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7화 (97/114)
  • ❖ ❖ ❖

    “으음….”

    두 번째로 눈을 뜬 곳은 따뜻한 물로 가득 채워진 욕조 안이었다. 비비안느는 행복하게 욕조 안으로 스르륵 밀려 들어갔다가 코가 물에 잠겨 눈을 번쩍 뜨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시녀가 놀란 눈으로 스펀지를 움켜쥐었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뽀얀 팔에 거품이 묻어 있는 걸로 봐서, 시녀가 닦아 주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잠깐 기력이 쇠하셔서… 정신을 잃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가씨.”

    시녀가 더듬더듬 제 기억의 공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비비안느는 차라리 아까 물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 걸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녀는 말을 이었다.

    “백작님… 아니, 콜트 공작님께서 극진히 모시라 하셔서.”

    “설명은 그쯤이면 될 것 같아. 고마워.”

    “예!”

    그리고 시녀가 열심히 비비안느의 팔을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시녀들의 기존 태도보다 과하게 정중해 민망할 정도였다.

    물론 에드문드와 결혼한 뒤에 그들이 이랬더라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겠으나, 지금은 혼전이었다. 그러니 이 모든 게 어젯밤의 망측한 일을 과하게 떠올리게 해 주는 아부 같았다. 그녀는 목욕 내내 얼굴이 새빨개져서 시녀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래서 어제는 응접실에서 대화나 나누려 했는데. 그녀는 에드문드가 아주 조금 미워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