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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60화 (60/218)

60화. 테오를 향해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엔을 향해 물었다.

“이엔. 오빠가 있던 그 공간이 어디인지 알아?”

“마탑 최하층입니다. 감옥으로 사용하는 곳이에요.”

“그렇구나... 거기에는 무슨 마법이라던지 뭔가가 설치가 되어 있을까?”

“아무래도....”

“이엔이 그림자 밑으로 숨어서 오빠를 빼내는 방법은 어때?”

“황녀전하만 마탑에 왔다는 자체부터 눈치를 챌 것 같습니다.”

“아으... 그렇지 역시....? 어쩌지?”

그런 고민을 할 때 이엔이 다급히 세린의 앞으로 튀어나와 한 팔을 뻗어 그녀를 보호했다.

반대쪽 손에는 언제 뽑았는지 모를 검은 날의 검이 빛나고 있었다.

“이엔...?”

저벅

“...!!”

세린이 긴장했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일정하게 세린과 이엔에게로 다가왔다.

저벅 저벅

침을 꿀꺽 삼키며 굳은 몸을 움츠리던 세린은 검은 색의 신발을 발견하였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올리자 푸른 눈동자를 발견했다.

한 쌍도 아닌 두 쌍이나.

새 하얀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세린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엔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스페라도 대공의 자녀였다.

“리사경!!! 제이공자!!”

밝은 세린의 외침에 리사의 눈이 빛났다.

“전하. 무사하셔서 다행이십니다.”

리사는 재빠르게 세린에게 달려와 그녀의 고운 손을 마주 잡고 슬프게 얼굴을 구겼다.

세린은 다정히 웃어주며 그런 리사의 품에 몸을 맡겼다.

“경!!”

“큭!”

세린의 반가운 외침과 따스한 품이 리사의 코를 자극했다.

서둘러 마력을 운용하여 코를 막은 리사는 세린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녀를 위로했다.

리사와 제이의 등장에 세린의 마음이 보다 강인해졌다.

제이는 그 사이 생기가 없어진 세린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마탑으로 가시는 길이신가요.”

“아... 네... 제이공자와 리사경은 왜 여기에....”

리사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병력조사로 행군보다 앞서 출발하여 왔습니다.”

“행군이요...?”

“제국의 황제폐하께옵서 황태자 전하를 되찾고 마탑의 섬멸을 위해 군대를 출격하였습니다.”

“!!!!”

세린의 표정이 굳었다.

아빠의 극단적인 선택과 결정이 세린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황제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백해지며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제이는 그런 세린을 향해 말했다.

“어쩌면 행군이 도착하기 전에 끝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 네?”

“그걸 위해서 리사와 함께 온 것이니까요.”

제이는 고운 눈가를 휘며 웃었다.

세린은 그런 제이를 바라보며 든든한 아군을 얻은 기분을 느꼈다.

세린은 오랜만에 웃는 기분으로 제이와 리사를 바라보았고 이엔도 고개를 숙이며 낮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모닥불이 꺼지고 아침이 밝아왔다.

세린 일행은 눈길을 빠르게 걸으며 마탑으로 향해 이동했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리사가 멈췄다.

“리사경?”

“이제부터 저는 흩어지겠습니다.”

“네에??”

세린의 커다란 눈동자가 커지며 리사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무,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매복하는 것들을 잡아야 마탑에 안전한 출입이 가능합니다.”

“매복...?”

“네. 북쪽지역의 이 부근에서는 마법사들이 매복하기 시작한다고 오라버니가 그러더군요.”

무운을 빌어달라고 한 후 리사는 빠른 속도로 숲 사이를 지나쳐 사라졌다.

나뭇잎을 밟는 소리도 나지 않았고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도 바로 사라졌다.

제이는 놀란 세린을 부드럽게 이끌어 걸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전하께서 신경을 쓰셔야 할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끄악!!”

“제이공자. 방금 누구 비명이...”

“잘 못 들으신 겁니다.”

“으어억!!”

“아, 아닌 것 같은데...”

“전하. 잘 들으십시오. 이제부터 전하는 이엔의 그림자에 숨어서 마탑 안으로 갈 것입니다.”

“꺅!!.....”

배경 속에서 들리는 처절한 비명을 무시하고 세린은 제이의 말에 집중했다.

“저와 리사가 마탑의 마법사들의 주의를 끌 것입니다. 그러면 전하는 그 사이에 테오전하께서 계신다는 지하로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그와 함께 황성으로 워프하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제이공자와 리사경이 위험해지는 것이 아닌가요?”

“전하.”

제이는 다급한 세린의 말을 제지시키며 다정히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다 이기적으로 굴어주세요.”

“.... 네?”

“전하께서는 지금 저희보다도 황태자 전하께서 더 중요하십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의 걱정으로 망설이지는 마십시오.”

“제이공자.....”

제이는 부드럽게 세린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매혹적으로 웃었다.

“무엇보다 저런 것들에게 당한다면 제 평생의 수치겠지요.”

“정말....”

세린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으나 제이는 그녀의 대답을 가다리지 않고 이엔에게 눈짓했다.

더 시간을 끌지 말고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라는 무언의 표시에 이엔은 망설임 없이 세린의 손을 잡고 어둠속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엔...!”

“시간이 없습니다.”

“......”

세린의 눈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눈을 올려 제이의 하얀 머리카락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샤락

제이는 소매에서부터 날카로운 단검을 양 손에서 꺼냈다.

세린의 눈이 커졌고 그녀가 눈을 한 번 깜빡이기 전에 제이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그리고 이엔도 빠른 속도로 마탑의 입구를 향해 어둠 속에서 돌진했다.

쾅!!!!

제이의 긴 발이 마탑의 입구를 뚫은 것과 동시에 이엔도 세린과 함께 마탑의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냐!!”

“마를린을 불러!!”

마법사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경계하며 무척 당황했다.

제이는 그런 마법사들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수준 낮기는...”

“이익..!! 제국의 기사냐!!!”

마법사의 외침에 제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비웃음을 가득 지었다.

“쓰레기가 말도 하는구나. 더러우니까 그 주둥이를 잘라버리면 되겠지.”

그 말을 끝으로 제이는 날카로운 단검을 사용하여 학살을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손을 잃거나 머리가 굴러다니는 마법사들의 피가 마탑의 바닥을 적셨다.

세린은 멀리서 보이는 제이의 움직임에 이질감을 느꼈다.

“이엔... 저건 기사들의 움직임 같지 않아...”

“저 몸놀림은 일반 기사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

“암살에 능숙한 검술이라고 리사경이 말해주셨습니다.”

“...!!!”

세린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시간이 없이 이엔은 말했다.

“지하에 도착했습니다. 전하.”

세린은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처참히 쓰러져있는 테오를 발견했다.

강하게 뛰던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췄다.

세린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그 고운 손으로 몸 대부분이 썩어가는 테오를 껴안았다.

테오의 얼굴 반을 덮은 보라색의 반점은 점차 검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코를 자극하는 악취는 세린의 눈물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흐어어어엉!! 오빠아...!”

세린은 눈물을 쏟아내며 그런 테오의 볼을 만지고 이내 그의 가슴에 귀를 가까이 기대었다.

두근 두근

느리게 뛰는 심장소리를 들은 세린은 얼굴 가득 안도를 띄웠다.

이제 그를 데리고 서둘러 황성으로 이동해 저주를 풀어야 한다.

그런 그 때, 이엔이 서둘러 세린을 옆으로 밀어버렸고 세린은 테오를 안은 자세로 땅바닥에 넘어졌다.

“꺅!!”

털썩!

세린은 품에서 테오를 놓지 않고 다급히 이엔을 바라보았다.

이엔의 넓은 등 밑으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엔???!!!”

이엔의 이마에 작은 상처가 생겨 있었다.

세린의 창백한 표정에 이엔이 다급히 말했다.

“빨리 워프 하십시오!”

“이엔!!”

“서두르십시오. 전하!!!”

세린은 문득 그런 이엔의 건너편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를린이었다.

목에 선명하게 서있는 핏대와 붉어진 낯을 보니 그녀가 매우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세린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테오를 꼭 껴안았다.

세린의 하얀 옷이 그의 피로 잔뜩 얼룩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마를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딴 식으로 또 내 마법사들을 죽였다 이거냐....”

“자업자득이다. 마를린.”

“시끄러!!! 지금 너네가 내 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잖아!!!!”

검은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는 느낌에 테오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오빠....”

이엔은 그런 세린을 바라본 후 말했다.

“곧 폐하와 기사단들이 옵니다. 서둘러서 테오 전하를 이동시키세요! 여기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감히 내 탑을 망가트리고 어딜 가!!!!”

마를린의 손에서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빨리 가세요. 전하!!!!”

“흑...!!!”

세린은 굳은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워프!!!!!”

쿠당탕탕!!!

세린은 테오와 함께 황성 자신 침대에 워프했다.

푹신한 침대에 죽은 듯이 눈을 감은 테오의 품에서 소리 없이 울던 세린은 이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상의를 벗겼다.

단단한 근육이 잡힌 상체가 나타나고 그의 몸을 채운 보라색의 반점을 바라보며 세린이 이를 악물었다.

‘살려야 해!!’

‘저주를....!!’

세린은 입술을 깨물고 이엔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심장을 멈추게 한 후 다시 뛸 수 있도록... 심장을 멈추게 해야.... 어떻게 다시 뛰게 하지...? 난 어디서부터....’

세린의 머리가 하얗게 변해갔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이 정처 없이 떨렸고 이내 꽉 쥔 주먹 사이로 붉은 선혈이 흘렀다.

스르륵

“...!!”

그리고 그 때, 세린의 머리카락 위로 부드러운 손이 올라왔다.

세린은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얼굴로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린 그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초점은 흐릿하였으나 올곧게 세린을 담았다.

그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세린은 차오르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테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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