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답장하지 마세요-50화 (50/74)
  • *여러분 브라운 레타는 정식 서브남이 아닙니다. 너무 당연한 소린갘ㅋㅋㅋㅋㅋㅋ 이번 챕터도 함께 달려요!!!!50회

    네 저주를 남에게 알리지 말라연참 1/2

    톡톡 얘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사업 이야기도 아니고, 대뜸 무슨 소린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얻어맞은 듯 멍해져 있는데, 레타 씨가 성급하게 말을 이었다.

    “데이라 경에게도 확인하니 두 분은 친구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섣부른 추측이나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백작님의 명예를 존중하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백작님의 마음도 그와 같은지 여쭤보고 싶네요.”

    “잠깐만요.”

    말은 참 유창하게 하는데, 거북해서 더는 못 듣겠다. 얼굴에서 표정이 싹 사라졌다. 눈치도 없이 싱글싱글 웃는 레타 씨의 얼굴도 구깃구깃한 종이처럼 만들어 주고 싶어지는군.

    “저는 주문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기 온 겁니다. 왜 갑자기 아무 상관없는 확인을 하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만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제 사생활을 캐묻다니, 왜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시는지 저야말로 알고 싶습니다.”

    “어, 어…….”

    레타 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이러면 속이 풀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부글부글 끓는다. 이 사람이 정말로 잠재적 우량 고객이라 해도,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구는데 고분고분 웃으며 받아줄 마음은 없다.

    레타 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는 귀까지 새빨개진 채로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최악의 시도를 했다.

    “여, 역시 박력이 넘치시네요! 그야말로 제가 따르고 싶은 분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뭐든 잘 따라다녔죠. 부모님도, 공도, 심지어 구름까지 말입니다! 하, 하하…….”

    유머로 곤란을 피하고 싶다면 감각이라도 좋든지. 재미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미간만 구겨질 뿐이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맹세하는데, 트릭스터 할머니가 공작과 나를 티룸에 가두고 온도를 떨어뜨렸을 때도 이렇게까지 춥지는 않았다.

    눈치를 보던 레타 씨가 시무룩하게 물었다.

    “…별로였나요?”

    “네.”

    “그, 그렇군요.”

    레타 씨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비위를 잘 맞춰 줬으면 더 팔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이상한 사람 눈치까지 봐 가면서 장사할 정도로 궁하진 않다. 상단이 어려웠을 때는 이보다 더한 놈한테 아부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게다가 이 사람, 진짜 사러 온 거 맞아? 내가 직접 상대할 정도로 큰 고객이라 만난 건데, 지금까지 한 얘기라곤 헛소리뿐이다.

    먼저 분위기를 풀 마음은 없었지만, 고객은 고객이다.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대충 처리하자.

    “하던 얘기를 계속 할까요? 아니면 좀 더 생각해 보신 후에 다시 연락주시겠어요?”

    레타 씨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가 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보라색 재킷에 달린 하얀 레이스가 마구 흔들린다. 제발 저거라도 좀 뜯어버리고 싶다.

    “그럼 백작님 말씀대로 이야기를 계속 하죠.”

    “네.”

    주문서를 보며 사무적인 투로 요구 사항을 확인했다.

    실제로는 구매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레타 씨는 의외로 진지했다. 톡톡을 살 의사가 분명하기는 했다. 다행히 거래 이야기를 할 때는 ‘새들이 지저귀며 내게 용기를 주었다’거나 ‘먼 별이 가까운 행성으로 어쩌고’ 따위의 소리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대강 대화를 마치고 일어나면서부터.

    “백작님, 오늘의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고 심장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서 말을 이을 수가 없네요.”

    야, 그럼 그냥 말하지 마.

    심지어 레타 씨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까지 찍어냈다. 근데 그 손수건이 금색이었다……. 참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색이다. 덕분에 이어진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까요?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은 마음을 지니신 백작님께서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달빛 아래 소원할 뿐입니다.”

    “아, 예……. 됐습니다.”

    “다시는 제 얼굴 따위 꼴도 보기 싫으실 줄 알지만, 소중한 기회를 잃은 아쉬움에 오늘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네요. 부디 다음번에도 제게 시간을 허락해 주시겠다는 귀한 약속을 주시겠습니까? 네?”

    진짜 이 또라이는 뭐지?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이 바보처럼 벌어진다. 도대체 한 마디 한 마디가 왜 이렇게 길어?

    “죄송하지만 제가 당분간 바쁠 예정이라서요.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백작님, 역시!”

    레타 씨가 손수건 끝을 앞니로 물고 잡아당겼다. 가련하게 반짝이는 미남의 눈과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화려한 보라 재킷…….

    미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안 웃긴 연극을 보는 기분이다. 할아범이라도 들어와서 날 살려줘!

    “역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군요!”

    설마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야? 자신감이 대단하시네.

    레타 씨는 일인극을 하는 사람처럼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 손수건으로 눈을 꾹꾹 눌러 닦았다. 겨우 진정하는 몸짓을 한 그가 꽉 막힌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실연의 아픔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겠죠, 때로는 넘을 수 없는 산도 맞서 싸울 수 없는 파도도 있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 잠시나마 저에게 사랑의 신이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레타 씨가 휙 돌아서더니 눈물을 흩뿌리며 달려 나갔다. 문이 열리고, 번쩍이는 금색 구두가 사라지고, 문이 닫힌다.

    나 방금 무슨 짓을 당한 거야? 이건 고막 공격이다. 고막에 대한 모욕이야. 사랑의 신이 뭐가 어떻다고?

    “미친놈 아니야?”

    중얼거리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은 순간.

    내 생존본능이 중요한 사실을 알려 왔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으로 마구 뛰어갔다. 벌컥 문을 열고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레타 씨의 황금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망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디까지 나간 거야? 결국 마차가 대기하고 있을 저택 입구까지 쉬지도 못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달려야 했다.

    마침내 현관에 다다랐을 때, 레타 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고객님!”

    아, 이름도 성도 아닌 호칭이 튀어나갔다. 격렬한 외침에 레타 씨가 뒤를 돌아보았다. 눈가가 여전히 붉었다. 나는 숨을 고르느라 씨근덕거리다가 겨우 외쳤다.

    “안녕히 가세요!”

    레타 씨가 마차를 타고 떠난 후에야 대답 안 한 걸 알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아찔하다. 요즘은 이런 실수한 적이 없는데, 레타 씨의 고막 공격을 견디느라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나보다.

    내 마지막 대답을 들은 레타 씨의 얼굴을 확인했다. 보자마자 망했다 싶었다.

    그의 얼굴에 이상한 감격이 번진다. 그는 갑자기 휙 뒤로 돌아 내게 뛰어왔다. 그러더니 허락도 없이 내 손을 덥석 쥐었다.

    “이렇게 너그럽게 대해 주시다니, 백작님의 마음에 탄복했습니다!”

    “아, 예, 손 좀 놓으시고요.”

    해탈한 심정으로 레타 씨의 손에서 내 손을 잡아 뺐다. 레타 씨는 여전히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작님만 괜찮으시다면 친구라도 되어 주십시오! 영원히 짝사랑만 하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백작님의 그림자만 보아도 저는 가슴이 뛰고, 백작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면 낮에도 별이 뜨고 밤에도 태양이 지지 않을 테니까요!”

    “…….”

    아까 대답 못 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진짜로.

    나는 얼굴을 마구 문지르고 한숨을 푹푹 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가시죠.”

    “아, 오늘은 제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사실 걱정했거든요. 제가 백작님에 대해 물었을 때, 데이라 경 표정이 너무 사나워서……. 하지만 역시 제 착각이었던 모양입니다!”

    “네네.”

    레타 씨의 등을 반쯤 떠밀다시피 해서 밖으로 내보냈다. 어찌나 가지 않으려고 하던지, 마차까지 등을 밀어 주어야 했다. 그는 마차에 타서도 끈질기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의 만남은 운명의 번개처럼 제 정수리에 꽂혀서, 저는 마치 벼락을 맞은 나무처럼 영원히 그 자리에 새까맣게 타 있을 것만 같군요!”

    “시발.”

    “네?”

    “아뇨, 시처럼 말씀하신다고요.”

    “역시 백작님은 이런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누가 그래? 누가 그러냐고, 누가 그러냐고!

    이대로 견디다간 진짜 내 주먹이 이놈의 명치에 운명의 번개처럼 꽂힐 것 같다. 나는 그의 입을 막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마차 문을 세게 닫으며 외쳤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마차가 드디어 떠난다. 덜컹덜컹 떠나는 마차를 바라보다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아아아…….”

    할머니, 내가 만약 저놈과 정말 친구가 된다면 그건 다 할머니 때문이야.

    그때, 뒤에서 갑자기 할아범이 나타나 혀를 찼다.

    “땅 꺼지네요, 땅 꺼져.”

    현관에서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건지, 할아범도 질린 표정이었다. 마차 뒤꽁무니를 바라보던 할아범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왜 저런답니까?”

    “몰라. 내가 박력 있어서 좋대.”

    “마성의 박력이네요.”

    그건 대체 뭔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성의 없이 대답했다.

    “몰라, 마법사들 다 이상해.”

    “공작한테 처리해 달라고 하시죠?”

    “응?”

    레타 씨의 고막 공격에 당한 나머지 귀가 잘못된 것 같다. 방금 할아범이 뭐라고 한 거야, 공작한테 뭘 부탁하라고?

    할아범은 내 어리둥절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새겨 넣듯 조언했다.

    “연적이잖아요. 빨리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버리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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