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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하지 마세요-45화 (45/74)
  • *여러분 모레쯤 다시 올게요!!!! 그럼 얘네는 이틀동안 갇혀 있어야겠네... 둘 다 수고해라~~~~~!45회

    고백은 마법처럼연참 1/2

    설마 저 맥락 없는 키스 얘기를 믿는 건가? 황당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 표정을 읽은 공작이 급히 부연했다.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해봐야 합니다.”

    “에, 에취!”

    몸이 으슬으슬 떨리며 갑자기 재채기가 났다. 안이 너무 추운 건 사실이지만 재채기는 그냥 코가 간지러워서 그런 건데, 공작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벌써 기침을 하시지 않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공작님 말씀은, 우리가 저 사람들 말대로 진짜…….”

    “네, 키스할 겁니다.”

    “…….”

    거 참 되게 당당하네.

    하지만 공작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농담도 할 수 없다. 방은 여전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춥고 축축하다. 우리가 앉은 바닥에도 습기가 가득하고.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공작을 보다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여기서 나만 미쳤고 다른 사람은 다 정상인가? 내가 생각할 때는 말도 안 되는데, 왜 마법사들도 공작도 키스 이야기를 하지?

    “백작님, 불쾌하실 수 있다는 점 이해합니다.”

    그때 공작이 설득조로 입을 열었다. 내 얼굴을 살피는 얼굴에 안개 같은 불안이 드리워져 있다. 그는 내 팔을 가만히 잡은 채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푸른 눈이 간절하고 애처롭게 빛났다.

    “제가 지금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 백작님을 보호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지켜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입을 맞추게 된다 해도 정말 나가기 위한 방편일 뿐이고, 백작님께 어떤…… 부담도 드리지 않으리라 맹세합니다.”

    어떤 부담도 주지 않겠다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기묘하게 떨렸다. 공작은 무언가를 눌러 참는 듯, 애쓰는 듯 긴 숨을 내쉬며 나를 보았다.

    윽, 갑자기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면 미안하잖아.

    공작이 자기 이득 보려고 이러는 것도 아니고, 나와 함께 나가야 하니까 이러는 건데. 너무 진심으로 사과하니 마음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공작의 맨가슴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죄송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저도 여기 더 있다가는 얼어 죽을 것 같고.”

    그래, 유난스럽게 굴 이유 없어. 이건 필요한 행위야. 공작이 셔츠까지 다 벗고 얼어 죽지 않게 도와줬으니 나도 뭔가 협조해야지. 게다가 공작은 나한테 아무 흑심도 없어. 나만 괜한 흑심이 있어서 이렇게 말도 안 된다고 펄쩍펄쩍 뛴 거야!

    원치 않는 사람과 키스할 처지에 놓인 공작도 안 됐다. 되게 속상하네. 나는,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모르겠다. 너무 추워서 뇌까지 얼어붙는 느낌이다.

    잡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행동으로 옮기자! 이거 안 통하면 마법사들 진짜 가만히 안 둔다. 한 명씩 다 깡깡 때려줄 거야.

    마음을 굳힌 후 비장하게 말했다.

    “공작님, 그럼 눈 감으세요.”

    “네?”

    “눈 감으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눈 동그랗게 뜨고 키스할 수는 없잖아요!

    공작은 주춤거리더니 내 표정을 보고 얌전히 눈을 감았다. 눈을 완전히 덮은 눈꺼풀과 촘촘한 속눈썹이 조금 떨렸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가만히 기다리는 순한 모습에, 손톱만큼 남았던 망설임도 사라져 버렸다.

    그대로 몸을 숙였다.

    촉.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 떨어졌다. 약간 젖은, 차가운 입술. 아주 순간이었지만 공작의 부드러운 입술이 똑똑히 느껴졌다. 살짝 소리를 내며 몸을 떨어뜨린 후,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바로 고개를 돌렸다.

    문은 그대로였다.

    “안 열리네요.”

    조금 실망해서 중얼거리고, 공작에게 시선을 돌린 순간. 곧장 눈이 마주쳤다.

    늘 동그란 원 안에서 파도치는 듯 보이던 푸른 눈이 야릇하다.

    순간적으로 그가 나를 노려보는 줄 알았다.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았는데 눈빛이 강렬했다. 시선에 꽁꽁 묶이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조금 주춤하며 몸을 뒤로 빼려는 순간.

    공작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아 그대로 당겼다.

    어, 하는 순간 몸이 기운다. 그의 품으로 와락 무너진다. 이 추운 방에서 익숙해진 체온이 나를 감싼다. 내 얼굴을 완전히 덮는 크고 뜨거운 손, 놀라움에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단숨에 들어오는 공작의…….

    공작이 안심시키듯, 혹은 달아나지 못하게 붙잡듯, 다른 손으로 내 뒤통수를 감쌌다. 몸이 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다. 공작은 입술이 겹쳐진 채로 자세를 바꾸어 무릎으로 서더니, 나를 안아 품에 가두다시피 했다.

    합해졌다 떨어지는 입술, 젖은 입술에 닿는 차가운 공기, 불도 없는데 몸이 뜨거워진다. 손을 어정쩡하게 공작의 가슴에 짚고 몰아치듯 쏟아지는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길고 짧은 숨소리가 어지럽게 엉킨다. 머리가 하얗게 비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모든 신경이 혀와 입술에, 그리고 내가 한 번도 인지한 적 없는 어느 곳에 집중된다. 정확히 어딘지 짚을 수도 없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상한 환희가 치솟는다.

    공작이 다시 움직였다. 내 등과 머리를 받친 공작의 두 손. 곧 등이 사뿐히 바닥에 닿았다. 공작이 자연스럽게 올라타더니 키스를 이어갔다. 나도 모르게 그대로 팔을 뻗어 공작의 목을 끌어안았다.

    몸이 닿는다. 공작이 내게 무게를 싣지 않고 있어서, 정말 닿아 있다는 느낌뿐이다. 가깝고, 어지럽고, 뭔가…….

    공작이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쥐었다. 눈을 감고 있어서인지, 모든 접촉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가 무언가를 견디듯 내 어깨를 꾹 쥐었다가, 이내 힘을 풀고 놓아주었다. 온기가 사라져서인지 어깨가 조금 허전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입술이 살짝 떨어졌다.

    “백작님.”

    속삭이는 목소리가 푸른 나뭇잎처럼 내 입술에 내려앉았다.

    겨우 눈을 뜨니,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멀어진 공작의 얼굴이 보였다. 안이 그리 밝지 않은데도, 흥분이 덜 가신 표정만은 또렷하게 눈에 맺혔다.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들 얼굴이었는데, 그는 눈을 한 번 꾹 감았다 뜨더니 이성을 되찾았다. 공작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일변했다.

    머리가 멍하다. 방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바로 인지할 수가 없다. 눈을 깜빡이며 공작을 올려다보는데, 몸을 일으킨 그가 내 등을 받치더니 바닥에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어…….”

    아직도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입술을 움직여 겨우 소리를 냈다.

    와, 원래 이렇게 미치도록 어색한 건가.

    눈만 부산스럽게 오락가락했다. 바닥을 봤다가, 천장을 보다가, 카펫 무늬를 관찰했다가, 겨우 공작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공작님?”

    맞은편에 앉은 공작의 얼굴이 창백하다. 마법사라 튼튼하다고 했으니 나만큼 춥지도 않을 텐데, 아파 보일 정도로 핏기가 없다. 아니, 어쩌면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더 창백해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얼굴이 왜……. 괜찮으세요?”

    아니, 그렇게 싫었어?

    “죄송합니다.”

    예상치도, 기대하지도 않은 사과의 말이 들렸다.

    바닥에 완전히 꿇어앉은 공작이 눈을 내리깔았다. 허벅지 위에 올린 두 손이 꽉 말리는 게 보였다. 이어지는 목소리에서 어둑한 감정이 묻어났다.

    “백작님은 원치 않으셨는데, 제가 지나치게…….”

    “와, 그만!”

    이럴 줄 알았다. 바로 손을 들어서 공작을 제지했다. 물론 갑자기 당겨서 키스하는 바람에 좀 당황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나름대로 약속한 거 아니었냐고. 여기서 절절한 사과를 받고 있을 마음은 조금도 없다.

    “저희 미리 얘기한 거잖아요. 나갈 수 있다면 뭐든 해보기로. 그렇죠?”

    사실 이렇게까지…… 어…… 세게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는 하지만. 어쨌든 공작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거다.

    뭔가 더 말하려는 그를 두고 겨우 일어섰다. 문은 여전히 아무 변화도 없었지만, 혹시 몰라 가까이 다가가 문고리를 잡아 보았다. 아래로 내렸는데, 철컥, 여전히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문에 이마를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순식간에 열이 올랐던 몸이 식으면서, 다시 심한 한기가 밀려온다. 춥다.

    그때 공작의 기척이 가까워졌다. 돌아볼 틈 없이, 어깨에 뭔가 묵직한 게 얹어진다. 아까 내가 덮고 있었던, 그나마 덜 젖은 공작의 코트였다.

    뒤에 선 공작이 나직하게 말했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네, 맞아요.”

    이게 다 마법사들 때문이다. 나가면 그놈들 머리를 다 깡깡 쳐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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