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후기]여러분 이틀인가 사흘만인데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죠...? 여러분이 헥센 상단 톡톡 좋아해주셔서 저도 좋았습니닼ㅋㅋㅋㅋ 조만간 또 올게요!33회
에스코트연참 1/2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공작을 쳐다만 보았다.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말도 안 되는 농담이나 거짓말로 상황을 회피할 의지마저 꺾여 버렸다. 결국 바보 같은 질문을 하고 말았다.
“무슨 사인데요?”
공작도 바로 답하지 않고 멈칫했다. 몇 차례 눈을 깜빡이며 침묵을 지키던 그가 겨우 차분함을 되찾고 대답했다.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서로 어느 정도는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렇죠? 저희가 먼 사이는 아니니까.”
아닌가? 먼 사이가 맞나? 아니, 어디서부터 가깝다고 해야 하는 거지? 여러 질문이 머릿속을 뱅뱅 돌아서 어지럽다.
엉겁결에 긍정의 대답을 해놓고 나니 공작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우리는 어느 정도 가까워졌지. 아직 서로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공작은 내 대답에 힘을 얻은 듯 아까보다는 좀 더 자신 있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저는 백작님이 어려움에 처한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또 기쁜 일이 있다면 함께 축하하고 싶고요. 백작님은 좋은 분이고, 또 백작님도 저를…… 저에 대해서 비슷한 마음이길 소원하고 있습니다.”
“아!”
알겠다! 공작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깨달음을 얻은 듯한 시원함과 개운함이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그러니까 공작님 말씀은, 우리가…….”
“네,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는 거죠!”
“…….”
아, 아닌가?
공작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아니라고 바로 부정은 안 하는데, 알쏭달쏭한 표정이다.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데이라 공작이 나를 친구라고 여긴다잖아. 그것도 아주 좋은 친구.
음,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군.
그때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죠, 친구……. 네, 백작님과 그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영광이네요. 공작님 같은 분과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기쁜 일이죠.”
“우정이요? 아, 네.”
공작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얘기 대강 다 정리되었는데 뭘 저렇게 아리송하게 되묻는지.
괜한 설렘이 싹트기 전에 공작이 선을 그어 줘서 다행이다. 그래, 우리는 친구일 뿐이야. 아니지, 친구씩이나 되는 거지!
어쩐지 공작이 좀 멍해 보인다. 기회는 바로 이때다. 나는 다시 공작의 손을 잡고 앞서 걸어갈 듯 움직였다. 공작이 본능처럼 나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그래, 이제 괜히 자존심 상하는 얘기는 하지 않아도 돼.
이상한 안도와 실망이 번갈아 고개를 든다. 어쩌면 나는 공작이 끝까지 캐물어 주기를, 귀족 사교계의 부당한 무시를 함께 지탄해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웃기네. 말 안 하면 공작이 어떻게 안다고.
“그럼 돌아갈까요?”
일부러 활기찬 어조로 물었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공작이 퍼뜩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택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세요? 용무가 있어서 입궁하신 줄 알았는데…….”
그냥 단순한 알현이었다면 나와 시간이 겹쳤을 리가 없다. 분명 뭔가 일이 있어 입궁했다가 폐하께 인사를 드린 건데.
과연 공작이 예상한 대답을 했다.
“황실 마법사들을 만나러 왔습니다. 하지만 백작님을 저택까지 모셔다 드린 후에 다시 입궁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어, 아뇨! 너무 번거롭잖아요. 어차피 제 저택도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그냥 혼자 돌아가도 돼요.”
“백작님.”
공작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또 배려는 기쁘지만 어쩌고 하는 인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의 말이 이어졌다.
“백작님의 사정을 따져 물어 곤란케 하지 않을 테니, 이번만은 동행해 주세요.”
“…….”
친구 어쩌고 하는 소리 하다가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준 거였구나.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그냥 친구끼리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진짜 좀 과하지 않나. 공작은 친구 몇 명 없겠다. 친구한테 다 이렇게 해주면, 아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테니까.
잡념을 떨치듯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럼, 공작님이 용무를 마치실 때까지 제가 잠깐 기다릴게요. 오래 걸려도 괜찮아요, 저도 오늘 다른 일정은 없거든요.”
“금방 끝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백작님의 귀한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렇게 바쁘진 않아요.”
“아, 그럼.”
공작은 좋은 생각이 난 듯 걸음을 멈추었다. 우리는 중앙궁 밖으로 나가는 문을 멀리 두고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황궁 마법사들을 함께 만나 보시겠습니까? 트릭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나려 했는데, 생각해 보니 백작님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공작이 미안한 낯으로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나비 날개처럼 팔랑팔랑 움직이는 속눈썹이 우수에 젖은 듯 늘어졌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제 선에서 수습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백작님께서도 함께 이야기를 듣는 편이 도움이 될 겁니다.”
…도대체 저 오해는 언제 풀리는 걸까.
아니, 할아범 말대로 오해가 아니라 사실일까? 솔직히 아닌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말을 할 수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야!
“그, 그럼 얼른 갈까요? 하하.”
공작이 너무 미안해하니 내가 다 민망하다. 일부러 웃음소리를 내며 길을 재촉했다.
기다리던 기사들이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다행히 공작은 더 사과하는 대신 나를 황실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 걷는 길에 공작이 내게 물었다.
“황실 마법사에 대해 조금 아시나요?”
“아뇨, 사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라요.”
“마법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분야가 아니긴 하죠.”
공작의 말대로, 마법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분야가 아니다. 제국이 마법사를 섬세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탓인데, 심지어 마법사는 비마법사 사교계에 발도 못 디딘다. 자기들끼리 무슨 모임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마법을 한 번도 못 보는 사람도 많다.
“근데…… 황실 마법사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가볍게 물었는데, 공작의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더 자세했다.
“제가 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각지에 흩어진 마법사를 관리하고, 이상한 마법 현상이 일어난 지역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죠. 가끔 백작님 저택의 그 하녀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요. 물론 긴급 상황이 아니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바쁘겠네요. 황궁에 머물 일도 별로 없어 보이고.”
“그렇기는 합니다. 마법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힘이라 아직까지는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대응하지만, 더 연구해서 위험한 일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죠. 황실 마법사도 그 작업을 돕는 거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낯선 건물에 도착했다.
황궁에 자주 들락거리는 귀족들은 이 건물을 자주 봤을까? 나는 완전히 처음 보는 건물이다.
정삼각형? 정면에서 본 건물은 딱 그런 모양이다. 자세히 보니 사각뿔 형태다. 이러면 벽면이 기울어지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창을 냈고, 잘 닦인 창 너머로 몇몇 사람이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진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공작이 나를 이끈다.
“그럼 함께 가실까요?”
“네, 좋아요.”
공작은 두꺼운 철제문을 밀어 열었다.
내부는 어둑어둑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안은 오히려 눈부시게 밝았다. 호화 공연장 로비처럼 넓고 환하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 긴 테이블도 줄 맞춰 놓여 있는 걸 보니 편견만큼 폐쇄적인 공간은 아닌 모양이다.
옆에서 공작이 가만히 설명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마법사가 곧 내려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부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어, 그래도 되나요? 전 비마법사인데.”
“저와 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음, 공작은 황실 소속도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자신감이지? 유서 깊은 마법사 가문 출신이라는 건 아는데, 마법사들끼리 어떤 체계로 움직이는지 전혀 모르니 아리송할 뿐이다.
“뭐, 공작님이 여기 대장이세요?”
“네,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
농담으로 물은 건데 되게 당당하네.
시선을 돌려 공작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공작이 푸른 눈을 접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꽃잎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웃음에 마음이 저절로 흐물흐물 녹는다.
공작이 내 농담을 받아들이듯 함께 어조를 가볍게 했다.
“대표성을 띠는 마법사인 건 맞습니다. 유사시 지휘권도 있고요. 그러니까 백작님은 대장 친구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둘러보세요.”
그가 에스코트를 청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겹쳐 잡으며 친구, 하고 내가 먼저 뱉은 말을 입안에서 한 바퀴 굴려 보았다.
다음 물음은 충동이었다.
“다른 친구도 데려온 적 있으세요?”
공작이 멈칫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손을 잡은 나는 느낄 수 있는 동요였다. 눈이 마주치자 공작이 말했다.
“제가 공식적으로 수도에 방문한 건 처음이라, 아직…….”
“아.”
아, 음, 어. 오, 그렇군. 생각해 보니 진짜 바보 같은 질문이었어. 당연히 처음이겠지. 난 뭘 기대하고 물어본 거야. 내가 뭐 특별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얼굴이 모닥불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화끈거린다. 공작이 날 뭐라고 생각할까.
“그, 그렇죠. 처음이시니까……. 하하.”
아, 집에 가고 싶다. 젠장.
[작품후기]빠라람님, 아아아아야님, bonalee님, 아람닻별님, DK289님, 맛비님, 됴하라님, 몽뿌님, 김뭄님, bluestblue님, Sen98님, ERTAF님, 외않됀데님, niley님, blackkit님, 밈보윔보님, 눈ㅅ눈님, 잉여잉여07님, 로베리안님, 분유님, 고희님, 누에삐오님, Jnancy님, 상큼한바람님, dkdkfj님, 딩또님, 비인강님, 베리피치님, 로펜트님, 키미푸우님, 건시뭬님, ㅇㅁㄴㄹ님, lcanUcan님, 라바트님, suj3032님, beolene님, 쏨쏨이네님, 진데렐라님, 배부른초냥님, 볶음우동님, 칼리야님, doansk12님, 뀨우뿌님, 초코우유s님, 뽀뿌리님, reezbon707님, 0스텔라0님, 별똥별0ㅅ0님, Nerimaki님, 하홍홍홍님, 썹ol님, hamiri님, 켠G님, 너와나는토깽이님, 슈크림붕어님, ㄴr는ㄱr끔눈물을님, 또롱이언니님, Zfww134님, 카인G크리티카님, 치칼라님, 씰버라이트님, 축하하면사실될일님, vbjjh님, udes님, Perico님, EST5713님, estel0509님, MidnightB님, 세르니엔님, 꼬꽁이님, 까망도롱뇽님, 산흘님, 0p0p님, 장동우킬러님, wallflower님, 더블뚝님, 오서하맑님, sireris님, 전편 코멘트 모두 감사합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