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화 (9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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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런 걸 드려도 될까요?”

비비안느는 제도 부촌 번화가의 돌바닥 위를 밟으며 랭스턴 리무진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차 문이 열리자 꽃다발과 빈티지 샴페인을 에드문드에게 보여 주었다. 문을 안쪽에서 열어 준 에드문드가 턱짓하자 비비안느가 그의 옆에 탔다. 그는 신경 쓴 선물들을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다고 잠시 갈 데가 있다고 한 거였어?”

“으응, 네.”

비비안느는 제 흰 볼에 쉴 틈 없이 입을 맞춰 오는 에드문드를 피하며 말했다. 그는 그새 제 허리를 다시 능숙하게 감싸고 있었는데, 허리를 위아래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부모님한테는 네가 선물일걸.”

“왜요?”

렉스 부인이나 세노윅 공작 부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하던데.

“내가 언제 사람 구실 하나 생각하던 사람들이었으니까.”

그의 사업이 여태껏 음지에 머물렀다는 걸 의식한 말일까, 아니면 그가 대외적으로는 한량 같이 사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일까. 둘 다일지도 몰랐다.

“거기다 토끼같이 말랑말랑한 며느리가 들어와서 어머님, 할 텐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어.”

“누가 토끼 같고 말랑말랑해요.”

“네가.”

“아닌데요.”

“네가 얼마나 그런지 알고 싶으면 침대에서 직접 알려 주고.”

“그럴 필요 없으세요, 안 그러니까요.”

“그러는 거치고는 어제 너무 좋아하던데.”

“잘나셨어요. 그리고 세상에 절 며느리로 들이기 싫어할 사람들 많아요. 아시잖아요.”

“그 사람들은 귀부인들이었잖아.”

비비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퍼스트레이디셔도 절대 스스로를 귀부인(貴婦人)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이야.”

그게 무슨 말일까, 하고 곱씹던 비비안느는 총리 관저 응접실에 도착해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비안느는 자리에 앉은 수상과 그의 아내, 알리사 콜트 부인을 바라보았다.

“콜트 부인.”

그녀의 온화한 미소는 따뜻한 환영 인사였다. 비비안느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자신을 배경이나 가진 재산 따위로 평가하지 않을 사람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부터가 재력이나 위세를 과시할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비비안느가 알고 있는 다른 귀부인이었다면 노동자 계층처럼 보이는 옷은 부러 피했을 것이다. 그들이 보석을 주렁주렁 걸친 모습과 비교하자면 콜트 부인의 차림은 지극히 담백했다.

“어서 와요. 내 아들이 결혼할 사람을 데려오고자 한다는 말에, 온종일 가슴 설레며 기다렸답니다. 비비안느 메르고빌 영애. 맞나요?”

“네, 부인.”

“앉아요, 앉아. 우리 할 이야기가 많으니.”

비비안느가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문드는 비비안느를 정중하게 에스코트해 콜트 부인이 앉은 곳 맞은편의 소파에 데려갔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콜트 부인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내왔다.

비비안느는 놀라면서도 그녀의 환영만큼 따뜻한 카모마일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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