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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드는 그 주, 세상에서 가장 긴 평일을 보냈다. 답지 않게 날짜를 세고 초조해하며 그녀의 시간을 온전히 차지할 주말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그는 의아해졌다. 비비안느는 도대체 왜 바쁜 걸까. 무슨 선약이 그렇게 많길래?
그 자신이야 렉스 가문이 도맡았던 재단이 무너지고 사업을 재정비하는 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 왔었다지만 비비안느는 다를 터였다.
그는 가까이서 그녀를 지켜보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통역 공부나 어머니를 보좌하는 것 외에도, 그녀는 틈틈이 결혼 준비를 직접 하고 있었다.
그가 수표책을 내어 주며 아랫사람에게 시키라 한 것이 무색했다.
그녀는 제국에 있는 대성당 주교들에 편지를 써서 식 장소를 물색한 데다 그 넓은 곳을 꽃으로 어떻게 장식할지를 열심히 고민한 모양이었다. 그다음엔 신부 들러리가 되어 줄 이들에게 연락했으며, 보육원에서 친해진 아이들에게 화동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당장 지금만 해도 그녀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수많은 청첩장을 작은 가방 안에 넣고 있었다.
에드문드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저번에 인쇄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러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결혼식에 와 주시는 고마운 분들에게 드리는 거라 직접 쓰려고요. 그나저나 당신 쪽 사람들 말이에요, 외국인들이 꽤 많아서 그런데 이름 철자가 정확한지 비행기에서 한번 봐 주시겠어요?”
“그래.”
“아, 그리고 피로연에서 쓸 식탁보랑 센터피스 디자인 말이에요. 한참 고민 중이었는데 대신 결정을….”
비비안느가 작은 가방을 열심히 뒤지려 하자, 에드문드가 가방의 체인을 가로채며 말했다.
“다 좋은데, 생각이 바뀌었어. 비행기에서는 일 생각하지 말고 쉬어.”
“에드문드.”
그녀는 부탁할 것이 있으면 꼭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셈이었다.
“네가 피곤해 보여서 그래.”
주말이 오길 바랐던 건, 그녀가 샹프니야의 오페라 극장에서 어릴 때처럼 극을 구경한다며 신나 할 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무척 지쳐 보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그는 홀린 듯 입을 열었다.
“그렇게 결혼 준비에 열중인 걸 알았으면, 나도 시간을 내서 옆에서 거들었어야 했는데.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그 말에 비비안느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에드문드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 본 적은 처음이라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의 피곤한 기색을 살핀 뒤로는 그 생각뿐이었다.
저는 결혼 같은 중대사를 준비하는 일을 평소에 그랬듯 돈으로만 해결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양 모든 과정이 그녀의 손을 타게 했다.
그 모습이 단순히 귀엽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비비안느의 지친 낯을 보니 이제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녀는 제 어머니께 잘하는 걸 비롯해서, 그의 아내가 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새로운 시작에 정성을 쏟아 주고 있다는 걸 실감하니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다녀와서 같이 할까.”
“그렇게 말하면 가방을 돌려 달라고 말할 수가 없잖아요. 가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앞장섰다.
“기꺼이.”
에드문드가 비비안느의 핸드백을 책상 위에 놓고는 그녀를 따라잡았다. 비비안느가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아 오자, 에드문드는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볼에 가벼이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