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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딸로 태어났습니다-30화 (30/218)

30화. 클린!!!

세린과 제이가 정원 테이블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테이블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빛과 함께 로레인이 나타났다.

화사한 얼굴로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린 세린을 향해 웃은 로레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제이를 쳐다보았다.

제이의 눈빛도 마찬가지로 날카롭게 빛나지만 태평하게 로레인을 바라보았다.

강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듯한 기류 속에서 세린은 그저 오빠가 왔다고 반가워할 뿐이었다.

“로레인 오빠!!”

“세린.”

로레인은 달콤하게 웃으며 세린을 안아서 들어 올렸고 세린은 맑게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막 하늘에서 나타나서...!”

“미안해. 하지만 네가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었어.”

“아...! 그랬구나... 제이공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얼른 가려고 했어요.”

다급히 그에게 이야기하는 세린의 모습이 귀여워 로레인은 밝게 웃었다.

밝은 분홍빛 머리카락과 반짝이는 제비꽃 눈동자가 햇빛 아래에서 아름답게 빛났다.

그리고 무언가 만족이 가득한 눈으로 제이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너와 나의 차이란다.

라는 눈빛이었다.

제이는 눈가를 휘어 웃으며 그런 로레인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2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스페라도 대공가의 공자 제이 스페라도라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황녀전하의 친.구. 가 되어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내가 황녀의 친구로 이 자리에 서 있는데 불만이 있냐는 간접적 표현이었다.

로레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티타임에 방해가 되어 민망하군. 하지만 세린의 오빠로서... 아니 미안하네. 익숙한 이름을 불러주다 보니... 황녀의 오라버니로서 동생이 걱정이 되어 왔으니 이해를 해주길 바라네.”

티타임에 정확히 방해하러 왔으며 내가 세린이라는 이름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오.빠. 라는 사람이니 네가 어쩔거냐.

라는 뜻이었다.

제이는 살며시 구겨지는 미간을 억지로 피며 말했다.

“이해라니요... 말을 거두어주세요. 전혀 방해가 안 되었으며 황녀전하와 다시 아까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혹시 저희로 인해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있으시지는 않은지요.”

방해도 아니었고 다시 황녀와 즐겁게 있을 수 있으니 네 볼일이나 보러가. 였다.

“다행스럽게도 일은 모두 마무리했으니 신경쓰지 말기를...”

제이와 로레인은 능구렁이 같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이를 갈았다.

‘아인대공은 재밌는 뱀을 키웠군.’

‘뱀 같은 황자로군.’

둘 다 똑같은 뱀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세린은 그저 즐겁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세린은 둘의 대화를 듣다가 스스로 놀라더니 다급한 모습으로 로레인을 향해 말했다.

“저기... 오빠...”

“음? 왜 그러니 세린?”

세린은 머뭇머뭇한 모습으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검지 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아빠한테는 저 케이크 먹은 거 비밀로 해주세요...!”

“..... 풉!”

로레인은 급히 입가를 한 손으로 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얼마 전부터 황제가 세린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간식을 줄였다는 것은 황궁에 널리 퍼진 소문 중 하나였다.

그래서 가끔씩 식사시간에 나오는 케이크를 그리도 좋아하던 세린이었기에 로레인은 지금 티타임에서 먹으려는 케이크가 세린에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았다.

제이도 세린의 귀여운 그 부탁에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쩜 저리도 모든 감정이 표정에 다 나타날까?

제이와 로레인은 흐믓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아 세린이 케이크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굴에 가득 묻은 생크림도 무시하며 케이크에 열중하는 세린의 모습이 꼭 다람쥐 같았다.

포동하게 오른 볼과 오물오물 씹는 작고 앙증맞은 입술은 세린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로레인은 손수건으로 세린의 입가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세린은 그 손길에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붉어진 얼굴로 제이와 로레인을 바라보았다.

“어... 얼굴에 많이 묻었나요...?”

로레인은 생크림을 얼굴로 먹는 줄 알았다고 하면 무슨 반응일지 궁금해졌으나 세린을 위해 그 말을 안으로 삼켰다.

그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주 조금 묻었어. 천천히 먹으렴.”

세린은 붉어진 얼굴로 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는 토끼같은 세린의 모습을 바라보다 로레인을 바라보며 인상을 작게 구겼다.

저 기생오라비같은 2황자로 인해서 황녀와의 시간이 오래 지속될 것 같지 않음에 불쾌해졌다.

그러다 이내 미간을 활짝피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황녀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자신에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제이는 세린과의 귀여운 티타임이 끝나고 함께 정원의 입구로 나왔다.

세린은 밝게 웃으며 제이를 향해 말했다.

“공자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는 리사공녀와 함께 오세요.”

반달처럼 휘어지는 세린의 미소에 제이의 입술이 부드럽게 풀렸다.

“감사합니다. 전하.”

햇살같은 세린의 미소를 바라보며 인사하던 제이의 눈에 빨리 가라는 눈빛을 보내는 로레인이 보였다.

그가 시야에 들어오자 제이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세린을 향해 말했다.

“다음에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미리 편.지. 를 보내겠습니다. 답장을 해주신다면 감사할 것입니다.”

로레인의 미소에 금이 생겼다.

세린은 로레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답장해드리죠! 걱정말고 편지 보내주세요.”

“그렇다면 기꺼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제이는 조심스럽게 세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세린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제이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고 제이는 그대로 부드럽게 세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세린은 자신의 손에서부터 흐트러지는 백발과 긴 속눈썹에 가려진 푸른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이는 숙였던 고개를 다시 천천히 올려 “다음에 뵙겠습니다.

“ 다정히 웃으며 인사를 한 후 뒤를 돌아서 대공이 있는 태양궁으로 이동했다.

그 부드러운 입술이 내려앉은 자리와 제이가 멀어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세린은 얼굴 전체가 붉어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히익!!”

너무 놀라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무시하며 세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이건 귀족들의 인사법 중 하나라고 했어! 익숙해져야지 세린!!’

그런 고민을 하며 부끄러워하는 세린을 누군가가 덜렁 안아 올렸다.

로레인은 굳은 얼굴로 세린을 바라보며 외쳤다.

“클. 린”

슈왁!!

세린의 몸 위를 작은 빛들이 휩쓸고 지나가자 세린의 모습이 더욱 깨끗해지고 보송해졌다.

하지만 로레인은 멈추지 않았다.

“클린.”

“클린.”

“클린.”

“클린.”

세린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케이크가 많이 묻었었나봐... 그런 모습으로 나 제이공자와 인사를 한 거야??'

하고 말이다.

창피함에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던 세린이 다급히 말을 돌리며 말했다.

“오.. 오빠! 오빠가 만들었다는 마법도구 보여주세요!”

“음? 아아...”

로레인은 집중하느라 구겨진 미간을 피고 환히 웃으며 세린을 바르게 안았다.

“여기에서 보여주기에는 조금 큰 아이란다. 뒷편에 있는 마법도구를 연습할 수 있는 공터가 있는데 가보겠니?”

“네!!”

세린의 표정이 밝아지자 로레인은 싱긋 웃으며 워프를 외쳤다.

주변 공간이 바뀌어지며 거대한 넓이의 공터 가운데로 이동한 세린은 로레인의 넓은 품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빈 땅에서 마법도구의 모습 따위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휙휙 둘러보는 세린이 귀여워 로레인은 웃음을 흘렸다.

당황이 가득한 세린이 로레인을 향해 물었다.

“아무것도 없어요...! 누가 가져간 것은 아닐까요??”

엉뚱하게도 마법도구를 도둑맞은 상상을 하는 세린의 모습에 결국 로레인은 큰 목소리로 웃었다.

“아하하하! 세린 귀여워.”

“노.. 놀리지 마세요...!”

볼을 부풀리며 로레인의 어깨를 콩콩 때린 세린의 손을 부드럽게 잡은 로레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지고 있단다. 마법으로 잠시 내 공간에 넣어둔 것뿐이야.”

“공간이요...?”

스르륵

로레인은 한 팔을 뻗어 손에 마력을 모으자 로레인의 손에서부터 기다란 무언가가 나타났다.

로레인의 팔뚝정도 되는 길이의 기다란 것은 손잡이가 밑으로 가 있었고 긴 막대 같은 부분의 꼭짓점 가운데부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반짝이는 금색과 매끈한 흰색으로 장식이 되어있는 그 도구는 마치 황제의 서고에서 보았던 '장총'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세린은 멍하니 그 반짝이는 마법도구를 바라보다 로레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빠 크다고 하지 않았나요?”

“크지. 사용하면 나타나는 범위가 말이다.”

“...?”

“오빠가 시험해 볼 테니 잘 보렴.”

로레인은 세린을 안고 있지 않은 팔을 움직여 부드럽게 마법총의 손잡이를 잡았고 넓은 공터의 숲 방향을 향해 조준하였다.

그러자 푸른빛들이 총 끝에서부터 모이더니 로레인이 방아쇠를 당기자 거대한 소음과 함께 숲으로 쏘아졌다.

쿠광!!!!!!! 콰과과광!!!!!!!

아름다운 자태에 반해 어마무시한 소리와 전혀 아름답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싱그러워보였던 숲은 멀리까지 보이는 산맥의 가운데까지 뚫려 텅 비어졌고 푸른 나무들은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세린은 가만히 생각했다.

이 공터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이유는 이런 마법도구 실험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었다.

로레인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뭐랄까. 개인차가 있는 마법도구란다.”

“개인차요?”

“그래. 마법사의 자질과 가지고 있는 마력에 따라서 저 파괴력이 달라지는 것이지.”

“그렇구나..!”

세린은 고개를 위 아래로 열심히 끄덕이며 경청했다.

“음... 세린도 해보겠니?”

“.... 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세린의 눈에 웃음을 참던 로레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세린의 손에 긴 마법 총을 쥐여 주었다.

세린의 키에 비해 길어서 총을 바르게 잡기 힘들어하자 로레인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에 마력을 모아 다른 총의 모양을 꺼내었다.

그건 아까의 마법총보다 각지고 길이가 짧았으며 작았다.

그러나 아까의 마법 총처럼 똑같이 금색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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