던 정보들이나 작업해야 할 보고서들을 내일까지 정리해야 남부제국 황태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단다. 미안하구나.”

로레인도 당황하며 말했다.

“트레일 녀석은 아직 신입 기사단들 훈련코스를 짜지 못했다고 했는데... 오빠도 지금 아버지를 도와야 해서...”

“...... 축제는 언제까지 인데요...?”

“...... 내일....”

“내일요??!!!”

세린의 눈이 단번에 서글프게 변했다.

그럼 이번 축제는 가지 못하는 건가...?

실망이 가득한 세린의 눈동자에 황제의 눈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러다 이리 저리 눈치를 보더니 이내 한숨처럼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엔과 함께 가보는 것은 어떠냐.”

“이엔과요??”

“그리고 두 명 더... 너를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함께 가야한다.”

“..... 두 사람?”

세린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럼 뻔하지 않은가.

*

다음 날, 세린은 이엔, 리사, 제이와 함께 제국의 수도로 향할 마차에 탑승했다.

황제의 배웅에 맞춰 손을 흔들며 웃던 세린은 이내 마차 안에서 또 다른 이들과 눈을 맞추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브론과 헤일리였다.

브론과 헤일리는 제국의 문화와 국민들의 축제를 즐겨보기 위해서 함께 관광차원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테오와 트레일, 로레인이 적극적인 반대가 있었지만 제이와 이엔 그리고 리사가 따라간다고 하니 일단 수긍하며 한 발 물러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린을 끔찍하게 아끼는 이들이 따라간다는데 뭐가 불안하단 말인가.

그냥 그들이 제이와 리사라서 불안감이 좀 달라질 뿐이었다.

‘저것들이 제일 위험할지도....’

물론 리사가. (라는 말까지는 다행히 삼켰다.)

일단 그들이 더 불안하다는 것이 황족의 생각이었지만 세린에게 해를 입히는 자들이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세린의 활기찬 외침에 황제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로레인도 테오도 트레일도 조금 아쉬움이 진득한 눈이었지만 이내 웃으며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녀만 좋다면 무엇이든 좋았다.

세린은 설레이는 얼굴로 브론과 헤일리를 향해 말했다.

“수도의 축제는 엄청 생기가 넘쳐요! 사람들도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정신이 없지만 엄청 즐거워 보이거든요!”

브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밌겠군요.” 라고 하였고 헤일리는 작게 눈을 빛냈다.

그러다 문득 제이와 눈이 마주친 세린은 화들짝 놀란 눈으로 이내 시선을 내렸다.

제이와는 그 이후에 조금 어색한 감이 생겼다.

무엇이 어색하고 어디에서부터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이를 보면 그 슬픈 미소가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조금 가슴이 갑갑한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제이는 그런 세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입안이 거칠어졌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등불이 하늘 높이 올려져있었다.

맑은 하늘 밑에서 은은한 주홍으로 물들어지는 태양 모양의 등불이 아름다워 헤일리는 눈을 크게 떴다.

세린도 다시 보는 그 등불과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미소를 담았다.

모두의 시선이 몰릴까봐 사용한 마법반지로 모두 머리와 눈동자 색이 바뀌어 있었다.

세린은 브론과 헤일리를 안내하며 축제의 다양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헤일리는 세린이 건네준 솜사탕을 먹으며 눈을 강하게 빛냈고 브론은 세린이 건네준 닭꼬치에 미미한 웃음을 담았다.

백성들의 활기가 그에게도 헤일리에게도 느껴졌다.

브론은 즐거워하는 제국민들을 바라보며 웃는 세린의 미소에 심장이 떨리는 소리를 들었다.

‘두근.’

그 묘한 감정과 알 수 없는 소유욕에 브론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엔은 즐거워하는 세린에게 다가가 말했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정각에 폭죽을 하늘로 쏘아올린다고 합니다.”

“폭죽?”

세린의 물음에 리사가 다급히 대답했다.

“하늘로 쏘아올린 불꽃이 폭죽 이름의 의미입니다만... 하늘로 폭죽을 쏘아 올리면 붉은 색의 별이 터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합니다.”

“우와....!!”

리사는 신기해하는 세린의 모습에 헤벌쭉 웃었다.

‘아름다워....!!’

그냥 세린은 사랑이라며 리사는 내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제이는 그런 세린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어찌되었든 그녀가 즐거워 보이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세린은 폭죽을 기대하며 축제를 이어 즐기기 시작했다.

세린도 처음 먹어보는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에 웃음이 나왔고 브론도 헤일리도 함께 문화를 즐겨가며 웃었다.

이엔과 제이, 리사는 그저 세린이 좋아해서 만족감을 느끼던 중이었다.

하늘은 금방 어두워졌다.

세린이 다급히 이엔에게 물었다.

“몇 시야?? 폭죽은 언제 시작해??”

“곧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래? 라고 대답하며 세린이 하늘 위를 바라보자마자 하늘에서 붉은 불꽃이 위로 쏘아 올려졌다.

그리고 높은 공중에서 펑!! 소리를 내며 터졌고 터진 불꽃들 주변에 아름다운 빛들이 뿌려졌다.

세린의 눈이 커졌다.

설레이는 눈동자로 그 폭죽들을 관찰하던 세린을 제이와 이엔, 브론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불꽃조각들로 인해서 세린의 얼굴이 주홍으로 물들어져 보였다.

반짝이는 눈동자 속의 폭죽과 붉게 달아오른 홍조.

아름답게 말려 올라간 속눈썹 위로 찰랑이는 풍성한 머리카락까지.

브론은 섬세하게 세린을 바라보다가 이내 기분 좋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세린에게 다가갔다.

제이와 이엔은 세린에게 다가오는 브론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한 발짝 내디뎠고 동시에 폭죽은 끝이 났다.

세린은 맑게 웃으며 박수를 쳤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라고 말하며 브론을 바라보았다.

“.... 음?”

그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브론을 향해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법반지로 인해 녹색으로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세린은 이내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저기... 제가 무슨 실수라도...”

브론은 당황스러운 얼굴의 세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운 입술을 열었다.

“알 것 같군요.”

“... 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라 생소해서 답을 찾는 것이 오래 걸렸습니다.”

“.... 뭐가 말인가요???”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브론을 바라본 세린의 뒤에서 이엔이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제이도 눈을 섬뜩하게 빛냈다.

그러나 그들의 달려들 준비는 브론의 한 마디로 멈춰버렸다.

브론은 올곧은 눈동자로 세린을 담으며 말했다.

“반했습니다. 황녀.”

“........ 예?”

이엔의 동공이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던 제이의 얼굴마저도 당황과 경악으로 물들어 버렸다.

리사는 입 안을 깨물어버렸고 헤일리도 커진 눈동자로 브론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세린이었다.

‘반했다고? 반하다의 정확한 정의가 뭐였더라...?’

너무도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하얗게 굳어버린 세린의 눈이 지진이 난 듯이 떨렸다.

무슨 말을, 어떤 식의 대답을, 아니 애초에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한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당황은 커져갔다.

브론은 그런 세린을 향해 말했다.

“대답을 원해서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단지 제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내뱉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아.....”

“반했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 히끅!”

딸꾹질이 저절로 나오며 세린이 두 손으로 급히 입을 가렸다.

헤일리가 혼란이 가득한 눈으로 브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축제가 끝난 것이라면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떤지요?”

“.... 그... 히끅! 그, 그렇죠! 가야죠!”

세린이 다급히 대답하며 서둘러 일행을 이끌고 마차를 향해 달려갔다.

이엔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브론을 바라보고 있었고 제이는 차분히 내려앉은 눈동자로 브론을 바라보았다.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제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브론을 지나쳐 세린의 뒤를 지켰다.

이엔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세린의 뒤로 이동했고 리사는 여전히 불타오르는 눈으로 브론을 갈겼다.

‘이 X새끼가...!’

뭔가 욕이 나올 분위기에 제이는 다시 돌아와 리사의 입을 한 손으로 막고 이동했다.

“읍브브브으븝븝!!”

브론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헤일리는 그런 브론의 모습을 바라보며 당황했다.

“진심이세요? 오라버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런 일로 거짓말을 내뱉겠느냐.”

“오라버니...”

“반한 것도 모두 진심이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군.”

브론의 눈이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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