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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31화 (31/218)

31화. 위험한 재능

세린은 보다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권총모양의 마법도구를 잡았고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로레인을 바라보았다.

“장전은 필요 없단다. 오직 마력으로만 움직이는 아이거든.”

“... 저는 마력을 사용할 줄 몰라요...”

그 말에 로레인이 사르르 눈을 접으며 웃었다.

마법 도구를 바라보는 세린의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귀여웠다.

그런 세린의 호기심과 흥미를 채워주고 싶어서 로레인은 사르르 녹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번 해보렴. 잘 안 된다면 오빠가 도와주마.”

“......”

세린은 망설이는 눈으로 총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총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로레인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며 친절히 설명해주었고 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 난장판이 되어버린 숲 반대쪽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방아쇠를 조심조심 만져보다가 콱! 누르자

쿠과과과과광!!!!!!!

아까보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먼 산까지 뚫을 정도로 강한 폭풍과 폭발의 소용돌이에 산산조각난 돌조각과 나무의 파편이 세린에게로 떨어졌고 로레인의 손 짓 한 번에 그 파편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세린의 주위에 푸른 막을 만들어 그녀를 보호했다.

로레인은 조금 굳어 보이는 얼굴로 애써 웃음 지으며 세린을 향해 말했다.

“타고난 마법사구나...”

어리둥절한 것은 세린도 마찬가지였다.

예상도 못한 세린의 재능에 로레인은 말이 없었다.

황성 태양궁의 집무실에서 황족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길이의 책상 앞에 앉은 황제와 테오, 로레인, 트레일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로레인은 황제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세린의 안에서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저 마법사의 자질이 없는 그런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황제는 로레인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자신도 세린을 안을 때마다 마력을 한 점조차 느끼지 못했으니까.

로레인은 멍하니 아까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런데... 제 착각이었어요.”

“....?”

“마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

“공기 중에 떠 있는 마력 전부가 세린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었습니다.”

“!!!!!”

“심지어 사용하는 마력의 농도가 높고 짙어서 위력이 어마어마했어요. 어머니께서 세린을 저주로 인해 치료할 때의 흔적인지 세린의 마력 친화력도 엄청나고 내성도 일반 기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단단하더군요... 일반인이 그 정도의 마력을 사용했으면 당장에 피를 다 토하고 죽었을 거예요.”

마력은 주위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떠있는 작은 힘의 압축이었다.

사람들은 이 잡히지 않는 마력을 사용하기 위해 호흡으로부터, 명상으로부터 체내에 천천히 담아가는 운용을 했으며 그 번거로움을 이겨내며 마법사, 혹은 소드 마스터 급의 검술을 위해 수련하였다.

그러나 그런 호흡만으로도 체내에 마력을 담기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았다.

한마디로 노력과 재능이었다.

마력을 사용하기에 재능이 없는 자들은 차고 넘쳤고 재능이 있다는 것만 입증한 사람도 차고 넘쳤다.

그만큼 다루기 어렵고 단계를 올리기 어려운 것이 마력이었다.

가끔 재능이 없는 자들은 힘을 얻기 위해 마력을 가득 담은 사람의 심장을 먹거나 생명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마력을 얻어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 얻기 힘든 마력을 세린은 숨을 쉬고 내뱉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용을 할 수 있었다.

공기 중에 분산되어 흩어져있는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세린의 재능은 제국의 역사를 통틀어 두 번째였다.

황제는 심각한 눈이 되어 턱을 감싸며 고민에 빠졌다.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신체에 부담이 갈 것이다.

방대한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사들도 신체를 가다듬고 몸을 만드는 이유는 그 마력의 힘에서 버티기 위해서였다.

로레인도 같은 이유로 검술을 겸하며 마법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번에야 운이 좋아 세린이 사용한 마력의 양이 내성을 휩쓸지 않을 정도로 적어서 무사했다지만...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세린의 작은 몸이 마력을 크게 사용했다가 신체에 부담이라도 가게 된다면...

황제는 끔찍한 상상으로 얼룩진 생각을 지우며 미간을 좁혔다.

트레일이 다급히 말했다.

“아버지! 당연히 세린이 마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죠! 위험하잖아요! 아무리 강하고 속이 단단해도 아직 어린 아이에요! 마력을 잘못해서 방대하게 사용했다가는 다칠지도 몰라요!”

테오도 옆에서 거들었다.

“동의합니다. 뿐더러 세린이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것도 숨겨야합니다. 마탑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사건이 생길지 벌써 끔찍하군요.”

테오의 말에 트레일이 으르렁 거리듯이 욕을 내뱉었다.

“그 미친 야만인 같은 새끼들.”

로레인은 그저 황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할 뿐이었다.

황제는 고운 미간을 좁히다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세린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을 운용하는 법과 조절방법을 로레인 네가 책임지고 알려주도록.”

“아버지!!!”

트레일의 다급한 외침에 황제가 손바닥을 들어 올려 그를 제지했다.

“세린이 모르고 마력을 방대하게 사용해서 다치는 것보다 미리 예방을 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그리고...”

테오는 그저 가만히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부드럽게 일어나며 말했다.

“세린의 몸이 마력으로 인해 망가지지 않도록 기초체력과 신체를 가다듬도록 해야겠지. 이것은 트레일 네게 맡기겠다.”

“......”

트레일은 머뭇거리다 분하다는 듯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이 결정이 세린을 위험하게 하는 것 같아 트레일의 속은 뭉그러졌다.

황제는 그런 트레일을 바라보다 테오를 향해 말했다.

“이제부터 이 황성 밖으로 세린의 마력에 대한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관리해라. 마탑의 정보도 꾸준히 알아오도록.”

“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로레인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하나 더 중대한 사항이 있습니다.”

“... 뭐냐...”

“스페라도 대공의 공자가 세린과의 티타임을 가졌으며 세린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예법을 사용했습니다.”

“..!!!!!”

“이 개(멍멍 응애).!!!!!!!!”

로레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트레일이 비명처럼 욕을 나불거렸고 황제와 테오는 창백해졌다.

“심지어 편지까지 주고받기로 약속을 나누었더군요...”

로레인은 굳은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으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황제는 로레인만큼 굳은 얼굴로 이마를 쓸어내리다 날카롭게 말했다.

“오늘부터.... 손등에 입을 맞추는 예법을 법률서에서 지우겠다... 당장 법무부장관을 예법조정을 위해 들여라.”

“네.”

시종이 다급히 대답하고 서둘러 자리를 비우자 황제는 이어 테오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당분간 스페라도 대공의 자녀들은 입궁을 허락하지 않겠으며 세린에게로 오는 편지들은 모두 사전 내용 점검을 실시하겠다.”

“알겠습니다.”

“한 톨의 실수도 용서는 없다.”

테오는 황제의 말에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레일도 화가 난 표정으로 그런 테오를 따라 일어나며 집무실을 나갔다.

로레인은 그 자리에서 워프하여 돌아갔으며 황제도 망설임 없이 세린을 보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세린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황족들은 다시 세린의 방 앞에서 만나버렸다.

“.......”

“.......”

“.......”

“.......”

할일은 더럽게 많을 황족들은 왜 매번 세린의 방 앞에서 마주치는가.

서로를 불쾌하게 바라본 황족들은 다 함께 세린과 저녁을 먹으며 흐려진 기분을 달랬다.

다음 날.

세린은 머뭇거리는 동작으로 드레스 룸 밖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드레스만 입다가 처음 입어보는 바지에 세린의 걸음이 어색하게 굳었다.

검은색의 고급진 바지는 잘 늘어나고 부드러웠으며 위에 입은 하얀 셔츠도 바지와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듯 했다.

그런 세린의 모습을 바라본 황제는 미간을 구기며 한숨을 쉬었다.

“왜 저런 옷을 입어도...”

황제는 말을 끊고 세린을 덜렁 안아들었다.

“아빠??”

당황한 세린의 등을 두드려주며 연무장으로 이동하는 황제는 나직이 말했다.

“세린. 아빠의 이야기를 잘 들어라.”

“....?”

“네가 사용하는 그 마법은 정말 대단한 것이지만 테오가 말했듯이 마탑의 마법사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능력이란다. 네가 위험해질지도 몰라.”

“....”

알고 있었다.

세린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탑의 마법사들이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

제국에서 본 적 없는 유형의 체질이 궁금해서 생체실험과 고문도 서슴없이 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탑의 미래에 위험요소로 몰려 암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들어서야 세린은 자신이 보다 조심해야함을 느꼈다.

황제는 세린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직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네가 즐거운 생각만 하고 좋은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먹으며 자라게 하고 싶었다.”

“....”

황제는 애틋한 손길로 세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런 너에게 그 재능이 독인지 복인지... 나는 아직 판단을 내릴 수 없구나. 하지만...”

세린은 고민이 가득한 황제의 눈에서 굳은 결심을 발견했다.

황제는 굵은 목소리로 다짐하듯이 세린에게 말했다.

“지켜주마.”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저절로 시려졌다.

“그 재능으로 인해 네게 독이 불러온다면 내가 그 독을 다 삼켜주마.”

세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눈물을 참았다.

“네게 무서운 일이 생긴다면 내가 그 일들을 모두 해결해주마. 제국의 황제에게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거든.”

그의 사랑과 따스한 마음이 세린의 가슴에 담겨졌다.

세린은 천천히 그의 목에 팔을 둘러 든든하고 넓은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너무도 따스했다.

그의 넓은 품은 세린의 안식처로 자리잡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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