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답장하지 마세요-19화 (19/74)
  • 19회

    알 수 없는 마음연참 6/7

    레디아 선셋은 헥센 상단의 영업부장으로, 꽤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 무작정 집에서 뛰쳐나온 후 나와 가까워져 우리 상단에서 일했다. 그때는 우리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

    개인 톡톡 번호는 91165111.

    내 톡톡에 번호를 입력하자, 지난번에 나눈 대화가 화면에 떠올랐다. 왜 상단에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었지.

    [레디아 바빠?]

    답은 바로 돌아왔다. 역시 영업부.

    [아뇨 안 바쁩니다 뭐 시킬 일 있으세요?]

    [그냥 식당 하나만 추천해 줘 너 좋은 데 많이 알잖아]

    [음 고객 접대? 귀족이에요? 제가 할까요?]

    데이라 공작과의 만남은 접대 영역은 아닌 것 같다. 고객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일로 만나는 거니까.

    [업무는 아님]

    [아 ㅇㅋ 괜히 긴장했네 뭔 중요 고객인 줄 알았잖아요 단주님 너무해 긴장시키고]

    업무 아니라니까 바로 말투부터 바뀐다.

    레디아는 나와 친구나 다름없지만, 리리와는 좀 다른 관계다. 나와 레디아는 어느 정도 머리가 커서 만났고, 가출 청소년이었던 레디아는 고용주 딸인 내 눈치를 봤다.

    물론 지금은 편해졌지만 그래도 미묘한 긴장감이 있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데, 그거야 내 입장이고.

    [근데 갑자기 뭔 식당이요? 단주님도 식당 많이 아시잖아요]

    [내가 가는 곳 말고 귀족들이 갈 만한 곳 있잖아. 너 고객들 만날 때 반응 좋았던 곳 없어? 남자고 20대 마법사에 작위가 높고 부자임 뭐 좋아하는지는 아직 몰라]

    [헐]

    레디아는 그렇게 한 글자 보내놓고 잠시 말이 없었다.

    바쁜가 싶어 잠깐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톡톡이 와르르 쏟아졌다.

    [헐 뭐예요]

    [단주님 연애해요?]

    [고객도 아닌데 단주님이 20대 남자 마법사 만날 일이 뭐 있음 마법사랑 안 친하잖아요]

    [헐 설마... 설마 유릭스 데이라????? 얼마 전에 수도 왔다더니 톡톡도 왕창 샀잖아요]

    [미쳤다 우리 단주님 공작부인 되는거임????]

    …….

    갑자기 레디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얘는 나를 좀 어렵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부모와 절연했지만 귀족 출신이고, 고객 상대하며 좋은 식당도 많이 가봤을 것 같아서 물어봤더니. 약간 후회되려고 한다.

    [야 오버ㄴㄴ 신세진 거 있어서 그래 인간적인 호감임]

    레디아의 답장은 짧았다.

    [ㅋ]

    [인간적인 호ㅋ감ㅋ]

    이걸 진짜 확.

    다행히 정말로 화가 나기 전에 레디아가 마저 답을 보냈다.

    [암튼 알았어요 데이라 공작인 거죠? 내내 영지에서만 지내서 딱히 정보는 없는데.... 분위기 괜찮고 높은 귀족들한테 반응 좋았던 곳으로 추려볼게요 음식 종류별로 정리할 테니까 좋아하는 메뉴 있다고 하면 그쪽으로 가시고]

    [응 상단에 소문내지 말고]

    [엇 이미 말함]

    [?]

    [걱정마세요 그냥 단주님 연애하는 것 같다고만 했으니까]

    헛소문 퍼뜨려 놓고 뭘 걱정하지 말라는 거지?

    톡톡 너머로 레디아의 신난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영업부장답게 사람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 레디아는, 상단 안에 친한 사람도 많다. 아마 내일쯤이면 모든 상단 사람이 이 잘못된 소문을 전해 듣겠지.

    그냥 할아범한테나 물어볼 걸 그랬나?

    [알았어 천천히 보내줘도 됨]

    [그리고 나 연애하는 거 아니야 답장ㄴ]

    공작과는 달리 레디아는 바로 답장을 멈췄다. 이럴 때는 진짜 편한데 말이지.

    그날이 저물기 전에 레디아에게서 톡톡이 왔다. 종류별로 정리된 식당 목록이었다. 그 목록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공작한테 뭐 좋아하냐고 어떻게 물어보지?

    어제 이후로 공작에게서 연락이 없다. 바쁜 일이 끝나면 다시 연락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바쁜가 보다. 좀 기다렸다가 공작이 먼저 톡톡을 보내면, 그때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메뉴를 물어봐야겠다.

    -

    [안녕하세요. 유릭스 데이라입니다. 지금 연락 괜찮으십니까?]

    [네 공작님! 괜찮습니다. ^^]

    [그날은 제가 급하게 손님을 대접하느라 오래 대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괜찮습니다! 그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혹시 좋아하는 식당이나 메뉴 있으세요?]

    [백작님,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저택에 방문하셨을 때는 불편한 점이 많으셨을 줄로 압니다. 내내 마음에 걸렸으니 만회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

    [엇 그래도]

    [식당도 알아두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대접하게 해주실 거죠?]

    [네 그럼 다음엔 저한테도 기회 주세요!]

    [물론입니다^^ 저는 사흘 안이면 다 괜찮을 듯한데, 백작님께서는 언제가 편하실까요?]

    [저는 내일 저녁도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저녁 다섯 시쯤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뇨아뇨 제가 그냥 바로 식당으로 갈게요! 제 마차로 가겠습니다! 번거롭게 와주실 필요까진 없어요.]

    [네 그럼 여섯 시까지 나인피스 앞에서 만나도 괜찮으실까요? 위치는 알고 계시지요?]

    [네 어딘지 알아요!]

    [그럼 내일 저녁에 뵙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백작님께서도 편히 주무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답장 더 안 해주셔도 돼요!]

    [네 백작님께서도 답장 안 해주셔도 됩니다.]

    [넵넵]

    [^^]

    [.]

    [백작님, 혹시 .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아니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대화 끝이라는 뜻이에요!]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다른 궁금하신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세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공작님!]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