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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62화 (62/218)
  • 62화. 황제의 마음

    제이의 그런 생각과 동시에 마를린은 아리엘을 불렀다.

    푸른 머리카락의 여성의 등장에 제이의 입가가 비틀렸다.

    ‘장난감처럼 아주 재밌게도 가지고 노는군.’

    그의 비틀린 입매를 깔깔 거리며 바라본 마를린은 큰 눈으로 제이를 바라보며 소름 돋게 웃었다.

    “제국민이고 황족이고 모두 다 죽여 버리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제이를 향해 아리엘이 손을 뻗었고 푸른빛의 거대한 마력이 제이를 향해 날아갔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발과 함께 마탑의 벽에 구멍이 생겼다.

    황제는 마탑으로 진군하는 도중 그 장면을 목격하고 창백해졌다.

    벌써 마탑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딸과 아들의 무사가 중요했던 황제는 서둘러 기사들을 이끌고 마탑으로 달렸다.

    그러나 마탑의 중심부 공터로 들어서자마자 광활한 대지를 채우는 푸른빛에 황제는 기사들을 멈추도록 했다.

    땅에서 울리는 거대한 진동과 황제의 머리 위에서부터 느껴지는 방대한 마력에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붉은 눈동자의 시선과 싱그러운 연두색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리고 황제의 가슴은 소리 없이 무너졌다.

    저절로 굳어가는 얼굴과 반대로 무감정한 다른 얼굴은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리엘은 양 손을 높이 들어 올려 제 체격보다 훨씬 거대한 양의 마력구를 형성하고 있었다.

    저 마력을 이대로 기사들과 맞는다면 치명타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황제는 서둘러 말에서 내린 후 푸른 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검을 뽑았다.

    그리고 붉은 마력을 검 위에 감싼 후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아리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황제는 가슴 속에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재회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와 함께 하는 미래가 이토록 잔인한 것인줄 알았다면 청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만나고 네가 이리도 괴로울 것이란 걸 알았더라면.

    난 네게 등을 돌렸을 것이다.

    그만큼 네 행복을 빌었고 너를 사랑했었는데...

    황제의 검이 날카롭게 아리엘을 향해 달려들었고 아리엘의 손에 있던 거대한 마력이 황제를 향해 내리쳐졌다.

    ‘에드윅!’

    자신을 부르는 그 달콤한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에드윅...’

    그 사랑스러운 얼굴로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날 부를 때면 난 어떠했던가.

    그저 내 품으로 당신을 가두는 것밖에 할 것이 없었다.

    너무나 사랑해서, 그 부름이 너무나 애틋해서 안아주는 것 말고는 더 표현할 길이 없었다.

    황제의 마력과 아리엘의 마력이 부딪쳤다.

    쿠과과과광!!!!

    방대한 마력들의 충돌에 폭발이 일어났고 거대한 먼지들과 대지의 파편이 하늘 위로 날아다녔다.

    이엔은 밖에서 들리는 강한 폭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날카로운 검을 휘둘렀다.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황제가 위험할지도 몰랐다.

    이엔은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검날을 피한 후 재빠르게 어둠술사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날카로운 검 날은 어둠술사의 목을 깨끗하게 베어냈다.

    스르륵

    바닥에 떨어진 어둠술사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고 이엔은 그의 쓰러지는 몸을 지나쳐 서둘러 위로 올라갔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 마탑의 지상으로 올라온 이엔은 푸른색과 검은 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마를린과 대치중인 제이였다.

    아리엘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그의 얼굴에는 자잘한 생채기가 생겨 있었다.

    제이는 상처에도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돌려 이엔을 바라보았다.

    “황녀전하는.”

    제이의 물음에 이엔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황태자 전하와 워프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어찌 되었는지...”

    “그럼 되었다.”

    그 말에 안도했는지 제이는 날카로운 눈동자를 다시 마를린에게로 돌렸다.

    이엔도 함께 마를린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마를린은 입가를 비틀며 이내 짙게 웃었다.

    “너희 말이야... 여기가 마탑이란 것은 알고 있지?”

    “... 놀이터가 아니었나. 진부하고 시시해서 그런 곳 인줄 알았는데 미안하군.”

    “내뱉은 말은 다시 돌려놓을 수 없단다. 아가야.”

    “너 같은 어머니를 둔 적은 없다.”

    “정말 그 입부터 뜯어버리고 싶구나...!”

    마를린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날카롭게 외쳤다.

    제이는 그런 마를린을 바라보며 픽 비웃음을 날렸을 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쩌적하며 그들이 서있던 마탑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콰과과과광!!!!

    강한 폭발음과 동시에 마탑의 벽에 아까보다 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 밖에는 푸른 머리카락을 날리며 서있는 아리엘의 모습이 보였고 그 밑으로는 새까맣게 그을려진 공터가 보였다.

    공터 가운데에서 굳게 서있는 한 사람은 황제였다.

    황제의 볼에는 깊이 긁힌 자국으로 인해 피가 흘렀다.

    “폐하....!”

    이엔의 눈이 굳어갔다.

    이미 황제는 황후와 대치를 해버렸다.

    이엔의 눈이 다급해지자 제이가 그에게 말했다.

    “네가 가서 뭘 할 거냐.”

    “... 폐하를 도와야 합니다! 대마법사의 힘을 정면에서 받으신다면 위험하십니다!”

    “그 전에 넌 할 일이 있지 않았느냐”

    “...?”

    “네 과거는 네가 청산하거라.”

    제이는 그 말과 함께 이엔에게 턱으로 마를린을 가리켰다.

    억지로 연결 되어버린 악연을 스스로 끊으라는 말에 이엔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갔다.

    마를린은 그런 제이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으나 이내 잔뜩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너희들도 기사들도 심심하지 않도록 내가 친히 도와주마.”

    그리고 마를린은 아리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리엘은 그 손짓에 한 번 더 양팔을 벌렸고 그녀의 팔 사이로 아까보다 더 거대한 마력이 올라왔다.

    황제의 미간이 좁아졌고 마를린은 한껏 기분 좋게 웃었다.

    “우리 마탑이 지속해서 연구한 마법이란다! 아리엘만큼의 마력과 영혼이 아니라면 절대 쓸 수 없었을 거야!!”

    그녀의 함박웃음 같은 말과 동시에 아리엘의 손에서 마력이 폭발하듯 터졌다.

    터져버린 마력의 빛들은 죽은 마법사들의 시체 속으로 들어갔다.

    뚜둑! 뚝! 우드드득!

    시체는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기괴하게 몸을 휘며 일어났다.

    제이와 이엔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네가 죽인 애들을 어디 한 번 다시 죽여 보거라!”

    그녀의 말을 끝으로 마법사들의 손에서 마력이 뭉쳐졌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쾅!! 쿠광!!!! 쾅!!!

    반짝이는 빛들과 마력의 폭발에 제이와 이엔이 다급히 마탑의 밖으로 넘어갔다.

    제이는 밖으로 뛰어 내리며 말했다.

    “이엔. 보거라.”

    “...?”

    “목이 달려 있는 녀석만 움직이고 있다.”

    “...!!!”

    이엔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이는 그런 이엔을 향해 말했다.

    “머리를 노려라.”

    그 말을 끝으로 제이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다시 마탑의 입구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서걱!!

    입구에서부터 날카로운 검의 소리가 들리자 이엔은 제이의 반대로 달렸다.

    황제와 기사단에게 달려가는 마법사들의 시체에게로 달려간 이엔은 망설임 없이 그들의 목을 베어내며 말했다.

    “폐하! 목을 노리십시오!!”

    황제는 이엔의 무사에 진정한 듯한 눈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엔이 무사하다면 세린도 무사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서부터 죽어있는 시신까지 모두 움직여 기사단들과 황제를 노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을 한 번에 베지 않는 이상 시체들은 마법을 끝도 없이 난사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기사들은 살아있는 시체를 보며 경악했지만 황제의 호통에 정신을 차렸다.

    “머리를 베어라! 저런 하등마법에 당한 녀석들이 있다면 기사의 자격에서 박탈하겠다!!”

    기사들은 날카로운 검으로 마법사들의 목을 베어내며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마탑의 안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움직이는 시체들에 침을 꿀꺽 삼켰다.

    황제는 마력을 다시 모으기 시작하는 아리엘을 바라보며 위기를 느꼈다.

    이 상황에서 아리엘의 마법이 시전 된다면 많은 기사들이 죽을지도 모른다.

    황제의 눈이 날카로워지자마자 그의 뒤에서 강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탕!!!!

    콰과과과광!!!

    마탑밖으로 달려 나온 마법사들의 무리에 거대한 폭발이 생겼다.

    시체를 산산조각을 낼 정도의 위력에 황제가 다급히 뒤를 돌았다.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을 높이 올려 묶은 그 사람은 금색으로 장식된 긴 장총을 들고 다시 마탑을 향해 조준하였다.

    그리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연달아 마력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쏘는 족족 거대한 위력으로 시체들을 날려버렸다.

    황제는 그 사람을 경악한 눈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세린!!!”

    세린은 높은 바위 위에서 조준하던 총을 내리고 생채기가 난 얼굴로 안도하며 웃어주었다.

    “아빠!!”

    라고 외치며 말이다.

    이엔도 놀란 눈으로 세린을 바라보았다.

    황태자님은 어찌 되었는지는 세린의 표정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이엔은 점점 밝아지는 눈으로 세린을 바라보다가 이내 딱딱하게 굳어갔다.

    세린이 착용하고 있는 푸른 목걸이의 마력석은 이미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린의 마력은 이미 한계였다.

    게다가 입가에 급히 닦은 듯 한 핏자국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창백해져가는 이엔과 마찬가지로 황제도 굳어갔다.

    “세린! 너는 이제 그만하고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거라!”

    다급한 황제의 말을 들으며 세린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였다.

    세린은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붉은 마력의 덩어리에 놀라 바위에서 재빠르게 뛰어 내렸다.

    콰앙!!!!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고 세린은 하얀 눈 위로 굴러 넘어졌다.

    “큭...!!”

    “세린!!!”

    황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세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마를린의 마력을 향해 총을 조준해서 쏘았다.

    탕!!!!

    반짝이는 빛과 함께 세린의 마력이 마를린의 붉은 마력덩어리를 날려버렸고 곧장 마를린에게로 날아갔다.

    “익...!”

    마를린은 다급히 제 주변에 붉은 막을 형성했다.

    그러나 세린의 마력에 충돌하자마자 막은 깨져버렸고 그대로 세린의 마력에 정통으로 맞았다.

    “컥...!!!”

    마를린은 바닥을 처참하게 굴러 넘어졌다.

    순수 가지고 있는 마력의 차이였고 명백한 실력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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