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4화 (11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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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택의 널따란 연회장에서 하객을 맞이할 때도.

    칵테일을 마시며 사람들과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을 때도.

    결혼식 케이크를 잘랐을 때도 에드문드의 시선은 비비안느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단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건, 해가 다 졌을 때였다.

    마지막 손님을 배웅하고 온 부부는 침실로 향했다.

    그때 두 사람은 살짝 취해 있었고, 그래서 기분이 살짝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 장식을 풀고 있던 비비안느가 작게 웃는 소리를 냈다.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에드문드가 물어 왔다.

    “재밌는 생각이라도 했어?”

    “아뇨.”

    그녀가 마지막 머리핀을 풀어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긴 머리카락이 촤락, 하고 흘려내려 등을 덮었다. 그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비비안느가 핀 옆에 놓인 무언가를 들고 그쪽으로 향했다.

    “아까 매디슨이 폴라로이드로 피로연 동안 드문드문 찍어 준 건데, 보고 있으니까 재미있어서요.”

    “뭐가.”

    “공작님이 앞을 바라보는 사진이 없잖아요.”

    “설마.”

    그러고서 그는 제 옆에 앉은 비비안느가 내민 사진들을 받아 들었다. 말 그대로였다.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그의 시선은 한결같이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랬었네. 네가 파란 가터를 정말 입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나.”

    살짝 취해서 기분이 좋기도 했고, 그녀를 당황하게 하고 싶어서 한 농담이었는데 비비안느가 되려 반문했다.

    “궁금해요?”

    역공이었다.

    “파란 가터 대신 머리에 파란 리본 한다고 했었잖아.”

    “안 했잖아요.”

    “그랬었나?”

    “…이렇게 쳐다보고 있었는데도 모르셨다고요?”

    비비안느가 사진을 흔들거리며 웃었다.

    새삼 그는 저 뽀얀 볼이나 붉은 입술을 온종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안 보였어.”

    “…….”

    “네가 너무 예뻐서.”

    “평소에도 위스키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 취한 것도 아닐 테고, 왜 그러세요.”

    “그러게. 오늘은 남자들이 너한테 말을 걸 때마다 한 잔씩 마셔서 그랬나.”

    “남자들이라뇨. 그냥 당신 지인들이 당신에게 인사하러 왔다가 제게도 인사치레로 말 한마디 건넨 건데.”

    “그래도 너한테 한마디라도 건넸다는 게 짜증 나.”

    “세상에, 정말 취하셨구나….”

    비비안느가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채로 손부채질을 했다.

    “답지 않게 말이야.”

    “그래, 내가 답지 않게.”

    그의 큰 손이 비비안느의 얼굴 반쪽을 가리듯 감쌌다.

    “…네가 너무 많이 좋아서 그랬네?”

    “녹음해 두고 싶어요.”

    비비안느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때 그가 고개를 기울여 와 그녀의 입술 사이를 부드럽게 혀끝으로 훑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가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표현 많이 해 줄 거라고 약속해요.”

    “응.”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같이 부부로서 다른 일들도 같이 해 나가요.”

    “응.”

    “약속하죠?”

    “당연하지. 약속해.”

    “그럼 이제 신랑은 신부의 가터를 확인해 봐도 좋아요.”

    비비안느가 마치 성당의 주교라도 된 듯 엄숙하게 말했다. 그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쳐, 그녀는 홀린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 또한 그녀를 보고 같이 웃어 주었다. 정말 보기 드문 순간이었다. 비비안느는 그의 목을 감싸고는 그와 가벼운 키스를 나누었다.

    “사랑해요.”

    비비안느가 수줍게 그에게 속삭였다. 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에 무수한 키스를 남겼다.

    “나도, 사랑해.”

    그가 끝내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취기를 빌려 진담을 내뱉었다.

    “난 네가 없으면 죽을 거야.”

    “알아요.”

    “알아?”

    “그럴 것 같더라고요.”

    자신의 과거 행적을 되돌아본 에드문드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양 읊조렸다.

    “맞아. 그러려고도 했었지.”

    “무모한 사람.”

    비비안느가 제 얼굴을 파묻듯 감싼 손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제는 그러지 마세요. 조금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응.”

    “언젠간 당신이 우리 아이들의 아버지가 될 테니까.”

    “고마워.”

    에드문드가 비비안느를 품에 넣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기댄 뒤 그녀의 팔을 쓰다듬어 주었다.

    “…정말 고마워, 비비안느.”

    그녀가 그의 쿵쿵 뛰는 심장 쪽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도 좋아서 한동안 눈을 감지도 못했다. 혹여나 눈을 감아 버리면 다 사라져 버릴까 봐. 하지만 그가 눈을 잠시 감았다 떴을 때, 모든 건 그대로였다.

    그녀도. 그녀의 향기도, 감촉도.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의 종소리가 저택에 울려 퍼졌을 때, 그는 더 이상 마음이 공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삶의 그다음 장을 기대하게 된 첫 번째 날이었다.

    [ 공금.갠소.본문수정有.AngKeumToK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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