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8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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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프니야를 떠난 헬리콥터는 다아트로의 헬리포트에 무사 착륙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기체가 멈추었을 때, 비비안느는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좌석의 조종사가 먼저 헬기에서 내렸다. 그의 옆좌석에 앉은 정보국 사람이 밖으로 향하고, 헬기 뒷좌석의 문이 벌컥 열림과 동시에 헬기의 엔진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비비안느가 앞을 바라보자 문을 열어 준 정보국의 사람과 저쪽에 멀찍이 서 있는 수상의 수석 보좌관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곧 에드문드의 에스코트를 받아 준비되어 있던 랭스턴 리무진에 오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수상의 집무실로 도착했다.

에드문드는 제 아버지에게 파일철을 내밀며 말했다.

“말씀드렸던 자료입니다. 의장이 무선 전신을 이용해 엠머하임 공화국의 베릴당 측과 내통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애썼다.”

수상은 시가를 피우며 자료를 천천히 넘겨 보았다.

“방금 정보국이 의장 일가를 잡았다 하더구나. 네 변호사 일행도 무사하다 하니 걱정할 것 없다.”

“예. 의장이 무선 전신을 이용하다 도청을 당했으니, 베릴당이 근 시일 안에 엠머하임 공화국에서 집권하면 이 일을 본보기 삼아 암호 체계를 개발할 겁니다.”

“음.”

“그러니 제 제안은, 암호 해독에 능한 이들을 미리 발굴하고 베릴당 측이 패권을 장악했을 때의 대비를 해 두는 것입니다.”

에드문드를 따라왔던 비비안느는 두 부자의 대화에 끼지 못한 채 숨을 죽이고 물러서 있었다.

의장 일행이 잡혔으며, 일이 잘 풀렸다는 것은 눈치껏 알 수 있었으나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때 수상이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비비안느 영애. 이렇게 다시 만나는군. 아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비비안느는 황급히 예를 표해 보였다.

“자네 약혼자의 희생은 정말 유감이라고 생각해.”

이어진 말에 비비안느는 놀라서 에드문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수상은 사형 선고를 받은 뤼드빅이 ‘가짜’ 암흑가 보스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설마.

에드문드가 망가진 결혼식장에서 했던 말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내 정체를 드러내고. 모든 걸 내던지고, 네 앞에 와서 구혼한다면 네 생각이 달라질까.”

제가 이해한 게 맞다는 듯 수상의 말이 이어졌다.

“그 빈자리를 내 아들이 잘 채우리라고 믿네. 결혼 허락을 대가로 나를 돕겠다고 하니, 이거 내가 영애에게 고마워해야겠군.”

언젠가 암흑가의 보스가 군수 사업을 거두어들이며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뉴스를 라디오로 들은 바 있다. 이대로 10년만 더 지나더라도 암흑가의 보스가 수상과 마주 앉아 제국의 명운에 대해 논하며 제국을 보호할 수도, 제국에 칼을 겨눌 새로운 열강을 지원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비비안느는 암흑가 보스가 택한 것이 전자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바로 그 보스가, 자신과의 결혼을 원했기 때문에.

‘정말 에드문드가 그랬다고? 나마저도 죽이려 한 게 아니라… 내 옆에 서려고 뤼드빅을 없앤 거였고, 내 옆에 서려고 정체마저 아버지께 드러낸 거라고…?’

에드문드의 행동을 통해 그의 진심을 유추하고 있었으나, 그의 모든 행동 동기를 직접 확인받는 건 다른 일이었다.

그것도 수상을 통해서. 그녀는 얼떨떨한 기분이 되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메르고빌 영애, 콜트 가문에 속하게 된 걸 미리 환영하네. 내 아내도 자네를 궁금해하더군.”

“어머니께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에드문드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수상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비비안느 영애와 함께 공작저로 갈 생각이어서요.”

“아니, 네 외숙부는 왜….”

“메르고빌 영애를 공작 부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 입으로 직접 말했으니, 그 말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비안느는 정신이 혼미했다.

뤼드빅과 결혼을 감행했을 때까지만 해도 까닥하면 에드문드의 손에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콜트 부인에 이어 공작 부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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