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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43화 (43/218)

43화. 행복한 일상

세린도 키가 자랐지만 트레일 만큼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성장이 남다르던 트레일은 키가 더욱 커버려서 세린이 고개를 높이 들어야 얼굴을 마주칠 수 있었다.

세린은 이제야 겨우 그의 어깨에 조금 안 되는 곳까지 자랐기 때문이었다.

굵어진 목소리로 맑게 웃은 트레일은 세린을 향해 말했다.

“이제는 그 마법도구도 잘 쓰는 걸?”

“당연하죠! 엄청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기특하네. 수고했으니 저녁 먹으러 가자. 네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온다고 들었거든.”

세린의 눈이 반짝여지며 트레일의 단단한 팔에 팔짱을 끼우며 물었다.

“레몬케이크??”

“그럴지도?”

개구지게 웃으며 대답한 트레일을 본 세린이 행복하게 웃었다.

케이크가 그리도 좋을까

트레일은 그저 세린만 좋다면야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에스코트하였다.

언제나처럼 다정한 남매였다.

그렇게 식당으로 향하던 세린은 태양궁 입구를 들어오는 푸른 망토를 입은 한 남자를 발견했다.

넓은 어깨 위에 작은 얼굴은 조각으로 세공한 것처럼 아름다웠고 반짝이는 분홍빛의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그 남성은 바로 제국의 황태자였다.

세린은 반가움에 눈을 크게 뜨며 크게 테오를 불렀다.

“테오 오빠!!”

테오는 세린의 목소리에 눈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매가 바로 풀리며 근사한 미소를 만들었다.

테오는 다정하게 두 팔을 벌리고 세린을 기다렸다.

세린은 근 3개월을 보지 못했던 테오를 향해 달려갔고 안정적으로 그의 품에 안겼다.

풍성한 세린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부드럽게 휘날렸고 테오는 세린의 얇은 허리를 잡아주며 안아주었다가 천천히 내려주었다.

그리고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그 사이에 더 예뻐졌구나.”

진심과 함께 애정이 듬뿍 묻어나오는 말에 세린이 볼을 붉히며 웃었다.

“오빠는 더 멋져진걸요...!”

“네가 그렇게 봐주니 기쁘구나.”

테오는 자연스럽게 세린의 작은 손을 잡아주며 부드럽게 안내했다.

세린은 그런 테오를 따라 걸어가며 물었다.

“일은 잘 끝나셨어요?”

“.... 어느 정도는....”

“아직도요??? 그럼 또 이렇게 길게 나갈 수도 있다는 거예요?”

“미안 하구나.”

“칫...”

테오는 난처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트레일을 바라보았다.

테오는 아직 황후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몇 년의 정찰 끝에 드디어 단서를 찾았다.

그것을 지금 황제에게 알리기 위해서 이동하는 것이었다.

테오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금방 갈 테니 먼저 들어가서 먹고 있거라.”

“먼저 안 먹는 거 아시면서... 얼른 오세요!”

“그래.”

세린은 맑게 웃으며 트레일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 밝은 뒷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테오의 그림자는 짙었고 그의 마음 속 걱정도 깊어만 갔다.

그러나 동시에 안도했다.

사랑스러운 여동생은 여전히 밝았고 여전히 건강했다.

그것이 그의 억눌러진 마음을 진정시켰다.

테오는 세린의 그림자마저 사라지자마자 뒤를 돌아 태양궁으로 이동했다.

긴 다리로 성큼 성큼 황제에게로 이동한 테오는 집무실 의자에 앉아 그를 바라보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황제였다.

황제는 테오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흔적을 찾았습니다.”

황제의 깃펜이 멈췄다.

황제는 붉은 눈동자를 들어 올려 테오를 바라보았다.

“어둠을 사용하는 녀석의 짓입니다.”

“........”

“로레인도 그 탓에 누군가의 마력이나 다른 누구의 침입흔적을 찾지 못했을 테지요.”

황제는 깃펜을 내려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녀석이 도왔나 보구나.”

“네. 인정하기 싫지만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흔적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

“재밌군.”

어둠술사의 짓이라면 마탑과도 연관이 있다.

중립구역의 마탑을 조사해야 하는데...

잘못하다가는 자존심이 강한 마탑의 마법사들이 분노해 제국과 전쟁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황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마탑의 정보가 필요하겠구나.”

“그렇지요.”

“너는 황권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면서 이만 쉬도록. 정보를 얻는 것은 조금 시간이 필요 하겠어”

“어머니를 되찾기 전까지는 황위계승은 필요 없습니다.”

“웃기는 고집이구나.”

“고집이 아닌 진심입니다, 아버지.”

황제는 피식 웃으며 일단 세린에게 가자고 하면서 이동했고 테오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따라 이동했다.

중요한 일이 있어도 막내의 식사시간은 잘 챙기는 황족들이었다.

세린은 식당에 앉아 트레일에게 오늘 있었던 일과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했다.

잠을 너무 오래 자버렸다며 웃는 세린이 그저 귀여워 트레일은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웃어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세린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의문이 생겼다.

다정한 연두색 눈동자도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고 분홍빛 머리카락이 구불거리며 찰랑이는 것이 여간 예쁜 정도가 아니었다.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웠고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예뻐 보여서 트레일은 난처해졌다.

갑자기 미간이 좁아지는 트레일을 보며 세린이 당황했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큰일이네....”

“큰일이요??”

큰 눈동자가 더 커지며 세린이 놀랐다.

그리고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황제와 테오, 그리고 로레인이 들어왔다.

로레인은 긴 분홍빛 머리카락을 등 뒤로 느슨히 묶은 모습으로 들어왔다.

5년이라는 시간이 그를 더 빛나게 만든 것처럼 보다 화려해진 이목구비와 아름다운 제비꽃 눈동자가 빛이 났다.

황제는 당황이 가득한 세린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둘러 그녀에게로 다가갔고 “왜 그러느냐“라고 물었다.

테오와 로레인도 다급히 세린의 곁으로 이동했다.

“아니... 트레일 오빠가 큰일이...”

“음...?”

황제는 여전히 미간이 좁아진 트레일을 관찰하다 물었다.

“무슨 일이냐 트레일.”

“아버지...”

트레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세린의 성인식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렇지...”

“그럼 그 날 세린이 처음으로 모든 귀족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날이 맞겠지요?”

“그렇지.”

“그럼 정말 큰일이지요...”

“......”

황제는 조금 수긍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레인도 화사한 얼굴에 근심을 가득 담으며 말했다.

“오빠도 그게 걱정이구나...”

“뭐가요?? 무슨 일인데요..!”

세린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물어보자 트레일이 말했다.

“네가 너무 예뻐서 사내 녀석들 다 너한테 같이 춤추자고 하면 어떻게 해??”

“.....?”

“막 다음 날에 남자향수를 뿌린 편지들이 잔뜩 오고,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을 얼마나 받을지 생각하면 난 피가 말라!”

“.....”

세린의 표정이 질린 얼굴로 변했다.

그러나 황제는 수긍했으며 로레인과 테오도 걱정이 가득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는 세린의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주며 말했다.

“만약 어중간한 녀석들이 다가오면 구두로 밟아 버리거라.”

“그건 약합니다 형님... 세린 마법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다리를 분지르는 것은 어떠냐.”

“아니 애초에 성인식을 우리 황족들만 함께 하는 것이...”

“...... 정말!! 놀랐잖아요!”

세린의 질린 외침을 끝으로 저녁식사시간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5명의 가족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은 시간이었고 세린은 행복했다.

여전히 황제와 황족들은 세린의 그릇에 음식을 옮겨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세린은 조금 부끄러운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저 이제 다 컸는데... 혼자서 먹을 수 있는 걸요!”

황제는 그런 세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내 눈에는 여전히 어리고 작아 보이는구나.”

“에이... 이렇게 키도 컸는걸요.”

세린이 맑게 웃으며 황제를 바라보자 황제는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예쁜 딸은 키도 크고 더욱 아름다워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눈에는 작고 귀여운 아이 같았다.

아직 해주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고 아직 해주고 싶었던 것들은 넘쳤다.

테오는 그런 세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다 큰 것이라면 오빠가 곤란하구나. 많이 먹고 더 커야지.”

세린은 키가 많이 자랐으나 또래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는 작은 편이었다.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시녀들을 관찰하며 스스로 알아낸 그 사실에 세린은 신경이 쓰였다.

결국 세린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트레일 오빠처럼 크고 싶어요...”

그 말에 테오의 미간이 단번에 좁아졌다.

자신과 트레일만큼 키가 커진 세린을 상상하자마자 얼굴을 확 구긴 테오는 세린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그건 조금 곤란하구나. 어쩌면 지금이 더 나을 수 있겠어. 넌 지금이 제일 적당하고 예쁘구나.”

로레인은 그런 테오의 말에 수긍하며 세린을 달랬다.

“트레일은 너무 크지. 세린 넌 지금이 무척 아름다운 것 같아.”

그 말에 세린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더 많이 커야 한다고 오빠가...”

“실언을 했군. 사과하마. 트레일 만큼 큰다면 이 오빠나 아빠가 많이 걱정이 될 것 같아.”

‘트레일의 키는 좀 많이 징그러우니까...’ 뒷말은 나오지 않았으나 예상이 가능해서 트레일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니, 가만히 있는 내 키는 왜 건드리고 그러세요?”

그러자 테오는 말했다.

“네 성장속도는 보기만 해도 질린다. 세린 절대로 이 애만큼 자라면 안 된다.”

“내 성장이 뭐가 어때서 그래요! 훌륭하게 잘 크고 있는데!!”

트레일의 부루퉁한 목소리에 세린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오빠들의 대화가 너무도 귀여웠고 세린은 즐거웠다.

황제는 그런 세린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늘 이렇게 웃어준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다.

이는 황제가 아닌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의 온 사랑을 받으며 자란 세린은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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