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답장하지 마세요-60화 (60/74)
  • 할머니 바쁘십니다. 브라운 레타 너도 행복해라!60회

    비밀 연애연참 1/2

    유릭스는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다. 거의 새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른 시간이었다.

    연인이 된 후 처음 맞는 새날이다. 지금까지는 아침마다 백작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니라 사랑 넘치는 아침 인사를 해도 되는 것이다!

    그는 톡톡 앞에 앉아 한참을 고민했다.

    뭐라고 보낼까. 오늘 만나자고 할까. 아니,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자.

    첫 인사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 담백하면서도 로맨틱한, 일상적이면서도 다정한, 그런 말은 없을까?

    거의 10여 분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유릭스는, 포기하고 평범한 인사말을 골랐다.

    [백작님, 편히 주무셨나요? ^^]

    웃는 기호를 사용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이대로 보내기로 결심한 후,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톡톡에 뜻밖의 문장이 떠올랐다.

    [전송에 실패하였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서 톡톡을 확인했는데, 업무 연락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네. 뭔가 일상 보고라도 와 있어야 하는데. 게다가 공작도 아침 톡톡을 보내지 않았다. 트릭스터와 관련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매일 연락을 했는데 말이다.

    공작이야 그렇다 쳐도 상단 직원들은 왜 조용하지?

    뭐, 오랜만에 느긋한 날이 되겠네.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고, 마법 방어 반지까지 잊지 않고 착용했다. 그랬는데도 톡톡은 조용했다.

    직원들 독촉하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먼저 연락도 못 하겠고. 나한테 일일 보고하는 직원 중 누구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뭔가 이상하기는 한데.

    그때 문이 열리고 할아범이 들어왔다.

    “단주님, 레디아 씨가 왔는데요?”

    레디아가? 아침부터 여길 왜 와? 할 말 있으면 그냥 톡톡으로 하지.

    “응, 들어오라고 해.”

    할아범이 다시 문을 열자, 레디아가 나타났다. 근데 날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기세가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할아범이 잔소리를 할 정도로 거침없고 격의 없는 스타일인 건 맞지만, 평소보다 더 흥분한 것 같다.

    나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단주님, 오늘 톡톡 사용해 보셨어요?”

    인사도 생략하고 바로 본론이다.

    “아니, 아직 안 써봤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레디아가 숨도 안 쉬고 말을 쏟아냈다.

    “지금 전체적으로 전송이 안 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오늘 하루 정도 작동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새 제품도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걸 보니 개별 기계 결함은 아닙니다. 새벽부터 문제가 있어서 기술부가 전부 출근해서 원인을 파악 중인데,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은 없습니다.”

    아, 그래도 예상했던 것만큼 나쁜 일은 아니네.

    몇 년 전에도 한 번 이런 일이 있어서 급하게 해결했다. 내가 해결했다기보다는 기술부 직원들이 해결했다고 해야 맞겠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들 알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전체적으로 알리는 일은 직원들이 알아서 할 거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지.

    “알겠어. 그럼 일단 난 황궁으로 가야겠다. 할아범, 리리 좀 불러 줘. 나 옷 갈아입어야겠어.”

    할아범이 대답 없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황제 폐하에게는 직접 말해야 한다. 황궁에도 편지 하나 툭 던져서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지.

    책상을 간단히 정리하고 톡톡이 여전히 안 되나 확인하다가, 레디아를 바라보았다.

    “근데 기술부 직원이 안 오고 왜 네가 왔어?”

    “제가 제일 한가해서요. 다들 지금 난리 났어요.”

    웃긴 상황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답에 픽 웃음이 났다.

    “그래, 알겠어.”

    “물론 이따 기술부에서 따로 보고하러 올 겁니다. 일단 급해서 제가 온 거예요.”

    “응. 그 보고도 기다리고 있을게.”

    레디아가 인사하고 뒤로 돌아섰다.

    마침 그때 문이 열리고 리리가 들어왔다. 리리와 레디아가 마주쳤는데, 둘은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다가가더니 뭐라고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나는 리리의 시선이 내게 닿은 것을 놓치지 않았다.

    레디아가 나가면서 탁 문을 닫았다. 리리는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주인님, 급하게 황궁으로 가신다면서요.”

    “응, 톡톡에 문제가 있대. 폐하께는 직접 말씀드려야지.”

    “그럼 바로 준비할게요.”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손질하고, 그러는 중에 황궁에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알리고. 바쁘다, 바빠.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 풍성하게 부풀린 치맛자락을 다듬어 주는 리리를 보다가 불쑥 물었다.

    “아까 레디아랑 무슨 얘기 했어?”

    “아, 주인님이랑 데이라 공작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묻던데요. 그래서 저번에 공작님이 찾아왔었다고 했죠.”

    대답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레디아도 리리도 이 일에 정말 관심이 많다.

    그러고 보니 리리에게 공작과 있었던 얘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깜빡했구나. 나는 거울을 보며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다음에 걔가 또 물어보면 그냥 친구 사이라고 해.”

    “에이, 누가 봐도 친구 아닌데요.”

    “그럼 내 짝사랑이라고 하든가.”

    “…네?”

    장난처럼 받아쳤던 리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던져진 말에 깜짝 놀란 모양이다. 나는 거울에 비친 리리의 얼굴을 보며 태연을 가장했다.

    어차피 말할 생각이었으니까.

    “아니다, 레디아 또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니니까 너만 알고 있어.”

    이 갑작스러운 고백에, 리리는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눈치 빠르게도 내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리리는, 전처럼 놀리는 대신 침묵을 택했다.

    그래도 뭔가 대답은 해야겠다 싶었는지, 소심하게 한 마디 덧붙이긴 했지만.

    “주인님, 파이팅.”

    아, 뭔가 비참해.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는 거죠?”

    “응, 당연하지.”

    얘기할 게 뭐 있겠어. 그냥 어쩌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고, 공작은 날 안 좋아하고, 그놈의 친구 타령도 여전하고, 그게 다인데.

    하지만 울적해지고 싶지는 않다. 일단 나한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니, 할아범이 기다리고 있었다. 리리도 배웅하겠다며 따라왔다. 분주한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가는데, 할아범이 내 귀에 속삭였다.

    “아가씨, 방금 데이라 공작이 도착했습니다. 일단 경비원한테 문 열어주라고 했는데, 오늘 만나기로 하셨어요?”

    “응? 아닌데?”

    공작이 왔다고? 이 아침부터? 갑자기 왜? 저택 밖으로 나서면서 할아범에게 물었다.

    “왜 왔는지 들었…….”

    냐고, 묻기도 전에 공작과 마주쳤다.

    공작은 환한 아침 햇빛 아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범이 대기시킨 내 마차와 공작이 타고 온 마차가 나란히 서 있었는데, 자기 마차 옆에 서 있던 공작이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별이 뜨는 듯한,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유성우가 쏟아지는 듯한 웃음이었다. 다정하기 이를 데 없는 얼굴로 보자마자 저렇게 반가워하니, 심장이 또 상황을 잊고 나대기 시작했다.

    정신을 수습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초.

    “공작님?”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찾아와 죄송합니다. 톡톡에 문제가 있어서 방문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아, 아니요. 그건 괜찮은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외출할 때마다 공작과 함께 가자고 오래 전에 약속하긴 했지만, 그걸 미리 알고 찾아온 것 같지는 않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굴 보니 좋기도 하고 참 복잡한 마음이라 이유부터 물었다.

    공작이 기쁨에 빛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푸른 눈이 내게 고정되어 있다. 이상할 정도로 달콤한 눈빛이라, 괜히 뺨이 간지럽다. 공작은 언제나 그랬듯 얼굴만으로도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 후 입을 열었다.

    “혹시 또 트릭스터 문제가 있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또?

    “보고 싶기도 해서요.”

    심장이 철렁했다.

    보고 싶어서?

    그러나 뭔가 낭만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뒤에서 리리와 할아범이 동시에 숨을 헉 들이켰다. 내 이성도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공작의 열렬한 시선은 여전했다. 사람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공작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서 문제지.

    그냥 조용히 식은땀을 흘렸다. 뒤에서 리리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짝사랑이라면서요?”

    “…….”

    그,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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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아랑 브라운 이어지냐고 물어보신 분들도 계신데 글쎄요...?ㅋㅋㅋ (썸)남이 되려던 남자와 친구 겸 부하직원이 사귄다면 뭔가 너무 미묘해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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